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7 18. 천지신공(天地神功) =========================================================================
“미국에서 알파 세력과 남아 있는 초인세력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겠군요.”
“인류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는데 그 사태를 주도한 알파 세력에 동조하는 인간들이 있을까요?”
김강수 대위가 단정적으로 말하자 김환근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사람들이 알파 세력의 의도를 알지 못하기에 속아서 연합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괴물들과 함께 다닌다는 것을 모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괴물은 타협이나 협상을 모르는 인류학살 본능만 남은 좀비 괴물이 아닙니까?”
“초인괴물들은 전신을 가리는 전투 갑옷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능력과 말투만 듣게 되면 협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괴물들은 생체로봇인 알파 세력의 수장과 연합하는 것이 인류멸종을 위한 학살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연합할 것입니다. 괴물들이 인간들을 포로로 만들거나 인간 방패로 전투에 사용한 것, 인간 포로를 협박해서 미끼로 사용한 것들을 보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럼, 알파 세력의 수장만 처단하면 전 인류가 하나 되어 괴물들을 박멸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종합하면 괴물들은 불리하면 세력이 약한 인간들과 연합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정부도 불사의 괴물군단이 자국의 군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괴물 대장의 연합 제의에 응했을 것입니다.”
김강수 대위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괴물보다 같은 인간 세력을 더 문제로 삼고 있었다. 각국의 배후에 초인들이 없었다면 괴물군단의 공세에 밀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면서 차원전사의 수를 늘려서 그들을 인류연맹에 흡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하지만 괴물군단이 강력한 대한민국의 세력 확장에 위기감을 느끼면 직접 공격을 받은 나라의 수장에게 연합을 제의하고 그 나라 수장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불사의 괴물군대가 탄생하면 한국은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인간 세력들은 얼마든지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초인들이라면 얼마든지 괴물사태를 종결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고, 이 기회를 이용해서 자국을 세계 제일의 강대국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가질 가능성이 충분했다. 또한 통신이 단절되었으니 알파 세력의 음모를 알릴 방법도 없었다. 차원전사들을 이용해 전단을 뿌린다고 해도 이미 영화에서 홍보한 내용이니 믿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런데 움직이는 핵잠수함 안으로 공간이동을 어떻게 성공시켰을 까요?”
김강수 대위는 공군을 장악한 후에 바로 공해상은 물론 한국 곳곳에 탐지 스킬을 가진 차원전사를 하늘 높이 공간이동시켰다. 그리고 낙하산을 펴고 떨어지면서 순간이동 스톤을 충전하면서 주변을 스캔하여 도우미에 입력하여 정찰 지도를 완성했다. 때문에 항모전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도 알 수 있었고, 미국 대사와 CIA 요원을 공간이동으로 보내서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 아래에 있는 핵잠수함으로는 공간이동 좌표를 알아내기 불가능하다. 움직이고 있기에 공간의 문을 열고 나오면 바다 속일 가능성도 있었다.
축지 경공술은 공간을 접어서 이동하는 것이지만 차원전사의 순간이동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아공간을 만들어 아공간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는 방식이다. 아공간의 문이 닫혔다가 열리는 순간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자기 힘으로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아공간에 갇혀 죽을 수도 있다. 또한 아공간의 문을 열었을 때에 그곳이 벽이나 건물 안이라면 블랙홀처럼 열린 아공간의 문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거나 그 잔해가 안으로 들어와서 차원전사를 강타할 수도 있다. 재빨리 아공간의 문을 닫고 순간이동 스톤이 충전될 때까지 아공간 안에서 기다렸다가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벨 1이나 2인 차원전사는 해저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바닷물의 압력을 버틸 수 없기에 공간이동 좌표가 잘못되면 아공간이 열리는 순간 바다의 압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냥 죽을 것이다.
“핵잠수함 안에 공간이동 초능력자 있었고, 송탄 미군부대에도 공간이동 능력자가 있다면 이 능력으로 서로 편지를 공간이동으로 주고받으면서 연락을 하고 있다가 일산의 사태가 급박해지자 독가스로 핵잠수함을 장악하고 살아난 괴물들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김강수 대위가 김환근의 질문에 대답했다. 공간이동 능력자가 둘이라면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살아난 괴물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없다면 송탄에서 그것이 가능한 괴물이나 인간을 공간이동으로 보내서 발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핵잠수함에서 전파로 신호를 보냈다면 항모전단에 먼저 알아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일단 항모 전단을 회유할 수 있을까요?”
“그 안에 내 부하인 초인이 있다면 가능하지만 맹세 계약서로 부하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 정부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면 미국의 핵심 전력의 하나인 항모전단이 차원전사들이 조금 도와주었다고 해서 한국으로 망명하라고 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 차원전사가 된 CIA 요원들을 항모 전단에 보내서 미국의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고문님의 부하인 초인이 나타나면 미국으로 가셔서 미국을 다시 장악해 주십시오.”
강제로 점령하려 하면 가능하지만 항모전단 안에 있는 모든 군인들을 제거하거나 포로로 잡아야 한다. 이 와중에 전파로 송탄 미군부대에 구조 요청을 하면 알파 세력은 이를 미국 본토에 있는 정부에 알려서 한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항모 전단을 미국으로 돌려보내고 살아남은 초인들이 미국에서 알파 세력과 싸우고 있다면 이명산 도인이 부하인 초인들을 움직여서 미국을 배후에서 다시 장악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지. 또 도울 일 없냐?”
“우선 한국에서 괴물들을 말살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차원전사들의 레벨이 높아지면 은신과 탐지에 특화된 전사들을 정보요원으로 임명해서 세계 각지로 보내서 전 세계적인 도우미 통신망을 완성해서 정보를 취합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겠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알파 세력의 의도대로 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 인류를 멸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알파 세력의 배후인 생체로봇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것을 박살내도 인류를 쉽게 하나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생체로봇은 미국 초인부대와 이명산 도인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게 되자 전투로봇을 양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방법인지 몰라도 모든 위성을 박살내 버렸다. 그리고 괴물들의 첫 번째 목표가 전파를 중계할 수 있는 송수신 중계탑과 방송국, 레이더 기지들이었다. 전파를 보내기 위해서는 50Km마다 중계탑이 있어야 전파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괴물들이 공항, 비행장, 철도, 선박, 항구, 방송국 등을 첫 번째 목표로 파괴했다. 그리고 식수원과 생산 공장, 농장 등을 파괴하면서 인류 말살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 등을 수행하고 있었다. 물론 최우선적으로 인간들을 학살하여 괴물 동료를 양산하는 것은 제외하고도 인간의 지식을 기반으로 이런 테러와 같은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나라의 지도부는 이를 기회로 여길 가능성도 컸다. 또한 이 기회에 잡은 권력자들은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통신과 교류가 단절된 도시에서 권력을 잡은 군인이나 집단은 야만적인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들이 괴물들을 공격에서 살아남아 집단을 형성하고 세력이 형성되면 그 세력을 일군 지배자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외부 세력을 배타할 가능성이 컸다. 괴물의 공격에 무너지더라도 끝까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더 큰 권력을 가진 국가의 수반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도움을 주고받는 연합의 형태를 취하면서 괴물들을 몰아내고 통신탑과 철도, 항만, 공항 등을 재건해서 교류를 활성화해야 야만적인 집단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송탄 미군 부대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곳에 알파 세력의 괴물초인부대와 전투로봇들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빨리 장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송탄에 있는 미사일 발사대가 모두 파괴되었고, 중요한 전술 무기들이 아직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괴물이 되지 않는 초인들과 생존자들이 벙커와 같은 곳에서 저항을 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일산과 인천을 점령하는 대로 안산, 수원, 오산과 같은 대도시는 건너뛰고 송탄부터 점령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작전 계획이 완성되면 두 분의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쉬시면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차원전사를 더 양성하려 하니 레드 스톤을 빌려주십시오.”
“그러지.”
“알겠습니다.”
김환근과 이명산 도인은 수백만 점에 해당하는 레드 스톤을 자신의 아공간에서 김강수 대위의 아공간으로 이전시켰다. 차원전사의 숫자도 늘리고 기존의 차원전사들을 강하게 업그레이드 시켜서 모두 원활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원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할 레드 스톤이 중요했다. 이 레드 스톤으로 차원상점에서 압축 팩에 들어있는 식량도 구입할 수 있기에 앞으로 레드 스톤의 기존의 화폐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곳에 빈 방이 없습니다. 당분간 제 방인 이곳에서 지내시거나 홍천에 있는 빈 방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순간이동 스톤이 있는 차원전사들은 사람이 없는 홍천의 병원이나 군부대의 막사 등에서 지내고 있었다. 순간이동 스톤으로 출퇴근을 하는 셈이다. 피난처인 리조트 지하와 위의 시설은 피난민들이나 부상자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나도 내 은신처가 있으니 거처는 신경 쓰지 마라.”
레드 스톤을 이용해서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이 순간이동 스톤이다. 축지 경공술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예. 그럼, 먼저 나가겠습니다.”
모처럼 휴식을 취하자 이현주를 비롯한 가족들이 잘 지내고 있는 보고 싶은 김환근이다. 이명산 도인은 도우미에게 물어서 차원상점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김강수 대위에게 차원 점수를 돌려받아 상품을 구입하고 있었다.
‘약초 캐러 가셨군.’
김환근은 가족들의 집으로 가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치료 스톤으로 고질적인 관절염과 부러진 다리의 수술 후유증을 모두 치료했다. 치료스톤이 마나가 있어야 100%의 효과를 본다. 마나가 없는 일반인에게는 10%의 치료 효과를 보인다. 특히 질병이 아닌 외상과 같은 외과 질환에 효과가 좋다. 즉,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에는 큰 효과를 보이지 않지만 외과 환자나 정형외과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았다. 마나를 이용해서 신체의 재생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환근은 자신이 가진 레드 스톤을 이용해서 가족들을 모두 차원전사로 만들었고, 기초마나심법도 익히게 하였다.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아버지는 약초라도 캐서 도움이 되겠다고 산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병원에나 가 볼까?’
리조트에 초대한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의사와 간호사들이다. 홍천 병원뿐 아니라 투자를 한 이병헌의 가족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병원의 직원들 가족들도 많이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곳에 큰 홀들은 병원으로 개조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낙하산이다.”
김환근이 병원으로 들어가자 홍천 병원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여러 명 보였다. 이들은 김환근을 알아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수근거렸다.
“낙하산?”
김환근을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
“여기 리조트 투자자인 이병헌 이사의 백으로 홍천에 있는 현세 병원의 복지관리실장으로 취직한 사람이다.”
병원에 있는 일반 직원들은 김환근이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이현주나 이병헌 정도만 알고 있었다. 주식으로 수천억 원이 넘는 돈을 벌었어도 병원에 있는 작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술도 마시고 식사도 하면서 평소처럼 지냈기 때문이었다.
“복지관리실장? 무슨 일을 하는 직책인데?”
“그냥 먹고 노는 것이 일이야.”
이수정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다른 여직원들에게 김환근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있었다.
“뭐?”
“직원들 복지를 위해 매일 술 사주고 밥 사주는 게 일이라니까.”
김환근이 자주 직원들을 위해 회식을 사비로 내 주었더니 이런 소문이 돌았다.
“우와. 좋았겠네.”
“그럼, 뭐해.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실직자가 되었을 텐데.”
“저 정도 체격이면 괴물들과 싸우는 차원전사에 지원해도 되었겠다.”
차원전사가 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는 차원전사가 전사의 씨앗을 선물해 주어서 되는 경우다. 차원전사들은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레드 스톤을 이용해서 그들을 차원전사로 만든다. 그리고 차원전사에 지원해서 시험에 통과하면 차원전사가 될 수 있다. 차원전사가 되어도 차원에너지로 상품을 살 수 없으면 당장 좋은 것은 도우미 시스템과 인벤토리를 가진 것 이외에 다른 능력은 없다. 차원점수를 얻으려면 괴물좀비를 잡아서 레드 스톤을 얻는 것뿐이다. 그러니 괴물좀비를 잡으려면 군대에 지원하면 된다. 이제 괴물들과 전투를 하는 군인들은 모두 차원전사이고, 아닌 자들은 비 전투요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괴물을 잡아도 되지만 괴물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안다고 해도 혼자서 잡으려다가는 괴물에 물려 죽거나 자신이 괴물이 될 수 있기에 총과 방탄복, 갑옷, 실드 스톤 등을 주는 군대에 지원해서 차원전사가 되는 것이 최선이다.
“합격 했어도 포터 일이나 하고 있겠지.”
포터는 좀비 괴물과 싸울 정신력이나 전투 능력이 없이 육체적인 능력만 좋아서 합격한 차원전사들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트럭처럼 인벤토리를 이용해서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나 물건을 나르는 트럭의 역할이다. 때문에 이런 이들을 포터라 부른다.
“너는 차원전사 시험에 합격했어?”
“아니. 힘과 민첩이 수준 미달이라 포기했어. 이건 완전히 남녀 차별이야.”
이수정은 김환근이 보이지 않자 이내 관심을 끊고는 다른 주제로 수다를 떨었다. 차원전사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역기 들고 오래 버티기와 100미터 달리기를 해서 그것을 토대로 점수를 내서 심사를 한다. 레벨 1이 되면 무조건 합격이고, 나머지는 필요한 숫자만큼 1에 가까운 사람들을 합격시키는 방법이다. 힘과 민첩은 남자가 유리하기에 지금까지는 여자가 차원전사가 된 것은 차원전사 가족들뿐이다. 당장은 괴물들과의 싸움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남자들의 숫자가 적어지고 여자만 남게 되면 나중에는 여자들도 차원전사가 될 것이지만 아직은 차원전사를 만드는데 투자하는 차원 에너지 점수가 부족한다.
‘낙하산에서 이제는 포터인가?’
김환근은 저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다 들으면서 약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