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65화 (65/82)

00065  32. 원로원  =========================================================================

“산님은 이곳이 마음에 듭니까?”

“예. 아름다운 곳이군요.”

“다행입니다. 이곳은 괴물에 의해 최초로 모든 동물들이 멸망한 행성입니다. 늦었지만 차원연합 소속의 전사들이 괴물들을 모두 청소하고 생명의 행성으로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 행성에는 곤충과 식물, 물고기만 남아 있는 행성이지요. 이때 이후 차원연합 소속의 종족들이 하나 되기 위해 만든 것이 원로회의입니다.”

차원균열을 자연이 정화하기까지는 균열의 크기에 따라서 작게는 수백 년에서 크게는 수만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이곳이 생명의 행성이 되었다는 것은 괴물을 청소한 지 그만큼 오래 되었고, 원로원의 역사도 길다는 의미이다.

“그렇군요.”

“아무튼 수천 년 이상의 긴 역사를 가진 기 세월동안 산님처럼 단숨에 귀족이 되고, 원로 후보가 된 존재는 처음입니다.”

“그래서요?”

이제 본론을 말해 보라는 듯이 말하는 김환근이다.

“내일 원로회의에서 결정이 되겠지만 반대파에서 새로운 시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듣던 것과 다른 전개로군요.”

김환근은 등의 소파에 기대면서 느긋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그 때문에 각 당파의 대표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차원연합 의회인 귀족회의에서 낙하산인 산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차원연합 귀족회의가 의회이지만 지금은 의회는 유명무실하고 그들을 대표하는 원로회의가 벌어지는 원로원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다. 문제는 원로원이 귀족들을 대표하는 곳이기에 원로라고 해도 대다수 귀족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파라족 수장이자 원로인 오클루가 있지만 파라족 귀족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럼, 타이탄 괴물을 다시 잡아야 합니까?”

“하하! 비슷합니다. 하지만 의회에서 걱정하는 것은 산님이 귀족파가 아니라 황제파라는 의심 때문입니다. 산님이 황제파가 아닌 귀족파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시면 바로 원로가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원로원에 황제파, 귀족파, 중립파가 있다. 하지만 절대 다수가 귀족파이고, 귀족파 안에서는 다시 과격파인 황제 반대파, 온건 반대파로 나누어진다. 오클루는 귀족파 중에서 과격파에 해당하는 반대파이다. 메렌은 귀족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온건파 원로이다. 즉, 원로회에서 가장 큰 세력이 귀족파이고, 귀족파에서 절대 다수가 온건파이다. 때문에 온건파에서 결정되는 사항이 곧 원로원의 결정이 된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한국 길드가 용족 행성에서 독립해 나오거나 황제파 귀족의 식민지 행성을 정화 시켜 주시면 됩니다.”

정적인 상대 귀족을 공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적의 식민지 행성에 있는 괴물들의 씨를 말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는 금전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차원연합의 목적이 괴물 퇴치이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그러면 상대도 상대의 식민지 행성을 공격해서 서로 손해를 보기에 서로 공멸하는 이런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길드는 식민지 행성이 없으니 가능한 수법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한국 길드가 식민지 행성을 만들 가능성은 적어지니 세력을 크게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황제파와 중립파가 김환관을 지지해도 절대 다수인 귀족파가 반대하면 김환근은 원로가 될 수 없다.

“황제파가 되실 생각이십니까?”

“중립파가 될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황제파라면 귀족파에서는 김환근이 원로가 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란 의미다. 황제파 원로들은 초창기 멤버들이거나 원로가 된 후에 황제파로 전향한 자들뿐이다. 물론 황제파였다가 귀족파로 변한 자들도 있다. 식민지 행성이나 스킬과 같은 이권을 주고받으면서 정치색이 변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입니까?”

“알파 괴물을 잡거나 초월급 스킬을 VIP 상점에 팔면 됩니다.”

초월급 스킬이란 귀족을 넘어설 수 있는 왕급 스킬이다. 알파 괴물은 괴물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다. 도우미 시스템을 비롯한 초고도 과학문명을 일으킨 종족이 알파족이다. 그런 알파족이 괴물이 되어 전 우주에 있는 생명체를 말살시키려는 악의 축이다. 황제들인 드래곤들도 알파 행성에 있는 알파 괴물들은 손도 대지 못한 상태다. 죽어서 괴물이 된 괴물 드래곤들도 알파 행성으로 가서 마법으로 생명체를 학살할 마법무구를 만들고 있다. 괴물 드래곤의 마법으로 차원이동하여 기습하고 돌아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알파 행성 주변은 물론 알파 은하계 전체가 괴물들의 소굴이나 마찬가지라 근처의 위성이나 행성으로 이동한 후에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는 소형 우주선을 타고 접근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한 마디로 가지고 있는 초월급 스킬 하나를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알파 괴물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알파 괴물이 있는 곳까지 접근하는 것과 잡은 후에 그곳을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방법이 있다면 하시겠습니까?”

메렌이 빙긋 웃으면서 반문했다. 메렌의 커다란 입이 찢어지자 김환근은 표정이 굳어졌다.

“생각 좀 해 보겠습니다.”

“내일 아침 전까지 답을 주십시오.”

스륵!

메렌의 분신이 사라지자 도우미 7호가 원래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 대기했다.

“흠.”

김환근은 잠시 고민하다가 김강수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메시지로 전달했다. 영혼의 일부를 의지에 담아 분신을 보내서 하는 스킬을 모르니 메시지를 차원이동으로 보낸 후에 답장을 받아보는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오메가 행성은 원로들의 땅으로 원로가 아니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다만 원로원에서 허락한 원로 후보는 대기실이 있는 임시 숙소에 들어올 수 있다.

〈헤라의 미래예지가 통하지 않는 곳이 오메가 행성이라고 합니다. 카드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 카드가 나왔습니다. 참모들의 의견으로는 귀족파들이 실장님이 가진 스킬을 나누어 가지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판단은 실장님에게 맡기겠습니다.〉

잠시 후에 김강수의 답장이 도착했다. 원로가 되기를 포기하라는 의미이지만 마지막 선택은 김환근에게 맡긴다는 댭장이었다.

‘골치 아프군.’

김강수 대위의 답변에 김환근은 잠시 고민했다.

‘알파 괴물이라? 재미있겠군.’

오메가 행성에 황제파인 원로들이 감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기에 이곳에서 아무런 명분도 없지 원로들이 담합하여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용족 행성처럼 도우미 시스템과 마법이 통하지 않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을 사로잡아 스킬들을 빼내려 할 것이 분명했다. 자신이 포로가 된다면 기생체인 파라 족이 자신의 머리로 들어와서 모든 기억을 빼내가는 스킬도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환근은 호랑이 굴로 들어왔으니 호랑이와 한번 싸우고 싶었다.

〈중립파 귀족인 무치 원로가 통신 연결을 요청했습니다.〉

‘연결해.’

스슥!

〈반갑다. 나는 사자 족인 무치 원로라고 한다.〉

홀로그램으로 사자머리에 근육질의 전사형 몸을 가진 거구의 사내가 나타나 인사를 하였다.

“반갑니다. 산이라고 한다.”

상대가 도전적인 말투를 사용하자 김환근도 반말로 대응했다.

〈건방진 놈. 내 도끼 맛을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도전이라면 언제든지 받아주마.”

〈크하하하! 마음에 드는 녀석이군. 우리는 알파 은하계 외각에 있는 495 데드 행성을 공략할 생각이다.〉

알파족들은 뛰어난 초고도 과학 문명으로 알파 은하계에 있는 생명체 행성은 모두 식민지로 개발했다. 데드 행성은 괴물 알파족들에 의해 생명체가 말살된 행성을 말한다. 타이탄 행성도 데드 행성인 셈이다. 495 데드 행성은 고대 알파족들이 개발한 식민지 행성의 하나였던 곳이다. 너무나 많은 생명체 행성이 데드 행성으로 변했기에 495란 495번째 데드 행성이 되었다는 의미다. 타이탄 행성은 13545 데드 행성으로 불리지만 타이탄 괴물의 전투력이 워낙 강하기에 데드 행성의 숫자가 아닌 타이탄 행성으로 더 유명하다.

“나에게 데드 행성 공략의 선봉에 서서 알파 괴물을 상대하라는 것인가?”

〈명예를 안다면 승낙할 것이라 믿는다.〉

강해지는 것이 최고의 명예라고 생각하는 단순한 사자 족이다. 단순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기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종족들이기도 한다.

“참관하는 귀족들도 많겠군.”

〈물론이다. 네가 원로가 될 자격이 있는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데드 행성을 정화시킬 강력한 전사들이기도 하다. 그들이 없다면 사자 족의 힘만으로는 그곳을 점령해서 정화시킬 가능성이 없었다. 네 덕분에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하겠느냐?〉

“검증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도우미 시스템이 가동하지 않는 용족 행성과 비슷한 곳인 모양이군.”

〈알파 괴물이 있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좋아. 몇 가지 조건을 들어주면 데드 행성 공략 작전에 참가하겠다.”

〈크하하하! 좋다. 너는 내일 귀족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시끄럽다.”

일단 귀족으로 인정한 후에 데드 행성 공략에 참가해서 알파 괴물을 잡으면 원로로 인준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귀족이 되면 VIP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

〈크하하하! 그럼, 내일 보자.〉

팟!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김환근은 김강수 대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조심하십시오.〉

헤라의 예지능력에 나쁘지 않는 결과가 나왔는지 반대하지는 않았다.

‘빌딩 구경이나 할까?’

김환근은 도우미 7호와 함께 빌딩 투어를 시작했다.

“오! 실내 골프장인가?”

1층 아래로 내려오자 바다를 향해 골프공을 날릴 수 있는 티 박스가 있었다.

“아닙니다. 최첨단 인공 골프장으로 수천 개의 골프 코스를 선택하시면 바로 골프 코스가 만들어집니다. 물론 연습장처럼 바다를 향해 골프공을 날리기만 하셔도 됩니다. 추천 코스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팟!

홀로그램으로 골프 코스가 나타났다. 빌딩 꼭대기에서 티샷을 하면 거대한 비행선이 섬이 되어 바다 위에 떠 있고, 그 위에 그린이 있다. 이런 거대 비행선이 섬처럼 움직이면서 수많은 골프 코스들을 환상적으로 만들어낸다.

“혼자 치냐?”

“저도 칠 수 있고, 백여 명의 골프 로봇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수준은 모두 마스터의 수준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럼, 둘이 칠까?”

“예. 골프 복장으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7호는 1분도 되지 않아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골프 선수로 변신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카트에 골프채가 들어 있는 골프 백 두 개가 실려 있었다.

“각 홀당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뽀뽀해 주기다.”

“네.”

“그럼, 시작이다.”

휘이잉!

팟!

김환근은 드라이브가 아닌 아연을 잡고는 내공을 주입해서 휘둘렀다. 485미터인 파 5홀인 1번 코스다. 공은 하늘 높이 날아서 바다 아래에 있는 그린에 정확히 떨어졌다.

삐!

하지만 경고음이 들려왔다.

“내공이나 스킬을 사용하시면 반칙입니다.”

“그래. 헉! 뭐가 이렇게 무거워.”

내공을 사용하지 않자 골프채가 몇 십 톤은 되는 것 같았다.

“힘을 1로 만드는 마법 장치가 장착된 최첨단 골프채입니다. 근력 수련에도 도움이 되어 많은 원로들이 이 골프채를 사용하십니다.”

“그, 그래.”

이 골프채를 들면 레벨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편한 힘과 민첩을 가지고 게임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환근은 7번 아연을 넣고는 드라이브를 꺼냈다.

휘잉!

틱!

빗맞아서 슬라이스가 났다.

풍덩!

769층에서 때린 공이라 바람 때문에 멀리 날아가서 페어웨이 밖에 있는 바다에 빠졌다.

“여기는 고지대이니 바람을 잘 계산하고 쳐야 합니다.”

휘잉!

팟!

7호는 페어웨이가 아닌 바다를 보고 공을 때렸다.

“나이 샷!”

공은 바다를 향해 멀리 날아가다가 바람을 타고 돌아와서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김환근은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스슥!

김환근은 7호와 함께 카트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골프 코스에 내렸다. 김환근은 1벌타를 먹고, 3구와 4구를 날렸지만 온 그린에 실패했다. 5구째에 온 그린을 하고 두 번의 퍼팅을 하여 2오버파가 되었다. 7호는 침착하게 4번째에 온 그린을 하고 단번에 공을 넣어 파로 마무리 했다.

‘로봇에게 뽀뽀하는데 왜 심장이 벌렁 거리냐?’

쪽!

내기에서 진 김환근은 약속대로 사람처럼 생긴 도우미 7호의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입술에다 하려니 이현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볼에 뽀뽀를 하였다.

‘천국이 따로 없구나. 현주도 원로로 만들어서 데려오면 좋겠군.’

골프를 친 후에는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은 7호와 함께 수영을 하기도 했고, 야외 온천에서 온천을 즐기기도 했다. 야외의 온도 조절도 가능해서 수영복을 입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스키장을 만들수도 있었다. 또한 해변도 여러 가지 코스가 있어서 누드 해변을 만들면 누드로 돌아다니는 로봇들이 나타난다. 이는 온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현주에게 죄 짖는 기분이 든 김환근은 비키니를 입은 7호와 바다 수영을 하고 온천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밤에는 수많은 로봇들이 분위기를 만드는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기도 했고, 카페에서 술을 한 잔 하기도 했다. 7777기의 도우미 로봇들이 있는 이유는 이처럼 원로 한 명에게 봉사하기 위해서였다.

밤새 신나게 논 김환근은 다음 날 원로회의에 참가했다. 직접 원로원에 간 것이 아니라 영상 통화처럼 빌딩 내에 있는 대회의실에 들어가자 홀로그램으로 수많은 원로들이 회의실에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김환근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홀로그램이 워낙 정교해서 진짜 회의에 참석한 기분이 들었다.

원로회의는 금방 끝이 났다. 의장이 김환근을 귀족으로 인정하는 선포를 하였고, 김환근을 원로로 만드는 사안에 대해서는 데드 행성 수복에 큰 공을 세우면 원로로 인정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리고 임시 원로로 임명했다. 임시 원로는 VIP 상점과 차원상점에서 10% 할인을 받고, 오메가 행성을 출입하는 권리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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