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77화 (77/82)

00077  38. 황제로부터의 초대  =========================================================================

“내 손으로 내가 태어난 고향과 내 사람들을 소멸시키는 극악한 선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환근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니 심심해도 이 우주전함에서 지내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네.”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가 불어나듯이 저절로 강해져서 파멸의 왕이 되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니 그것을 피하려면 이곳으로 오라는 뜻이다.

“가족들이나 친인들을 초대하면 안 됩니까?”

김환근은 드래곤처럼 혼자 살 자신이 없었다. 드래곤은 긴 수면기를 이용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만 인간이 자신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예전에 같은 삶을 반복하는 버그 같은 차원이동을 통해서 수백 년을 수련한 것도 견디기 힘들었었다.

“자네가 내 후계자가 되어 이곳을 받아준다면 자네가 이곳의 주인이니 자네 마음이지. 하지만 강자들은 초대하지 않는 것이 좋네. 그들의 몸에 있는 에너지를 자네의 의지와 상관없이 파멸의 힘이 흡수하여 성장할 것이고, 그러면 자네는 그만큼의 생명 에너지를 흡수해 한다네. 언제 자네를 대신할 수 있는 후계자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 잘 선택하게.”

“그냥 포기하고 다른 우주로 가 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상관없네. 내가 남아 있는 것도 의무는 아니었네. 우리가 살던 고향과 우리가 가르친 지성체들이 멸종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어서 연민으로 돌보아 준 것 뿐이지.”

드래곤인 황제가 지금까지 차원연합이 분열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고, 차원법 안에서 괴물의 팽창을 막도록 지켜보아준 것 자체가 호의였다는 뜻이다.

“……!”

김환근은 드래곤의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후계자를 뽑을 필요 없이 그냥 떠나도 되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중간계의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수만 년을 살아왔네. 그런 이름을 버린다는 것은 내 존재 자체의 의미를 부정해 버리는 것이 되지.”

‘존재의 의미라? 나를 후계자로 삼으면 자신이 할 도리는 다 했으니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상관없다는 뜻인가?’

김환근은 잠시 생각을 하였다.

“내가 잘못한 선택을 하면 후계자를 잘못 선택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자넨 내 후계자가 될 충분한 힘이 있고 자유의지가 있네. 자네 자유의지로 선택한 결정을 내가 책임질 이유가 있을까?”

“저는 당신과 달리 이런 곳에서 혼자 오래 버틸 정신력이 없습니다.”

“그럼, 가끔 유희를 가면 되지. 나도 수면기를 제외하면 용족 행성이나 다른 행성으로 가서 유희를 하면서 지냈다네.”

“다른 곳으로 가면 멸망을 불러오는 파멸의 왕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 후계자가 되겠다고 하면 방법을 알려주지.”

“좋습니다. 후계자가 되어 이곳을 물려받도록 하겠습니다.”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지만 공짜로 행성처럼 생긴 우주전함을 주고, 의무와 책임이 하나도 없다고 약속을 하였다.

“허험! 고맙네. 나도 이제야 동료들이 간 건강한 우주로 갈 수 있겠군.”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가십니까?”

드래곤의 표현대로 하다면 차원이동을 하면 건강한 우주에 차원균열이 일어나서 병든 우주가 된다.

“설명하지 않았나?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용한 우주여행이 가능하다고. 작은 우주선을 타고 이동할 생각이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면 우주선 안에서는 거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네. 물론 마법이 가미되어야 하지. 시간을 역행한다면 차원이동처럼 되기에 초광속에 가까운 비행을 하면 된다네.”

“광속 비행을 한다고 해도 우주를 돌아다니려면 수백만 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내동수면 캡슐에 들어가서 자고 있다네. 수백만 년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우주선이 광속에 가까운 비행을 한다면 수백만 년이라도 우주선 안에서는 거의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수십 년에 불과하고 그도 냉동수면 상태라 하루 자고 난 것이나 다름없지.”

“그럼, 저도 후계자를 구하면 그곳을 갈 수 있습니까?”

“오는 것은 말리지 않겠지만 좌표를 가르쳐 줄 수는 없네. 자네 혼자라면 모르지만 자네는 동료들을 데려올 것이 분명하거든. 그리고 자네는 감정의 변화가 심한 인간이기에 우리가 찾아낸 건강한 우주를 박살낼 가능성이 있거든. 하지만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용한 우주여행을 하다가 우리를 만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

“하하!”

우리 눈에 보이는 별만 수억 개가 넘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도 그처럼 많은 별이 있꼬, 무한한 우주 공간에는 그처럼 커다란 우주들이 별처럼 많다. 블랙홀의 위치를 모른다면 다시 만날 가능성은 수천억 분의 1도 안될 것이다.

“유희를 즐길 방법이나 알려주십시오.”

“간단하네. 분신을 만들어서 본체는 이곳에 두고 분신으로 유희를 즐기는 것이지. 또한 자네가 내단을 만들 수 있다고 했으니 내단의 힘을 빼서 작은 내단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 자신의 힘을 줄인 다음에 유희를 즐기는 것이지. 유희를 하는 동안 강해지면 다시 힘을 줄인 후에 놀면 된다네.”

“……!”

김환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삶에 딱 맞는 삶이 아니던가?

“바로 그거네. 자네가 속한 이 우주는 자네가 유희를 즐겨야할 유일한 터전이지. 그러니 그 터전이 박살나지 않도록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 자네의 운명이지.”

드래곤이 황제인 자신의 의무를 김환근에게 넘겨주고 안심하고 떠날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건강한 다른 우주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군요.”

김환근도 드래곤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다른 것이야 상관없지만 자신이 속한 우주를 빅뱅으로 리셋 시키는 파멸의 왕이 나오는 것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드래곤들은 모두 절대강자들이라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파멸의 왕이 될 수 있는 씨앗들이기에 모두가 떠난 것이다.

“그럼, 잘해 보게.”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제가 분신이나 힘을 줄이지 않고 용족 행성과 지구를 오고 가면서 살면 파멸의 왕이 되기까지 몇 년이나 걸리겠습니까?”

“일부러 귀족들을 잡아서 흡수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한 1만년.”

“하하!”

김환근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평화롭게 무위도식의 삶을 살면 1만 년 동안 이곳에 오지 않고 지내도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재산과 스킬들을 탐하는 귀족들이 자신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절대 힘을 가진 드래곤이 이곳으로 와서 숨어 사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여기 있는 이 집사가 도우미 시스템의 핵심이지. 용족 행성에 있는 도우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 집사라네. 궁금한 것은 모두 이 집사에게 물어보게나.”

“타고 가실 우주선은 어디 있습니까?”

“블랙홀이 있는 곳에서 1광년 정도 떨어진 행성에 만들어 놓았다네.”

차원이동 스킬을 이용해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간 후에 그곳에 있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동료들이 떠나간 우주로 가겠다는 뜻이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맙네.”

스슥!

황제인 드래곤은 자신의 이름조차 가르쳐 주지 않고 그냥 떠나버렸다.

“……!”

아름다운 가짜 자연 경관 속에 우뚝 솟은 성의 홀에 김환근 혼자 앉아 있었다. 아직도 수많은 엘프 요리사들이 식은 음식들을 가져가고 따뜻한 새로운 요리들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집사. 이곳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도우미 시스템으로 만든 이곳만의 상점이 있습니다. 마스터께서 모든 것을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으십니다.”

“그렇군.”

김환근은 지식 습득 1단계 스킬을 사서 적용시켰다.

번쩍!

“으득!”

1단계 기본지식 습득만으로도 머리가 깨어질 것처럼 아팠다. 드래곤의 뇌에 맞추어 세팅된 시스템들과 스킬들이기 때문이다. 김환근의 용족의 씨앗으로 통해서 업그레이드되지 않았다면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김환근은 그제야 왜 지식 습득에도 단계가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드래곤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1단계만 알아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거대한 도서관이라고 생각하고 필요할 때마다가 집사에서 물어보는 것이 좋다. 도서관의 책을 모두 외우고 다닐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정보와 지식은 차원연합에 속한 모든 종족들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수십만 년 동안 축적된 드래곤들의 역사와 정보, 마법과 같은 지식들이 총 망라 되어 있었다.

“그만. 모두 치우고 물러가라.”

“예.”

스슥!

치우는 것은 금방이었다. 갑자기 수많은 로봇들이 나와서 한 번에 치워버렸기 때문이다.

“무위도식은 몰라도 안빅낙도의 삶은 살기 힘들겠군.”

안빅낙도란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키며 즐기는 삶을 말한다. 김환근은 이 우주전함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차원연합에서 가장 부자다.

“무위도식 하려면 나도 후계자 하나 만들어야 하겠다. 사부님에게 내단을 돌려주고 이 행성급 우주전함을 준다고 해 볼까?”

김환근은 귀족들이 왜 파멸의 창을 그토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지도 지식 1단계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황제가 잔뜩 겁을 주었기 때문이다. 파멸의 창이 스스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소멸되지 않고 스스로 힘을 키울 정도로 에너지를 주입하면 빅뱅이 일어난다고 알려준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되려면 김환근이 1만 년 동안 드래곤의 호흡법인 마나심법으로 에너지를 축적해야 가능하다. 초월의 경지를 넘어선 드래곤들에게 1만년의 시간도 별거 아니겠지만 수십 년의 삶을 사는 인간들에는 엄청나게 긴 세월이다.

“온 김에 며칠 놀다 가자.”

모든 것이 인공으로 만든 가짜 행성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곳이다. 적당한 온도와 따뜻한 인공햇살과 물, 그리고 벌레나 모기가 없는 완벽한 곳이다. 그리고 마스터가 된 김환근의 지시에 따라 수천억 마리의 나노 로봇과 수백만 마리의 수리 로봇, 건설 로봇들이 행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차원균열로 인해서 변형된 우주의 외곽에 있기에 에너지 충전속도가 이 우주에서 가장 느리기에 차원이동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스터인 김환근의 에너지를 가져다 써야 한다. 유희를 하고 돌아와서 자신의 에너지를 펑펑 써대면서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행성급 우주전함의 모습을 아예 행성으로 변모시킨 드래곤이다.

“집사. 오늘부터 네 이름은 만능이다.”

〈예. 마스터.〉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도우미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생각만으로도 집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엘프들의 반을 인간형으로 바꿔.”

〈네.〉

김환근은 해변을 지구에 있는 하와이 해변, 그리고 옆은 부산 해운대 해변처럼 바꾸고 빌딩과 도로, 차량 등등도 만들었다. 출근하는 사람, 수영하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 경찰 등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다만 공해나 쓰레기는 없었다. 그런 것까지 디테일하고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김환근은 해변에서 로봇으로 만든 가짜 친구들과 수영도 하고 호텔로 가서 술도 마시면서 카지노 게임도 하면서 놀았다.

* * *

며칠 후

김환근은 모든 것이 가짜라는 생각과 초월적인 힘 때문에 그 가짜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에 함께 놀았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다. 때문에 노는 것이 시들해져서 며칠 행성급 우주전함에서 빈둥거리다가 용족 행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김강수 대위에서 자신이 드래곤의 후계자가 되었고, 드래곤인 황제는 영원히 떠났다고 알려주었다.

“지금 저에게 말씀하신 정보는 드래곤의 마법으로 제 뇌리에서 지워주시기 바랍니다.”

“왜요?”

이 우주의 유일한 황제가 되었지만 말투는 여전한 김환근이다.

“저도 인간이기에 실수로 이 정보를 누설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황제의 명성과 개입으로 인해 안정되어 있는 차원연합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실장님께서 황제인 드래곤의 역할을 하시면서 지금 저에게 말씀하신 정보는 영원한 비밀로 해 주십시오.”

용족 행성의 도우미 시스템이 이제는 김환근에게 종속된 상태다. 하지만 귀찮아서 예전처럼 가디언이 용족 행성의 자율통치와 치안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럼, 황제에게 가서 무엇을 하고 왔다고 합니까?”

“행성급 우주전함을 선물로 받고, 왕으로 봉인되었다고 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 알약을 드시면 됩니다.”

김환근은 도우미 시스템으로 기억을 지우는 알약 하나를 받아서 건네주었다. 김강수 대위는 그 알약을 먹고 바로 전에 듣고 대화한 기억을 모두 사라지고 조작된 기억이 주입되었다. 지금까지 한 대화 내용이 조작되어 황제급인 드래곤들이 아직도 우주여행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 일부는 용족 행성의 가디언을 통해서 차원법을 유지하도록 관여하고 있으며 김환근은 그런 드래곤들에게 인정받아 왕으로 봉인되었다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기억이 조작되었다.

“왕이 되신 것과 행성급 우주전함을 하사 받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 예.”

김강수 대위의 조언에 따라 김환근은 자신이 이 우주의 유일무이한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영원한 비밀로 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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