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25화 (25/82)

00025  12. 급변한 미래  =========================================================================

몇 달 후

김강수 대위는 박무현 중령에게 김환근의 비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했지만 김환근이 마나건과 용족의 갑옷, 그리고 4톤이나 되는 바위를 번쩍 들고 뛰어다니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박무현은 블랙 드래곤의 초창기 멤버들 모두 모아놓고 미래에 대해서 말해주고는 그들이 싸워야 할 적이 괴물들이고, 그 괴물의 원조인 알파족의 배후세력과도 싸워야 할 것임을 알려주고 훈련을 시작했다. 김환근은 주식투자로 5조원을 더 벌었다. 그러는 동안 식량회사, 영화사, 투자회사, 건설회사 등등을 사들여 대피소를 만들었다. 특히 대피시설을 중심으로 식량기지와 저장고를 건설해서 닥치는 대로 식량을 사들여서 쌀, 밀가루, 곡물 등등의 시세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면 세계의 강자들은 아직도 찾을 수 없습니까?”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서 디데이가 8일 남았다. 농장주들과 계약한 보리와 감자를 모두 수확해서 장기보존이 가능한 식품으로 공장에서 밤낮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가을에는 김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식품들을 꽁꽁 얼려서 지하저장고에 넣어두기도 했다. 식품과 대피소를 만드는 일들은 계획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다만 이면세계의 강자들을 찾는 것은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

“네. 국정원과 기무사에 있는 요원들도 그런 인물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박무현 중령님이 어려서 호흡법과 살인 단검술의 기본이 되는 체술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스승님이라면 혹시나 해서 찾아보았지만 그분이 계시던 절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면 세계의 강자를 만나서 미래를 바꾸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20일 정도 남아 있지만 그 안에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찾았다고 해도 그들이 현재의 김환근보다 강하거나 세력이 막강해서 CIA와 국정원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을 장악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단순히 전투력만 강해서는 미래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영화는 언제 개봉합니까?”

“내일부터 홍보를 시작해서 3일 후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너무 늦군요.”

미국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과 배우들로 ‘미래의 지구’란 재난 영화를 만들었다. 외계인의 생명체가 지구에 잠입해서 거대세력을 장악한 후에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죽으면 좀비괴물로 변한다는 내용이었다. 좀비괴물을 죽이는 방법과 이에 대비한 주인공이 군대, 그리고 시민들이 힘을 합해서 좀비괴물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준비를 한 사람들은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투자자들과 배급사들의 이해관계들이 복잡해서 돈으로 해결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흥행이 실패하면 어떻게 하죠?”

“극장에서 상영하는 중간에 극장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위약금을 배상하고 모든 나라에 무료로 TV에 내보낼 예정입니다. 그러면 커다란 이슈가 될 것이고 이것을 핑계로 영화 내용을 전 세계에 홍보할 예정입니다.”

돈으로 치면 엄청난 손해이지만 8일 후면 세계의 경제가 무너질 것이기에 상관없었다.

“나머지 대피시설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8대피시설까지는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나머지 시설들도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고, 예정대로 일주일 후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20개의 대피시설을 만들었다. 식품공장을 비롯한 대규모 지하식량 저장고를 중심으로 20개의 대피시설을 만들고 있었다. 지하에 있는 식량창고에는 지금도 계속해서 식량이 쌓이고 있었다.

“식량수급은 어떻습니까?”

“인수하지 못한 식품공장들과 대규모 계약을 맺은 내용되로 진행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모든 식품공장들이 몇 달 전에 계약을 해서 지난달부터 평소보다 10배 이상 식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추가로 더 식품을 생산하는 단계입니다.”

식품들 중에서 라면, 통조림, 치즈 등등 오랜 시간 유통할 수 있는 전 세계 식품 회사들과 계약을 맺어서 모든 식품회사들이 지난달부터 몇 배로 생산을 해서 증산된 식품들은 인수한 유통식품 회사의 창고로 입하되고 있었다. 몇 개월 전에 계약을 해서 미리 식품 재료를 준비하게 한 후에 몇 배로 생산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다른 사항은 없습니까?”

“국정원에서 몇 개월 전부터 실장님을 주시하고 있다가 지금은 전담 팀이 만들어졌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갑자기 주식으로 수천억 원을 벌자 국내 담당인 2차장 휘하의 경제팀이 김환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환근에게 접근하려는 깡패 조직들에게 경고를 주어 보호하기도 하였다. 국내 증시보다는 외국 증시, 특히 중국 주식을 통해서 많은 수익을 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김환근이 특전사 대원들로 경호회사를 만들자 더욱 주시하게 되었다. 그 후에 그가 번 돈을 이용해서 수많은 회사들을 문어발 형식으로 닥치는 대로 사들여서 수익을 내지 않고 돈을 쓰기만 하는 이상 행동을 하자 전담팀까지 만들어졌다는 정보였다.

“아직 CIA가 개입하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블랙 드래곤은 적극적인 경호를 위해 박무현의 제자들을 이용해 국정원 요원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환근의 전담 팀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고, 감시하기 편하게 도움을 주는 대신에 김환근의 보호를 요청한 것이었다. 이를 빌미로 국정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예.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면 알파세력이 바로 움직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영화 홍보가 시작되면 저는 모습을 감추어야 하겠군요.”

차원균열을 목적으로 하는 알파 종족이 암약하고 있었고, 지구에 있는 이면세계의 강자들이 그들의 목적을 막아왔다면 김환근이 갑자기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두 세력 모두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이 지금까지 왔다는 것은 두 세력이 서로 견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환근이 영화에서 홍보하는 것이 괴물에 대한 대처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알파종족들이 바로 김환근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예. 실장님이 등산을 자주 가셨으니 등산을 하신 후에 실종되는 것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평범하게 있을 날은 저에게 하루 정도이겠군요.”

“예.”

“직원들의 가족들 대피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여름 방학이 시작되는 7일 후인 디데이 하루 전에 리조트 행사를 핑계로 모두 제 1 대피소로 모으는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장님의 가족들도 그때 모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실장님의 아버님은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실장님께서 직접 설득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근처에 대피소는 마련해 놓았습니다."

김환근의 가족들은 김환근에 리조트 사업에 성공해서 그날 초대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그날 오는 사람에게는 수천만 원이나 하는 평생 회원권을 주기로 했기에 아이까지 모두 모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환근의 아버지는 자신은 그런 회원권이 필요 없다고 거절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병원 식구들은 어떻습니까?”

“많은 의사가족들과 직원들 가족들을 1년 할인 회원권을 미끼로 초대를 했습니다. 그날 당직 근무를 하는 의사들과 직원들이 문제입니다.”

차원균열이 일어나면 중환자들이 많은 병원에서 가장 먼저 괴물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죽은 10명 중의 하나가 괴물로 되기에 첫날을 무사히 넘길 가능성도 있지만 하루에 10명 이상 죽어나가는 대형병원의 경우는 첫날의 악몽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이를 대비해서 블랙 드래곤 소속인 특전사 대원들이 병원에 잠복해 있기로 했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 직원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병원을 다 감시할 수도 없다. 또한 교통사고나 자살, 급작스러운 심근경색이나 질병으로 집에서 죽은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것은 대비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병원에 잠복을 한다고 해도 중환자가 죽으면 당직 의사가 콜을 받고 가서 사망 진단서를 작성하거나 죽지 않도록 처지를 하다가 괴물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확률이 컸다. 그러면 당직 의사와 간호사가 가장 먼저 괴물에게 살해당한 후에 다시 괴물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영화가 개봉하고 디데이가 되기 전날 직원들에게 경고를 해 주는 방법밖에 없겠지요.”

3년 후라면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것을 예언해서 맞추면 어느 정도 믿어주겠지만 한 달 후에 그런 말을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날 당직을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운명인 것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그들의 10분의 1이 괴물이 되어 사람 흉내를 내면서 살해하기 시작하면 매복해 있는 대원들 두 명으로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병력을 더 지원할 수도 없는 것이 디데이에 블랙 드래곤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임무가 너무 많았다. 특전사 대원들도 이를 믿지 못해서 의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기에 30명 이외에 새로 뽑은 직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사태가 터진 후에야 실탄을 공급할 예정이다.

“마지막 휴가라고 생각하시고 내일 하루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디데이가 지나면 차원균열로 인해 생기는 괴물들 때문에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지옥과 같은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이다. 8일 후에 지옥이 시작되겠지만 김환근은 괴물들과의 싸움을 대비하기 위해서 이틀 후부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예.”

김강수 대위가 김환근의 근접 경호를 담당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복지관리실 직원으로 실장과 함께 근무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환근의 실력을 믿기에 근접 경호보다는 저격이나 대규모 습격과 같은 것만 원거리 경호에 집중하고 근거리 경호는 포기한 것이라 다름없었다. 국정원에서 전담 팀까지 꾸려서 감시를 하고 있었기에 겉으로는 무방비하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3일 후에 실종된 것처럼 가장해서 그들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한 연막작전이기도 했다.

* * *

그날 저녁

김환근은 병원에 취직한 이후 처음으로 휴가를 받았다. 여름휴가 1주일을 가기 전에 병원직원들과 홍천에 있는 한 식당에 모여서 회식을 하는 중이었다. 회식비는 당연히 김환근의 몫이다. 병원직원들은 이제 김환근이 베푸는 회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실장님! 휴가 잘 다녀오십시오.”

“고맙습니다.”

“실장님을 위해 건배!”

챙!

모두가 폭탄주를 만들어서 들고는 한 번에 들이켰다. 술 못 마시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첫잔은 의무적으로 마셔야 했다.

“크!”

“으아!”

삼겹살을 안주삼아 폭탄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도 복지관리실 직원이 되고 싶다. 매일 놀면서 돈도 펑펑 쓰잖아.”

술이 들어가자 김환근가 떨어져 있는 직원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법인 카드가 아니가 개인 돈으로 회식비 내는 거래.”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회식비를 개인 돈으로 내. 내가 보기에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회식하는 거 같더라.”

“정말이다. 경리 담당 여직원이 확인해 보았데.”

“진짜?”

“그래. 실장 밑에 있는 직원은 월급도 안 받고 무보수로 자원 봉사하는 거래.”

“그 사람 미친 거 아니야?”

김강수라는 직원은 노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래도 병원에 있을 때에는 경비처럼 병원 안팎을 순찰한다. 때문에 처음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를 경비로 오인해서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 그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어서 그가 하는 일이 경비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병헌 이사가 사업을 크게 하는데 그 사업이 자리 잡으면 경호팀으로 들어간다는 소문도 있다.”

“어쩐지. 그럼, 그 사람도 낙하신이 되는 거네.”

“그렇지.”

1시간 정도 지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마치자 회식이 끝났다.

“오늘 2차 안갑니까?”

“나는 약속이 있어서 2차는 못갑니다. 여기 카드가 있으니 의국장님이 2차는 책임지십시오.”

김환근은 카드를 의국장에게 주었다. 3년차인 전년도 의국장 김수민수는 이미 의무복무기간을 마치고 모교 대학으로 돌아간 상태다.

“예. 얼마까지 쓸까요?”

“적당히 쓰십시오. 그리고 카드는 내일 현주에게 주시면 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김환근이 빠지자 2차로 노래방 갈 사람들을 모았다. 회식으로 저녁 먹고 바로 집으로 가거나 병원 숙소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의사들과 어울려서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노래방으로 2차를 갔다.

“커피나 한 잔 하고 갈까?”

“네.”

김환근은 2차에서 빠지고 약사인 이현주와 함께 택시를 타고 병원 아래에 있는 카페로 갔다.

“현주야! 일주일 후에 있을 리조트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아직 시간 많은데 더 이상 못 볼 사람처럼 왜 그러세요?”

“이번에 휴가를 가면 아버지에게 들렸다가 나는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네에?”

커피를 마시던 현주의 눈이 커졌다.

“예전에 말했던 예지몽 알지?”

몇 개월 동안 김환근은 평소처럼 자주 약국에 놀러와 차도 마시고 일도 도와주었다. 그리고 시간만 나면 점심식사나 저녁식사를 핑계로 데이트를 하면서 근교의 모든 맛 집과 관광지는 다 돌아다녔다. 그래도 가끔 사업 때문에 김강수 대위나 경호회사 직원이라는 사람들과도 같이 어울렸다. 그들이 아니라면 김환근이 주식으로 엄청난 갑부가 되었다는 것을 농담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네.”

“내가 피하지 않으면 내가 죽어. 그리고 일주일 후에 있는 리조트 행사에 네가 참석하지 않으면 너의 생사도 장담하기 힘들어. 만약 8일 후에 아무런 일이 없다면 내 예지몽이 개꿈이 되는 것이니 나도 좋아. 하지만 지금까지 예지몽이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러니 이번 리조트 행사에 반드시 참석해. 무슨 일이 있으면 김강수 대위에게 부탁하고. 그때 김강수가 대위가 현주를 담당할거야.”

“저, 무서워요.”

“이번 주에 내가 만든 영화가 개봉할거야.”

“영화도 만들었어요?”

“응. ‘미래의 지구’란 재난 영화야. 내 생각해서 꼭 봐.”

“네 알았어요.”

김환근은 이런 평범한 데이트가 너무 소중하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괴물들과의 전쟁이 시작되면 전사가 되어 괴물의 머리를 부수고 레드 스톤을 꺼내는 자신을 현주가 어떻게 생각할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영화에서 칼로 사람을 베는 장면도 무서워서 밖으로 도망가는 여자가 이현주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아니라 약사를 선택한 것도 칼을 잡고 해부학 실습을 해야 하는 공부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8일 후에 보자.”

밤 12시가 되어서야 카페에서 나와 병원으로 걸어가면서 이현주에게 작별을 고했다.

“8일 후에 리조트에서 볼 수 있는 건가요?”

“바로는 볼 수 없을 거야. 내 예지몽이 개꿈으로 끝나면 병원으로 돌아와서 다시 볼 수 있을 거고, 안 그러면 며칠 후에 그곳에서 나를 볼 수 있을 거야. 이건 비밀이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네.”

김환근은 여자직원 숙소가 있는 건물 앞까지 데려다 주고는 병원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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