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6 13. 미군부대를 털어라. =========================================================================
13. 미군부대를 털어라.
다음날
김환근은 새벽에 일어나 산악구보를 하고는 산 속에 있는 자신의 반공호에 들려서 검도 수련을 하였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모두 정리해서 특수 제작한 투명한 아크릴 박스에 담았다. 아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상자로 큰 배낭보다 물건을 10배 정도 수납할 수 있는 박스였다. 큰 박스 안에는 작은 박스들이 차곡차곡 10개나 들어 있었다. 이런 박스 10개가 있으니 모두 100개의 박스가 아공간에 있는 셈이다. 현재 물건이 들어 있는 박스는 10개 정도이다.
부우웅!
김환근은 아침에 병원에서 식사하지 않고 홍천에 들려서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는 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다.
끼이익!
수많은 회사를 소유한 김환근이지만 아직도 차는 병원에서 준 차량이다. 집 마당이 좁아서 차가 들어갈 수 없기에 집이 보이는 비탈길 아래의 공터에 차를 세우고는 걸어서 집으로 올라갔다.
“아버지. 저 왔습니다.”
“왔냐?”
아침 일찍 집에 잠깐 들릴 것이라 전화를 하고 온 김환근이다. 때문에 마당에서 언덕 아래의 길을 보다가 아들의 차가 보이자 얼른 텃밭으로 가서 풀을 뽑고 있었다. 김환근은 좋아진 시력 덕분에 차 안에서도 멀리서 아버지가 자신의 차를 발견하고 바로 텃밭으로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 도와드릴까요?”
텃밭에서 풀을 뽑는 아버지에게 묻는 김환근이다.
“그냥 재미삼아 소일거리로 하는 거다. 아침은 먹었냐?”
“아버지는요?”
“벌써 먹었지.”
“저도 오면서 해장국 사 먹고 왔습니다. 커피 있으세요?”
“커피는 없고, 약차는 있다. 마실래?”
“예.”
김환근의 아버지는 밭에서 일어나 마당에 있는 수도에서 손을 씻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야생차를 쪄서 말린 차를 놓고 그 위에 물을 부었다.
“어떠냐?”
“좋습니다.”
김환근은 아버지와 말없이 차를 마셨다.
“그래 무슨 일로 왔냐?”
차를 다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여는 아버지다.
“초대장입니다.”
리조트 마지막 점검 행사 초대장이다. 리조트가 영업을 하기 전에 객실이나 부대시설에 문제가 있는 지 없는 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들을 초대해서 공짜로 숙박을 하는 행사다. 모두 리조트 회원군을 가진 주주들과 직원들 가족들을 우선으로 이 행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의사와 특수부대 군인, 과학자와 기술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우선으로 초대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혹시라도 고립되면 제 1대피소는 자립할 수 있는 노아의 방주가 될 것이다.
“일 없다.”
“형과 누나 가족들도 모두 오기로 했습니다. 이 기회에 가족사진도 찍고 함께 놀다가 오시면 좋겠습니다. 방이 많아서 아버지가 안 오시면 빈방 하나가 남습니다.”
“흐음!”
수천만 원짜리 회원권을 미끼로 사용했으면 아들 사업에 방해가 될까 두려워서 절대로 오지 않을 사람이 아버지다. 하지만 온 가족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시골에 있는 이 집은 좁아서 명절에 와도 형네 식구만 하루 자고 간다. 형은 텐트를 가져와서 마당에 치고 잔다. 캠핑 마니아인 형이라 텐트라고 해도 아버지 집 안보다 더 아늑하고 좋다. 요즘은 침대에 난방용품까지 다 구비되어 있어서 한 겨울에도 안에 난로와 전기매트 등을 설치하면 따뜻하다. 때문에 아버지 생신 때도 와서 식사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가족들이 다 모일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날은 바빠서 오셔도 제 얼굴 보기 힘드실 겁니다. 형하고 누나 가족들하고 재미있게 놀다 오세요.”
“늙은이가 할 게 뭐가 있다고.”
“애들은 놀이시설에서 가서 놀고 아버지는 형하고 찜질이나 하시면서 약주나 하고 오세요. 숙소 안에 수영장하고 찜질방이 있으니 번거롭게 나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애들은 몰라도 형은 사람 많은 거 질색이라 숙소 안에서 수영이나 하면서 고기 구워먹고 놀 겁니다. 그런데 아버지 없으면 형 혼자 궁상맞게 숙소나 지키고 있을 걸요.”
제1대피소는 지하에 대규모 군사훈련 시설과 핵공격에 대비한 지하시설이 있지만 지상은 평범한 리조트다. 혹시라도 차원균열을 막아내면 투자 금액을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평범하지만 저층의 단단한 구조로 만들어진 방어요새의 역할을 하는 건물들이 지상의 리조트 건물들이다.
“알았다.”
“여기서 가까우니 형에게 이곳에 들려서 아버지 모시고 가라고 할게요.”
“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서 일봐라.”
“점심이나 먹고 갈게요.”
“안 바쁘냐?”
“네.”
“그럼, 산에 가서 송이나 캐 와라. 어제 비가 조금 왔으니 송이가 제법 있을 거다. 어디서 많이 나는지 알지?”
“네.”
김환근은 산에 올라가서 송이버섯과 약초를 캐서 냉장고에 있던 고기와 함께 구워먹었다. 아들이 온다고 어제 시내에 가서 삼겹살을 사온 모양이었다. 식사를 하고는 약차까지 마시고서야 김환근은 차를 타고 떠났다.
* * *
치악산
김환근은 차를 타고 영동고속도로 향했다. 그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쪽으로 달리다가 새말 IC에서 빠져 오원리 저수지 근처에 차를 대고는 매화산 방향으로 올라간 후에 공식적으로는 모습을 감추고 실종으로 처리되었다. 그날 저녁 영화의 홍보가 시작되자 검찰에서 세무 조사를 위해 공식적으로 그를 소환했지만 그 소환장을 받을 수 없었기에 실종 처리된 것이다.
“후우!”
김환근은 매화산 정상에 도착한 후에 천지봉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해가 넘어가자 그때부터 산악구보를 시작해 천지봉을 거쳐서 치악산을 지나 향로봉에 도착해 있었다. 핸드폰은 아공간에 넣어 두었기에 위치 추적도 소용없을 것이다.
‘오늘 밤에 송탄까지 도착해야 한다.’
김환근은 지도를 보고는 주로 입산금지 구역인 통제구역을 통해서 서쪽으로 이동했다.
휘익!
김환근은 마나를 사용해서 마치 비조처럼 산맥을 타고 달렸다. 100미터를 8초에 주파하는 속도였다. 그는 이런 속도로 향로봉에서 금대리 쪽으로 내려와서 중앙고속도로 터널 위인 판부면으로 해서 백운산 자락을 타고 덕가산을 거쳐 황학산과 오갑산을 거쳐서 앙성면으로 행했다. 앙성면에서 감곡면, 백족산, 팔성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산성리와 용대리 들판을 지나 죽산면으로 갔다. 그곳에서 안성을 우회하여 원곡면을 거쳐 봉바위산과 덕암산으로 이동하여 진위천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진위천을 따라 달려서 송탄에 있는 미국부대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저곳이군.’
김환근은 진위천 반대편에 있는 미국부대를 바라보았다. 이쪽에서 보이는 것은 담장과 담장을 따라 하늘로 솟아오른 수많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대였다. 김환근은 진위천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달려왔다. 위로는 자동차가 가끔 지나가고 있었다.
스슥!
김환근은 아공간에서 고무보트를 꺼내서 개울가로 가서 입으로 입김을 불어서 고무보트를 금방 팽팽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고무보트를 타고 개울을 건너갔다. 건너간 후에는 보트의 바람을 빼서 아공간에 넣었다. 그리고 마나건을 꺼냈다.
촤르르!
김환근은 개울 아래의 숲에서 용족의 갑옷을 착용했다.
‘그럼, 날뛰어 볼까?’
특전사 대원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매복과 침투에 대해서도 배웠다. 하지만 미군부대를 은밀하게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미 적외선 카메라를 비롯한 특수 장비들이 김환근의 접근을 눈치 채고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무식하게 힘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이다.
‘아공간만 크다면 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대와 미사일도 가져가는 건데.’
김환근은 담을 따라 죽 세워져 있는 미사일 발사대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번쩍!
쾅!
마나건이 불을 뿜자 담장이 폭발하면서 구멍이 뚫렸다.
번쩍! 번쩍!
쾅! 쾅!
김환근은 마나건을 사정없이 마구 당겼다. 그러자 견디지 못한 담장이 무너지고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휘익!
김환근은 담장이 무너진 곳을 지나쳐서 더 아래로 내려갔다. 이곳은 그냥 미끼였다.
휘익! 휘익!
펑! 펑!
특전사들이 구입한 연막탄과 최루탄이 미군부대 안쪽으로 날아가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팟!
휘익!
김환근은 어렵지 않게 점프로 3미터가 넘는 담장을 뛰어 넘었다.
투두두두둑!
김환근이 담장을 넘어서 달리기 시작하자 육중한 굉음과 함께 어둠을 가르는 예광탄과 함께 기관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예광탄 때문에 김환근은 총알을 피해서 달릴 수 있었다. 용족의 갑옷 때문에 열적외선 카메라도 소용이 없었다. 육안으로 확인하고 쏘아야 하는데 연기와 어둠 때문에 기관총 사수는 그저 본능대로 쏘아대고 있었다.
‘무기고와 탄약고를 찾아야 하는데.’
김환근이 들어온 곳은 미국부대 비행장이 있는 공군부대였다.
‘창고처럼 생긴 건물은 무조건 박살내 보자.’
번쩍!
쾅!
기관총 포대나 저격수가 있을 만한 곳은 무조건 마나건을 날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마나건으로는 건물에 구멍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슥!
김환근은 마나건을 아공간에 넣고는 해머를 꺼냈다.
휘익!
퉁!
퍽!
“컥!”
김환근의 몸이 날아가서 바닥에 처박혔다. 저격수가 쏜 총알이 이마를 때리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용족의 갑옷으로 보호받는 용족의 신체가 아니었다면 머리가 뒤로 넘어가면서 목뼈가 부려졌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대물저격용 소총인 모양이었다. 눈에 익숙한 자동소총보다 속도도 빨랐고, 시야의 사각지대에서 초음속으로 날아와 예민한 청각과 시각이 소용없었다.
‘피!’
손으로 머리를 만져보니 용족의 갑옷에 구멍이 뚫려 있었고, 머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머리가 따끔거리고 머리에서 이명이 울리는 것처럼 멍했다. 그래도 용족의 신체라 그런지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미야. 이거 어떻게 고치지?’
<머리의 상처와 용족의 갑옷 모두 마나를 주입하면 빠르게 상처가 치유되고, 갑옷이 복구됩니다.>
‘죽은 척 하자.’
김환근은 상처와 갑옷을 복구하는 것을 미루었다. 여기서 순간이동 스크롤을 꺼내서 탈출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작전 실패인 것이다.
치지직!
<클리어!>
부우웅!
저격수가 침입자를 잡았다는 무전을 듣자 장갑차와 기관총을 매단 군용 지프차가 달려왔다. 김환근은 숨을 멈추고 죽은 척 하였다.
“죽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입니다.”
하사로 보이는 미군 병사가 소총으로 찔러보고는 숨소리를 확인한 후에 보고를 하였다. 무기는 해머 하나였다. 이 해머에서 광선이 발사되는 것으로 아는지 조심스럽게 해머도 회수를 하고는 김환근을 병사들이 들어서 짐처럼 지프차 뒤에 실었다.
치지직!
“침입자를 사살했습니다. 그런데 침입자가 인간이 아닌 외계인처럼 보입니다. 무기도 광선총으로 보입니다.”
<알았다. 일단 독방에 가두어 두고 감시해라.>
“예.”
당직 사령관에게 보고한 중사로 보이는 미군병사는 차를 끌고는 한 건물로 들어갔다.
휘익!
퍽!
“쉬트!”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저격을 받을 위험이 사라지자 김환근은 자신을 들고 옮기는 두 명의 미군 병사 머리를 손으로 가격해서 쓰러뜨렸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미군 병사들이 욕을 하면서 소총을 들었다.
퍽!
김환근은 소총의 총구를 피해서 허리를 숙이고 달려들어 주먹으로 배를 후려쳤다. 안전장치를 해 놓았는지 미군 병사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컥!”미군병사의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러졌다.
퍼벅!
차를 타고 온 네 명의 병사는 금방 제압이 되었다. 3명은 기절했고, 복부를 맞은 미군병사는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무기고는 어디지?”
김환근은 미군병사의 멱살을 잡고는 영어로 질문을 하였다. 이럴 때를 대해서서 'amory'란 단어를 외워 두었다.
“으으!”
미군 병사는 손으로 한쪽으로 가리켰다. 김환근은 멱살을 잡은 채로 이동하여 벽을 두드려 보았다.
쾅!
김환근은 해머에 마나를 주입해서 벽을 두드려서 구멍을 내었다. 문보다 벽이 더 뚫기 쉬었다.
“와우!”
주 무기 창고는 아니었지만 수백 자루의 소총들과 탄약상자, 그리고 수류탄을 비롯한 각종 무기가 작은 창고 안에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경비소대가 사용하는 무기창고였다.
퍽!
시간이 없기에 김환근은 미군병사의 머리를 때려서 기절시키고는 아공간을 열고는 상자를 열어서 소총과 무기, 탄약 등을 쓸어 담았다. 열 상자를 아공간에 넣었을 때에 밖에서 병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괴물을 시체를 가져와야 할 병사들이 주차장에서 올라오지 않자 안에 있던 동료들이 비상을 걸고 자고 있던 자들을 깨우고 달려오기까지 약 8분 정도가 지났다.
번쩍!
김환근은 창고에 있는 무기 3분의 1도 챙기지 못했지만 미련 없이 순간이동 스크롤을 꺼내서 찢었다. 그러자 김환근의 몸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스슥!
김환근의 몸이 다시 나타난 곳은 개인 반공호 안이었다. 이곳을 이동할 지역의 좌표로 이동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머리에 입력된 좌표를 도우미가 계산해 이동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순간이동 스크롤의 이동 거리는 400Km 이내라고 했다. 수천만 광년이 떨어진 다른 행성으로 이동시키는 장거리 워프인 차원이동에 비하면 아주 짧은 거리라고 했다.
‘차원상점을 이용할 수 있으면 더 간단하게 물건들을 이동시켰을 텐데.’
김한근은 이번 작전이 얼마나 허황되고 위험한 것인지 깨달았다. 일단 무기고의 위치를 알지 못했고, 미군부대 내의 지도가 없었다.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만 믿고 침투 했다가 죽을 뻔했다. 적들이 확인사살을 한다고 계속해서 사격을 가하거나 중무기로 공격을 지속했다면 죽었을 것이다. 총알을 검으로 막아내고, 8미터를 뛰어 오르는 김환근의 능력을 과신한 김강수 대위와 김환근의 착각에서 비롯된 무모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우선 부상부터 치료하자.’
용족의 뼈가 튼튼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용족의 피부인 마나가 깃들어 있는 비늘갑옷을 뚫고 피부에 구멍을 냈지만 두개골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김환근은 일단 용족의 갑옷을 해제한 상태에서 머리의 상처에 마나를 주입해서 상처의 재생을 도왔다. 약 2시간 정도 집중하자 보름은 지난 것처럼 상처가 깨끗하게 나았다.
촤르르!
김환근은 이번에는 용족의 갑옷을 입고는 갑옷에 마나를 주입해서 구멍이 난 부분을 복구했다. 단순한 갑옷이 아닌 용족의 피부와 같은 개념이었기에 복구가 가능한 것이었다.
‘으! 배고파.’
구멍이 작았기 때문에 1시간 만에 복구를 끝냈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한 것과 달리 배가 무척 고팠다. 김환근은 아공간에서 음식을 꺼내서 6인분 정도를 먹고, 에너지 바를 한 상자나 먹어 치웠다.
‘하루 쉬고 내일 밤에 약속장소로 이동하자.’
김환근은 피곤했기에 반공호에 있는 야전침대에 누
워서 잠을 청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