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53화 (53/82)

00053  26. 괴물 사냥  =========================================================================

“어서 와라.”

“어서 오세요.”

“오랜 만이다.”

……!

김환근의 아버지와 형제자매, 그리고 형수와 이현주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두 인사를 하였다.

“이제 상견례도 했으니 결혼 날짜를 잡아야 하지 않겠니?”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이나 다른 없어서 두 가족들이 자주 만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의기 투합해 오늘을 상견례 장소로 만들어 버린 뒤였다.

‘아직 청혼도 하지 못했는데?’

이현주를 슬쩍 보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게 물들인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현주란 잠시 상의하고 오겠습니다.”

“그래라.”

김환근은 현주와 함께 사람들이 하늘로 날아올라 공사가 마무리 된 공원에 내려서 천천히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미안합니다. 아직 청혼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다음에 제대로 청혼을 하겠습니다. 저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네.”

이현주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환근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끌어안고는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그녀의 달콤한 혀가 입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고, 그는 그녀와의 첫 키스를 오랫동안 하였다.

한 번의 키스로 이현주가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였다. 하지만 어른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집으로 돌아갔다.

양가 식구들은 약혼식은 생략하고 바로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김환근은 양가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식사를 하였고, 식사 후에는 모두가 헤어졌다. 김환근은 아버지 집에서 오랜만에 단 둘이 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 * *

다음날

김환근은 아침 일찍 길드 사무실로 나가 사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황제인 드래곤들은 이 행성을 떠나기 전에 황제급 괴물들은 모두 처리한 후에 괴물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수천 개의 구역을 나누어 통신과 공간이동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행성의 원주민들은 도시 간에는 통신과 공간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스킬을 마법길드와 신성길드에 맡겨놓았다. 때문에 도시를 만들면 반드시 마법길드와 신성길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크고 작은 지성이 있는 괴물집단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지성이 없는 곤충형 괴물들을 안정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를 확보하게 된다.

“1조 이동.”

북문 광장으로 가자 사냥터로 이동하는 팀들이 보였다. 마법사 길드에서 파견한 마법사들이 일회용 안전지대 설치 스크롤을 이용해 전진기지와 같은 형태의 안전지대를 설치할 수 있다. 괴물들과의 전투에서 안전지대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괴물들은 무한 체력이지만 생명체들은 유한한 체력이기에 전투를 지속하려면 병력을 교대로 투입해야 하는데 거리가 멀어지면 병참선이 길어져서 곤충형 괴물들의 공격을 받기에 전투를 지속할 수 없다.

“우리도 가자.”

“예. 사부님.”

김환근은 우선은 사냥을 지켜보기 위해 사부가 참여하는 사냥 파티에 가입했다. 임무는 참관이었다.

〈1번 파티 42번 사냥터로 이동합니다.〉

번쩍!

용족 석상 앞에 있던 100여 명의 파티원들이 유령처럼 사라졌다.

* * *

스슥!

거대한 동굴 안에 100여 명의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들은 파티장의 인솔하여 동굴 밖으로 이동했다. 이명산 도인은 파티에 속해 있지만 참관인으로 참여하고 있었고, 오늘은 김환근도 같은 참관인으로 참여한 상태다.

“어떠냐?”

“무척 강한 에너지가 강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천지신공을 탐색 스킬을 결합하자 산이 무너져도 동굴은 버틸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 막이 벽과 천장, 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셔버릴 수 있겠느냐?”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겨우 빠져나와도 금방 에너지막이 복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황제인 드래곤의 마법이다. 이것을 단숨에 파괴할 수 있다면 네가 황제급이라는 의미다.”

“아!”

이곳에서 황제의 스킬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김환근은 놀라움을 표시했다. 어쩌면 사부는 이곳에서 드래곤의 스킫에 버금가는 스킬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 같았다.

“가자.”

“예.”

동굴 밖으로 나가자 파티원들이 도열해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철컥!

철컥!

번쩍! 번쩍!

마법사들과 보조 힐러들이 각종 버프를 주기 시작했다. 안전지대인 동굴 밖으로 나가면 모든 마법이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레드 스톤을 이용하는 각종 스킬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화약 무기와 같은 과학 문명으로 만든 모든 것이 불법이기에 순수한 힘과 마나만 사용해서 사냥을 해야 한다. 마법도 마나를 이용하는 것이기에 본인의 마나로 펼치는 것은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외부의 에너지가 불안하기에 마나 충돌이 일어나 원거리 마법을 펼치면 날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근처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안전하게 자신의 몸이나 무기에 마법을 걸고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방어력 3증가.〉

〈민첩 3 증가.〉

〈마나 3만 증가.〉

〈화염 내성 증가.〉

〈치유력 증가.〉

각종 버프가 들어오면서 도우미가 적용된 능력을 메시지로 알려주었다.

“여기부터는 탱커와 딜러들만 투입된다.”

사냥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면 안전지대까지 후퇴하여야 힐러들이 마법과 스킬로 부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크 괴물군단이 거대 개미군단 영역으로 아군을 유인한 후에 거대 개미군단과 연합해서 맹공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아군이 여기 보이는 이 지점까지 후퇴할 수 있도록 42지점으로 가서 1시간 정도를 버티는 것이 우리 임무다. 출발!〉

파티장은 홀로그램으로 지도를 만들어서 작전 설명을 해 주었다. 사냥이라고 하지만 한국 길드 소속의 유저들은 대부분 특전사 출신이고, 이들의 훈련과 전투에 익숙해져서 작전처럼 사냥을 하고 있었다.

쿵! 쿵!

탱커들은 대부분 중세 기사처럼 중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방패와 대검을 들고 선두에서 뛰었고, 딜러들은 오우거 가죽처럼 단단한 가죽을 이용한 경갑을 착용하고 활과 암기, 단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이들이 동굴 밖으로 달려가자 김환근도 사부와 함께 이들을 따라갔다.

“어떠냐? 도술을 펼칠 수 있겠느냐?”

이명산 도인은 축지접을 사용해서 천천히 걸으면서 물었다.

“아직은 무리입니다. 억지로 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호신강기를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환근은 달려가면서 사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대답했다. 천지자연의 기운인 에너지의 흐름이 너무 불규칙해서 이 기운들을 이용하는 도술을 펼치기 불가능해 보였다. 사부는 불규칙한 기운의 흐름을 바로 잡아 사용하고 있었다. 김환근의 도술은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사부가 수천 년 정화의 결실인 내단을 통째로 넘겨준다면 금방 그 경지에 이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백 년 수련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다만 무지막지한 호신강기로 에너지의 흐름을 무시하고 강제로 공간이동을 짧게 하는 축지법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면 맥과 맥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벽을 뚫어버리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 된다. 이때 몸에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면 호신강기와 용족의 갑옷, 그리고 마나로 그 충격을 버텨야 한다.

삐이익!

카가가캉!

10분 정도를 달려가자 언덕 위에서 밀려오는 거대 개미군단과 그 개미군단의 등에 앉아서 무기를 휘두르는 괴물 오크들을 볼 수 있었다. 지능이 거의 없는 거대 개미들은 지능형 괴물들과 연합하지 않고 본능에 따라 괴물 동료의 숫자를 늘리고 생명체를 말살하려 한다. 하지만 괴물들끼리는 싸우지 않기에 지능형 괴물들이 자신들의 등 위에 앉아도 반항하지 않는다.

“와아! 지원군이다.”

언덕에는 마법사 길드에서 빌려온 키메라인 오우거 전사 하나가 선두에 홀로 돌출되어 괴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그 뒤에는 언덕에서 탱커들이 일렬로 서서 밀려오는 괴물들을 막아내고 있었고, 그 후위에서 딜러들이 활로 괴물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또한 말을 이용한 기병들이 화살과 같은 보급품을 나르고 있었다.

“한 시간만 버텨라!”

“와아!”

슈슈슈슉!

퍼퍼퍼퍽!

“머리를 쏴!”

폭발형 화살로 머리를 맞추어도 에너지가 불안한 자연의 기 때문에 화살이 폭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머리에 화살을 박은 오크나 거대 개미가 죽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퍽!

우르르!

탱커들은 방패로 밀어서 거대 개미들을 언덕 아래로 밀어버렸다. 그러면 오크 괴물이 거대 개미 등을 밟고 점프를 하여 달려들었다.

“네 능력은 어느 정도냐?”

“혼자서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첨단 무기인 마나 발칸포와 기관총, 저격수들의 사격, 포격이 떨어지는 전장의 한 가운데서 수개월 동안 수련한 김환근이다. 호신강기가 아니라도 검을 휘둘러서 쓸어버릴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단 한 놈도 놓치면 안 된다. 할 수 있겠느냐?”

“후방에서 감시하는 비행 괴물들 때문에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김환근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이유다. 괴물들이 이 전투에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심어주어야 계속해서 병력을 보냈다. 그렇지 않으면 대장 괴물이 모두 후퇴를 명령한다. 그러면 안전한 사냥터를 만들 수는 있지만 다른 지역의 괴물들과 연합해서 괴물들의 세력이 더 커지고, 오우거 괴물과 같은 돈이 되는 괴물들은 구경하기 힘들게 된다.”

사부인 이명산 도인이 직접 괴물 사냥에 나서서 쓸어버리지 않고 뒤에서 참관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오면 가끔 도와주는 이유다.

“추격해서 사냥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도 된다. 문제는 하이에나들이 우리가 만든 도시로 몰려온다는 것이지. 인구 50만 명이 되기도 전에 다른 길드가 도시에 와서 이권 사업을 시작하고 사냥터를 독점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거점에 다른 도시를 만들 수도 있지.”

괴물군단을 몰아내면 다른 길드가 와서 그곳에 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다. 황무지를 개간해서 다른 자들에게 바치는 꼴이다. 혼자서 괴물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강자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 크고 작은 길드들이 몰린 수밖에 없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 같기에 시기와 질투로 집중 견제를 당할 수도 있고, 사냥터에서 스킬을 노리는 암살자들의 공격도 각오해야 한다. 능력을 공개하는 순간 귀찮은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오우거 군단이다!”

가장 뒤에서 활을 쏘던 딜러가 소리쳤다. 가장 높은 곳에서 전장을 지켜보면서 지휘를 하던 파티장이었다. 이곳에서는 도우미 시스템을 통한 통신도 불가능하기에 이처럼 소리를 치거나 호각을 불어서 신호를 한다.

쿵! 쿵!

괴물 오우거 30 마리가 아래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괴물 오크 전사 수천마리가 있었다. 이쪽에서 오우거 한 마리가 정상의 가장 중요한 돌출 지형에서 올라오는 괴물들을 쓸어버리고 있었기에 나머지는 비탈진 절벽 같은 언덕을 올라와야 했다. 완만한 산등성을 타로 올라오는 주요 돌출부 키메라 오우거가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키메라 오우거를 잡기 위해 적의 대장이 괴물 오우거 군단을 보낸 것이었다. 이곳을 단숨에 쓸어버리고 후퇴하는 인간들의 측면을 공격해서 퇴각로를 막아서 포위 공격하려는 계획이 분명했다.

“네가 힘 좀 써야 하겠다.”

“대장 괴물이 도망치려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니까 아슬아슬하게 싸워야지. 나와 딜러들이 보조할 테니 적당히 싸워라.”

“예.”

휘익!

뒤에서 구경하던 김환근이 점프로 탱커들의 전열을 뛰어넘어 홀로 전투를 하는 오우거 키메라 옆으로 갔다. 오우거 키메라는 중갑 세트로 무장했다. 그리고 오른 손에는 철퇴를, 왼손에는 방패를 들고 있었다. 김환근도 보급품 중에서 가져온 방패와 대검을 들고 돌출된 언덕 부분으로 갔다.

캉!

퍽!

오크 괴물이 던진 도끼를 방패로 막고는 발로 거대 개미를 걷어찼다. 거대 개미는 말보다는 약간 작지만 송아지보다는 컸다. 김환근의 발차기에 거대 개미의 머리가 박살나서 레드 스톤이 떨어졌다. 그리고 돌과 거대 개미는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레드 스톤은 오크 괴물이 챙기고 있었다. 오크 괴물 군단은 전투병, 보급병, 회수병, 연락병, 라이더병, 정찰병 등등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오크 괴물들은 거대 늑대를 타고 다니는 오크 라이더들이 가장 최 정예 부대다.

슈슈슉!

퍼퍼퍼벅!

딜러들의 화살이 거대 개미와 오크들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었다. 덕분에 오우거 키메라는 포위되지 않고 마음껏 활약하고 있었다. 만약 포위되어 거대 개미들에게 물리면 오우거라도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다. 거대 개미의 이빨에는 강한 산성을 뿜어내는 독이 흐르고 있어서 물고 늘어지면 아무리 단단한 금속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구멍이 뻥뻥 뚫린다.

‘화!’

화르르!

김환근은 검에 불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천지조화술을 사용해 불의 기운을 검에 넣자 마치 스킬을 사용한 것처럼 되었다.

삭!

화르르!

검을 휘두르자 거대 개미의 머리가 갈라지면서 뇌수와 뇌가 녹아서 레드 스톤이 떨어졌다.

사사삭!

화르르!

방패로 막고 발로 차고, 검을 휘둘러 오우거보다 빠르게 괴물들을 언덕 위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슈슈슈슈슉!

티디디디딩!

카카카카캉!

이때 산 아래에서 오크 전사들이 던진 창들이 오우거 키메라와 김환근에게 날아왔다. 김환근은 검을 휘둘러 막고, 방패로도 막았다. 자신의 능력을 되도록 감추고 겨우 겨우 막아낸 것처럼 연기한 것이었다.

주르르!

그리고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두 줄기 고랑을 만들면서 뒤로 밀려났다. 오우거 키메라가 밀려난 거리만큼 밀려나자 천근추를 사용해서 멈춘 김환근이다.

쿵! 쿵! 쿵!

오크 전사들의 엄호를 받으면서 오우거 군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