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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76화 (76/82)

00076  38. 황제로부터의 초대  =========================================================================

38. 황제로부터의 초대

몇 달 후

영지전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다. 김환근은 우주 관리본부의 감찰관에서 사임하고 용족 행성으로 와서 무위도식하는 삶을 다시 시작했다. 가장 바쁜 사람은 김강수 대위였다. 그는 참모들을 이끌고 영지전에서 패한 고드릭 백작의 영지인 도시를 접수했고, 포로가 된 사자 족, 메렌 족, 파라 족 전사들의 석방 문제를 두고 4개 종족의 귀족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문제가 된 것은 포로가 되었거나 전사한 용병들의 재산 문제였다. 무치, 메렌, 오클루가 가지고 있던 재산이 천문한적이다. 가장 큰 것은 그들이 가진 식민지 행성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측근들을 모두 이끌고 전투에 참석했기에 포로가 된 이들이 그 재산을 물려받게 되기에 김강수들은 그 재산을 가지고 포로들과 협상을 했다. 그런 후에는 4개 종족 귀족들과 얽혀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치열한 외교 협상이 벌어졌다.

“오랜만입니다.”

방의 소파에 누워서 빈둥거리고 있는 김환근에게 김강수 대위가 찾아왔다.

“어! 바쁘신 분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김환근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연락을 받지 않으셔서 직접 왔습니다.”

김환근은 아버지, 사부, 이현주의 연락이 아니면 무조건 받지 않는다. 때문에 아주 급한 일은 김강수 대위가 직접 오거나 이들 세 사람에게 대신 연락을 부탁할 정도다.

“하하!”

김환근은 그냥 웃어서 넘겼다.

“이것 때문에 왔습니다.”

김강수 대위는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황제가 보낸 초대장입니다.”

“사부님이 아니라 저에게 보낸 초대장입니까?”

외부에 알려진 지구의 최강자는 낙하산이나 강산 원로로 알려진 김환근이 아니라 데빌로 알려진 이명산 도인이다.

“네. 황제는 지구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명산 도인이 가진 힘의 근원인 내단을 제자인 김환근에게 주었기에 천지신공이나 천지조화술의 경지도 이제는 김환근이 더 뛰어난 상태다.

“귀찮은데 안 가면 안 됩니까?”

김환근은 신비의 인물이자 차원연합의 수장인 황제의 초대도 귀찮았다.

“가디언이 있는 곳이 아니라 행성급 우주전함으로 오라는 초대입니다.”

“행성급 우주전함이요?”

김환근은 깜짝 놀랐다. 항공모함급 우주전함을 지구에서 건조중이지만 아직도 10년은 기다려야 완성된다. 그런데 상대는 행성급 우주전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주를 여행하는 행성이나 마찬가지다. 모두 행성도 어찌 보면 우주를 여행하는 비행물체다. 다만 대부분의 행성은 태양이라는 빛 에너지를 주는 행성의 둘레를 빙빙 돌아야 생명체가 살 수 있지만 우주전함은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이 다르지만.

“예.”

“위험하지 않을까요?”

자신이 아무리 파멸의 창을 만들 수 있는 조화경의 경지에 올랐지만 황제인 드래곤들처럼 용족 행성처럼 행성 전체에 결계를 만들고 스스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 능력은 없었다. 이 초대가 함정이라면 스스로 호랑이 입으로 들어가는 먹이가 되는 꼴이다.

“헤라의 카드 점에 의하면 실장님이 가시면 귀한 것을 선물로 얻어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거야 해석하기 나름 아닙니까?”

김환근은 헤라의 카드 점을 믿지 않는다. 자신이나 사부만 되어도 천지조화술로 그녀의 카드 점을 무용지물로 만들 방법이 많다. 황제라면 헤라의 예지 능력에서 벗어난 초월적인 존재일 것이다.

“안 오시면 용족 행성에서 추방할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황제가 실장님의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황제가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그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아무런 규제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용족 행성의 주인은 황제이고, 용족 행성에 있는 수많은 도시들의 주인들은 세입자들인 셈이다.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 지구로 가서 빈둥거리면 되지만 이현주와 가족들이 모두 용족 행성에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곳이 아니면 재미없다. 또한 지구는 수많은 약탈자 귀족들이 언제든지 쳐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김환근의 이름이 알려지면 사자족의 무치처럼 목숨을 걸고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미친놈들이 수시로 도전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에 비해 용족 행성은 차원연합의 도우미 시스템이 통하지 않으니 김환근이 숨어 있으면 그런 자들이 찾아오기 어렵다.

“아! 귀찮은데.”

김환근은 가서 구경하고 싶기도 하지만 가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 가기가 꺼려졌다. 그는 헤라의 카드 점을 믿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예지 능력이 그녀의 에지 능력을 뛰어넘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조화력을 이용한 전투 예진 능력이 더욱 확장되자 미래에 대해서 지금처럼 어떤 감이 온다.

“안 가시고 지구로 가셔서 감찰관 하시면서 지내셔도 됩니다.”

김환근이 지구에 가서 결계를 만들어서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일에 열중한다면 김강수 대위는 대찬성이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그이지만 약탈자들의 기습에서 자신과 부하들을 안전을 위해서 열심히 결계를 만드는 일을 할 것임을 알고 있는 김강수 대위다.

“거기는 재미없습니다.”

용족 행성에 있으면 능력을 봉인하고 괴물 사냥을 나가는 팀에 합류해서 친구도 사귀고 사냥 후에 같이 술도 마시면서 놀 수 있지만 지구는 괴물이 없는 청정 지역이기에 그런 유희도 즐길 수 없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황제가 공격하기로 했다면 행성급 스킬이나 마법으로 자신들이 사는 도시를 단숨에 초토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알았습니다. 갔다 오지요. 뭐.”

김환근은 초대장을 펼쳤다. 가디언이 있는 황성으로 가는 좌표가 있었다. 그곳으로 간 후에 가디언의 안내에 따라 우주전함으로 차원이동하면 된다. 우주전함은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기에 우주전함에서 먼저 연락을 보내지 않으면 정확한 좌표를 알 수 없다.

“다녀오십시오.”

“네.”

김환근은 귀찮았지만 건물 밖을 나가서 용족 석상이 있는 관장으로 나가서 초대장에 있는 좌표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그런 후에 가디언의 안내에 따라 황제가 있는 우주전함으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 * *

우주전함

김환근은 자신이 우주전함으로 온 것인지 유토피아와 같은 낙원으로 온 것인지 헷갈렸다. 자신이 생각했던 우주전함은 항공모함 크기의 수천만 배가 되는 거대한 우주선이나 강철금속으로 된 인공행성을 상상했다. 그런데 드래곤인 황제가 만든 우주전함은 하늘과 땅이 있고, 하늘에는 태양이 있는 행성이었다. 땅에는 금속은 하나도 없고, 동식물이 가득하고 바다와 강물은 물론 호수까지 있는 아름다운 초록빛 행성이었다. 다만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숲과 호수가 있고, 해변과 폭포가 있는 중앙에 아름다운 성이 하나 솟아나 있었다. 그곳에 황제인 드래곤이 있었다. 드래곤은 폴리모프 해서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영화에 나오는 간달프와 비슷하지만 얼굴의 피부가 10대 소년처럼 윤기가 있다는 것과 백발이 아닌 금발이라는 것이 달랐다.

“자네가 좋아하는 엘프주라네. 마시게.”

초대를 하였기에 왔더니 성 안에 있는 그랜드 홀이라는 곳에 커다란 식탁이 있었고, 수많은 엘프 미녀들이 시녀로 요리들을 해서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엘프 미녀들이 모두 로봇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김환근이다.

“혼자 살고 계십니까?”

드래곤 행성에는 수많은 드래곤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은 용족 행성에 대규모 결계를 만들어 지성체 종족들이 도시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고 우주전함을 만들어서 우주로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황제로 불리는 드래곤들이 모두 사라지고 단 한 명의 황제인 드래곤만 남아 있었다.

“맞네. 그래서 자네를 부른 것이기도 하고. 이야기가 걸어질 테니 우선 들게"

"네."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홀이라 창문이 없어서 환히 보이는 밖의 풍경이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숲에서 나와 바다로 떨어지는 웅장한 폭포,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해변, 반대쪽에 보이는 높는 설산과 그 아래에 있는 맑은 호수와 호수를 감싸고 있는 울창한 숲이 보였다. 식사를 하면서 황제는 김환근을 초청한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그래서 저에게 이 우주전함을 물려주시겠다는 뜻입니까?”

황제의 말을 요악하면 다음과 같았다. 차원균열로 인해서 생기는 파멸의 기운이 괴물을 만들고, 그 에너지가 농축된 것이 레드 스톤이라는 것과 생명의 기운이 뭉친 블루 스톤에 대한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차원균열도 대자연의 법칙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생명이 다하면 죽음이 오고, 죽음이 오면 생명이 탄생된다는 것이다.

가장 융성했던 알파 족의 문명이 차원균열을 일으켜 괴물을 만들어내었다. 알파족이 지닌 힘이 강대했던 만큼 불러온 파멸의 기운이 컸다. 파멸의 기운이 강한 괴물을 막기 위해 탄생한 차원전사들은 괴물들만큼 강해져야 했고, 그 방법으로 레드 스톤을 흡수했다. 문제는 용족인 드래곤들이 차원전사가 되었을 때였다. 드래곤들의 가세로 괴물들을 차원전사들이 압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족들의 배신으로 용족이 드래곤들이 괴물이 되었고, 괴물이 된 드래곤에서 잡고 나온 레드 스톤을 얻은 드래곤들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파멸의 왕으로 변해버렸다. 이는 레드 스톤을 많이 얻어서 파멸의 창을 만들고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한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파멸의 왕이 나타나면 황제급이 드래곤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드래곤들을 파멸의 왕을 유인하기 위해 우주 멀리 공간이동을 하였다. 드래곤들이 가진 거대한 생명의 기운에 취한 파멸의 왕들은 우주로 따라갔고, 그곳에서 드래곤에게 이기든 지든 모든 폭발해 버렸다. 파멸의 왕이 이기면 드래곤을 흡수해서 더 강해진 파멸의 기운이 폭발했다. 드래곤이 이기면 파멸의 왕이 가진 에너지를 흡수해서 드래곤이 파멸의 근원이 되어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폭발했다.

파멸의 힘이 폭발하면 빅뱅이 일어났다. 그러면 차원균열로 만들어진 죽음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새로운 생명의 힘이 가득한 새로운 우주가 탄생된다. 그렇게 우주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신비를 푼 드래곤들은 더 이상 차원연합 시스템에 관여하지 않고 용족 행성을 떠났다. 자신들이 이곳에서 파멸의 왕이 되면 빅뱅이 일어나 죽음의 에너지가 만연한 우주 자체가 지워지고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새로운 우주로 재탄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떠나고 가장 약하고 어린 드래곤만 남았다. 그가 지금 김환근의 앞에 있는 드래곤이다. 그는 더 강해져도 파멸의 왕이 되어 빅뱅의 폭탄이 될 가능성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그의 임무는 둘 중에 하나다. 하나는 파멸의 왕이 될 만큼 성장한 차원전사가 탄생하면 그에게 파멸의 왕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그에게 이 우주를 넘기고 다른 우주로 가는 것이다. 그가 이를 거부하면 그가 이미 파멸의 왕이 될 정도로 진화한 것이기에 그를 지켜보다가 그가 파멸의 왕이 되면 그를 다른 우주로 유인해서 제거하는 것이다.

“자네는 이미 파멸의 왕이 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고 있지. 거부한다면 나는 더 오랜 세월 동안 자네를 살피다가 이성을 잃게 되면 너를 유인해서 새로운 우주의 탄생을 알리는 초석이 되겠지. 하지만 이 우주전함에는 모든 것이 인조생명이라 파멸의 기운도 생명의 기운도 없는 곳이지. 자세하게 보면 나무나 풀, 물고기와 곤충 모두 내가 만든 인조 생명이네. 이곳에서는 파멸의 기운도 생명의 기운도 차단된 완벽한 공간이기에 조화력을 지닌 자네가의 성장이 멈추어서 새로운 후계자가 나타날 때가지 얼마든지 버틸 수 있네.”

김환근은 용족의 씨앗으로 성장했기에 드래곤처럼 가만히 있어도 마나를 흡수해서 마나의 양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눈이 구를수록 커지는 속도가 커지는 것처럼 김환근의 성장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는 것이다. 용족 행성은 결계로 성장을 막을 수 있도록 차단해 놓았지만 김환근처럼 귀족의 경지를 넘어선 황제급이 되면 그것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용족 행성이든 죽음의 행성인 데드 행성이든, 생명력이 충만한 지구와 같은 청정 행성이든 상관없이 빠르게 강해질수록 그는 파멸의 왕이 되어 빅뱅이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괴물들 수억 마리가 문제가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우주가 빅뱅으로 폭발해서 은하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젠장 사부님의 내단을 받는 것이 아닌데.’

황제급이 되자 스스로가 가장 위험한 폭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멸의 기운이 있는 곳이든 생명의 기운이 있는 곳이든 그런 곳은 위험한 폭탄의 뇌관을 터뜨리는 기폭장치가 될 수 있으니 그런 곳을 피해서 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곳이 바로 이 우주전함이다.

“다른 우주로 가도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주에는 수많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있네. 그런 곳을 이용해 여행을 하다보면 차원균열이 일어나지 않은 우주를 만날 수 있다네. 그런 곳에서는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그 힘을 사용해서 자연의 순리를 깨는 일만 벌이지 않으면 차원균열이 일어나지 않는다네. 그런 안전한 곳에서는 빅뱅의 씨앗이 되지 않는다네.”

“그럼, 제가 이곳의 주인이 되면 세 가지 일을 해야 하겠군요.”

세 가지란 하나는 괴물들의 세력이 우주 멀리 퍼져서 다른 우주까지 차원균열의 여파가 확장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황제가 방관한 것 같으면서도 차원연합 시스템을 이용해 이를 수행해 왔던 것을 김환근이 대신 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파멸의 왕이 탄생하지 않도록 잘 지켜보는 것이다. 세 번째는 파멸이 왕에 근접한 강자가 탄생하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고 다른 차원균열이 없는 안전한 우주로 떠나거나 실패하면 그를 지켜보다가 그가 파멸의 왕이 되면 그를 유인해서 빅뱅이 일어나 아직 생명에 시작되지 않는 초기 우주에서 자폭하는 것이다. 그를 이기건 지건 두 존재의 에너지기 합쳐지면 빅뱅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선택한 것이 순리가 아니라 대자연의 섭리를 어기는 역순일 수 있네. 그러니 스스로 파멸의 왕이 되어 차원균열이 일어난 이 우주를 빅뱅으로 초기화하여 차원균열이 사라진 안정된 우주로 만드는 것을 선택해도 되네.”

파멸의 왕이 되어 빅뱅의 근원이 되면 차원균열이 일어나 차원전사들과 괴물들이 있는 모든 우주가 사라지는 초거대 우주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차원연합에 속한 모두 종족들이 있는 행성이나 지구와 용족 행성도 소멸될 것이다. 드래곤들이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려 하는 것이나 김환근이 자신의 가족들과 친인들을 지키려 하는 것이 역순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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