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6 23. 새로운 시작 =========================================================================
23. 새로운 시작
며칠 후
파라 족 지원군들이 괴물들을 모두 청소하였지만 후유증은 심각하였다. 수많은 핵폭탄이 폭발해서 수많은 도시가 초토화 되었고, 방사능 오염과 피폭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화산폭발과 지진으로 초토화 도시를 복구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공공시설과 발전소, 생산 공장, 송신탑 등이 모두 박살나서 스마트 폰과 인터넷이 복구되지 못했다. 여기에 괴물들이 뿌려 놓은 독가스와 오염된 식수원 때문에 굶어죽거나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러면 열 명 중의 하나는 괴물로 살아나 주변을 초토화시키기도 했다.
“지원군들이 레드 스톤을 싹쓸이 해 갔으니 차원전사들을 양산하는 계획에 심각한 타격이 생겼습니다.”
김강수 대위가 김환근에게 보고를 하였다.
한번 차원균열이 일어나면 괴물들을 모두 청소해도 적어도 100년은 지나야 복구가 된다고 했다. 또한 차원전사들이 다른 행성과 자주 차원이동을 하면 회복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죽어가는 환자를 묶어두는 법규가 정해졌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총을 소지하고 다녔고, 죽어가는 환자나 갑자기 돌연사할 수 있는 환자의 총기는 회수 조치하였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한국은 피해가 가장 적었다. 김환근의 대비와 차원전사들을 양성해서 빠르게 괴물 사태를 종료시켰기 때문이었다.
“차원전사들을 차원전장으로 파견하여 점수를 벌어오는 방법 밖에 없겠지요.”
인구가 70억 명일 때에 연간 6천만 명 정도가 죽었다. 지금은 인구가 반으로 줄었으니 3천만 명 정도다. 이 중의 10분의 1이 괴물이 되니 약 3백만 마리다. 대부분 약한 사람들이니 점수가 낮아서 점수로 환산하면 1천만 점 정도일 것이다. 차원상점이 무엇인지는 모든 나라가 알게 되었으니 레드 스톤의 가격은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각 나라에서 모두가 확보하려 노력할 것이니 각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회수를 해도 그 100분의 1 정도만 얻어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이 지국에서 얻을 수 있는 차원 에너지 점수는 10만 점 정도일 것이다. 레드 스톤의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일부러 사람들을 납치해 묶어놓고 학살해서 괴물로 만든 후에 괴물을 죽여서 레드 스톤을 얻으려는 만행을 저지르는 집단도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차원전사들을 차원전장으로 파견해서 레드 스톤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예. 그런데 파견된 지원군의 화력과 전투 능력을 생각하면 지구의 차원전사들의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파라 족 전사들이 강하다고 해도 일반 군인의 레벨이 100이라면 가장 강한 김환근의 10배다. 기계 육체이기 때문이고, 마나의 양이나 질로 생각하면 김환근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집단이다. 이명산 도인은 숨겨진 패이지만 김환근은 드러난 패이라 불안한 김강수 대위다. 지구에 있는 용병들 세 명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차원전장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어야 하겠군요.”
“예. 그리고 부하된 용병들도 믿을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 몰래 차원전장으로 가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혼자가 아니라 대규모로 파병할 모양이군요.”
“예. 가장 강한 차원전사 300명을 각지로 나누어서 파견할 생각입니다. 실장님도 힘을 숨기고 이들과 함께 차원전장으로 가 주십시오. 그리고 정보가 들어오는 데로 2차로 3만 명 정도가 파견될 것입니다. 그리고 3차로는 세계 각국에서도 차원전사들을 파병할 계획입니다. 30만 명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원상점의 퀘스트 목록에 있는 차원전장만도 수천 개가 넘는다. 그런데 대부분 일정한 기간 동안 의뢰자가 시키는 의뢰를 수행해야 한다. 지구로 파병 온 파라 족 전사들처럼 단시간에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정도로 대규모 파병을 하거나 혼자서 군단 병력을 단숨에 쓸어버릴 정도의 전투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니 첫 파병 전사들은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많다. 그렇다고 김환근 혼자서 모두 돌아다니려면 기간 때문에 안전한 차원전장을 찾으려다가 수십 년을 허비할 수도 있다.
파라 족의 지원이 없었다면 한국이 전 세계를 통일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때는 세계 대부분이 폐허가 되어 인류의 반이 아닌 10% 정도만이 생존해 있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산업 시설이 파괴되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지원군 덕분에 하루 만에 모든 나라는 괴물 사태에서 벗어났고, 크고 작은 문제들과 복구라는 숙제가 남았다. 차원전사들이 10만 명이 넘는다고 해도 한국 혼자서 이 숙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때문에 통일을 포기하고 몇 가지 약속을 전제로 차원전사들에게 대한 정보와 레드 스톤 등등의 가치를 설명해 주어 각국 스스로 숙제를 빨리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각국은 그동안 싸워서 제거한 괴물에서 나온 레드 스톤으로 전사의 씨앗을 한국에서 구입했고, 그 다음에는 차원상점에서 대량으로 전사의 씨앗을 사서 이면세계의 강자들부터 차원전사가 되었다. 한국은 갚아야할 20억 점에 대해 설명을 하고 도와주는 조건으로 레드 스톤의 할당량을 분배했기에 각국도 차원전사를 양성해서 차원전장으로 보내 레드 스톤을 구입해야 하는 처지였다. 각 나라는 기존의 통신 시설보다는 도우미 파티 시스템을 이용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시작했다.
“용병들에게는 어떻게 말할 생각이십니까?”
김환근이 갑자기 모습을 감추면 그들의 목적이 데빌이 가진 능력에 대한 정보이니 그 유일한 단서가 사라진 셈이다.
“한국에 있으면 데빌의 영역이라 레벨 100이상의 강자가 나타나면 유희삼아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니 한국에서 편하게 지내라고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가시기 전에 한번 만나서 한 말씀 해 주시고 가십시오.”
용병들이 한국에 있는 이유는 김환근 때문이 아니라 왕급의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이명산 도인의 그늘에서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의뢰를 한 귀족의 입장에서는 30억 점이란 천문학적인 이득을 챙겼으니 만족할 수도 있지만 귀족들에게는 점수보다는 최상급 스킬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스킬이나 그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진 기술 문명이 더 중요하다.
귀족들이 이 용병들을 협박해서 데빌이 아닌 김환근을 함정으로 유인해서 그가 가진 스킬의 비밀을 풀려고 할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김환근을 아예 지구에서 다른 차원전장으로 피신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차원전사들이 보낸 정보를 바탕으로 수천, 수만의 차원전사들을 파견해서 레드 스톤을 벌어오게 할 것이다. 알파 족에게서 얻은 전투로봇과 생체로봇을 연구하여 레드 스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상태이니 레드 스톤은 지구의 문명을 재건할 뿐 아니라 더 발전시킬 있는 핵심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가시기 전에 고문님을 뵙고 가십시오. 실장님의 가족 분들도 홍천에 있는 현세 병원에 계십니다.”
“우리 가족들이요?”
“실장님 가족 분들뿐 아니라 저의 가족들과 박무현 중령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의 가족 분들도 그곳에 계십니다. 그분이 계시는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고, 그분이 그곳에서 제자들을 본격적으로 양성하실 생각이라고 합니다.”
“아! 예.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김강수 대위가 바쁘다는 것을 알기에 김환근은 더 이상 그의 시간을 빼앗지 않고 용병들에게 향했다. 김강수 대위와는 도우미 시스템을 통해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기에 직접 얼굴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지만 차원전장으로 갔다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기 위해 직접 시간을 내서 온 그다.
스르르!
전기로 작동하는 자동문이 열리고 용병단의 거주하는 방으로 들어가는 김환근이다.
한국은 수련 발전 시설을 복구했고, 생체 로봇이 사라진 이후로 전기의 공급이 원활해 졌다. 또한 대피소에 있는 보조 발전시설과 태양광 발전 시설 등이 있기에 다른 시설보다 전기를 이용한 모든 제품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연구 기기들을 이용한 생체로봇과 레드 스톤을 이용한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동안 보조 발전 시설이 있었어도 생체 로봇이 가동한 원리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방해 전파 시스템으로 통신뿐 아니라 전기 흐름도 원활하지 못했기에 전기 공급이 모두 중단되었었다. 짧은 거리는 몰라서 먼 거리의 이동은 전파와 전기 모두 불완전했고, 더 먼 거리는 흐름이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김환근이 들어오자 놀란 용병들이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권했다.
“시설은 마음에 드십니까?”
김환근은 소파에 앉아서 물었다.
“물론입니다.”
용병 셋이 맞은편에 앉았다.
“덕분에 작전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덕분에 의뢰자에게 칭찬과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의뢰자인 귀족은 하루도 되지 않아 100만 병력을 돌려받았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을 다른 차원전장으로 파견하면 그것이 다 점수가 된다.
“다행이군요. 저는 오늘부터 사부님에게 갑니다.”
“아! 수호자님에게 가시는 군요.”
“예. 그분이 저를 호출하셨습니다. 같이 가 보시겠습니까?”
“그래도 됩니까?”
용병 단장이 반색을 하였다.
“예. 다만 사부님이 신기하다고 하면서 몸을 분해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분의 능력이라면 ……!”
김환근이 말꼬리를 흐리자 이들은 금방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기생체인 그들의 본체도 끄집어내어 실험실의 개구리처럼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안 가도 됩니까?”
“그분이 장난은 심하시지만 한 번도 도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혹시라도 그분이 오셔서 좋은 스킬이나 능력을 준다고 해도 동의하지만 않으시면 강제로 분해하거나 생명을 가지고 실험을 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알아 볼 수 있습니까?”
사진이라도 달라는 이야기였다.
“도술로 모습을 바꾸시기에 저도 그분이 먼저 그 능력을 보여주시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도 김강수 대위님과 파티 시스템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계시니 그분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그분께 정중하게 거절한다고 말씀 좀 전해 주십시오.”
“예.”
“지금 가시면 언제 오십니까?”
“차원전사 시스템이 궁금하다고 하시면서 차원전장으로 가시려는 것을 억지로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지구의 안전과 차원전장이 있는 행성의 주인들이 허락하지 않았다는 핑계 때문에 한국에 머물러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사부님의 호기심을 풀 실험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언제 올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
김환근의 대답에 용병들의 얼굴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김환근이 자신들을 대신해서 실험실의 개구리가 되거나, 사부를 대신해서 차원전장으로 떠돌아다니는 운명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사부님의 호기심을 충족시킬만한 행성이나 차원전장이 있을까요?”
“어, 없습니다.”
용병단장이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왕급이나 황제급의 존재는 그 자체가 자연재해나 다름없다. 그런 능력을 가진 존재가 다른 행성으로 가면 재앙이 된다. 다행이라면 도의라는 명분 때문에 그런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차원전장에는 고등 생명체는 거의 없고, 곤충처럼 새끼를 수십만 마리씩 낳은 하등 생명체와 괴물만 우글거리는 곳도 많다. 그런 곳에서 왕급의 능력자가 괴물과 하등 생명체를 쓸어버리면 그 차원전장의 주인인 왕이나 귀족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레드 스톤을 생산하는 생산 공장과 같은 곳을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차원전장을 식민지로 가진 귀족들은 왕이나 황제에게 그곳에서 생산되는 레드 스톤읠 일정 부분을 공물로 바친다. 그들이 그곳에 와서 한 번에 레드 스톤을 싹쓸이 해 버리면 식민지가 초토화 되어 농장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존재가 다시 차원연합에 나타나는 것을 바라는 귀족은 아무도 없다. 어쩌다가 왕들의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럴 경우 승패가 가려지거나 양패구상을 당하는 경우보다는 싸움이 흐지부지 끝나는 무승부가 더 많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뵙기를 희망합니다.”
김환근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표정을 연기하면서 일어났다.
“예. 잘 다녀오십시오.”
김환근은 용병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순간이동 스톤을 사용해 홍천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 * *
홍천 현세 병원
아직 자동차를 비롯한 교통수단이 활성화 되지 않고 있었다. 자동차는 많지만 석유의 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석유 생산 시설을 복구하고 항만시설까지 복구되어야 유류의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모두가 자신의 재산을 되찾았고, 은행과 상점들이 문을 열었다. 기름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기에 자동차는 당분간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그렇기에 홍천 산속에 있는 현세 병원은 김환근이 싼 값에 구입해서 순간이동이 가능한 차원전사들의 가족들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어!”
병실을 개조해서 강의실로 쓰고 있었다. 그곳에 사부가 있었고, 수백 명의 제자들이 그분의 가르침을 받고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자신의 가족들뿐 아니라 이현주도 있었다.
“왔느냐?”
“예.”
“방해하지 말고 따라와라.”
"예."
김환근은 강의실에서 나와 사부의 집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쪼르르!
이명산 도인은 강의실 의자에 앉아서 운기조식 삼매경에 빠진 수백의 제자들을 두고는 강의실 밖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가서 삼삼차를 따라 주었다.
“현주도 사부님 제자가 되었습니까?”
자신의 가족들은 어려서부터 심마니인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문에 약초와 삼산을 먹고 자랐다. 때문에 차원전사가 되어 마나심법을 사용하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는 사부의 조언에 모두 이곳에서 그분의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현주는 약사로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의 인벤토리에는 수많은 약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네놈과의 친분이 1이라면 힐러의 재능이 9다. 그리고 힐러의 재능을 가진 천재들은 찾기 어려워서 8의 재능을 가진 자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에 있는 제자들은 10의 재능을 가진 천재들이다. 김환근의 가족들은 마나의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선택된 것이다. 이현주의 가족들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명산 도인의 제자가 되지 못한 이유다.
이명산 도인은 천지조화술에 있는 도술 하나와 탐지 스킬을 결합시켜 새로운 스킬을 만들었다. 이 스킬을 블루스톤을 이용해서 내단을 만들고 탐지 스킬을 가진 차원전사에게 복용시켰다. 탐지 스킬을 지닌 차원전사는 이 스킬로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천재들을 선발해서 이곳으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