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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늘어 가는 거짓말 (43/50)
  • 43. 늘어 가는 거짓말

    재현은 재빠르게 옷을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아까 미처 다 풀지 못했던 혜운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등 뒤로 손을 넣어 브래지어 호크를 풀었다.

    “이런 거 입고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

    재현은 손에 브래지어를 들고 혜운의 앞에 달랑달랑 흔들며 짓궂게 물었다.

    “괜찮아.”

    질문의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던 것일까. 혜운은 두 손으로 가슴을 덮어 가린 채 딱 잘라 말했다.

    “그러지 말고 집에선 풀고 있어.”

    “누구 좋으라고?”

    “나 좋으라고.”

    재현은 혜운의 손을 가슴에서 떼어 내 머리 위로 끌어 올린 후,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가슴골에 얼굴을 묻은 채 깊게 숨을 들이쉬던 그는 한쪽 가슴을 한입 크게 베어 물고 꼿꼿하게 세운 혀끝으로 정점을 핥아 올렸다.

    “흐음….”

    혜운의 입술 사이로 느른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언제 들어도 좋은 그 소리에, 재현은 이를 세워 유륜을 가볍게 긁으며 깊게 빨아 당기다가 다시 놓아주며 혀로 넓게 핥기를 반복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손을 오목하게 만들면 가득 찰 정도의 혜운의 가슴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다. 혜운의 피부는 우유를 부은 것처럼 하얗다 못해 뽀얗고 말간 편인데, 한 번씩 이렇게 가슴을 못살게 괴롭히고 나면 연한 살 곳곳에 자신이 빨았던 흔적이 선명하게 남곤 했다.

    애무의 흔적은 좀처럼 사라질 틈이 없었다. 하나가 사라지면 그 다음 날 또다시 생기고, 그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끊임없이 생겨났으니까. 말랑하면서도 탄력 있는 그녀의 가슴은 자다가도 생각날 정도로 재현의 피를 뜨겁게 달구는 흥분 버튼이었다.

    매번 관계를 가질 때마다 재현은 혜운의 가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오른쪽만 예뻐하면 왼쪽이 서운할까 봐 양쪽을 번갈아 가며 연신 빨고, 핥고, 깨물며 괴롭혀 주었다.

    재현은 납작한 배 위에도 정성껏 입을 맞추며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스커트의 지퍼를 내려 발 아래로 벗겨 내고, 스타킹 아래로 비치는 새하얀 맨살을 손바닥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잘록한 허리와 아름답게 굴곡진 골반 라인을 지나, 매끈한 허벅지와 가느다란 종아리까지. 재현의 손은 그녀의 하반신을 고르게 만지고 있었다.

    재현의 손이 느리게 지날 때마다 혜운은 무릎을 모으며 다리를 배배 꼬았지만 허락해 줄 재현이 아니었다. 재현은 일부러 더 짓궂게 발목을 잡아 다리를 양옆으로 활짝 벌렸다. 잔뜩 힘이 들어가 꼼지락대는 발가락이 앙증맞고 귀여웠다.

    “찢어도 되지?”

    “그렇게 쉽게 안 찢어질….”

    혜운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현은 허벅지 안쪽 부근을 양 손으로 잡아당겨 단번에 찢어 버렸다. 쭈욱 찢기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리자, 혜운이 꽤나 당황했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드러난 뽀얀 허벅지 살에 재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나쁜 짓을 저지른 기분. 이렇게 강렬한 시각적인 자극은 처음이었다.

    “내가 다시 사다 줄게.”

    “백 개 사 와.”

    “대신 그 백 개, 내가 다 찢게 해 줘.”

    혜운은 이를 사리물며 상체를 일으켜 재현에게 입을 맞췄다. 아니, 입을 맞추는 척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앗!”

    “이 음란 마귀!”

    재현은 혜운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혜운과 연애를 시작한 뒤로 고삐가 제대로 풀어졌고, 신혜운 한 사람만 기다리며 꽁꽁 묶여 있던 봉인이 해제된 것도 사실이니까.

    재현은 혜운을 도로 눕히고 속옷과 찢어진 스타킹을 단번에 벗겨 냈다. 혜운이 허벅지를 모으며 음부를 감추려 했지만 재현은 두 손으로 무릎을 옆으로 벌린 후 그녀의 은밀한 곳에 얼굴을 묻었다.

    이미 촉촉하게 젖기 시작한 그녀의 여성은 아주 붉고 탐스러웠다. 입맛을 다시던 재현은 혀로 넓게 쓸어 올리다가 소음순을 가르고 들어가 음핵을 혀끝으로 꾹 눌렀다.

    혜운의 몸에서 가장 예민한 그곳을 자극하자 어김없이 반응을 보였다. 자잘한 경련이 일더니 여성의 입구에서 맑고 투명한 애액이 조금 흘러나왔다.

    재현은 파르르 떨리는 그곳을 위아래로 정성스레 핥으며 애액이 고인 질구에 혀를 세워 찌르고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아주 좁고 뜨거운 그곳에선 마치 심장이 뛰는 듯했다.

    “하아….”

    혜운의 신음에 고개를 들어 보니, 혜운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이불을 손에 움켜쥐고 바르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시선이 닿자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재현의 팔을 잡아당겼다.

    “빨리….”

    “뭘?”

    혜운의 재촉에 재현이 장난스럽게 받아치자 또 한 번 상체를 일으키며 재현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더 괴롭히고 싶은 마음에 재현은 팔을 뒤로 뻗어 상체를 지탱하고 앉아 여유를 부렸고, 혜운이 눈을 흘기며 재현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으읏.”

    이미 한껏 발기한 자신의 남성을 혜운이 손으로 감싸 쥐자, 재현의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혜운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손에 꼭 쥔 채로 앞뒤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혜운은 재현의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모를 콘돔의 포장지를 뜯고 콘돔을 꺼내 재현의 남성에 씌웠다. 재현이 다리를 앞으로 쭉 펴고 앉자 혜운이 좀 더 위로 올라와 앉더니 그녀의 입구에 남성을 맞추며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흐음….”

    혜운의 예쁜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지는 그 순간, 재현은 그녀의 허리를 두 손으로 받치고 끝까지 깊숙하게 넣었다. 재현이 아주 작은 탄식을 뱉자 혜운은 그의 어깨를 감싸 쥐며 바짝 안긴 채 입을 맞췄다.

    아주 작은 틈도 없이 빡빡하게 맞물린 그곳은 재현을 매번 미치게 만들었다. 충분하게 젖어 있는 상태에서도 한 번에 들어가기 버거워 늘 긴장하게 만들지만, 지금처럼 혜운이 괴로운 표정을 하고서도 스스로 허리를 움직일 때면 천천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싹 달아나 버리곤 한다.

    재현은 혜운에게 주도권을 내어 주고 뒤로 누웠다.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아 앞으로 당기자, 혜운은 재현의 두 팔을 붙잡고 중심을 잡으며 서서히 허리를 움직였다.

    들썩이는 엉덩이를 찹쌀떡 주무르듯 꽉 움켜쥐자 혜운이 옅게 웃으며 재현의 팔을 꼬집었다.

    “하지 마….”

    하지 말란다고 가만히 있을 재현이 아니었다. 새로운 목표는 혜운의 가슴.

    재현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양쪽 가슴을 아래에서부터 부드럽게 그러쥐며 손가락에 힘을 모아 감싸 올렸다. 그러자 혜운이 이번에는 손목을 붙잡으며 말렸다.

    선홍빛으로 물든 그녀의 유두가 재현을 유혹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한입 깨물어 먹어 보라는 듯 위아래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그녀의 뽀얀 가슴을 지켜보고만 있는 건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다.

    재현은 일어나 앉아 가슴부터 허겁지겁 입에 물었다. 혜운은 그런 재현의 어깨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며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고, 그 바람에 맞닿아 있는 곳에서 살이 부딪칠 때마다 야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귀에 너무 가까이 닿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여유를 부리는 건 여기까지였다.

    재현은 혜운을 자신의 몸 위에서 내려오게 한 후 침대에 옆으로 눕게 했다. 그러곤 그녀의 뒤에 누워 다시 한번 그녀의 여성에 자신의 남성을 깊숙하게 찔러 넣고, 두 팔을 겨드랑이 사이로 넣어 그녀의 가슴을 양손 가득 움켜쥐었다.

    한층 깊어진 삽입에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웅크렸고, 그럴수록 재현은 더 빠르게 움직이며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그녀의 또 다른 성감대를 자극했다.

    “아흑….”

    혜운의 간드러진 교성에 재현은 가슴을 쥐고 있던 한 손을 아래로 뻗어 연한 살을 헤집고 들어가 음핵을 지분거렸다. 질척한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그곳은 질 안쪽만큼이나 뜨거웠다.

    “재현아….”

    재현은 애타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젖힌 혜운에게 입을 맞추었다. 아까 전보다 훨씬 더 끈적거리는 타액은 달고 맛있었다. 재현은 혜운의 작은 입술 안에 혀를 집어넣고 작은 혀를 붙잡아 옭아매며 괴롭혔다.

    “우읏!”

    가슴을 들썩일 정도로 가쁜 숨을 몰아쉴 때쯤에서야 혀를 뺐더니 혜운의 눈시울이 살짝 젖어 있었다. 재현은 그녀의 어깨와 등에 자잘한 입맞춤을 남기며 더욱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재현아, 조금만….”

    “응?”

    “조금만….”

    재현이 되물었지만 그녀는 뒷말을 삼키며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온몸에 바짝 힘이 들어간 걸 보니, 거의 절정에 임박한 것 같아 재현은 마음이 급해졌다.

    재현은 삽입한 상태 그대로 혜운을 엎드리게 하고 뒤로 가 그녀의 골반을 살짝 들어 올려 자세를 잡았다.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게 만드는, 그녀를 가장 빠른 시간에 절정으로 도달하게 만드는 자세였다.

    “흐응….”

    자세만 고쳐 잡았을 뿐인데도 혜운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양손에 이불을 움켜쥔 채 조금씩 엉덩이를 치켜들었고, 그럴수록 삽입은 더욱더 수월해지고 깊어졌다.

    재현은 땀이 배어나기 시작한 그녀의 등허리에 길게 난 골짜기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미 자신의 이마와 목덜미도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의도하지 않게 그녀가 조이고 풀어 주길 반복하는 사이 재현도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먼저 파정을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순간, 그녀의 몸이 일순간 느른해졌다.

    “하아… 학….”

    “으읏!”

    움켜쥐고 있던 이불을 놓고 가쁜 숨을 뱉어 내는 혜운을 바라보던 재현도, 혜운과 거의 동시에 파정을 맞았다.

    재현은 여전히 혜운의 몸속에 자신의 분신을 둔 채로, 그녀의 옆에 쓰러지듯 누워 품 안에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두 사람 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재현.”

    “응?”

    “우리 오늘 안에 저녁 먹을 수 있을까?”

    “글쎄.”

    재현의 대답에 혜운이 뒤돌아보았다.

    “글쎄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일단 한 끼 제대로 먹었거든.”

    혜운은 기함을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손 치워라.”

    그러곤 어느새 야금야금 기어 올라가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재현의 손에 경고를 보냈다.

    “그리고… 그 녀석 당장 빼.”

    “안 돼.”

    “다시 커지고 있잖아!”

    혜운이 엉덩이를 앞으로 빼려 하자 재현은 잽싸게 혜운의 골반을 붙잡아 당기며 밀착했다.

    “일단 밥을 먹고 다시 하자.”

    “싫어.”

    “그럼, 한 번만 씻자.”

    “안 씻어도 돼.”

    “아! 콘돔 바꿔야 하잖아. 맞지?”

    이건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재현은 그녀의 몸에서 자신의 남성을 꺼냈다.

    그 순간, 혜운이 이불을 몸에 돌돌 만 채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거기 꼼짝 말고 서 있어.”

    “나 얼른 가서 미역이랑 당면 얼마나 불었나만 보고 올게.”

    “지금 이 상황에 그게 중요해?”

    “어. 난 중요해. 네 생일날 맛있는 저녁 만들어 주고 싶었단 말야.”

    “기특하긴 한데, 난 이게 더 중요해. 빨리 와.”

    재현이 다가가려 하자 혜운이 침실 문 뒤에 몸을 숨긴 채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그럼… 딱 한 번만이야.”

    “좋아.”

    재현의 약속에 혜운이 쭈뼛거리면서도 순순히 침실 안으로 들어왔고, 재현은 두 번째 콘돔 포장지를 찢으며 슬쩍 웃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혜운에겐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꾸만 거짓말이 늘어 갔다.

    몇 번 속아 봤으니 이제 이런 약속은 거짓이란 걸 잘 알 텐데도 혜운은 매번 속고 있었다.

    다 알면서도 속는 척해 주는 그녀가, 재현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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