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78화 (7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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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0년 후

거제도

마침내 우주전함의 건조가 완성되었다. 항공모함보다 약간 큰 거대한 우주전함은 처음의 설계도와 달리 자체 충전이 가능한 주 엔진과 차원전사들의 에너지와 레드 스톤을 이용하는 보조 엔지 2개가 장착되어 김환근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강력한 에너지 보호막을 비롯해서 광선포를 사용하는 주포가 장착되었고, 우주전투기 30대와 소형 우주전투기 300대가 탑재되어 있었다.

펑! 펑!

“와아아!”

기념행사가 끝나고 우주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축포가 하늘을 수놓았다. 그러자 위대한 우주시대의 개막을 지켜보기 위해 용족 행성에서 수많은 축하사절로 온 지구인들과 거제도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함성을 질렀다.

후우우우웅!

거대한 우주전함이 천천히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우주전함에 새겨진 이름이 낙하산이었다. 김환근은 이 이름에 결사반대를 하면서 태극호나 앱솔루트, 코스모스 등등의 이름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이 우주전함의 주인 이름을 따서 낙하산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두 번째 우주전함의 건조를 시작했는데 크기는 두 배이고 이름은 데빌이었다. 이름 하나로 차원의 약탈자들이 감히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위력을 발휘한다는 이유였다.

“주 엔진 점화.”

〈주 엔지 점화. 에너지 출력 1%.〉

우주전함의 모습은 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 바다를 주름잡던 전함과 비행기의 형태를 결합시켜 놓은 모습이었다. 바다에 들어가는 선체 아래는 비행기의 모습이고, 위는 주포와 각종 무기가 장착된 전함의 모습이다. 이 우주전함 선체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지휘 통제실에는 우주전함의 함장인 제독이 앉아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제독은 우주비행사 출신의 미국인인 차원전사다. 그는 조타실과 엔진실, 사격 통제실 등의 지휘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주 엔진 출력을 10%까지 높여.”

〈주 엔진 출력 상승. 2%, 3% ……!〉

보조 엔진의 힘으로 천천히 상승하던 우주전함은 속도를 내면서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출력 10%! 대기권 돌파!〉

“첫 번째 목표는 M 왜성이다. 현재 속도는?”

대기권을 돌파한 우주전함을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현재 속도 74,940Km입니다.〉

제독의 질문에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들려왔다.

“200,000Km까지 속도를 높인다.”

목표인 M 왜성까지의 거리는 40광년이다. 차원이동 스킬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지만 우주전함으로 가면 언제 도착할지 아무도 모른다. 주 엔진의 에너지가 떨어지면 다시 충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보조 엔진을 이용해서 비행을 한다.

〈비행속도 200,000Km로 고정.〉

“자동항법 장치 가동.”

〈자동항법으로 전환완료.〉

“비상체제 해제. 평시 근무 체제로 전환!”

“와아!”

제독의 선언에 탑승한 전사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비행기로 비유하면 이륙을 해서 안전비행 궤도에 들어섰기에 안전벨트를 풀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된 상황과 비슷한 상태다. 이제부터는 도우미 시스템을 이용해서 지구나 용족 행성 어디든지 차원이동 스킬로 갈 수 있다. 다만 정확한 공간이동을 위해서는 공간이동을 도와주는 워프 실을 이용해야 한다.

* * *

우주전함 VIP 숙소

우주전함 안은 물론 우주관리 센터는 축제 분위기다. 10년 동안 노력한 것이 성공했기 땜누이었다. 하지만 이런 축하 분위기는 커녕 찬바림이 쌩쌩부는 곳이 우주전함 내에 있었다. 그것도 우주전함 내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숙소 안이다.

“사부님은 왜 따라 오셨습니까?”

우주전함에 있는 숙소 중에서 가장 넓은 최고의 방은 김환근이 사용하고 있었다. VIP 숙소로 이 우주전함의 건조비용 대부분을 댄 대주주라는 소문만 있고, 제독의 보안등급으로도 이들의 신분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이곳에서 김환근의 직책은 건강관리 실장이다. 이명산 도인은 그보다 높은 건강관리 국장이다. 이 직책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는 제독도 잘 모른다.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다.”

툴툴 거리는 제자와 달린 싱글벙글인 이명산 도인은 소파에 누워서 땅콩을 하늘로 던져서 떨어지는 것을 받아 먹고 있었다.

이명산 도인은 블루스톤을 이용해서 내단을 만들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전수해 주고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는 이유로 무위도식이 무엇인지 수제자인 김환근에게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지 마시고 제자가 주는 내단을 받으시라니까요?”

“한번 주었으면 그만이다.”

김환근은 10년 전부터 자신의 내단을 이명산 도인에게 주고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려 했지만 이명산 도인은 요지부동이다. 처음에는 너무 큰 힘의 근원을 잃어버리고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전까지는 역대 천지문주들에게 진 빛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두 어깨가 무거웠지만 지금은 날아갈 것처럼 홀가분했다.

“그럼 따라다니지만 마세요.”

“너 사부에게 이제 막 대든다.”

“그러게 왜 따라 다니세요?”

삐!

“김 대위 연락이다. 전화 받아라.”

“우씨!”

김환근이 이명산 도인을 싫어하는 이유다. 아무도 모르지만 황제는 용족 행성뿐 아니라 귀족연합의 도우미 시스템도 통제할 수 있다. 들키면 귀족들이 반발할 수 있기에 통제하지 않고 볼래 지켜볼 뿐이다. 때문에 김환근은 김강수 대위가 연락하면 귀찮게 할 것이 뻔하기에 그가 하는 연락은 모두 받지 않는다. 그래서 김강수 대위가 이명산 도인이나 이현주, 또는 김환근의 아버지를 이용해서 연락 했지만 황제가 된 후로는 몰래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도우미 시스템을 이용해서 왜 연락하는 것인지 알기에 그들의 연락도 받지 않고 놀았다. 그러자 일거리는 자연스럽게 이명산 도인에게 넘어갔고, 이명산 도인은 그때부터 아예 김환근을 따라다니면서 같이 놀고 있었다. 그리고 일거리가 생기면 제자에게 떠 넘기고 있었다.

“왜요?”

도우미 시스템으로 통화를 연결한 김환근이 입이 툭 튀어나온 상태로 물었다.

〈284 데드 행성에서 알파족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요?”〈

원로원에서 낙하산의 파견을 요청해 왔습니다.〉

아직도 암호명으로 불리는 김환근과 이명산, 김강수다.

“사부님이 가시면 안 될까요?”

〈원로원에서 요청한 것은 강산 원로입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김환근은 도우미 시스템으로 284 데드 행성의 상황을 알아보았다.

‘이놈들은 지겹지도 않나?’

주변 상황을 살펴보니 자신의 스킬을 노리는 약탈자들의 함정이다. 귀족들 중에 강한 놈이 있으면 키워서 황제 자리를 넘겨주려고 하는데 죽은 오클루가 가장 적임자였다. 무력으로는 사자족인 무치가 가장 강했지만 빠르게 발전한 것은 오클루였다.

전임 황제의 레벨이 10만 이라면 김환근의 레벨은 1만 정도다. 그리고 오클루의 레벨은 1천 정도다. 그리고 무치의 레벨은 1200정도였다. 그리고 원로들의 레벨은 1천 전후다. 파멸의 왕이 되려면 1만 레벨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 레벨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레벨 1천이 되면 파멸의 창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이용해서 5천 정도가 되면 파멸의 왕이 되거나 황제급으로 성장한다. 원로들이 다른 원로를 제압해 힘을 흡수해도 파멸의 힘을 다룰 수 없다면 레벨을 올리는 것이 한 세월이다. 때문에 황제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패는 이명산 도인이다. 사부는 레벨이 300정도이지만 파멸의 창을 다를 수 있는 천지조화술이 마스터급에 도달했기에 내단 만 건네주면 바로 레벨 5천은 넘는다. 그러면 레벨 1천인 귀족 10명만 잡아 흡수하면 황제급이 되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적인 힘이 농축된 내단이 있으니 파멸의 힘을 황제급으로 바로 올려서 조화력으로 만들어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을 움직이면 더 귀찮아 지겠지.’

전임 황제가 왜 직접 움직이지 않았는지 잘 안다. 지금도 눈이 벌겋게 변해서 왕급 스킬을 가지고 있는 강산 원로를 노리고 있었다. 데벨은 그 스승이라 더 강하다고 생각하니 조금 약한 낙하산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낙하산이 왕급이 아니라 사실은 사부인 데빌보다 더 강하고 강력한 세력을 가진 황제라는 것이 알려지면 모든 귀족들이 똘똘 뭉쳐서 공격해 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자신의 세력으로 알려진 한국 길드와 지구는 초토화 될 것이 분명했다.

‘모두 데리고 행성급 우주전함으로 이주할까?’

김환근은 아무 원로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고 도망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황제의 자리를 두고 원로들끼리 치고받아 괴물과의 전쟁은 뒷전이 될 것이고 원로들끼리 전쟁을 할 것이 분명했다. 황제가 되면 파멸의 창과 빅뱅이 비밀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런 비밀을 아는 원로가 죽어서 괴물이 되면 이 우주는 끝이다. 파멸의 힘을 사용하는 원로 괴물 10마리가 힘을 합치면 빅뱅이 일어난다. 원로 괴물들은 생명체들을 말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젠장!’

친인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다. 김강수 대위는 비밀을 듣자마자 바로 기억을 제거해 달라고 했다. 파멸의 창과 빅뱅의 비밀, 황제의 비밀이 새어나가 후에 그 중에 하나가 괴물이 된다면 그 비밀을 알게 된 괴물이 모두 괴물들에게 연락할 것이고, 그러면 파멸의 힘을 사용하는 모든 괴물들이 하나로 뭉쳐서 빅뱅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알파 괴물들은 원로급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비밀을 푼 드래곤들이 괴물이 된 드래곤들을 필사적으로 모두 제거한 후에 모두 사라진 이유다. 드래곤들이 사라지자 숨어 있던 괴물 드래곤들이 나타났고, 황제로 도우미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드래곤은 몰래 그 괴물 드래곤들을 없애 왔다. 그런 괴물 드래곤은 없어도 비슷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빨리 가라.”

“우씨!”

이미 도우미 시스템으로 284 데드 행성의 상황을 알아보았기에 김강수 대위에게 가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그러면 머리가 좋은 김강수 대위가 자신이 황제와 어떤 방법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할 것이 분명하기에 일단 용족 행성으로 가야 한다.

‘나도 빨리 나를 대신할 놈들 키워야 하는데.’

김환근은 아쉬운 눈으로 이명산 도인을 보았다. 그냥 내단만 넘겨주면 끝인 사람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용족의 씨앗을 주고 수백 년 기본 심공과 검법으로 수련 시킨 후에 레벨이 500정도로 올라오면 그때 내단을 넘겨주면 된다. 이는 제자를 만들어도 수백년은 수련을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단을 넘겨주어도 파멸의 창을 다루지 못하고 파멸의 힘에 잡아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귀족들의 숫자가 늘지 않는 이유는 파멸의 창을 만들고 스스로 먹히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너, 안 가면 김강수 대위 부른다.”

“간다고요. 가.”

김강수 대위가 오면 우주전함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면서 이곳에 타고 있는 직원들과 어울려 노는 재미있는 삶이 끝장날 것이다. 지금이야 제독을 제외하면 모든 직원들이 김환근을 돈 많은 대주주로 놀고먹는 금수저 정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김강수 대위가 오면 웬만한 지휘관들은 다 김환근의 정체를 짐작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대위란 암호명을 사용하지만 레벨이 높은 차원전사들은 모두 그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우주전함도 중요한 장비이기에 지휘관들은 보안등급이 높아서 김강수 대위를 알고 있다.

스슥!

김환근은 도우미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기에 우주전함에 마련된 워프실을 이용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지구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 * *

스슥!

“오셨습니까?”

김환근이 나타나자 김강수 대위가 인사를 했다. 그도 요즘은 많이 편해졌다. 자신을 도와줄 참모들을 대거 양성했고, 자신을 대리할 인재까지 찾아서 그에게 웬만한 것을 다 일임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또 무슨 일입니까?”

김환근 다 알지만 다시 설명을 들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김강수 대위는 보고서를 내밀었다. 스킬을 이용해서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한 번에 정보를 전달해주는 알약과 책자처럼 굵은 서류 책자다.

꿀꺽!

다른 사람이라면 머리가 아프겠지만 김환근은 예외다.

“낙하산 팀을 부를까요?”

이명산 도인이 가르친 제자들 중에 가장 뛰어난 자들을 엄선해서 만든 팀이 낙하산 팀이다. 이명산 도인의 수제자인 김환근은 수제자란 직분을 이용해서 이들을 강하게 키우기로 결심하고 한동안 데리고 전쟁터와 사냥터를 전전 했었다. 일종의 유희였지만 결론은 이들이 자신의 후계자로 성장하려면 수천 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처럼 기본 심공을 익히면서 수백 년 동안 낮은 레벨로 전전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4백년만 투자하면 원로급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당장 이명산 도인이 만든 최상급 스킬로 레벨 100이 될 수 있는데 레벨 10 이하에서 400년을 고생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때문에 김환근은 포기하고 원로 중에서 파멸의 창을 다를 수 있는 강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상태다. 사제들인 낙하산 팀원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4백 년 동안 가르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면 4백 년 동안은 무위도식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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