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0 40. 변종 독거미 사냥 =========================================================================
40. 변종 독거미 사냥
“실패했다고?”
“예. 그리고 데드 행성을 지구인들이 장악했다고 합니다.”
“뭐, 뭐라고?”
담담하던 닭대가리 파포포의 입이 쩍 벌어졌다.
“설, 설마 알파 괴물까지 잡힌 것은 아니겠지?”
알파 괴물과 협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로가 배신하지 못하도록 차원상점 계약서를 이용해서 동맹을 맺는 것이다. 괴물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계약서이지만 원로를 이용해서 이이제이의 방법으로 생명체들을 더 효과적으로 말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괴물이 차원상점에 이 계약서를 올리면 동맹을 맺은 원로는 배신자가 되어 제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당히 많은 원로들이 알파 괴물과 비밀리에 동맹을 맺는다. 이는 괴물들은 생명체 말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절대로 먼저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로들은 가끔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정보를 알파 괴물에 넘겨서 그들과의 전쟁에서 알파 괴물이 승리하도록 만들어 정적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거나 정적을 제거하는 칼로 사용한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는데 역으로 동맹을 맺은 알파 괴물이 당한 것이다. 이럴 경우에만 배신자인 원로는 제거되는 것이 상식이다. 차원상점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범죄자가 되어 차원상점의 수배 명단에 오르면 원로급 블루 스톤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원로들이 그를 사냥하기 위해 추적한다.
“강산 원로가 보낸 메시지입니다.”
“그, 그래.”
파포포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받아서 읽었다. 도우미 시스템이 아닌 편지로 보냈다. 도우미 시스템은 저장이 되어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오메가 행성으로 와라. 안 오면 알지?〉
아주 간단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의미는 확실했다. 알파 괴물을 잡고 자신이 배신자임을 증명하는 계약서를 손에 얻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신을 원로원에 고발한 후에 잡으러 오지 않았다는 것은 거래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빼앗으려 할 것이다.
“갔다 오마.”
“예. 마스터!”
자신이 배신자로 처단되면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조류 족 전사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겨우 세력을 모아 식민지를 만들고 고향 행성을 되찾으려 시도한 일이 최악이 되고 말았다. 파포포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오메가 행성으로 차원이동을 하였다. 그리고 강산 원로의 구역으로 방문 신청을 한 후에 그의 성으로 찾아갔다.
* * *
“죽을 상 하지 말고 앉아서 식사해. 다 먹고 애기 하자고.”
파포포는 해변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인간 요리사의 복장을 한 로봇이 포도주를 따라 주었다. 상에는 인간들이 주로 먹는 스테이크와 해물 요리가 놓여 있었다. 자신들이 주로 먹는 벌레 요리는 없었다. 때문에 그는 야채만 골라 먹으면서 상대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식사가 끝나자 상대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
“이게 먼지 알지?”
“예.”
계약서를 보여주자 파포포의 안색이 까맣게 되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저를 불렀다는 것은 원하는 것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왔습니다. 원하시는 바를 말씀해 보십시오.”
파포포는 저자세로 나가갈 수밖에 없었다.
“네가 낙하산 팀 좀 맡아주어야 하겠다.”
“네?”
파포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낙하산 팀 대원들이 모두 원로가 되는 그날까지 네가 수고 좀 해 주어야 하겠다. 방법은 네가 알아서 하고 그때까지 이 계약서는 내가 가지고 있지.”
“저를 살려주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귀족들 중에 너희 같은 놈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은 너도 잘 알잖아. 그런 놈들 모두 제거하면 괴물과의 전쟁에서 차원연합이 패배할 수도 있다. 가끔 본보기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차원연합의 전력을 일부러 줄일 필요 없지. 당신도 괴물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무, 물론이오.”
차원연합의 승리보다 개인의 영달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맞지만 패배하면 공멸인데 그것을 원하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충고하자만 정적을 제거해서 위로 올라가려 하지 말고 실력을 키워서 올라가. 나처럼 말이야. 알겠지?”
낙하산 팀의 팀원들이 원로급으로 성장하고 자신의 후계자 정도로 성장하려면 천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최상의 가정 하에서다. 원로급까지는 성장이 가능하지만 파멸의 창을 조절할 수 있는 왕 급으로 성장하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래도 천지신공과 천지조화술을 스킬로 가진 낙하산 팀원들의 왕 급으로 성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그들을 1천 년 이상 자신이 가르치기 귀찮으니 원로에게 떠넘긴 것이다. 중간에 야 지금처럼 덤비는 놈이 있으면 잡아다가 교관으로 부려먹을 생각이다. 아무튼 낙하산 팀원이건 원로이건 누가 되었든 황제의 후계자인 왕 급이 탄생하면 그에게 황제 자리를 넘겨주고 새롭고 건강한 우주로 떠날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차원연합의 전력을 높이는 일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파포포는 강산 원로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강산 원로가 원로원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울 생각이라 생각했다. 자신은 계약서 때문에 강산 원로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신이 강산 원로의 세력이 될 것이라면 오른팔이 되어 2인자가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낙하산 팀원들이 원로급으로 성장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그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을 자신의 수족으로 만드는 작업도 병행할 생각이었다.
‘알아서 잘 하겠지.’
낙하산 팀원들을 원로급으로 성장 시키려면 파포포가 가진 귀족급 스킬을 그들에게 전수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스킬과 천지신공이 결합되면 생각보다 빨리 성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파포포가 쉽게 주지는 않으면서 괴물들과의 전투로 성장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힘든 과정이 그들을 더 단단하게 담금질할 것임을 짐작하는 김환근이다.
* * *
몇 달 후
김환근은 오메가 행성에서 지킬 때까지 놀다가 로봇들하고 노는 것이 지겨워지자 용족 행성으로 이동해서 이현주가 근무하고는 힐러 길드로 갔다. 이현주는 이곳에서 가장 높은 길드장이다. 힐러 길드가 하는 일은 괴물 사냥을 가는 파티에 힐러를 파견하는 일이다. 헐러는 전투력이 떨어지기에 도우미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 사냥터에서 사냥이 끝난 후에 좋은 아이템이 떨어지면 가장 약한 힐러를 살해한 후에 블루스톤이나 레드 스톤은 물론 힐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노리는 일이 빈번해지자 탄생한 것이 힐러 길드다. 어떤 파티든지 그 파티에서 힐러가 죽으면 살아 돌아온 파티원은 평생 힐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때문에 파티는 최후의 순간까지 힐러를 보호해 파티가 전멸해도 가장 마지막 순간에 힐러가 죽어야 한다는 서약을 하고 힐러를 데려간다.
“현주야 놀라가자.”
“저 바빠요.”
길드장인 현주가 바쁜 것은 맞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는 김환근에게 삐친 것이 더 큰 이유다.
“그럼, 내가 도와줄게.”
“됐거든요. 흥.”
차원전사들은 늙지도 병들지도 않으면서 점차 강해지자 가족 관계가 애매해졌다. 나이로 인한 차별이 없어지고 결혼이나 부부란 사회제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레드 스톤을 에너지로 장기간 사용한 전사들은 아이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데드 행성에서는 레드 스톤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는 몸이 된다. 과학과 마법으로 유전자 조작을 해서 전사를 생산해 낼 수 있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독립된 존재인 키메라 전사들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다른 행성들에 비해 청정 지역에 가까운 지구는 아이를 원하는 부부들이 살기 원하는 가장 좋은 곳이 되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구인들이 레드 스톤으로 성장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레벨이 낮으면 가능성이 있었다. 태어나서 레드 스톤으로 성장하지 않은 레벨 0인 생명체들은 죽음의 기운에 영향을 받아 종족 보존을 하려는 영향 때문인지 아이를 더 잘 낳고, 동물이나 곤충들은 새끼나 알을 더 많이 자주 낳는다. 문제는 어떤 인간이 늙지 않고 반영생에 가까운 삶을 포기하고 아이 낳은 기계로 살다가 빨리 늙어서 죽기를 바라겠느냐는 것이다. 식민지 행성의 노예라면 가능하지만 자유민이라면 그의 선택이 무엇일지는 분명한 것이다.
레벨이 높은 이현주나 김환근은 청정 지대에 속하는 지구에서 산다고 해도 이미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라는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라는 사회적 관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저 애인처럼 지내고 있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차원균열이 발생하지 않아 죽음의 기운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우주에 있는 생명의 행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드래곤들이 그런 우주를 찾아 떠난 이유의 하나가 종족 보존을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아! 예쁘고 착했던 예전의 현주는 어디 갔을까?”
“그럼, 착하고 예쁜 이혜연씨하고 가서 노세요.”
이혜연은 지구에 있는 우주관리 본부에 근무하는 공학박사다. 그곳에서 감찰실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김환근은 매일 본부장실로 놀러가서 바쁜 이혜연을 도와준다고 하면서 노닥거렸었다. 결혼은 했지만 아이도 없고, 각자 떨어져서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점점 남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이는 모든 차원전사들의 공통점으로 가족이란 개념조차 사라지고 있었다.
“그때는 놀러 간 것이 아니고 일 때문에 간 것이라니까?”
“네. 네. 그러시겠죠.”
이현주는 김환근을 너무나 잘 안다. 때문에 그의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 이현주가 이처럼 톡톡 쏘아 붙여서 심심하면 찾아와서 따라다니는 이유는 유일하게 김환근을 구박할 수 있는 3사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버지고, 두 번째는 스승인 이명산 도인이다.
“어디가?”
“사냥하러 가요.”
“그럼, 나도 사냥이라 하러 가야겠다.”
용족 행성 도우미 시스템도 해킹할 수 있는 김환근이기에 이현주 파티를 금방 알아내고 사냥터도 찾아냈다. 사냥꾼 길드에 등록하고 사냥터로 가지 않으면 불법이기에 도시에서 사냥터로 나가기 전에는 바로 알 수 있다.
“잘 가요.”
스슥!
이현주는 광장에 있는 용족 석상 앞으로 가서 공간이동을 하였다.
“흐흐! 오랜만에 스틸이나 해 볼까?”
스슥!
김환근은 이현주가 언제 어느 때에 어느 사냥터로 갈 것인지 알고 있기에 도우미 시스템으로 사냥꾼 길드에 등록하고는 이현주보다 먼저 사냥터로 갔다.
* * *
“어! 누가 사냥하고 있는데?”
독거미 사냥터에 도착한 현주 파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현주가 파티장이 되어서 만든 파티로 모두 믿을 수 있는 전사들이다. 용족 행성 원주민들과 지구인들이 모두 섞여 있는 파티였다. 예전에는 지구인들끼리 뭉쳐서 사냥을 했지만 지금은 믿을 수 있는 자라면 종족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배신을 잘 하는 자들이 인간들이란 것을 경험하면서부터 지구인들은 점차 같은 지구인들보다 원주민인 다른 종족들을 더 선호하고 있었다.
“제가 아는 사람이네요. 가서 파티 제의해 볼게요.”
“혼자 왔다면 레벨이 높은 사람일 텐데 우리와 파티하려고 할까?”
늑대인간이 이현주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독거미는 떼로 나타나고 독성이 강해서 힐러가 없으면 사냥하기 힘든 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왔다면 자살하려고 온 미친놈이거나 독에 대한 내성이 강한 고 레벨 전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독에 대한 내성이 없이도 독거미들을 혼자서 사냥할 수 있는 레벨이라면 귀족급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현주의 레벨은 귀족급에 가깝지만 치료 스킬 위주로 성장했기에 공격력과 방어력은 낮아서 혼자서 독거미들을 사냥할 수 없다.
“혹시 약탈자 아닐까?”
늑대인간이 다시 의문을 표시했다.
“우리를 이길 수 있는 약탈자라면 귀족급일 텐데 귀족이 이런 사냥터에 혼자 오겠어?”
원주민인 인간 마검사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현주의 파티는 탱커인 늑대인간, 근거리 딜러인 인간 마검사, 원거리 딜러인 엘프 궁수, 그리고 파티장이자 힐러인 이현주다. 궁수인 엘프는 미남자로 말없이 서 있었다.
“고 레벨은 맞는데 아주 게을러서 파티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에요.”
“그럼, 파티를 할 이유가 없잖아?”
늑대인간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안 시켜 주면 합법적인 스틸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될 거에요.”
“그럼, 저 사람이 귀족급 전사?”
“네.”
“헉!”
“나쁜 사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때문에 따라온 것이니 이번 분배에서 손해나는 것은 제가 책임일게요.”
“아! 현주씨 따라다니는 사람이군.”
그제야 인간 마검사는 이해했다는 표정이다.
“귀족급이라면 잘 해봐. 현주씨!”
늑대인간은 이현주에게 응원하는 말까지 했다.
‘이미 부부거든요.’
이현주는 속으로 대답하면서 김환근에게 갔다.
“안녕! 여기서 다 만나네. 역시 우리는 천생연분인가보다.”
“다른 곳으로 가서 사냥하라고 하면 안 가겠죠?”
“여긴 내가 먼저 왔거든.”
“네네. 같이 파티나 해요. 안 하면 우리는 사냥 포기하고 그냥 돌아갈 거에요.”
그냥 돌아가면 파티장인 이현주가 손해를 많이 본다.
“하하! 당연히 같이 해야지.”
김환근은 바로 이현주의 파티에 참석해서 원거리 딜러가 되었다. 이럴 줄 알고 등에는 자동발사 석궁을 메고 있었다. 원거리 딜러를 해야 이현주 옆에서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산이라고 합니다.”
김환근은 이현주의 파티원들과 인사를 하고는 사냥을 시작했다. 방패와 전신갑옷인 플레이트 메일로 무장한 늑대인간이 앞장서고 그 뒤를 방패와 검을 든 마검사, 그리고 힐러인 이현주를 가운데 두고 좌우에 엘프 궁수와 김환근이 섰다.
치이익!
“후퇴!”
앞장서던 늑대인간의 검은 방패에서 연기가 나자 바로 뒤로 물러서면서 소리쳤다. 독거미의 서식지에 도착한 것이다. 투명한 거미줄에 닿으면 달라붙는 것이 아니라 모두 녹아버린다. 늑대인간이 물러서서 방패에 마나를 주입하자 녹은 방패가 재생이 되면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어두운 숲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황소보다 두 배는 큰 거대한 독거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돌연변이 독거미입니다. 레이드 체제로 전환합니다.”
이현주가 소리쳤다. 괴물이 된 독거미 중에는 동족인 괴물을 잡아먹는 변종이 생길 수 있었다. 변종이 생긴 이유는 살아 있는 사냥감을 통째로 먹어치워 살아 있는 생명체와 죽은 괴물이 결합되어서 반괴물이 되어 괴물이나 생명체를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면서 점점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