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81화 (81/82)

00081  40. 변종 독거미 사냥  =========================================================================

화르르!

늑대인간의 전신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원거리 마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 용족 행성의 사냥터다. 때문에 이곳에 사는 사냥꾼들은 자신의 몸이나 무기에 마법을 걸어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탱커인 늑대인간은 몸 전체에서 무지막지한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다. 불에 대한 내성을 극성으로 올리고 특수 스킬을 사용해서 불꽃 탱커라는 말을 듣는 늑대인간이다. 불은 독과 상극이기에 독거미의 독이 통하지 않는다.

쾅!

하지만 변형 독거미는 독만 강한 것이 아니었다. 달려들어 긴 다리를 야구방망이처럼 휘두르자 늑대인간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슉!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엘프 궁수가 화살 하나의 변형 독거미 괴물의 몸에 박아 넣었다. 변형 독거미의 방어력 때문에 화살은 몸에 반 정도만 박혔다. 그리고 그것도 재생력 때문에 점점 뒤로 밀려나오고 있었다.

펑!

몸에 박힌 화살이 폭발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쉽게 피부가 재생이 되어 버렸다.

번쩍!

이현주는 내상을 입은 늑대인간에게 힐을 사용해 치유를 했다.

화르르!

근접 딜러인 마검사가 보조 탱커가 되어서 달려들었다. 일반 독거미라면 늑대인간 혼자서 탱커를 하면서 딜러들이 집중 공격으로 독거미들을 학살하듯이 사냥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형 독거미는 방어력이 높고, 체력과 힘도 귀족급이라 죽을 때까지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쾅!

마검사의 방패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독과 상극인 불이 다가오자 변형 독거미 괴물은 신경질적으로 다리를 휘둘러서 야구공처럼 날려 보냈다.

슉!

퍽!

마검사는 방어력이 늑대인간에 비해 떨어지기에 이현주는 연속으로 힐을 3번이나 해야 했다. 하지만 이현주의 레벨은 귀족급이라 힐은 수천 번을 해도 상관없었다. 그런 이현주가 뒤에 버티고 있기에 근접 딜러인 마검사가 방패 하나 믿고 보조 탱커로 달려든 것이었다. 그 사이에 다시 엘프 궁수가 화살을 또 변형 독거미의 머리에 박아 넣었다.

“끼에액!”

이번에는 제법 아픈지 비명을 지르면서 독을 소방 호수처럼 사방으로 뿌렸다.

치지직

놀란 엘프 궁수와 이현주가 뒤로 피했고, 불꽃 탱커 늑대인간은 불로 독액을 태우면서 달려들었다.

‘아함!’

김환근 이현주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뭐해요?”

“아! 미안.”

이현주가 김환근에게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그는 석궁의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화살에 아주 약간 파멸의 기운을 담았다.

퍽!

“캑!”

몸통을 파고 들어간 석궁 화살의 파워에 변형 독거미가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덕분에 늑대인간은 야구공처럼 뒤로 날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대, 대단하군요.”

놀란 엘프 궁수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묵묵한 그가 놀랄 정도의 김환근이 날린 화살의 일격은 대단했다.

“S급 아이템입니다.”

김환근은 태연하게 무급인 F급 석궁을 S급으로 만들어 버렸다. S급은 VIP 상점에서도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다.

“아! 그렇군요.”

“화살 값이 비싸서 ……!”

“이해합니다.”

엘프 궁수는 그제야 김환근이 그 막강한 위력의 석궁을 왜 쏘려 하지 않는지 이해한 표정이었다.

‘이해하기는 개뿔.’

둘의 이야기를 들던 이현주는 황당한 표정으로 김환근을 째려보았다. 그녀는 석궁의 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쾅!

슉!

김환근이 끼어들지 않자 다시금 탱커와 보조 탱커가 교대로 변형 독거미를 막고, 원거리 딜러인 엘프 궁수가 화살로 꾸준히 변형 독거미의 체력을 깎는 레이드가 이어졌다.

“……!”

이현주가 다시금 김환근을 향해서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았다. 그제야 김환근은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화살을 쏘았다.

퍽!

이번에도 대충 쏘았지만 재수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이지 변형 독거미의 눈을 뚫고 들어가 뇌에 박혔다.

슉!

펑!

엘프 궁수는 김환근이 화살을 쏘자 기다리고 있다가 상처가 난 눈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그리고 뇌로 따라 들어간 화살이 안에서 폭발했다.

털썩!

뇌가 박살난 변형 독거미는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와아!”

“잡았다.”

야구공처럼 날아다니던 늑대인간과 마검사가 진심으로 기뻐했다. 맞을 때마다 영혼이 몸에서 분리되는 것 같은 고통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굿!”

“나이스입니다.”

“최고입니다.”

늑대인간, 마검사, 엘프 모두 김환근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면서 칭찬을 하였다.

“아이템빨 입니다.”

김환근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쉬십시오. 해체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독거미 괴물과 달리 변형 독거미 괴물은 모든 것이 다 돈이다. 늑대인간, 마검사, 엘프는 변형 독거미에게 달려들어 가장 먼저 괴물의 배를 가른 후에 독주머니를 꺼내서 특수 용기에 넣어서 밀봉했다. 그런 다음에야 레드 스톤을 채취했다.

“블루스톤도 나왔습니다.”

“대박!”

변형 괴물은 반은 생명체이기에 운이 좋은 경우에는 블루 스톤도 나온다. 블루 스톤은 희귀도 때문인지 레드 스톤보다 같은 에너지라도 10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삭!

가장 중요한 아이템을 회수한 이들은 변형 괴물의 몸체를 가져가기 좋게 분해했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아서 포장을 하였다.

“오늘 사냥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괴물 독거미라면 독주머니와 레드 스톤만 모아서 가져가기에 각자의 배낭에 가득 찰 때까지 몇날 며칠이고 사냥을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게 모은 아이템보다 변형 독거미에서 나온 사체와 아이템이 몇 배는 비싸기 때문에 작은 독거미 괴물을 사냥할 필요가 없었다. 사냥을 해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와아!”

파티장인 이현주가 파티 종료를 외치자 모두가 함성을 질렀다.

“가서 한 잔 합시다.”

그리고 김환근도 기뻐했다. 사냥 구경이나 유희는 너무 많이 해서 옆에 이현주가 없으면 돈을 주고 하라고 해도 귀찮아서 안 한다. 하지만 같이 모여서 술 한 잔 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다. 더구나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순수한 전사들과의 대화는 항상 유쾌하다.

“브라보.”

“좋습니다.”

“콜.”

모두가 좋다고 소리치면서 파티장의 눈치를 본다.

“가요.”

“와아!”

“만세.”

이현주가 어쩔 수 없이 찬성을 하자 모두가 기뻐하면서 짐을 들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짐은 파티장인 이현주부터 김환근까지 모두가 짊어지어야 했다. 고레벨 전사들은 말보다 빠르고 힘도 좋기 때문에 직접 들고 가는 것이 더 낫다.

휘익!

이들이 빠른 속도로 독거미 사냥터에서 가까운 요새로 향하고 있을 때에 누군가가 앞을 막아섰다.

“어이! 형씨들! 전리품이 많은 것 같은데 나눠 씁시다.”

10명 정도로 구성된 파티인데 행생을 보아하니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는 범죄자들로 안전한 사냥터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숨어 사는 약탈자들이 분명했다. 이들은 도시로 들어갈 수 없어서 차원상점을 이용할 수 없으니 전사들을 잡아서 그들이 물건을 약탈해서 살아가는 자들이다.

“아아! 공짜는 아니고 레드 스톤을 줄 테니 바꾸자는 거야.”

독거미 괴물을 소수로 사냥 하는 팀이라면 고 레벨이라 공격하기는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숫자가 많으니 싸움이 붙으면 이들은 등에 지고 있는 커다란 전리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부가 그것을 가지고 도망치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약탈자들의 이런 전술을 잘 아는 전사들은 귀찮아서 적선을 하듯이 물건 일부를 건네주고 돌아가서 신고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싸우다가 한 명이라도 죽으면 손해이기에 적의 전력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힘들 때에는 서로 양보하는 편이다. 용족 행성의 사냥터에서는 스킬과 마법을 사용하기 불가능하니 직접 접촉해서 싸워보지 않는 한 상대의 전력을 탐지하기 힘들다. 그리고 약탈자들이 이현주 파티가 사냥한 것이 변형 독거미 괴물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함!”

김환근은 하품을 하였다.

“이거면 됐나요?”

이현주는 짐을 내려놓고 배낭을 던졌다. 배낭 안에는 사냥을 위해서 준비했던 식량과 캠핑 도구들, 소금과 같은 양념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는 약탈자들이 가장 원하는 물건들이다. 이현주는 이들이 범죄자들이지만 불쌍해서 물건을 넘겨주었다. 도시 근처의 사냥터와 요새 근처의 사냥터에는 이런 범죄자들이 꾀나 많이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 중에서 추방형을 당하는 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노예형이나 벌금형을 거부하는 자들은 추방형을 당한다. 이런 자들은 사냥을 해서 도시나 요새 근처에서 사냥을 한 후에 물물 교환으로 물자를 사서 살아간다. 그리고 가끔 약하다 싶으면 약탈자로 변하는데 이것은 범죄자가 아닌 자들도 마찬가지다. 도우미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 사냥터는 괴물뿐 아니라 차원전사들도 언제든지 약탈자로 변할 수 있는 야만의 세계다. 때문에 사냥을 나가면 길드 단위의 대규모 원정대가 꾸려진다. 아니라면 고 레벨이라는 의미다.

“흐흐흐! 그 짐들도 나누어 쓰고 싶은데.”

이들이 약하게 보이자 약탈자들이 욕심을 내었다. 가끔 고 레벨로 흉내 내기 위해서 소규모 파티를 형성하는 사냥꾼들도 있었다. 진짜 고 레벨은 귀찮아서 물건을 건네주기도 하지만 이처럼 상냥하지 않고 거지에게 동전을 던져 주듯이 하면서 빨리 꺼지지 않으면 죽일 것처럼 위협을 한다.

“흐흐흐! 오랜만에 손맛 좀 볼까?”

늑대인간이 짐을 내려놓고는 걸어 나왔다.

화르르!

“헉! 불꽃 탱커다.”

놀란 약탈자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전신으로 불을 내뿜은 탱커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불의 뜨거운 열기에 스스로가 화상을 입기 때문이다. 불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방어구가 A급은 되어야 하는 진짜 고 레벨이 아니면 사용하기 불가능한 화염 스킬을 사용하는 자들이 불꽃 탱커다. 그래도 이현주가 준 배낭은 가지고 도망치는 약탈자들이다.

‘괜찮은 놈들이네.’

김환근은 혹시라도 자신이 S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욕심을 드러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현주의 파티원들인 이들의 심성도 알아보려 일부러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끝까지 아이템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러워 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약탈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김환근 이현주가 이들과 소수로 파티 사냥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요.”

일행은 바로 이동해서 요새로 가서 전리품을 사냥꾼 길드에 매각하고는 돈을 분배했다. 그리고 사냥터 길드에 있는 룸에서 마법 샤워를 하고는 방어구를 편한 슈트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리고 도시로 이동하여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형씨는 레벨이 어떻게 됩니까?”

일행은 1차를 마치고 카페로 이동해서 2차를 하고 있었다. 술은 엘프 주와 과일 안주, 그리고 스테이크다.

“나? 나는 황제급이지.”

“크하하! 산의 뻥은 역시 최고야.”

늑대인간이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독실이고 방음 장치가 완벽한 룸이라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상관없었다.

“S급 아이템은 얼마나 합니까?”

“나도 몰라. 얻은 거라서.”

“부럽습니다.”

“누구에게 얻었습니까?”

“낙하산에게.”

“에이! 그거야 말로 뻥인 것 같은데.”

용족 행성에서 암호명 데빌과 낙하산을 모르면 간첩이다. 낙하산이 유명해진 것은 낙하산 팀 때문이다. 낙하산의 부하들로 알려진 그들은 무식하게 적진의 후방에 침투해서 적의 지휘부를 타격해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현주에게 물어봐.”

“파티장님. 진짜입니까?”

“비밀입니다.”

“와우!”

“그렇게 말하니 진짜 같잖아.”

“흐흐! 술이나 마십시다.”

김환근은 밤새 술을 마시면 놀고 싶었지만 이현주가 눈치를 주어서 2차에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믿을 만한 놈들인 것 같네.”

김환근은 이현주와 오랜만에 공원을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는 레벨이다.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혀와 목, 그리고 식도와 위장에서 느껴지는 알콜의 반응과 달달한 술의 향기와 맛에 반해서 마시는 것이다. 엘프 주는 높은 도수, 달달하고 새콤한 과일 맛과 천상의 향기라는 냄새까지 완벽하게 이 조건에 부합한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술이라는 것이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너무 일만 하지 말고 나처럼 놀면서 해.”

“호호! 환근씨는 너무 놀아서 탈이죠.”

“하하! 천지문의 내력이라고 할까?”

“저도 천지문 소속이거든요.”

“그, 그런가?”

“그런데 우리 정말 평범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그런 부부가 될 수 있을까요?”

이현주는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사는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꿈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봐.”

“몇 년이나요? 한 십년이요?”

“아니. 조금 더 기려야할 것 같은데.”

“설마 백년이요?”

“그, 그게 그거보다 더 기다려야 할 거 같은데.”

“처, 천년이요.”

“으응. 그거보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고.”

“네에? 사,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아요?”

이현주는 황당한 표정으로 김환근을 돌아보았다.

“원로가 되면 천년은 기본이야.”

귀족들의 평균 수명은 수백 년이다. 강해지기 위해 더 강한 괴물을 사냥하다가 죽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은 귀족들의 배신으로 죽는 자들도 많다. 천년 이상 산 원로들 중에는 스스로 자살하는 자들도 있고, 노망이 든 것처럼 미친 짓을 하여 큰 사고를 치는 자들도 있었다. 육체의 강함을 정신이 따라오지 못하면 그렇게 폭주하는 자들도 있었다.

“저는 이백년도 지루할 것 같은데요?”

“레벨이 높아지면 정신력이 높아져서 반신의 경지에 들지. 그러면 나처럼 무념무아의 상태에서 나처럼 돼.”

“아! 그래서 사부님도 그렇고 환근씨도 매일 무위도식하는 거예요.”

“어, 어. 맞아.”

“그렇지 않은 원로들도 많은데요?”

“그놈들은 욕심이 많아서 그래.”

“그러면 우리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도 원로급으로 성장해서 천년 이상 살아야 하나요?”

“당연하지. 현주는 지금보다 천천히 노력해도 충분히 원로급으로 성장할거야. 그러니 넘치는 것이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겨.”

“네.”

김환근은 이현주와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면서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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