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50화 (50/82)

00050  25. 황제의 고향  =========================================================================

25. 황제의 고향

쿵! 쿵!

김환근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불길하다.’

김환근의 안색이 굳어졌다. 몇 달 동안 전장에서 수련한 모든 것을 그는 전검(戰劍)이라 불렀다. 전검을 통해서 심검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전투 초감각을 극대화 하였다. 전투 초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중에는 실드와 방패, 호신기공을 사용하지 않고 검과 보법만을 사용해 총알을 베고, 포탄을 피하면서 적들과 싸웠다. 전투 초감각이 발달하자 뇌뿐 아니라 심장이 미래를 예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뇌의 전투 초감각은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미래를 감지하지만 심장은 그보다 먼 미래를 감지했다. 전투 예지가 용족의 신체와 결합된 부산물일 가능성이 컸다. 이는 천지자연의 기운을 감지해 천기를 예지하는 것과 전혀 다른 능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강하게 심장이 뛰면서 미래가 불길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스슥!

김환근은 전투임무는 벌써 끝났기에 망설이지 않고 퇴각로를 이용해서 후퇴를 하였다.

‘내가 이 정도로 날뛰었으니 파라 행성의 귀족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가 납치하려고 할 가능성이 많다. 검으로 총알을 잘라내는 능력이라면 욕심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김환근은 불안의 원인은 하나뿐이라 생각했다. 현재 지구에 있는 차원전사들은 천만 명을 넘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서 차원전장으로 파견되고 있었다. 다행이 첫 번째 파견한 차원전사 초보가 활동하기 좋은 차원전장을 찾았고, 그 후 모든 차원전사들은 황제의 고향이라는 용족 행성으로 파견되었다. 용족 행성에 있는 용족들은 생존자인 알파 족을 추격한 알파 괴물들로 인해 용족 행성이 괴물들의 세상이 되자 잠에서 깨어나 알파 괴물들을 박살내고 원흉인 알파 족들을 사로잡아 노예로 만들었다.

이 전쟁으로 드래곤으로 불리는 용족들도 많이 죽었다. 초반에 사태 파악을 못해서 힘을 합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죽은 드래곤들이 괴물 드래곤이 되자 사태를 파악한 드래곤들은 가디언들은 물론 그들의 종족이 용족 행성의 모든 지성체들은 물론, 사태의 원흉인 알파 족들과도 연합해 겨우 승리했다. 하지만 이 승리는 알파 괴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최초의 전쟁이고 이를 기반으로 차원연합이 발족할 수 있었다.

용족들은 차원연합의 수많은 종족들을 거느리고 알파 괴물들과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레드 스톤을 이용한 문명이 발달하자 수많은 차원연합이 종족들이 약탈자가 되었고, 그들의 약탈에 의해 괴물 행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차원식민지를 바탕으로 강력해진 차원연합 종족들은 자신들을 왕과 귀족으로 분류하면 약한 차원연합 종족들을 식민지로 만들어 버렸다. 덕분에 줄어가던 괴물의 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되었다.

왕과 귀족들은 용족들을 황제로 칭하고 자신들이 황제가 되기 위해 황제를 공격했다. 알파 괴물들을 물리친 그들의 능력을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반란을 일으켰던 왕과 귀족들은 드래곤들의 반격에 모두 제거되었지만 드래곤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아 살아남은 존재는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리고 드래곤들의 비밀도 차원연합의 귀족들과 왕들 사이에 암암리에 거래되었다. 이들은 알파 괴물보다 드래곤들을 더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몇 명 남지 않은 드래곤들은 알파 족의 문명과 자신들의 마법과 지혜를 더해 행성급 우주전함을 만들어 고향을 버리고 우주로 떠났다. 행성급 우주전함의 위치를 찾아낼 수 없으니 귀족과 왕들이 연합을 했어도 반란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 황제들은 가디언들을 보내 차원연합을 유지하고 알파 괴물의 팽창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 차원연합의 역사다.

황제들이 떠난 행성은 차원균열이 90%가 진행되어 죽으면 10중의 하나는 반드시 괴물이 되는 곳이었다. 황제인 드래곤들은 자신들이 죽으면 괴물이 된다는 점 때문에 고향인 행성을 버린 것이었다. 행성급 우주전함은 10서클의 마법진을 이용해서 차원균열을 만들지 않고도 차원이동에 가까운 초장거리 워프를 가능하게 한다.

비어있는 행성을 차원식민지로 만들려고 한 왕이 있었고, 그의 행성으로 황제의 우주전함이 나타나 행성포로 귀족의 행성을 날려버렸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차원연합에서 대놓고 법을 어기는 귀족이나 왕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뒤에 숨어서 용병들을 이용해도 고향을 식민지로 만드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였다. 또한 황제가 괴물이 되어 행성급 우주전함을 차지하면 모두가 파멸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귀족과 왕들도 황제가 차원전장으로 오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 황제의 고향 행성에 욕심을 내거나 황제가 만든 연합법을 어기지 않았다.

황제가 보낸 가디언은 고향 행성을 정화하기 위해 용족 행성에 있는 원주민들과 파견되어 나온 차원전사인 용병들에게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행성을 파괴할만한 마법과 무기는 물론 환경을 오염시키는 모든 물질의 반입을 규제하고 있었다. 때문에 회수하기 어려운 포탄이나 총알의 사용도 금지되어 있었다. 파편과 총알, 탄피 등이 자연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런 첨단 무기를 가져오지 못하게 하면 행성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행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용족 행성의 원주민들은 다른 차원의 용병들을 무조건 받아 주었다. 그리고 이곳은 초보 용병들이 성장하기 좋은 최고의 환경과 질서가 지켜지는 곳이다. 곤충까지 괴물로 변하는 행성에서 이들은 마법으로 안전한 도시와 마을을 건설한 후에 90% 이상의 대지를 점령한 괴물의 영역을 빼앗기 위해서는 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지구의 100배 크기인 이 거대한 이 행성은 태양이 3개가 뜨고, 달이 2개나 되는 행성이다.

“오늘은 일찍 왔군.”

김환근이 연대 본부 벙커로 돌아와서 스톤들을 주고 10%의 점수와 킬수에 따른 점수를 보너스로 받았다.

“의뢰 계약을 파기하고 돌아가겠습니다.”

“뭐라고?”

보급부대 병사는 놀라서 눈이 커졌다. 불사조, 검귀로 불리는 이 용병은 거미 족 전사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었다. 적어도 이 적색 평원에서 싸우고 있는 13연대 장교들과 고참 병사들에게 검귀는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의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의뢰를 깨고 돌아가겠다는 것이었다.

“여기 위약금 9천 점입니다.”

1달 선금으로 받은 계약금이 3천점이다. 김환근은 위약금으로 그 3배를 지불했다. 탈영병이나 범법자로 차원상점 게시판에 수배자로 이름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다. 의뢰를 무조건 파기하면 현상금 수배자가 되어 기본이 1만 점의 현상범이 된다. 그럴 경우 현상금을 차원상점에 내면 수배자 명단에서 삭제된다. 대박을 터트린 자들이 의뢰를 파기하고 도망치는 이유다. 하지만 살인이나 괴물에 협조하는 등의 차원연합법을 어기면 붉은 이름으로 수배자 명단에 오른다. 그런 경우는 자수하면 연합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붉은 이름은 현상금을 내도 수배 명단에서 이름을 삭제할 수 없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김환근은 위약금을 내고 파티에서 탈퇴했다. 때문에 파티에서 탈퇴를 해도 탈영병이나 범죄자로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 도우미 시스템 때문에 김환근은 의뢰계약을 정상적으로 파기하고는 근두운 대신에 투명한 에너지인 호신강기를 보드처럼 만들어 타고는 후방으로 날아갔다. 이제는 거미 족 병사가 아니기에 수송기를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슉!

김환근은 호신강기를 보드처럼 만들어서 땅을 미끄러지듯이 날아갔다. 그리고 공간이동이 가능한 곳으로 오자 아공간을 열고는 용의 전장으로 불리는 용족 행성으로 이동했다. 지구에 있는 가족들은 물론 이현주도 몇 달 전에 그곳으로 갔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 * *

스슥!

김환근은 용의 신전이라는 곳에 아공간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떨어져 내렸다.

〈대지의 아들 강철의 도시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용의 신전에 도착하자 도우미 시스템에서 환영 메시지가 떠올랐다. 대지의 아들은 드워프 종족을 의미한다. 때문에 강철의 도시는 드워프 영역에 있는 도시라는 의미이다.

“우욱!”

번쩍!

김환근뿐 아니라 수많은 지구인들이 용의 신전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은 차원이동의 후유증으로 구토를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용의 신전에서 뿜어져 나온 빛에 이해 자동으로 밖으로 이동되면서 후유증이 자동으로 치유되었다.

와글! 와글!

지구인들은 마을 광장에 있는 분수대 공원 앞에 유령처럼 솟아올랐다. 빨리 비키지 않으면 뒤에 이동해 오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넘어질 수도 있었기에 김환근은 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마치 70년대 초반의 공항 터미널을 연상하는 분위기였다.

“오빠! 여기!”

“혜림아.”

“마이클!”

“헤이!”

……!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서 관장 밖으로 나가거나 광장에 있는 용의 석상 앞에서 점수를 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고 있었다. 용의 행성은 출입이 자유로웠다. 지구처럼 이계 관리국이 없고, 용의 신전에서 나오도록 되어 있었다. 다만 마을이나 성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신고를 하고는 세금을 내야 했다. 신고하는 즉시 도우미 파티 시스템에 등록되어 무슨 무기를 사용하는 지 확인이 되기에 범법자가 되기 싫으면 용족 행성의 법을 준수해야 한다.

‘어디로 갈까?’

용족 행성으로 올 때는 무조건 랜덤이다. 살기 좋은 대도시로 사람들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용족 행성의 원주민들은 판타지 세계의 이종족들이 다 있었다. 인간, 드워프, 엘프, 요정, 정령, 오크, 고블린, 트롤, 오우거, 뱀파이어, 늑대인간, 타이탄 족, 인어 족, 프로그맨 족, 등등의 종족들이 각자 마을이나 도시를 건설하고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몬스터로 불리는 오크, 오우거, 트롤, 늑대인간, 고블린 등등도 지성체인 원주민들로 황제가 된 드래곤의 아래 하나가 되어 괴물들과 싸웠다. 예전에는 인간들도 서로 전쟁을 하고, 이종족들을 몬스터로 부르면 서로 싸웠지만 지금은 오직 괴물들과의 싸움을 위해 모두가 하나가 된 행성이다.

‘사부님과 가족들이 있는 조용한 숲의 도시 서울로 가자.’

용의 행성에 기가 풍부하기에 사부를 비롯한 차원전사들은 모두가 이곳으로 이주를 하였다. 지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질서 유지를 위해 근무를 하는 차원전사들뿐이다. 출퇴근도 가능하지만 랜덤 시스템 때문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려면 점수를 내고 공간이동을 해야 하기에 점수를 아끼기 위해 한번 이동하면 몇 달 정도는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보통이다.

〈워프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용족 행성의 마을이나 도시는 워프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고는 공간이동이 불가능하다. 마을 밖에서는 자유롭게 공간이동이 가능하지만 공간왜곡 마법을 이용해서 공간이동을 하는 순간을 노리고 공격하는 괴물들도 즐비했다. 마법의 행성이라 괴물이 된 드래곤의 가디언들인 리치나 네크로맨서와 같은 괴물들도 즐비해서 마을 밖에서 공간이동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마법사가 있다면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동을 해야 했다.

마을 밖의 안전한 장소에서도 마을 안으로는 스톤을 이용한 공간이동이 불가능하기에 랜덤으로 가까운 워프 시스템에 접속해 마을 안에 있는 용의 신전으로 이동시켜주는 귀환 스크롤을 사야 한다. 괴물의 영역을 몰아내고 마을을 건설하고, 마법사 길드와 신성길드에 점수만 내면 워프 시스템과 방어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 그러면 이 워프 이동 수수료만 받아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조용한 숲의 도시 서울은 한국인들이 만든 도시다. 조용한 숲이란 엘프들의 영역을 말한다. 다시 말해 엘프들의 영역에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말하는 것이었다.

‘조용한 숲의 도시 서울.’

〈조용한 숲의 도시 서울로 이동합니다. 이동 수수료는 10점입니다.〉

스슥!

워프 존이라 불리는 황제의 석상 앞에 있으면 사람이 유령처럼 사라져서 다른 도시에 있는 용의 신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용족 행성에는 수많은 신들이 있고, 그 신들을 모시는 교단들이 있었다. 하지만 차원균열이 벌어지자 신들이 힘을 잃었고, 드래곤들이 괴물들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알파 괴물들과 드래곤 괴물들을 모두 제거했다. 잔당은 원주민들인 수많은 종족들에게 맡기고 드래곤들은 알파 행성으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연합인 귀족들과 왕들의 배신으로 알파 행성으로 가지 못하고 배신자들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 결과 용족 행성에 있는 괴물들은 다 제거하지 못했고, 소수만 남은 드래곤들은 황제로 불리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후에 드래곤들이 떠났지만 그 가디언들이 나타나 이 행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기에 이 행성을 괴물들에서 구한 드래곤들을 신으로 추종하는 교단이 생겨났다. 이 교단은 다른 교단들을 누르고 가장 강성한 세력을 가진 교단이 되었다. 하지만 드래곤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신성길드를 만들어서 모든 교단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때문에 용의 신전에는 수많은 교단의 신들을 모시는 종합 신전처럼 변했다. 때문에 드래곤을 황제로 칭하지 신으로 부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마을과 도시에는 용의 신전이 건설되어 있었다.

* * *

스슥!

조용한 숲의 도시 서울 광장에 김환근의 모습이 나타났다. 김화근뿐 아니라 사냥을 나갔던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유령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조용한 숲의 도시 서울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사냥을 하는 차원전사들을 이곳에서는 유저로 부르고 있었다. 유저란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이란 뜻인데 이곳에서는 도우미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인다. 도우미 시스템 자체가 알파 족이 만든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이기에 유저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좀, 작군.’

강철의 도시가 인구 100만 정도라면 이곳은 인구 1만 정도의 작은 도시였다. 중세 시대의 작은 성처럼 생긴 도시였다. 앞에 성처럼 생긴 큰 건물이 있고, 그 뒤로 가장 높은 산 위에 용의 신전이 있었다. 그리고 광장을 중심으로 길드 건물들과 상점 건물들이 지어져 있었고, 뒤에는 돌로 만든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도시 외곽에는 농장 지대가 있었고, 가장 외곽에는 거대한 성벽이 도시를 보호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