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4 27. 괴물의 왕 카이저 =========================================================================
27. 괴물의 왕 카이저
“쿠오오오!”
오우거는 오크 전사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거대한 오우거들이 정상 돌출부로 밀려들었다.
투두두둑!
수많은 화살이 오우거의 방패와 갑옷에 맞아서 떨어져 내렸다. 일부 화살이 갑옷을 뚫고 들어갔지만 단단한 가죽에 구멍을 내지는 못했다. 괴물 오우거의 갑옷이 마법으로 강화된 특별한 갑옷이라는 뜻이다.
쾅!
키메라 오우거가 올라서는 괴물 오우거를 철퇴로 후려쳤다. 방패로 막은 괴물 오우거가 밀려나서 굴러 떨어졌다.
후우우웅!
슥!
화르르!
서걱!
김환근은 괴물 오우거가 휘두르는 철퇴를 머리를 숙여 피하고는 시퍼런 검강이 솟아난 대검을 휘둘러서 목을 잘라버렸다.
툭!
데구르르!
괴물의 목이 잘라졌다. 그런데 화염의 속성이 가미된 검강에도 불구하고 재가 된 부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오우거의 신체가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이었다.
쾅!
김환근은 다른 놈의 공격을 점프로 피하면서 발로 걷어차서 다른 괴물 오우거를 밀어버렸다.
‘너무 커서 머리를 자르기 쉽지 않군.’
괴물의 머리를 잘라서 레드 스톤을 꺼내야 괴물이 죽는다. 때문에 목을 잘린 오우거가 오크 전사들의 도움으로 머리를 몸에 붙이고 다시 살아났다. 놈들은 짧아진 목을 한 상태로 다시 돌진했다.
서걱!
쾅!
김환근은 괴물군단이 도망가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힘을 쓰면서 사부의 도움을 기대했다.
슉!
펑!
김환근의 검이 목을 자르자 잘린 머리를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은 잘린 목의 식도 안으로 들어가 입천장을 뚫고 뇌에 박혔다. 그리고는 화살이 폭발하자 오우거의 식도로 레드 스톤이 굴러 떨어졌다. 단단한 두개골을 파괴하지 못했지만 그 안에 있는 뇌와 살은 폭발로 인해 모두 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슥!
김환근은 염력으로 커다란 레드 스톤을 재빨리 잡아당겨 회수했다. 그리고 오우거 사체까 산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였다. 방어를 조금 늦추어 거대 개미 군단이 괴물 오우거 사체를 밀고 올라오도록 한 것이었다.
“와아아!”
“이겼다.”
“정신 차려라. 아직 전투 중이다.”
김환근의 덕분에 괴물 오우거들이 결국 산 위로 올라와 산등선을 타고 만들어진 저지선을 뚫지 못했다. 그리고 괴물 오우거 10마리 정도가 죽자 괴물 군단이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능이 떨어지는 거대 개미 군단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산 위로 올라왔다.
퍼버벅!
“막아!”
“화살!”
지능형 괴물 군단이 후퇴를 했지만 인간들은 거대 개미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전투를 계속해야 했다.
“회수조!”
하지만 지능형 괴물군단이 없자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거대한 낫처럼 생긴 거대 개미의 독이빨은 독 단검을 만드는 유용한 재료다. 독액이 사라져도 단단하고 선명한 상아빛 단검은 실용적일뿐 아니라 예술적인 가치도 가지고 있었다. 사냥꾼 아니라 귀족 요리사들이 사용하는 식칼도 대부분 이 독이빨을 가지고 만든다. 유저들도 고기를 잡아 해체할 때를 대비해서 하나씩 구비하는 단검 중의 하나다. 독을 주입해서 독 스킬을 가진 유저들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단검이기도 하다. 시간이 걸리지만 호신강기도 파괴할 정도로 못 자르는 것이 없는 단단한 단검이기 때문이다.
“1조 교대.”
김환근의 활약 덕분에 1시간 이상 전선을 유지해서 아군들이 적들에게 포위되지 않고 후퇴하여 전선을 형성했다. 그리고 지형상 요충지인 이 지점도 끝까지 사수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1조는 지원을 나온 다른 조와 교대를 하였다. 이곳은 미련하게 끝임 없이 돌격하는 거대 개미 군단의 개미들을 사냥하는 최고의 사냥터가 되고 있었다. 개미 군단을 추격해서 동굴로 들어가 여왕개미를 죽이면 괴물 거대 개미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 * *
슥!
김환근은 근두운을 타고 하늘 높이 날고 있었다. 작은 구름이 아니라 큰 구름을 만들고 그 안에 타고 있었기에 배행 몬스터나 괴물들이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의 에너지 흐름이 불안전하지만 부족한 에너지나 흐름을 방해하는 에너지는 본신의 마나를 방출해서 빠른 속도로 비행이 가능했다.
‘저곳이 괴물들의 본거지인가?’
괴물 사냥을 참가하고 돌아온 김환근은 고민 끝에 혼자서 사냥을 하기로 결정했다. 점수나 돈에 연연하거나 황제가 만든 규칙에 얽매이는 것도 결국은 황제의 수하가 되어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이 된다. 새로운 규칙에 순응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런 삶은 더 강한 자인 황제나 귀족들이 개입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존의 질서가 깨지게 된다. 즉, 황제에게 의존하는 삶은 황제의 생각이 변하거나 귀족연합이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에 깨어질 수밖에 없는 삶이다.
‘황제로 불리는 드래곤들이 떠났지만 그들의 유산이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것이다. 초기에 수많은 드래곤들이 괴물이 되었고, 괴물 드래곤들과 드래곤들의 전투로 수많은 드래곤 레어가 초토화 되었다. 결국 드래곤들이 승리했지만 괴물이 된 드래곤의 레어 중에 황제의 유물들이 잠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환근은 용족의 신체가 가진 가능성을 완전히 개화시키기 위해서는 드래곤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제의 가디언이 지키고 있는 레어를 찾아내도 그것은 귀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일 가능성이 크고, 차지해도 껍데기만 있을 가능성이 컸다. 때문에 드래곤들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괴물들의 영역에 있는 드래곤 레어를 찾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런 레어는 괴물들의 왕이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김환근은 오늘부터 괴물들의 왕들을 찾아서 놈들을 사냥을 할 생각이다. 아공간을 열 수 없어서 많은 부산물을 가져갈 수 없다면 가장 큰 레드 스톤과 가치가 큰 괴물 왕의 사체를 얻을 생각이다.
‘하피와 와이번 기사단이 하늘을 감시하고 있고, 지상에는 근위 기사단까지 보초를 서고 있군.’
지성체인 오크 군단을 추적한 결과 인구 천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유적 도시에 괴물 수천만 마리가 모여 있었다. 곤충형 몬스터가 아닌 지성체 괴물들만 천만 마리가 넘었다. 인간을 비롯한 오크, 늑대인간, 베어맨, 라이칸슬로프, 오우거, 트롤, 엘프 등등의 모든 괴물들이 모여 있었다. 마법통신은 물론 주술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드래곤들이 막아놓았지만 괴물들은 종족을 초월해서 모두 모여서 거대한 왕국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무너진 고대 도시를 완성해 놓았다. 생명체처럼 거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기를 만들고 체계적인 조직 체계를 구성하기 위해서로 보였다. 때문에 건물에서는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성공할 수 있을까?’
기습으로 왕성을 쳐들어가서 왕을 제거하거나 그곳에 있을지 모를 드래곤의 비밀을 품은 유물을 얻는 것이 목표다.
“후우!”
김환근은 심호흡을 크게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사부가 만들어준 스킬을 사용했다. 천지조화술을 이용해 레드 스톤의 기운을 몸에 두르는 것이었다. 즉, 생명체의 기운을 감추고 죽음의 기운을 뿜어내어 괴물 흉내는 내는 것이었다.
슥!
김환근은 근두운을 타고 고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내려섰다. 괴물로 변한 곤충들과 정찰을 하는 괴물들, 은신한 상태로 매복해 있는 괴물들까지 있었지만 모습을 드러내고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그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성공이군.’
레드 스톤의 기운을 강하게 뿜어내면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에 아무도 김환근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괴물들의 약점은 모여 있는 괴물들 모두가 대장 괴물의 명령에만 따른다는 것이다. 그 왕이 죽으면 그 다음 서열이 다른 괴물들의 대장이 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강함을 알아보는 거리는 평균 10Km다. 그리고 강한 괴물일수록 이 거리도 늘어난다. 이 정도 거대한 세력을 다스리는 괴물의 왕이라면 대장들을 선정해서 군단을 만들고, 그 군단 소속의 괴물들은 대장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지성을 가지고 생전의 기억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존재가 괴물들이기 때문이다. 생명체 말살의 본능과 뇌에 저장된 기억과 지식이 결합된 존재가 괴물들이다.
스슥!
김환근은 천지보법을 사용해 산을 빠르게 내려가 고대 도시로 들어섰다.
캉! 캉!
고대 도시의 건축물들은 모두 개조된 상태로 그 안에서 각종 무기와 방어구들을 만들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 행성이라 드래곤의 스킬로 마법이 가능한 구역을 만들 수 없기에 물리적 방어력과 공격력만 지닌 방어구와 무기들을 생산하고 있었다.
‘노예들이군.’
도시 곳곳에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종족들과 인간들이 괴물들의 노예가 되어 일을 하고 있었다. 남녀 모두 있어서 아이를 낳게 하여 전사로 키운 후에 죽여서 괴물을 만들고 있었고, 그 전의 어린 아이들은 노예처럼 일하게 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아이를 낳은 가축이 되어 있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일을 하면서 신체를 단련하고 사냥을 해서 힘과 민첩, 사냥 기술을 가진 괴물로 만드는 것이다.
저벅! 저벅!
김환근은 일개미처럼 움직이는 괴물들을 보면서 빠르게 걸어서 왕성으로 향했다. 말이나 비행 몬스터를 타고 왕성을 드나드는 수많은 괴물들이 있었다. 생명체들과의 전투 결과를 알려주고,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들일 것이다.
‘그냥 자리만 지키는 로봇들이군.’
왕성 곳곳에는 출동 대기 중인 괴물들이 도열해서 서 있었다. 마치 석상처럼 숨도 쉬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이 로봇군단을 연상하게 하였다. 이처럼 많은 병력이 있지만 레드 스톤을 이용해 괴물 흉내를 내는 김환근을 저지하는 괴물들은 하나도 없었다.
‘일단 드래곤의 유물이 있는지 살펴보자. 고대 도시의 왕성이라면 드래곤이 만든 마법 무구나 장비가 있을 것이다.’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마법무구는 대장을 비롯한 전투력이 강한 괴물들이 착용하고 있을 것이지만 쓸모없어진 마법서적이나 치유의 반지 등과 같은 마법 아이템은 그냥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괴물들은 머리가 부셔지기 전에는 트롤처럼 바로 재생이 되니 치유마법은 소용이 없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도 손을 직접 대고 사용하면 치유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즉, 대기 중에 있는 불안전한 에너지 때문에 그 에너지를 변형시키고 조합해서 사용하는 마법이 자연의 대기와 만나는 순간 폭발해 버리기 때문에 대기를 통하지 않고 물체나 사람에 대고 직접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사용하면 마법시전이 가능하다.
‘보물 창고로군.’
지하에 있는 보물 창고도 개조되어 무기 보관실이 되어 있었다. 때문에 무기를 가져다 놓고 다시 반출하는 괴물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김환근이 옆으로 지나가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물건에 손대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았다.
‘손을 대면 어떻게 반응할까?’
괴물들은 지성체처럼 행동하지만 본능에 더 충실한 놈들이다. 자신이 받은 명령과 다른 행동을 하는 동료를 보면 공격할 수도 있고, 소리를 쳐서 자신의 상관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그러면 그 보고가 대장의 영수격인 대장들의 대장인 왕에게 올라갔다가 왕의 명령이 다시 내려와야 그 다음 행동을 결정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김환근은 모험을 하지 않고 먼지가 가득한 보물 창고로 갔다.
‘아공간을 열 수 없는 것이 안타깝군.’
보물이 가득하지만 모두 담아갈 수 없었다. 가장 좋은 보물은 괴물들의 왕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괴물의 왕과 싸우려면 무겁게 보물들을 짊어지고 싸울 수 없었다. 숨겨놓을 장소도 없었다. 모든 괴물들이 보고 있기에 나중에 왕이 명령하면 그방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산으로 가져다 놓으면 바로 보고가 들어가겠지?’
한두 개를 몸에 착용하고 가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자신들이 관리하는 곳에서 물건을 왕창 가져가면 바로 상관에게 보고할 가능성이 컸다.
‘인간 첩자가 숨어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니 지금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한번 들키면 그 다음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김환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곳은 더 이상 오지 않고 다른 먼 도시로 가서 그곳의 괴물 왕을 찾아서 같은 모험을 할 생각이다.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괴물의 본능 때문에 인간 시절의 첩자를 잡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고 숨어드는 첩자는 무조건 죽이거나 포로로 잡으라고 명령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처럼 괴물을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다르게 반응할 것이 분명했다.
‘반지와 목걸이, 물약뿐이군.’
힘, 민첩, 방어력, 마나 등을 올려주는 물약은 없었지만 괴물들에게 필요 없는 치료물약이나 체력의 물약 등은 많았다. 가끔 어린 노예들이 다쳤을 때에 사용하는 모양인지 치료물약이 있던 칸은 많이 비어 있었다.
‘이 두 개가 가장 강한 에너지를 품고 있지만 드래곤의 유물은 아니다. 도서관에나 가 봐야 하겠군.’
김환근은 반지 하나와 목걸이 하나만 용족의 갑옷에 넣고는 보물창고에서 나왔다. 그리고 고대 왕성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린 노예들이 곳곳에서 글을 배우고 익히면서 검술을 배우고 있었다. 마법사 괴물이 있어도 마법을 가르칠 수 없는 환경이기에 모두 기사나 전사로 키우고 있었다. 때문에 마법서고에는 먼지만 가득했다.
‘8서클 마법이 최고인가?’
아쉽게도 고대도시의 왕성으로 보이는 마법서고에서도 드래곤의 유물이나 마법서적은 보이지 않았다. 책은 아쉽지만 그대로 두고 나왔다. 너무 부피가 크고 오래되어서 아공간이 아닌 곳에 보관하면 금방 부셔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왕성의 대전으로 보이는 거대한 홀에 수많은 전령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로봇처럼 일해도 마모되거나 녹슬지 않는 무한한의 체력과 재생력을 지닌 괴물들이기에 이들은 밤낮없이 생명체 말살을 위한 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저놈이 왕이로군.’
왕성의 대전 중앙에 있는 옥좌에 키메라로 보이는 인간형의 괴물이 앉아서 전령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보고를 받고 있었다.
‘괴물 왕 자체가 드래곤의 유물이로구나.’
대전에 가까워지자 괴물 왕의 무지막지한 기운이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괴물 왕이 걸친 무구와 무기, 그리고 그 존재 자체가 드래곤이 만든 키메라가 분명했다. 괴물의 왕의 기운에서 자신과 같은 용족의 갑옷 기운이 느껴졌다. 죽은 기운이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력과 힘, 민첩의 레벨이 100배는 되는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다. 그 무지막지한 기운에 몸이 떨려오자 김환근은 천지신공으로 사용해 마음을 안정시켰다.
“멈춰라!”
괴물 왕의 명령에 다가오던 전령들과 보고를 하던 전령들, 밖으로 나가던 전령들이 모두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