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2 31. 거인족 괴물 타이탄 =========================================================================
31. 거인족 괴물 타이탄
그날 밤
사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 김환근은 아버지에게 오늘 번 돈의 일부를 용돈으로 드리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현주가 길드 사냥을 끝내고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김환근은 그녀와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는 로멘스 영화를 구경했다. 그리고는 커피를 마시면서 야경이 아름다운 빛의 공원을 걷고 있었다.
“단 둘이 사냥이요?”
“그래.”
“길드에 말하면 다 같이 할 수 있잖아요?”
“단 둘이 데이트를 하는 기분으로 사냥을 할 수 없잖아.”
“길드 사냥 스케줄이 꽉 차 있어서 쉬는 주말에만 시간이 있어요.”
이명산 도인이 개발한 힐러 스킬이 좋아지면서 힐러는 이제 파티 사냥에 필수가 되고 있었다. 더구나 초창기부터 힐러로 활약한 이현주는 한국 길드 소속의 유저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힐러의 하나다.
“그럼, 주말에 가자.”
“네.”
“기념으로 술 한 잔 하자.”
“가볍게 마셔요.”
김환근은 이현주와 함께 공원 산책을 끝내고 카페로 가서 가볍게 양주 한 병을 비우고는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다.
‘평일에는 뭐 하지?’
오늘이 화요일이니 주말이 되려면 4일은 더 기다려야 한다.
‘별장을 빌려서 심상수련이나 하자.’
집에서 빈둥거리면 아버지의 잔소리가 심해지기에 김환근은 수련을 핑계로 별장을 하나 빌려서 낮에는 그곳에서 놀았고, 이현주가 퇴근하면 데이트를 하면서 놀았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도시락과 캠핑 장비를 배낭에 짊어지고 소풍겸 괴물 사냥을 다니면서 놀았다.
* * *
헤론 공작령
헤론 공작령은 거주 인구 100만 명에 전진요새가 20개나 되는 거대한 도시다. 관광객인 유동인구까지 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도시이다. 이런 거대 도시를 공작령으로 부르는 것은 괴물 사태이전의 봉건주의적 사고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체제는 옛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귀하신 원로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헤론 공작령에 차원연합 원로원에 소속된 귀족인 오클루가 비밀리에 방문했다. 오클루는 기계육체를 가진 귀족으로 파라 행성을 다스리는 주인이자 식민지 행성을 23개나 가진 자다. 용족 행성에서 스스로 귀족 행세를 하면서 공작으로 불리는 헤론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세력을 가진 자다.
“영지전에서 승리하신 것을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아클루는 2미터 30은 되어 보이는 거구의 기계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특수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30대 초반의 인간 기사처럼 보인다. 베아트 대공과의 영지전에서 승리해 헤론 평야를 손에 넣은 헤론 공작이다. 헤론 평야에 있는 미스릴 광산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평원 곳곳에 수백 개의 전진 요새를 만들 수 있다. 도시도 만들 수는 있지만 도시가 만들어지면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독립된 세력이 되기에 전진 요새를 많이 만들어서 사냥터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믿기지 않는군요.”
“그 전투에서 나온 흥미로운 정보에 관심이 있어서 왔습니다.”
“한국 길드 소속의 용병들에 관심이 있는 모양입니다.”
“예. 우리가 알아낸 정보로는 그들 안에 데빌과 그의 제자인 낙하산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들의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아는 정보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원하신다면 ……!”
쓸모없는 정보일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살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아클루는 인벤토리를 열어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서 열어보였다. 커다란 레드 스톤이 박힌 팔찌 하나가 들어 있었다. VIP 상점에서만 파는 최상급 아이템이다.
“여기 그들이 전투기록을 그림으로 그린 다음에 그것을 영상화한 동영상과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에 대한 모든 정보입니다.”헤론 공작은 오클루 원로에게 도우미 시스템을 이용해 모든 정보를 넘겨주었다. 아클루는 그 정보를 사는 대가로 상자를 넘겨주었다. 수수료가 들지만 정보를 거래하는 VIP 상점의 거래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었다.
‘흠. 용족 행성에서도 결계를 펼칠 수 있다니 왕급 이상의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오클루는 넘겨받은 정보를 바로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조용한 것을 보면 황제들처럼 세력 확장에는 관심이 없는 것인가? 놈들을 끌어내려면 한국 길드를 두드려야 하나?’
오클루는 지속적으로 데빌과 그의 제자 낙하산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서 그들에 대한 정보가 다른 귀족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왜곡해 왔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그들이 왕급 스킬을 사용했다는 정보를 전달받자 직접 온 것이었다.
황제 세력에 속한 작은 도시의 주인들은 실력은 쥐꼬리만 한 것들이 귀족 행세를 하고 있어서 진짜 귀족인 자신이 직접 오지 않고 사신을 보냈다면 문전 박대를 당할 것이 분명했기에 자신이 직접 온 것이었다. 헤론이 그랜드 마스터 하급이라면 자신은 중급이다. 한 경지 차이지만 그 전투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헤론이 한 단계 더 발전한다면 그도 원로원에 들어왔을 것이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가 원로가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 그도 귀족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진짜 귀족으로 인정받으려면 원로원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그랜드 마스터 중급이면서 식민지 행성 하나를 거느리고 있어야 한다. 식민지 행성이 없이 가입하려면 그랜드 마스터 상급인 왕급이 되어야 한다. 그랜드 마스터를 초월한 자들은 황제급인 드래곤들뿐이다.
“한국 길드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습니까?”
용족 행성의 도우미 시스템은 철저하게 독립적이라 원로회의에서 장악한 차원상점 시스템으로는 정보를 구할 수 없다. 이곳에서도 도시마다 독립되어 있기에 그 도시의 주인만 정보를 통제할 수 있지만 이동이 자유롭기에 스파이들을 보내서 직접 정보를 얻을 방법은 있었다. 헤론 공작이라면 한국 길드가 있는 도시로 수많은 스파이들을 보내서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라 추측한 오클루다.
“물론입니다.”
“이 팔찌는 한 쌍이 되어야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힘의 팔찌와 민첩의 팔찌는 1분 동안 힘과 민첩을 두 배로 증폭시켜 준다. 그런데 이 두 팔찌를 모두 착용하면 힘과 민첩뿐 아니라 마나도 두 배로 증폭시켜준다.
“훌륭하군요.”
헤론 공작은 VIP 상점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서 정보와 팔찌를 교환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헤론 공작의 집사가 오클루를 별채로 안내했고, 오클루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받은 정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강과 산이라?’
사냥을 할 때에 모두 닉네임을 사용하기에 용족 행성에서는 도우미 시스템으로도 상대의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더구나 조용한 숲의 도시 한국은 한국 길드 소유라 한국 길드 소속 유저들의 정보를 알아내기 쉽지 않다. 자유용병들이야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게시판에 닉네임을 올려서 파티원들을 구하고, 직접 사냥꾼 길드에 가서 사냥터를 정하지만 길드 소속의 유저들은 도우미 시스템을 이용해 바로 사냥터로 가기에 스파이를 보내도 한국 길드 소속의 유저들이 언제 어디로 사냥을 가는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강과 산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유저들 둘이 주말마다 사냥을 간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리고 강은 한국 길드 소속이 분명한다고 했다. 산이라는 유저는 자유용병이라는 정보인데 그 둘이 저 레벨이라면 둘만으로 파티를 해서 전진요새가 아닌 필드로 사냥을 가기 불가능하다.
‘이 둘이 데빌과 연관되어 있을 확률은 90% 이상이다.’
한국 길드와 데빌이 연관되어 있지만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산과 강은 아직 밀접한 관계라고 확신할 수 있는 오클루다.
‘두 연놈을 납치할 방법이 없을까?’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에는 걸리는 것이 많았다. 자신이 직접 용족 행성에 온 순간 황제의 가디언에게 바로 보고가 되었을 것이다. 원로원 소속의 귀족이 움직였다면 그에 대응할 만한 귀족급 병력이 벌써 이곳으로 파견되어 자신을 따라다닐 가능성이 컸다. 반 황제파인 원로가 통신이 불가능한 사냥터로 나가는 순간 자신은 바로 사냥 당할 가능성이 컸다. 황제가 명분을 중요시 여긴다고 해도 황제파 귀족들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귀족파에 자신처럼 언제든지 약탈자가 될 수 있는 귀족들이 있는 것처럼 황제파 귀족들도 마찬가지다.
‘두 연놈을 귀족파나 황제파의 눈이 미치지 않는 행성으로 유인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군.’
오클루는 강과 산이라는 유저를 유인해서 납치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빛의 공원
평일 날 저녁에 김환근은 이현주와 함께 저녁을 먹은 후에 빛의 공원을 거닐면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국 길드에 의뢰가 들어왔어요.”
“무슨 의뢰?”
“파라 행성에서 빚을 모두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거인 행성에 대한 조사를 의뢰 했어요.”
“파라 행성에서?”
“네.”
“김강수 대위가 나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는데?”
“메시지를 보냈지만 연락이 없어서 저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어요.”
“하하!”
그제야 김환근은 머리를 긁으면서 멋쩍게 웃었다. 자신의 무위도식 사상을 이해해 주는 것은 사부밖에 없었다. 때문에 아버지와 김강수 대위는 틈만 나면 잔소리를 해 댄다. 그리고 요즘은 이현주도 슬슬 바가지를 긁는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상수련이고, 실전은 상대가 귀족급 이상이 되어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고 그런 잔소리들을 묵살하고 있었다. 때문에 김강수 대위의 메시지와 통화는 차단해 놓은 상태다. 정말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신의 사부가 연락을 해 줄 것이다.
“얼른 가 봐요.”
“내일 연락한다고 해.”
일 때문에 자신의 데이트를 방해받고 싶지 않는 김환근이다.
“네.”
이현주도 김환근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데이트를 즐겼다.
* * *
다음날
침대에서 늦잠을 자던 김환근의 아버지에게 귀를 잡아당겨서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같이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오전 8시에 한국 길드로 출근을 해야 했다. 길드에서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커피를 마신 후에 9시에 회의실에서 김환근, 이명산, 김강수, 박무현, 헤라와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헤라는 왜 왔습니까?”
지구에 있어야 할 헤라가 회의의 참석해 있었다. 그만큼 이번 회의를 중요시 생각하는 김강수 대위다.
“미래 예지 능력이 가장 뛰어난 초능력자라 특별히 초대했습니다.”
“파라 행성에서 온 의뢰가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군요.”
“예. 거인 행성은 귀족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죽음의 행성입니다.”
죽음의 행성이란 차원균열로 인해 생명체가 죽으면 100% 괴물로 변하는 행성이다. 이 행성의 생명체는 미생물과 나무까지도 모두 괴물로 변해 있는 곳이다. 즉, 생명의 기운이 하나도 없이 죽음의 기운만 가득한 행성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타이탄으로 불리는 거인들의 전투력이 모두 귀족급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타이탄의 왕 전투력은 왕급이다. 타이탄들은 군집 생활을 하지 않고 먹이인 공룡들을 잡아먹으면서 독립된 생활을 하는데 괴물 사태가 벌어져 죽은 타이탄이 괴물로 변해서 군집을 이루기 시작했다. 군집을 이룬 괴물 타이탄들에게 모든 타이탄들이 몰살당했고, 차원전사들도 귀족급인 타이탄 군단에 상대가 되지 않자 모두 철수해서 죽음의 행성으로 변한 곳이다.
“그런 죽음의 행성에 우리를 파견하려는 의도는 무엇이겠습니까?”
김강수 대위가 김환근을 보면서 물었다.
“글쎄요?”
깊게 생각하기 싫은 김환근이다. 자신이 생각하지 않아도 답을 알려줄 똑똑한 사람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실장님이 죽음의 기운을 이용해서 괴물들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는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니면 이를 확인해 보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이처럼 쉬운 임무에 20억 점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파라 행성에서도 죽음의 기운을 이용해 괴물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서 실장님을 납치하거나 제거하려는 함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부님. 저 말고도 죽음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있을까요?”
김환근이 깜짝 놀라서 사부에게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파라 족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생체가 들어 있지 않는 기계 육체인 로봇만 보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기계인 로봇은 생명체가 아니라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괴물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먼저 공격하면 생명체 말살에 방해된다는 판단 하에 로봇을 박살내려 할 것이다. 하지만 로봇이 생명체를 먼저 공격하면 도움이 되는 요소로 판단해 이용하려 하지 공격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의뢰한 것은 고대 전투로봇의 수거입니다. 의뢰를 승낙해서 고대 전투로봇을 수거하려하면 로봇들이 실장님을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생명체 반응을 보인 실장님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전투로봇이 아닌 괴물 타이탄들이 될 것입니다.”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부른 것은 20억 점의 유혹이 크다는 것이겠군요.”
“그래서 헤라 양을 불렀습니다.”
헤라의 초능력이라면 이 임무를 맡은 김환근이 돌아올지 못 돌아올지 정도는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예지몽이란 꿈을 꾸고 그것을 분석해서 미래를 예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능력을 더 발전시켜서 타로점이라는 카드로도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여기서 카드를 뽑아 보세요.”
헤라가 카드를 내밀자 김환근은 카드 한 장을 뽑았다. 카드에는 죽음의 사신이 그려져 있었다.
“나 가면 죽는 거 아니야?”
“그 반대일 가능성이 커요. 그러니 한 장 더 뽑아 보세요.”
김환근은 죽음의 기운을 가진 파황인 동시에 생명의 기운을 가진 도인이다. 이번 임무를 할 때에 김환근은 도인이 아닌 파황이 된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지.”
김환근은 다시 헤라가 내민 카드 중에서 한 장을 더 뽑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화가 그려진 카드가 나왔다.
“저승길 노자 돈인가?”
일하기 싫어서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김환근이다.
“파황의 능력을 발휘해서 돈을 벌어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나는 불길해서 이번 임무 싫어.”
함정일 줄 알면서도 간다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하는 김환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