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9 24. 적색 평원 전투 =========================================================================
치익!
거미 종족이 아닌 인간인 김환근을 향해 괴물이 끈적끈적한 독액을 뿜어냈지만 호신강기에 막혀 버렸다.
캉!
검을 휘두르자 절대 실드를 사용해 막았다.
투두두둑!
티디디디딩!
적의 어깨에 달려 있던 기관총 두 자루가 회전하면서 총알을 마구 토해냈다. 총알이 방패와 몸을 감싼 회전하는 호신강기에 튕겨났지만 무지막지한 숫자의 총알이 김환근을 뒤로 밀어냈다. 천근추를 사용해서 버틸 수도 있지만 선두에 있으면 집중 공격을 받기에 일부러 뒤로 밀려났다. 모든 능력을 드러내고 싸워서 점수를 많이 확보할 것이 아니라면 얌체처럼 뒤로 후퇴를 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레드 스톤과 블루 스톤을 줍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전투력과 무기는 고참들이 낫지만 괴물들의 재생 능력과 독액, 조직적이고 본능적인 협공 능력 때문에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군.’
적아가 섞여서 백병전이 일어나는 중앙에도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괴물들은 머리가 박살나지 않는 한 죽지 않고 복구되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그에 비해서 아군은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고통 때문에 스스로 자폭해서 죽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전투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티디디딩!
퍽!
김환근은 방패에 있는 호신강기로 쏘아대는 총알을 막고는 뒤로 피하면서 검을 날려 머리를 파괴했다. 이기어검술을 감추기 위한 비검술이었다. 즉, 김환근은 비검술과 염력을 이용해서 달려드는 괴물들을 죽였다. 괴물들은 두 개의 기관총과 벌떡 일어서서 8개의 팔다리고 공격하면 상대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방패로 막고 물러나서 기회가 생기면 검을 던지고, 그렇지 않으면 밀려나는 척 하면서 피해 다녔다.
‘완전 지옥이로군.’
포탄과 총알이 난무해도 적을 죽이는 것은 선두에서 엉켜서 싸우는 육박전의 승자들이었다. 근접 전투에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금방 재생하는 괴물들의 전투력이 우세했다. 하지만 거미 족 고참 병사들과 장교들은 그런 괴물들을 효과적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이런 전사들 때문에 전장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포탄이 끊임없이 떨어져서 사체와 장갑 등을 박살내지 않았다면 중앙전장은 잔해들이 쌓여서 산을 이루었을 것이다.
카가가캉!
투두두두!
장교들은 명중률을 업그레이드하고 도우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자동으로 적을 향해 총을 발사할 수 있었다. 벌떡 일어서서 8개의 팔다리를 모두 사용해서 막고 찌르면서 협공하는 괴물의 머리를 기관총으로 박살을 냈다. 그것도 최소의 총알로.
‘레벨 30은 넘겠군.’
소대장과 중대장, 연대장과 같은 장교들이 선두에서 적들을 학살하고 있었기에 팽팽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수많은 신병들이 죽어서 그들의 장비와 죽은 괴물들의 사체가 많아져서 장비와 사체 위에서 싸워야 할 정도가 되었다. 사체들 사이에서 죽은 척 하는 것은 탐지 스킬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
‘벌써 10시간이 지났다. 도대체 언제 전투가 끝나나?’
타루 소대장을 따라다니면서 치열한 전투에도 흐름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죽어가는 것은 신병들이 대부분이었다. 괴물들이 병력을 계속해서 투입하면 아군도 계속해서 투입했다. 아무리 병력을 많이 투입해도 포격에 희생만 늘기 때문에 괴물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적정한 숫자면 투입했다. 병력을 많이 투입해도 괴물들을 밀어낼 수 없기에 전투는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포격 때문에 산더미처럼 쌓인 괴물 사체와 장비들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 위에서 다시 전투가 벌어져서 포탄에도 불구하고 전선에서는 사체와 장비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아! 이곳이 퇴각로이구나.’
김환근은 타루 소대장을 따라 흐름을 타고 우측으로 이동해자 구불구불한 참호들이 후방과 연결되어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 참호로는 병력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점수를 1000점 이상 얻은 병사들만 이 길을 따라 후방으로 퇴각할 수 있었다. 신병들은 이런 퇴각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싸우다가 죽어가고 있었다. 괴물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전장에 쌓인 스톤들을 후방으로 빼내고 있었다. 하지만 빼내는 숫자보다 죽어서 떨어뜨리는 스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스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적색의 평야는 괴물이나 거미 족이나 포기할 수 없는 전장이 되고 있었다.
〈신병이 임무를 완수하다니 대단하군. 따라와라.〉
후방으로 나오자 타루 소대장은 김환근을 데리고 13연대 본부 벙커로 들어갔다. 김환근은 회수한 스톤들을 보급관에게 넘기고 밖으로 나와 소대로 돌아갔다. 킬수와 회수한 스톤의 점수는 다음과 같았다.
〈보너스 점수 - 12,190점
킬수 - 194마리(1,940점)〉
레드 스톤 - 45650점(4,565점)
블루 스톤 - 56859점(5,685점)〉
하루만에 12,190점을 얻었다. 거미 족이었다면 당장 용병에서 정규군 장교로 임명될 수 있을 정도의 영웅적인 킬 수였다. 스톤 회수로 인한 점수는 이보다 더 많이 얻는 용병들도 있었지만 킬수는 압도적이었다. 10시간 동안 대충 상대하면서 잡은 괴물의 숫자가 그 정도였다.
“내일이면 연대 병력을 재편할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쉬어라.”
“원래 신병들이 첫 전투에서 다 죽습니까?”
“아니.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 보통 전투는 한나절 싸우면 괴물 쪽에서 하얀 깃발이 올라오면 오늘은 그만 싸우자는 신호라 이쪽에서도 깃발을 올리는 동시에 퇴각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양쪽 병력이 스톤을 건드리지 않고 동시에 퇴각한다. 하지만 누구라도 깃발이 올라간 후에도 스톤을 주우면 약속이 깨어진 것이라 오늘처럼 끝도 없이 싸운다. 이럴 때는 아군 쪽에서 스톤의 일부를 양보하고 깃발을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괴물이 휴전을 제안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괴물의 사체가 산처럼 쌓이면 장벽이 생긴다. 그러면 장벽 때문에 전투가 불가능해서 그 장벽을 기준으로 양쪽이 공평하게 스톤을 회수해 갈 수 있지. 그러면 끊임없이 전투를 해서 우리를 학살할 수 없다. 괴물들은 자신들이 얼마가 희생되던 상관없이 가장 효과적으로 우리를 학살할 방법을 추구한다. 장벽으로 전투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보다는 장벽을 없애고 나서 다시 전투를 재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지.”
휴전이 이루어지면 구역을 나누어서 땅에 떨어진 장비와 스톤들을 회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앙의 경계선이 된 산더미처럼 쌓인 사체와 장비, 스톤들을 서로가 가져가지 못한다. 회수가 끝나면 중앙을 향해 서로가 포격을 가해 평지로 만들어서 스톤만 남긴다. 그러면 그때 그 스톤들을 회수하기 위해 다시 전투가 반복되는 곳이 적색 평야다.
“그렇다면 아군은 왜 휴전을 선택하는 것입니까?”
“항상은 아니다. 가끔은 중앙의 장벽이 산처럼 높아지면 휴전이 없어도 장벽 뒤는 안전한 장소가 되어 신병들도 금방 점수를 채우고 퇴각한다. 스톤이 없어지면 장비를 점수를 회수하는 임무를 주기도 한다. 장벽 때문에 괴물들은 우리를 죽이는 숫자가 적어지니 휴전을 제의한다. 아군은 장벽 때문에 끊임없이 싸우는 것이 희생이 더 줄어들기에 휴전 제의를 받지 않을 때가 만다. 하지만 장벽이 너무 높아지면 적들이 장벽에 집중포격을 가하기 때문에 장벽이 사라져서 결국은 다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러면 언제 전투가 중단됩니까?”
“산처럼 쌓여 있는 장벽 아래에 가장 많은 스톤들이 몰려 있지. 그것을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전투는 계속될 것이다. 아군은 적들에게 그 스톤이 들어가면 팽팽한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지휘부의 선택이다. 아무튼 지휘부의 선택에 따라 중간에 휴전이 있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몇 달 동안 끊임없이 싸우기도 한다.”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군의 희생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중간 휴전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귀족의 하수인인 지휘부가 레드 스톤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휴전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심을 할 수 있기에 지금처럼 계속해서 싸워 교대로 싸워야하는 주기가 줄어든 병사들이 불만이 커지면 그것을 핑계로 휴전을 하는 모양이었다. 계속 싸우면 죽는 숫자는 줄지만 고참들의 희생이 커지고 신병들의 휴식 시간이 줄어든다. 휴전을 하면 휴식 시간은 많아지지만 신병들의 희생은 커진다.
선두에서 살아남는 것은 장교와 고참들인데 그곳에 집중 포격이 시작되면 이들도 희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신병들만 앞으로 내보내면 적들이 중앙을 밀어버려 중앙의 보고를 빼앗길 수밖에 없으니 그들을 선두에서 빼낼 수도 없는 것이다.
어쩌면 전투 경험이 싸이고 점수를 얻어서 강해진 고참 병사들이 많아지면 세력의 균형이 거미 족 전사들에게 넘어갈 수 있기에 그들의 숫자를 조율하기 위해 일부러 지휘부가 휴전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싸우는 것일 가능성도 있었다. 고참들은 이를 경험했기에 포격이 시작되면 임무를 완수하고 퇴각할 수 있는 퇴각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컸다. 이는 지휘부가 아닌 아래의 하급 장교들이 만든 퇴각로일 가능성이 컸다. 때문에 신병들에게도 이런 퇴각로가 있다는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묵인된 비밀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곧 휴전이 되겠군.’
거미 행성이 식민지이고 지휘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자 앞으로의 전투도 예상이 되었다.
“오늘 전투는 끝이 난 모양이군.”
타루 소대장이 말했다. 김환근의 예상대로 휴전이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지휘부에서는 전력이 열세가 되어 괴물들이 전진하는 상황을 막아야 했고, 괴물들은 더 효율적으로 많은 거미 족을 학살 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선택이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괴물들도 휴전을 선택하지 않으면 거미 족이 장벽을 향해 포격을 집중하면 괴물들의 희생만 커진다. 후퇴했다가 다시 오면 포격을 중단했다가 왔을 때에 포격을 개시하면 거미 족의 포탄을 소모하게 하지만 거미 족 학살 본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전차를 이용하거나 대규모 포격이나 전투기를 이용한 폭탄 투하로 괴물들을 동굴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김환근은 무의미한 소모전을 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어서 다시 질문을 해 보았다.
“이미 써 보았던 작전이다. 고공에서 투하한 폭탄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함께 쓸어버렸고, 저공비행을 하면 괴물의 광선포 공격에 모두 추락했다. 대규모 포격은 적도 비슷한 포격으로 맞서기에 아군의 피해가 더 크다. 그리고 주포들을 한 전장으로 모으면 다른 전장이 뚫리기에 지금처럼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적들에게 적색 평원에 쌓인 스톤이 모두 빼앗기면 그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소모전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그래도 신병들의 희생이 너무 큽니다.”
“우리 소대는 오늘 운이 없었다. 그래도 살아남으면 이런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유능한 전사로 성장해서 언젠가는 괴물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전사들이 되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 믿고 있다.”
“……!”
김환근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지휘부가 바뀌지 않는 한 하급 장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교묘하게 팽팽한 균형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질문할 것 없으면 쉬어라. 내일 아침이면 너는 다른 소대로 재편될 것이다.”
“예.”
김환근은 대충 이해를 했다. 타루 소대장은 내일 후방으로 가서 새로운 소대원들인 신병들을 인수하여 이곳으로 올 것이다. 부하들이 많이 살아남았으면 소수만 남은 다른 소대원들을 재편해서 경험 있는 부하들로 소대를 편성하지만 가장 많이 죽은 소대장들은 소대원들을 모두 신병들로 받는 것이 분명했다.
* * *
다음날
김환근은 아침 일찍 소대장과 함께 연대 본부로 갔다. 소대장은 김환근을 다른 소대에게 인계하고 그 자신은 자신의 소대원들이 될 신병들을 받기 위해 후방으로 이동했다. 김환근은 전투력이 강해 보이는 병사들로 구성된 소대에 편입되어 그날 오후에 전투에 투입되었다. 전투 방식은 어제와 비슷했다. 신병들을 앞에서 돌격하고 경험 있는 병사들은 조금 뒤에 배치해 사망률을 낮추었다. 그래도 반 수 이상이 희생되어 새로운 소대원들이 파견되어 인원을 채웠다. 김환근은 계속된 전투에서도 계속해서 살아남자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했다. 열 번 이상 전장에서 살아남으면 소대장으로 진급하고도 남는 전공이다. 하지만 김환근은 다른 행성에서 온 용병이라 계속 용병으로 있었다. 소대장이 되면 후방으로 갈 때에 받은 점수로 차원상점에서 상품을 사서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새로운 스킬을 사서 강해지지만 김환근은 그런 과정 없이 살아돌아오기 때문이다.
카카카캉!
퍽!
김환근은 오늘도 검을 휘두르면서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전투 초감각과 천지검법을 수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거미 족 전사들이 전쟁을 통해서 강해지듯이 김환근도 매일 계속되는 지옥 같은 전장에서의 난전 속에서 전투 초감각과 실전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김환근는 예전에 아무런 스킬도 없이 반복되는 전투를 통해서 검으로 총알도 자를 수 있는 수련을 했다. 지금은 그와는 정 반대다. 그때는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눈 감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닥에 산처럼 쌓인 탄피와 장갑, 검, 방패, 괴물 사체, 포탄 파편, 흙들이 뒤섞여서 대지를 만들고 있었다. 곳곳에 날카로운 파편과 검 날이 튀어나와 있었고, 기관총알과 포탄이 예고 없이 날아오는 난전이 벌어지는 전장이다.
티티팅!
김환근은 검을 휘둘러서 1분에 5천발을 쏟아내는 기관총알을 막아내는 신기를 보여주었다. 총알을 자를 수도 있지만 그것은 힘의 낭비고, 한 번에 수천 발을 모두 잘라서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표는 검과 검막을 이용해서 총알을 방패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총알을 일일이 모두 베어버리는 것이다.’
김환근은 1달 동안의 목표를 정했다. 천지검법은 초식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수련했던 검도를 자신도 모르게 따라했다. 여기에 스킬로 배운 전사의 기초에 있는 검법도 가미되었다. 하지만 차원상점에서 파는 상품인 스킬은 아무리 수련해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용족의 신체처럼 부작용이 있는 상품들인 것이다. 그런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VIP 전용 상점에서 산 스킬로 무장한 귀족들을 상대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차원상점에서 산 스킬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초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단초가 천지신공이라 생각했다.
‘된다.’
사사삭!
지금까지는 목숨이 위태로워야 전투 초감각이 발휘되었다. 하지만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집중하여 총알을 베기 위해 노력하자 목숨이 위험하지 않으면 발동되지 않는 전투 초감각을 발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날아올 총알의 방향을 예측해서 검을 휘둘러 총알을 맞추었다. 하지만 신체 레벨 10의 민첩과 힘으로는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같은 궤도에 있는 총알들을 야구 선수가 배트를 휘둘러 100마일 이상의 공을 예측해서 때리는 것처럼 베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전후좌우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총알을 베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리 예측해서 몸을 피하거나 방패, 또는 호신강기로 막는 것은 가능해도 동시에 검을 수천번 휘두르는 것은 인체공학적으로 불가능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 기(氣)인 내공과 마나다. 기로 만들어진 수천 개의 칼날을 만들어서 동시에 휘두를 수 있다면 가능해진다. 기에 마음을 담아 날카롭게 휘두를 수 있다면 그것이 심검이다.’
김환근은 이미 이기어검을 통해서 심검(心劍)의 영역에 들어섰다. 하지만 어검술의 영역인 이기어검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비검술이 되고 있었다. 검의 위력이 강해져서이지만 분신을 두 개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도 검에 제대로 마음을 담지 못하고, 그것을 조종하는 기에도 마음과 의지를 담지 못하기에 어검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투 초감각을 이용해서 한 번게 수천 개의 총알을 동시에 자르는 수련을 완성한다면 수백 개의 분신을 만드는 분신술과 심검을 완성해서 이기어검술은 물론 심즉살의 영역인 심검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지신공의 천지조화술은 기를 투명하게 만들도 그것을 마음으로 조종하면 투명한 기의 검이 상대를 격살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의념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심검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빛보다 빠르게 날아간 상대의 뇌나 심장을 찔러버리니 막을 수 없는 검술의 완성이 심검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김환근은 이런 전장에서의 수련이 효과를 거두자 계약이 끝나자 다시 의뢰 계약을 맺었다. 예전에 지루하다는 이유로 같은 미래를 되풀이하는 것을 포기했었던 경험이 있기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는 심검을 완성할 때까지 수련을 계속하기로 결심하였다.
투두두둑!
사사사삭!
“검귀다.”
몇 달이 지났지만 김환근은 다시 의뢰를 받아 적색의 평원에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의뢰를 받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이 전장에서 김환근은 유명해졌다. 김환근은 이제 불사조가 아닌 검귀로 불리고 있었다. 김환근은 이제 심검의 영역에 들어서서 기관총알 하나하나에 의념을 실어서 날릴 수 있게 되었고, 기로 수백 개의 검을 만들어 의념대로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심검의 영역을 알아보지 못하는 거미 족 전사들은 김환근이 검을 번개처럼 휘둘러서 수십 개의 총알을 잘라내고 동시에 기관총을 쏘아서 괴물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정도의 고수로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