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9 29. 전쟁 용병 =========================================================================
헤론 평야
한국 길드 소속의 유저 300명이 전쟁 용병으로 헤론 평야에 도열해 있었다. 상대편에서는 베타트 평원으로 불리는 곳이다. 베아트 대공과 헤론 공작은 반도의 남쪽 끝과 북쪽 끝에 자신들의 도시가 있었다. 둘은 남과 북을 향해 위성 요새들을 만들면서 전진하다가 두 세력이 헤론 평야에서 부딪쳤다. 두 세력은 지능형 몬스터는 모두 박멸했고, 소수의 곤충형 몬스터만 사냥터로 남겨 두었다. 서로 공평하게 남과 북으로 갈라서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세력의 경계인 평야지대에서 미스릴 노천 광맥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광산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서로 이 평야를 헤론 평야와 베아트 평원으로 부르면서 부딪쳤고, 결국 전쟁의 승자가 이 평원뿐 아니라 반도의 사냥터 전체를 차지하기로 결정했다. 괴물 사태가 있기 전에 자주 벌어졌던 영주들 사이의 분쟁 해결 방법인 영지전과 같은 전쟁이었다. 한국 길드는 헤론 공작의 편에 가담했기에 이곳을 헤론 평야로 부르고 있었다.
둥둥둥!
도우미 시스템과 마법통신, 공간 이동 등이 불가능한 도시 밖의 평원이기에 두 세력의 군대들은 고전적인 방법으로 군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전령, 깃발, 화살, 북소리, 불과 연기 등을 이용한 지휘였다. 평원에서 마주하고 있는 숫자는 약 7만 명 정도였다. 인구 100만 명의 도시에서 도시의 주인인 대공을 자처하는 영주를 추종하는 세력은 10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목숨을 바쳐서 전쟁에 참가하는 차원전사들의 숫자는 3만 명 정도다. 이들은 대공의 핵심 부하들로 전쟁에서 이기면 큰 이권을 얻을 수 있는 자들이다. 이 전쟁에 많은 보수를 약속했지만 비슷한 세력이 부딪치면 전사할 확률이 높기에 참가한 전사들과 용병들의 숫자는 각각 5천 명 정도였다.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방어력이나 회피력이 높아서 죽지 않을 자신이 있는 용병들이 이 전쟁에 참가한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마법길드, 드워프 길드, 신성길드는 영지전에 관여할 수 없기에 키메라나 마법사들의 결계나 마법 함정, 드워프 길드가 만든 각종 전쟁 무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적의 수뇌를 공격해서 베아트 대공의 목을 베는 것입니다.”
평원에서 적을 죽일 때에 목을 베어 죽이지 않으면 죽은 순간 무적의 괴물로 다시 살아날 확률이 9할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괴물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생명체를 말살하려 한다. 때문에 적을 죽일 때는 목을 완전히 베어 머리통을 몸에서 분리하여 죽이거나 머리를 박살내야 한다. 이 때문에 화살로 적진 가운데 있는 적을 죽여서 괴물로 만들어서 적진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작전도 있었다.
“예.”
김강수 대위의 말에 특전사 출신인 유저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지구에서 김환근 다음에 차원전사가 된 유저들이었다.
쉐에엑!
펑!
구멍이 뚫린 화살촉이 대기를 가르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스킬에 의해 화살촉이 폭발했다. 용병들에게 돌격하라는 신호였다. 군령을 따르지 않으면 전쟁의 승패에 상관없이 범죄자가 되어 차원상점에 수배자로 이름이 올라간다. 그러면 도시로 들어가는 즉시 체포된다.
“돌격!”
“와아아!”
한국 길드는 고용된 다른 용병단들과 함께 적진을 향해서 돌격했다. 그리고 선두에는 김환근과 이명산 도인이 있었다.
“와아아!”
베타트 대공 진영에 가담한 용병들도 함성을 지르면서 돌격해 왔다. 양쪽 진영 모두 용병들을 화살받이로 쓰고 있었다.
슈슈슈슈슉!
각종 스킬로 강화된 수많은 종류의 화살과 암기들이 돌격하는 양쪽 진형의 용병들을 향해서 쏘아졌다.
콰과과과쾅
티디디디딩!
이명산 도인이 천천히 걸으면서도 달려가는 김환근과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균형이 어긋나서 불완전한 에너지가 가득한 자연 속에서도 축지 경공술을 사용하면서 천지자연의 기운을 끌어 모아 방어의 술을 펼친 이명산 도인이다. 불안전한 자연의 기운이 움직이자 허공에서 에너지 충돌이 일어나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명산 도인은 그 폭발력도 계산을 하여서 아군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고 날아오는 각종 화살과 암기들을 방어하도록 만들었다.
퍼버버벅!
“크아악!”
궁수들은 모두 레벨이 높은 최정예 차원전사들이다. 때문에 절대 실드를 사용한 후에 부상을 입은 용병들을 향해 집중 사격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각종 스킬로 피하고 막았지만 유도탄처럼 쏟아지는 화살비에 결국은 고슴도치가 되었다.
서걱!
퍽!
수많은 화살에 고슴도치가 된 용병들은 동료들의 검에 목이 잘리거나 머리가 부셔졌다.
“와아아!”
카카카카캉!
콰과과과쾅!
화르르르!
파츠츠츠!
두 용병 부대가 양쪽 부대의 중앙에서 부딪쳐서 전투를 시작했다.
쾅!
캉!
김환근은 중갑세트로 무장한 용병의 대검을 방패로 막고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상대는 스킬을 이용해 대검을 휘둘러 김환근의 대검을 막았다. 레벨 100이나 되는 김환근이 상대의 힘에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으득!”
김환근은 분노로 눈빛이 붉어졌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파멸의 기운을 사용하는 것을 참아냈다. 예전이라면 평온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검을 휘둘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내심이 바닥이기에 이 정도 참은 것도 초인적인 인내라고 할 수 있었다.
번쩍!
퍽!
콰르르르릉!
이명산 도인이 검을 휘두르자 어검술과 공간참이 결합되어 공간을 가르고 김환근을 공격한 용병의 머리를 폭발시켰다. 그러자 그의 머리에서 블루스톤이 떨어져 나왔다. 괴물로 변하기 전에 머리가 폭발해서 사라졌기에 블루 스톤을 얻은 것이다. 김환근은 손으로 떨어진 블루 스톤을 주었다. 목을 잘라 머리를 떨어뜨리면 9할은 괴물로 변했다. 그런 머리를 부수면 레드 스톤이 떨어진다. 때문에 이명산 도인처럼 일격에 머리를 폭발시켜야 블루 스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명사 도인은 한국 길드 유저들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되도록 머리를 폭발시켜 블루 스톤을 얻었다. 한국 길드 유저들도 되도록 상대의 머리를 박살내서 레드 스톤이 아닌 블루 스톤을 얻으려 노력했다. 이 전쟁에 참가한 목적이 에너지가 풍부한 블루스톤을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쉐에에엑!
펑! 펑!
두두두둑!
한국 길드의 선전으로 헤론 공작이 고용한 용병부대가 우세한 전투를 벌이자 베아트 대공의 진영에서 갑주로 무장한 전투마를 탄 기마대부대가 출전했다. 그러자 헤론 공작의 부대에서도 기마대부대가 출전했다.
히이이잉!
콰콰과과쾅!
화르르르!
파츠즈즈!
원거리 마법은 없지만 불, 물, 바람, 얼음, 전기, 지진 등 온갖 종류의 마법과 스킬이 검과 방패가 부딪치는 순간 일어나고 있었다. 화살이나 암기 등의 원거리 공격은 파워가 떨어졌지만 접근전은 그 반대였다. 온갖 방법으로 강화된 무기와 스킬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크아악!”
“괴물이다. 괴물부터 처리해.”
치열한 난전이 벌어지자 여기저기서 괴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항복해야 하는가?’
베아트 대공은 뒤에서 전장의 살피면서 항복할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선두로 나선 한국 길드 소속의 용병들은 단 한명도 죽지 않고 있었다. 부상을 입으면 동료가 보호하면서 물약을 먹었고, 치유 스킬을 가진 자가 손을 대고 상처를 치유해 주고 있었다.
“대공 이대로는 안 됩니다.”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참모 역할을 하는 근위기사단장에게 베아트 대공이 물었다.
“적의 머리를 쳐서 항복을 받아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필패입니다.”
“흐음.”
베아트 대공은 고민했다. 헤론 공작은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불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한국 길드의 유저들이 전쟁 용병으로 참여한 것이 전투의 양상을 바꾸어 놓고 있었다. 헤론 공작의 입장에서는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아. 이대로 끝내기에는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돌격!”
“와아!”
지켜보던 베아트 대공의 본진이 일제히 돌격했다. 전쟁에 동원된 모든 병사들이 다 죽어도 적장의 항복을 받으면 이 전쟁의 승자가 되는 것이 영지전이다.
두두두둑!
베아트 대공은 선두에 있는 한국 길드의 용병들을 피해서 우측으로 돌아 적의 지휘부를 향해 돌격했다.
‘지금이군.’
순수한 근력과 민첩만으로 전투를 하던 김환근은 허리에 차고 있던 내단이 든 유리병을 꺼내서 뚜껑을 열고 내단을 마셨다.
후우우우웅!
내단을 이용해서 1할에 해당하는 파멸의 기운을 끌어 모았다. 천지신공 자체가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무공이기에 내단에 있는 힘에 반응을 하면서 파멸의 힘이 김환근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문제는 천지신공과 하나 된 용마기공술이었다. 1할의 힘이라도 10배로 증폭되기에 순식간에 파멸의 힘이 10배로 강해져서 내단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흡수해 파멸의 기운으로 만들어버리기 시작했다.
쿠와앙!
10겹의 호신강기로 둘러싸인 김환근이 발에 내공을 담아 굴렀다. 진각이라는 보법의 기본으로 몸의 무게를 다리에 담아 땅을 밟는 것을 말한다. 몸과 내공이 일치해 있기에 몸의 무게를 다리에 담는다는 것은 파멸의 기운이 발에 집중된다는 뜻이다. 발바닥이 땅에 부딪치는 순간 유성이 지상에 충돌할 것처럼 땅이 크게 파이면서 먼지구름이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먼지 구름을 일으킨 김환근은 유성처럼 베아트 대공을 향해 날아갔다.
“감히!”
번쩍!
일개 용병 따위가 그랜드 마스터인 대공에게 달려들자 베아트는 분노했다. 신의 금속으로 불리는 오리하루콘으로 만들어진 방패와 유성에서 나온 신비의 금속으로 마계에서 온 가장 무거운 금속으로 알려진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망치가 손뼉을 치듯이 마주쳤다.
콰아아아앙!
방패에 담긴 마나의 기운과 망치에 담긴 파멸의 기운이 부딪쳤다. 무공으로 치면 음양의 기운이 만나서 폭발하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두 기운이 만나자 빛이 폭발했다. 그 빛에 이어 무지막지한 에너지가 음파에 실려서 번개처럼 날아오는 김환근을 향해 날아갔다.
“크윽!”
빛 에너지가 회전하는 호신강기를 유리창을 통과하는 햇살처럼 뚫고 들어와 갑옷을 분해해 버리고 피부인 용족의 갑옷을 송곳처럼 찌르며 몸을 분해하려 했다. 다행이라면 검붉어진 호신강기의 색으로 인해서 빛의 에너지 상당부분이 김환근의 피부에 닿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빛의 창이 김환근의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온 후에는 음파가 뭉쳐서 호신강기를 때렸다. 깡통을 때려 내용물을 흔들어 그 안에 있는 계란의 박살내는 것과 원리였다. 음파가 뇌와 심장을 곤죽으로 만드는 베아트 대공의 음파스킬이었다. 광명의 화살과 침묵의 학살자라는 스킬을 동시에 펼친 베아트 대공이다.
침묵의 학살자라는 음파 대포 스킬에 날아가던 김환근의 몸이 뒤로 튕겨졌다. 그런 김환근을 향해 베아트 대공이 따라가면서 망치를 휘둘렀다.
콰아앙!
그런 베아트 대공을 향해 이명산 도인이 공간참의 스킬로 검강을 날렸다. 방패로 막는 베아트 대공의 몸이 뒤로 튕겨졌다.
‘천지포박술.’
그동안 모으고 있던 천지자연의 힘을 사용해 천지조화술을 시전하는 이명산 도인이다.
콰과과과과광!
김환근과 이명산 도인, 그리고 베아트 대공을 감싸는 결계가 완성되었다. 불안전한 에너지 때문에 결계가 폭발하면서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결계를 유지하는 시간은 짧겠지만 폭발하는 에너지들 때문에 생명체가 이 결계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베아트 대공의 속도로 워낙 빨랐기 때문에 그의 친위대인 근위기사단은 베아트 대공을 호위하지 못하고 결계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되었다.
후우우웅!
김환근은 블루 스톤을 연달아 마셨다. 그러는 동안 이명산 도인이 공간참 스킬로 베아트 대공을 견제하고 있었다.
‘함정이구나.’
베아트 대공은 결계에 갇히는 순간 한국 길드의 목적이 이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자신의 목숨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영지전에서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영주인 도시의 주인이 죽는 일은 거의 없다. 전투에서 패배하면 항복해서 모든 권리를 넘겨주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단숨에 목을 잘라야 한다.’
김환근은 사부가 자신을 위해서 베아트 대공의 힘을 역이용해서 천지포박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베아트 대공을 잡아두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베아트 대공은 파멸의 힘과 생명의 힘을 조합해서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금방 펼친 광명의 화살과 침묵의 학살자란 스킬도 이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공격법이었다. 그런데 이명산 도인은 자신의 내단의 기운과 김환근이 뿜어내는 파멸의 기운을 태극으로 만들어서 베아트 대공이 뿜어내는 기운을 흡수하여 회전시키고 있었다.
쿵!
베아트 대공도 진각을 밟으면서 이명산 도인을 향해 돌진했다. 지금은 자신을 조여 오는 힘이 약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져서 자신이 그물에 갇힌 물고기가 될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주지 않고 상대에게 접근해서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쾅!
카카카캉!
“크윽! 하, 항복하겠다.”
하지만 김환근이 그 앞을 막았다. 두 개의 힘을 조합한 베아트 대공이 검술과 파워, 속도에서 김환근보다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파멸의 기운이 베아트 대공의 몸으로 파고들어 균형을 깨어버리면서 몸에 타격을 주고 있었다. 마치 독이 몸으로 침투해서 영혼을 죽음으로 물들이는 지독한 마공이나 마찬가지였다. 베아트 대공은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 항복을 표시하려 했다.
‘결!’
이명산 도인은 그 순간 모아온 모든 힘을 이용해 강화된 천지포박술을 펼쳤다. 넓게 펼쳐진 천지포박술이 사라지면서 이명산 도인의 내단, 김환근이 뿜어내는 파멸의 기운, 베아트 대공의 몸에 있는 기운이 하나가 되어 베아트 대공을 결박했다.
콰과과과과쾅!
불안전한 대기와 공간이 폭발하면서 베아트 대공의 몸에 상처를 만들고 있었다. 그가 가진 모든 방어 스킬이 결박으로 인해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참격!’
번쩍!
그 순간 김환근은 이를 악물고 참격이라는 검술을 전개했다. 이명산 도인이 만들어 놓은 검의 길을 따라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이 검에는 이명산 도인의 내단에서 흘러나온 힘과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파멸의 힘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퍼퍼퍼펑!
김환근의 검에 베아트 대공의 목이 잘려서 머리가 허공에 떠오르는 순간 이명산 도인은 결박을 이루고 있는 힘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베아트 대공의 육체가 신기루처럼 가루가 되어 사라지면서 그가 걸치고 있던 장비와 무기, 그리고 블루 스톤과 레드 스톤을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