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69화 (69/82)

00069  34. 파견 근무  =========================================================================

“어서 오십시오. 실장님!”

그런데 이곳에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본부장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는 초창기 차원전사인 특전사 대원이다. 때문에 그는 김환근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입니다.”“네. 실장님. 여기는 부본부장입니다.”

특전사 대원인 본부장은 관리 감찰이 주 임무이고, 실질적으로 우주전함의 건조를 책임지고 지휘하는 사람은 우주공학 박사인 부 본부장과 9명의 박사들로 이루어진 참모진들이다.

“반갑습니다. 김산이라고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박영수라고 합니다.”

본부장은 김환근을 데리고 다니면서 모든 참모진들과 인사를 시키고, 보안실로 가서 보안과장을 비롯한 보안 근무자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이곳이 VIP 숙소입니다. 여기를 쓰시면 됩니다.”

우주관리 본부는 고층 빌딩이 아닌 직사각형 형태의 건축물이다. 높지 않지만 가장 최상층에 있는 숙소에서 건조장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저것이 우주전함 건조장이군요.”

“네.”

우주전함을 건조하는 시설은 외부에 노출된 형태였다. 크기는 최대한 축소해서 항공모함보다 약간 큰 정도다. 우주전함이 작으면 주 동력원이 될 에너지 충전 장치가 문제인데 김환근은 이를 함장이 될 자신의 에너지를 이용할 생각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이용하면 주포도 사용할 수 있고 거대한 우주전함의 여러 가지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다만 함장의 에너지가 없으면 마하 10 정도의 속도로 우주 비행을 할 정도로 능력이 저하된다.

“외부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군요.”

“예. 때문에 중요한 문서나 정보는 모두 용족 행성에 두고 필요한 것은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서 가져와 여기서 조합해서 우주전함을 만들고 있습니다.”

“본부장님은 우주전함 건조가 아닌 보안과 경비에 중점을 두고 있겠군요.”

초창기 차원전사는 한국 길드 안에서도 가장 강한 전투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런 최정예 차원전사 본부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곳의 군사작전 지역으로 분류하고 이곳의 병력을 지휘하는 군사령관 역할이란 뜻이다.

“예. 기술자와 보안대, 그리고 경비들 중에 제 부하들이 숨어 있습니다. 탐색 스킬로 24시간 감시하고 있어서 공간이동을 하는 즉시 반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환근의 생각대로 이곳은 눈에 보이는 경비대와 보안대의 병력들뿐 아니라 숨어 있는 고수들이 이곳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서 경비대와 보안대는 인근의 군사령부와 연결되어 5분 내로 전투기가 출격하고, 전투 헬기와 전차부대가 곧바로 투입되는 곳이다. 문제는 초인들인 차원전사들의 특수 기술과 용병들인 기계 인간들이 난입하면 이곳이 초토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공간이동이 불가능한 결계 지역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니 앞으로 공간이동을 하려는 사람들은 저기 보이는 저 건물까지 이동해서 차원이동 스킬을 사용하라고 전달해 주십시오.”

김환근은 이곳에 결계를 펼쳐 놓기로 했다. 그러면 이곳이 초토화 될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는 원로가 된 자신이나 자신의 스승이 있다고 광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함부로 병력을 투입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본부장의 안색이 밝아졌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보안 문제는 해결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본부장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면서 도우미 시스템을 이용해서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도우미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적의 스파이나 다름없으니 공간이동을 하다가 몸이 산산 조각나도 상관없었다.

‘천지포박술.’

김환근은 메시지를 받자 곧 대규모 천지포박술을 사용해서 우주관리 본부 전체를 감싸서 공간이동이 불가능한 곳으로 만들었다. 다만 도우미 시스템은 사용 가능한 통신지역으로 만들었다. 이는 완벽한 결계가 아니라 우주지뢰가 설치된 것처럼 불안전한 공간에너지와 안정된 공간 에너지가 일정한 간격으로 공존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이런 공간 에너지를 감지하려면 귀족급의 탐지 스킬이 있거나 김환근처럼 천지조화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말에는 현주보고 놀러 오라고 해야 하겠군.’

천지포박술은 자신의 몸에 있는 에너지인 내단을 축으로 해서 형성된 결계이기에 자신이 없으면 결계가 사라진다.

‘이제 빈둥거리면서 놀아볼까?’

결계가 만들어졌으니 이제부터 노는 시간이다.

팟!

김환근은 소파에 누워서 TV를 틀고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김환근은 며칠 동안 호텔 룸서비스처럼 식사를 방으로 가져오게 시키면서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빈둥거렸다.

“이번 달에 올 수 없다고?”

〈네. 대규모 작전이 있어서 이번 달에는 빠지기 어려워요. 환근씨가 오시면 안돼요?〉

“나는 이곳에 결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사부가 우주지뢰를 만드는 원리를 깨우치셔서 그것을 스킬로 만들기 전에는 움직이기 어려워.”

데드 행성 수복 작전에 참가한 김환근은 그곳에서 얻은 알파 괴물의 우주전함 설계도를 포함한 우주지뢰의 원리 등이 들어 있는 메모리 카드를 한국 길드에게 넘겨주었다. 이명산 도인은 그 중에서 천지포박술을 응용한 우주지뢰를 만드는 스킬을 연구하고 있었다.

〈환근씨는 진척이 있어요?〉

“조금.”

속으로 조금 뜨끔한 김환근이다. 무위도식 사상이 있는 도인인 이명산 도인도 조금 게으르다.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김환근이 유일할 것이다. 제자에게 어쩔 수 없이 내단을 넘긴 후에는 자신의 일을 제자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때문에 김환근은 스킬 연구도 같이 한다는 조건으로 서로 미루고 있었다. 이명산 도인이 스킬을 만들어 준 것도 앞으로 자신이 편하게 심부름 시킬 조력자들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빨리 만들어서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노력할게.”

김환근은 주말이 되자 이현주와 수다를 떨다가 통신을 종료했다.

‘분신 조화술이란 것 귀찮네.’

원로들이 모두 분신을 만들어서 분신을 공간이동 시킨 후에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다른 상대와 대화를 하거나 통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이명산 도인은 자신의 분신에 의지를 심는 분신 조화술을 만들어 내었다. 내단에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스킬로 주입하는 것을 응용해서 차원이동으로 내단을 이동시킨 후에 내단에 있는 분신으로 상대와 대화를 나눈 후에 돌려받아서 내단을 취하면 상대와 대화한 모든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도술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블루 스톤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내단으로 만들 수 있는 천지조화술을 익혀야 가능하다. 이현주는 이명산 도인의 도움으로 다른 행성에 있으면서 이 도술을 이용해 통신을 한 것이다.

앞으로 우주관리 본부에 오려면 차원이동으로 우주관리 본부 출입문이 된 건물로 와서 방문 요청을 한 후에 보관 검사를 통과해야 들어올 수 있다. 때문에 보안 등급이 최고등급인 이현주나 이명산 도인은 한국 길드에게 가서 방문 요청을 하고 서류를 보내서 허가가 난 후에 이곳으로 와서도 보안 검사를 통과해야 하니 그런 절차가 귀찮고,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생해야 하니 이런 스킬을 만들어서 쉽게 통화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사부가 농땡이 치는 것 같으니 내가 우주지뢰 스킬을 만들어야 하나?’

친구도 없이 방 안에서만 일주일 동안 뒹굴 거렸더니 심심한 김환근이다. 용족 행성에 가면 이현주와 가족들, 그리고 형이라고 부르면서 따르는 재벌 2세인 이병헌과 병원에서 사귄 많은 의사들이 있다. 자신의 신분을 잘 모르는 의사들은 아직도 낙하산이라고 놀려 대지만 가끔 만나서 술 한 잔 하기는 좋은 친구들이다.

‘아! 귀찮아. 여기도 있을 것은 다 있으니 여기서 새로운 친구들 만들어서 같이 놀자.’

우주관리 본부 안에 축구장이나 골프장과 같은 큰 놀이 시설은 없지만 수영장, 농구장, 탁구장, 테니스장, 볼링장과 같은 레크리에이션 시설과 식당, 카페, 클럽, 노래방 등등의 유흥시설과 음식점 등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혼자 노는 것은 싫으니 친구나 만들어 볼까?’

김환근은 일주일 만에 방에서 나왔다.

‘누가 좋을까? 경비대나 보안대는 내 정체를 대충 아니 바쁘지 않은 파견 직원들을 사귀어 보자.’

김환근은 치유 스킬을 가지고 의료실에 근무하는 여직원들과 의사들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예전에 병원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으니 대화가 통하기 때문이다. 의사나 간호사가 치유 스킬을 가지고 있어야 적은 마나로도 환자를 쉽게 치유할 수 있기 때문에 치유 스킬은 주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이제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레드 스톤을 살 수 있기에 요즘은 어린 아이도 차원전사가 되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의료실에 들어가니 사무를 보는 간호사만 있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차원전사가 감기나 몸살과 같은 병에 걸리기 어렵고, 치유 스킬을 필요로 하면 의사가 직접 달려가서 치유 스킬로 치유하는 것이 효과적이기에 의료실에는 연락을 받는 간호사 한 명만 있었다.

“아파서 온 것이 아니고 그냥 둘러보러 왔습니다. 아! 감찰 실장 산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 예쁘니 그냥 가자.’

의료실이 가장 한가한 것은 맞았다. 때문에 간호사와 커피나 마시면서 수다를 떨기에는 딱 좋은 곳이지만 간호사가 못생겼기 때문에 있을 마음이 사라진 김환근은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고는 그냥 한번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낙하산인가?’

보안실에 근무하는 사람들 중에 실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간호사는 하는 짓이 낙하산이라고 확신했다.

삐!

“혜숙아.”

〈왜?〉

“나 오늘 낙하산 한 명 보았다. 요즘 세상에도 낙하산이 있나봐?”

〈낙하산?〉

“젊은 놈이 보안 과장보다 높은 실장이래. 그런데 할 일이 없어서 의료실에 와서 감찰 한다고 둘러보고 갔어. 감찰 한다면 방문일지나 치료에 쓰인 의료비 장부 등을 살펴 보아야 하는데 그냥 둘러보고 가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야. 그러니 낙하산이 맞지. 내가 보기에 싸가지는 또 얼마나 없는지 ……!”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간호사는 개인 전화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덕분에 김환근은 싸가지 없는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어디가야 눈치 보지 않고 노닥거리며 커피나 마실 수 있을까?’

김환근은 감찰 실장이라는 신분증 덕분에 아무 곳이나 다 돌아다닐 수 있었다. 보통 직원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이!”

외국인 여자가 보이는 사무실이 있기에 무조건 들어간 김환근이 인사를 하였다. 8등신 몸매에 얼굴도 예쁘고 한가해 보여서 들어온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런데 한국말도 잘 한다.

“감찰 실장 김환근입니다. 여기 뭐하는 곳입니까?”

일단 직위를 가지고 접근했다.

“기밀이라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감찰 실장은 이곳 총책임자인 본부장보다 높은 직책이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이곳에서 본부장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

김환근은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이때 여자 손님이 한 명 들어왔다.

“이번에 휴가 받아서 1주일 여행하고 싶은데 추천 좀 해주세요. 아! 경비도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는 지구의 유명 명소를 둘러보는 저렴한 상품이 있습니다. 그리고 용족 행성을 둘러보는 상품이 있는데 안전한 대신 가격이 조금 비쌉니다.”

외국인 여자는 여행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었다. 기밀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김환근을 우롱한 것이었다. 여행사 사무실에 들어와서 자신은 감찰 실장이라고 하면서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어이가 없어서 한 대답일 것이다. 또한 자신의 미모 때문에 수작을 거는 남자들이 많기에 조금 쌀쌀맞게 대답한 것이었다.

“네. 이 상품으로 할게요.”

손님은 여행 상품 소개 책자를 보고는 용족 행성을 둘러보는 여행 상품 중에 하나를 선택했다. 지구는 아직도 치안이 불안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우주 관리 본부는 수많은 경비 병력과 보안 병력이 상주하고 있기에 지구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용족 행성에 비하면 위험한 곳이라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많은 위험수당을 받고 있었다.

‘으! 창피하네. 다음부터는 정보를 확인한 후에 작업 들어가야 하겠다.’

얼굴이 붉어진 김환근은 자신을 무시하고 손님과 대화를 하는 여행사 직원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저놈들은 뭐지?’

이때 김환근에게 접근하는 경비대 소속의 경비원들이 보였다.

“실례합니다.”

“네. 왜 그러십니까?”

3인 1조로 다니면서 순찰을 돌던 로봇 경찰관 비슷한 슈트를 입은 무장 경비원들이 거수경례를 하면서 말을 걸었다. 나머지 두 경비원들은 삼각형으로 포위한 상태에서 포박 스킬과 마비 스킬을 준비하고 있었다.

“보안실 직원을 사칭하고 다닌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분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돌자 누군가 경비대에 신고를 하였고, 이들은 김환근을 CCTV로 주시하다가 여행사 직원에게 황당한 질문을 하자 신분 확인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출동해서 신변을 먼저 확보하기로 한 것이었다. 얼굴 모양만으로는 컴퓨터가 신분을 쉽게 찾아내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때문에 스파이일 가능성이 크지만 하는 짓이 너무 이상해서 일단은 정중하게 요청하는 경비대원이다.

“여기 있습니다.”

자신이 조금 이상한 짓을 했다고 해서 바로 출동한 경비대원들을 보고 이곳의 보안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삐!

〈보안 등급이 낮아 검색할 수 없습니다.〉

“……!”

신분증을 스캔 했지만 도우미 시스템으로도 신분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환근이 원로가 아니었다면 차원상점 시스템으로 이름 정도는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이름으로 우주 관리 본부 보안 시스템으로 상대의 신분을 검색할 수 있다. 그런데 모두 실패한 것이다. 차원상점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 귀족회의의 핵심인 원로원이다. 그런 원로원에 소속된 원로이니 차원상점 시스템으로 김환근의 신분을 검색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들은 처음 보는 결과에 당황하더니 경비대 본부에 연락해서 지시를 기다렸다.

“죄송하지만 신분이 확인 될 때까지 저희를 따라와 주십시오.”

“본부장에게 연락하면 바로 신분을 확인해 줄 수 있습니다.”

“보, 본부장님이요?”

우주 관리 본부장은 이곳에서 가장 높은 총책임자로 경비대 대장도 얼굴을 보기 힘든 높은 분이다.

“잠시 만요. 본부장 연결.”

팟!

김환근은 도우미 시스템으로 본부장을 연결했다. 결계를 완벽하게 해서 도우미 시스템도 가동이 되지 않게 만들었으면 곤란한 뻔 했다고 생각하는 김환근이다.

〈네. 실장님!〉

홀로그램으로 허공에 본부장이 나타나 거수경계를 하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경비대 대원들의 눈이 커졌다.

“이분들이 제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 제가 곤란한 상황입니다.”

“충! 제 2이 경비소대 분대장 이원일 중사입니다.”

경비대 대원들이 일제히 거수경례를 하였다. 본부장은 전투 레벨이 자신들이 쳐다보기 까마득히 높은 서열이다.

〈감찰관 신분증을 보지 못했나?〉

“보았습니다. 하지만 감찰관 중에 실장이라는 직책은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검사와 판사의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 감찰관은 즉결 처분이 가능한 지구의 치안을 책임지는 최고 전투력을 가진 보안관과 같은 존재다. 김강수 대위가 지구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직분이 감찰관 제도다. 때문에 감찰관은 가장 유명한 직책이지만 실장이라는 직위는 처음 들어본다.

〈그건 자네들의 보안 등급이 낮아서 확인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분의 신분은 내가 보장한다.〉

“알겠습니다.”

바로 본부장의 메시지가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감찰관들과 그런 감찰관들을 통솔하고 감시하는 감찰 과장이 있고,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감찰 실장이 있다는 메시지였다.

“실례 했습니다.”

“괜찮아. 수고하게.”

본부장이 자신에게 거수경례까지 했는데 자신이 경비대원들에게 존대하면 서열이 무너지기에 하대를 하는 김환근이다.

“충!”

김환근은 경비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쓸쓸히 숙소로 향했다. 자신이 감찰관 위에 있는 감찰 과장보다 높은 감찰 실장이라고 발표 했으니 보안 등급이 낮은 직원들은 자신을 저승사자처럼 생각할 것이 뻔했다. 감찰 실장이라고 하면 우주 관리 본부에서 급조한 직책으로 낙하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감찰과장도 본부장보다 낮은 서열이다. 즉, 감찰 과정도 이곳에 오려면 상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감찰 실장이 감찰관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감찰 실장을 낙하산으로 생각해서 일부는 무시할 것이고, 일부는 호기심을 느끼고 받아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자주 만나다 보면 친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틀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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