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18화 (1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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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미래설계

휘익!

김환근은 용족의 갑옷을 착용한 상태에서 어두운 산 속을 바람처럼 달리고 있었다. 산을 가로질러 달리기 때문에 오토바이보다 더 빨리 홍천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매봉산과 쇠뿔봉을 사이를 지나갔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와 제곡리를 지나갔다. 민가가 있었지만 괴물이나 사람은 없었다. 다시 산을 올라 홍천으로 향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다.’

김환근은 깜짝 놀랐다. 산 위에 망루가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 사람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몰래 숨어서 오인 초등학교와 농공단지에 장갑차와 탱크가 숨겨진 것과 미사일 차량도 보였다. 그리고 멀리 홍천 시내에는 전기불이 아닌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장갑차와 탱크, 그리고 사람들이 숨어 있는 것이 마시일 공격이나 비행기의 공습에 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들어가서 확인해 볼까?’

김환근은 망설였다. 생존자라고 하지만 이 어두운 밤에 혼자서 여기까지 멀쩡하게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다.

‘홍천은 인류가 장악해 있고, 비발디파크는 괴물들이 장악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탱크까지 있는 군인들이 왜 비발디파크에 있는 괴물들은 공격하지 않는 것일까? 매복한 것을 보니 괴물들의 산악전과 유격전을 염려해서 거점 방어에 치중한 것일까?’

김환근은 지금 자신이 홍천으로 가도 큰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의 돈 때문에 미래가 변했다면 자신은 유명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잡혀가서 인간들에게 고문을 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자신이 어떻게 미래를 예지했는지 자신이라도 고문을 해서라도 알아내려 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생존자나 인간들을 구해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남면이나 청운면 쪽으로 가면 생존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동해 보자.’

김환근은 매복한 군인들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뒤로 빠져나왔다. 특전사 대원들의 매복술을 보다가 일반 군인들의 허술한 매복을 보니 너무 쉽게 눈에 띄었다. 또한 자신의 신체 감각이 더 발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휘익!

빠져나온 김환근은 남면을 향해서 달렸다. 이 근처의 지리는 혹시나 해서 지도를 보고 달달 외워서 머리에 작은 논두렁까지 입력되어 있었다.

‘없나?’

남편은 폐하가 되어 있었고, 시체가 곳곳에 널려 있었으면 곳곳이 폭파되어 있었다. 사람이나 괴물은 보이지 않았고, 머리가 박살난 시체도 많았다.

‘산 속에 외진 곳에는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김환근은 삿갓봉 골짜기에 있는 농가를 찾아가 보았다. 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만약 내가 영화나 소설로 미래를 예견해 대응 방법을 알려주었고, 미래가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농가에 있는 사람이도 대피소를 만들지 않았을까? 쉽게 대피소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환근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근처에 자연동굴은 없을까 돌아다녀 보았다.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입구가 가려진 죽은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동굴이다. 이 정도면 음식을 가져다 보관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다.’

김환근은 바닥을 보니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도 있었다. 적어도 5명은 되어 보였다.

“계십니까?”

“사람인가?”

안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김환근은 용족의 갑옷을 해제하지 않은 상태로 대답했다.

“혼자인가?”

괴물이라면 발견하는 즉시 들어와서 포로로 만들거나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식량을 빼앗으려는 약탈자가 있다는 소문 때문에 안에 있는 남자는 신중했다.

“예.”

“두 손 올리고 가만히 있게.”

곧 나뭇가지가 치워지고 창을 든 남자가 전등으로 김환근의 얼굴을 비추었다.

“괴, 괴물?”

놀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괴물과 싸우는 특수요원 복장입니다.”

김환근은 그냥 둘러대었다.

“특수 요원이 무슨 일인가?”

“저는 산 속의 특수 비밀기지에서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사일이 떨어져서 지상의 시설이 모두 폭파되었고, 저는 지하에 있다가 지금 탈출해서 괴물들을 죽이면서 오다가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고 세상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서 여쭈어 보려는 것입니다. 저는 괴물만 있는 세상으로 변한 줄 알고 많이 놀란 상태입니다.”

“허허! 이리 들어오게.”

“예.”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는 촛불을 켰다. 동굴은 돌 틈에 있는 공간을 더 넓힌 곳으로 10평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에 돗자리와 평상이 있었고, 가족으로 보이는 노부부와 아들 부부, 그리고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전부였다.

최르르!

김환근은 무기라고는 식칼을 나무에 매단 창이 전부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용족의 갑옷을 해체했다.

“오영근이라고 하네.”

“예. 김환근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대었지만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자신이 유명해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자신의 성격으로 볼 때 영화나 책을 이용 했어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식량이 부족해서 물 밖에 없다네. 물이라도 마실 텐가?”

“괜찮습니다. 세상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알겠네. 우선 앉게.”

“네.”

김환근은 노인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아들로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자는 입가에서 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 지적 장애자로 보였다. 며느리도 보니 농아인지 수화로 아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전기와 전화, 인터넷이 끊어진 것은 어제이네. 서울에 핵폭탄이 터졌다는 소문이 있었네. 지구의 미래란 영화처럼 지진과 해일, 화산 폭발이 자주 일어나더니 일주일 전에 영화와 똑같이 죽음 자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괴물좀비들이 발생했지. 사람들은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피부와 눈동자가 검붉게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 회색 반점이 생기면 괴물좀비로 알고 머리를 부수어서 레드 스톤을 꺼냈지.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처로 인해서 괴물의 사태는 정리되는 것으로 보였네. 그러자 괴물들이 산으로 도망쳐서 유격전을 하면서 테러로 전기, 인터넷 등을 정지시키고 수도에 자신들의 피를 섞어서 독으로 사람들을 대량 살상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뒤집어 졌네. 핵폭탄이 터졌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나도 더 이상은 아는 것이 없네.”

“고맙습니다.”

“하루 자고 가지 그러나?”

“괜찮습니다.”

정보를 얻은 김환근은 말리는 노부부에게 인사하고는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산을 넘어서 병원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벌써 8시간이 지났군. 한 10일 있어볼까?’

김환근은 차원점수 몇 점을 더 얻는 것 보다는 이곳에서 무한 반복으로 마나를 축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로 갔다가 바로 오면 자신은 차원균열이 일어난 지 7일 후로 온다. 그러면 시간은 현실에서 인벤토리를 열고 닫는 몇 초가 지나지만 자신은 똑 같은 미래로 와서 일주일을 마나심법을 하고 돌아갈 수 있다. 평균 5초에 10일이란 시간을 반복할 수 있다면 자신은 1분에 120일을 수련할 수 있다. 그러면 10분에 1200일이고, 100분이면 12,000일을 수련할 수 있다.

‘이 외진 곳에 괴물이 미사일을 쏘지는 않을 테니 괴물이나 인간이 이곳을 수색하러 올 때가지 이곳에서 기초마나심법을 수련하자.’

김환근은 그냥 돌아가는 것이 싫어서 이곳에서 10일간 기초마나심법을 수련하기로 했다.

‘마나심법을 운행 할 때에 감각이 예민해지니 누가 침입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겠군.’

김환근은 창가에 앉아서 마나심법을 운행했다. 눈과 청각으로 혹시라도 누군가가 침입하면 바로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김환근은 두 시간 마나심법을 운행했다. 그러자 1의 마나가 늘어서 2가 되었다. 김환근은 일어나서 검도를 10분 정도 수련했다. 몸에 깃든 마나가 몸에 적응하도록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도우미의 충고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마나 심법만 수련하면 지겨울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2시간 마나심법을 운행하고 검도 수련을 하였다. 식사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하였고, 하루에 7시간을 자고는 10일 내내 마나심법을 하였다. 그러자 하루에 7의 마나가 축적이 되었고, 10일에 70의 마나가 쌓였다. 김환근은 10일이 지나도 계속해서 마나심법을 하였다. 그러던 15일째였다.

‘괴물이다. 모두 5놈이다. 마나 건을 사용해 볼까?’

변화가 일어났지만 김환근은 바로 돌아가지 않고 괴물들을 상대로 마나 건을 사용하는 사격술을 연습하기로 결정했다. 괴물들은 총을 든 놈 둘에 창과 도끼, 낫을 든 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촤르르!

김환근은 혹시나 해서 옆에 꺼내둔 마나 건을 들었다. 마나 건은 은색의 장난감 권총처럼 생겼다.

‘유인해 볼까?’

김환근은 전등을 꺼내서 켜고는 창밖으로 비추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괴물들은 얼굴을 숙였다. 복면을 하고 모자를 쓴 자들이었다. 그래도 눈빛은 가리지 못한다. 오토바이 헬멧에 선글라스를 쓴 놈은 총을 든 괴물 하나였다.

“여기 사람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구해드리겠습니다.”

총을 들고 선글라스를 쓴 괴물이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김환근은 대답을 하고는 총을 들고 복도로 나가서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매복을 하고 기다렸다.

번쩍!

퍽!

광선총처럼 푸른빛이 쏘아져서 총을 든 괴물의 머리가 터졌다. 총을 쏠 때는 손을 통해서 기운이 빨려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반동이 없어서 겨냥을 하기는 권총보다 훨씬 편했다.

탕!

괴물들이 돌진을 하였고, 대장 괴물은 총을 쏘았다. 하지만 사격 솜씨가 별로인지 빗나갔다.

번쩍!

펑!

마나 1을 사용한 마나 건의 총알인 광선은 헬멧을 관통하지 못했다. 그래도 타격이 큰지 선글라스를 쓴 괴물이 넘어졌다.

번쩍! 번쩍!

김환근은 일어나서 마주나가면서 달려오는 괴물들의 머리에 박살내 주었다. 그리고 쓰러졌던 대장괴물의 머리도 헬멧을 피해서 정확하게 쏘아 맞추어 없애 버렸다.

‘마나 건의 파워는 더 높일 수 없나?’

<업그레이드를 하면 됩니다. 그러면 마나 2가 소모되면서 파워가 두 배가 됩니다.>

지금은 파워를 높일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사거리는 어느 정도지?’

<유효사거리는 300미터이고 최대 사거리는 1Km 정도입니다. 300미터가 넘으면 파워가 약해집니다.>

마나 건에서 발사되는 것은 마나 탄인데 마나가 에너지라 공기와 마찰되거나 물질과 만나면 폭발한다고 한다. 때문에 단단한 헬멧과 충돌해서 폭발이 일어난 것이고, 약한 피부는 관통하지만 뼈와 만나서 폭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헬멧도 관통하지 못하는 마나 탄이 괴물의 머리를 박살낸 것이라고 했다.

‘레드 스톤을 회수하기는 좋군.’

김환근은 레드 스톤 5개를 회수해서 22점을 얻었다.

‘혹시 모르니 일단 현실로 갔다 오자.’

김환근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인벤토리를 열고 현실로 갔다가 바로 돌아왔다. 혹시라도 현실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 미래가 바뀔 수 있기에 바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러자 미래는 15일 전의 시간이다. 평행차원의 미래가 허상이 아니라면 김환근은 차원이동 스톤을 이용해서 계속해서 15일을 반복하는 셈이다.

김환근은 15일을 무한 반복해서 마나를 축적했다. 너무 지겨우면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으면서 가끔 술도 마셔 주었다. 마나의 양만 느는 것이 아니라 검도 실력도 늘어났고, 마나건의 사격술도 늘었다. 마나건뿐 아니라 권총과 소총도 사용했다. 하지만 총알이 아까워서 나중에는 검으로 머리를 베어서 죽이기도 했다. 15일에 평균 100의 마나를 쌓았다. 레드 스톤으로 22점도 덤으로 얻었다.

현실에서는 5초마다 미래로 가는 것이라 현실의 5초가 미래에서는 15일이었다. 하루에 1만 번을 차원이동 한 셈이다. 그러자 하루에 백만이라는 마나가 축적되었다. 그리고 차원에너지도 20만점 정도가 늘었다. 정확히는 현재 1,980,652점이나 있다.

그렇지만 김환근은 이 반복 수련이 지겨워서 중간 중간 현실에서 하루를 지내면서 식량을 구입하기도 하고 놀기도 해서 실제로는 3달이 지났다. 즉, 하루에 계속해서 차원이동만 하면서 반복 수련을 하면 하루에 1만 년을 수련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우미야. 내가 3달 동안 몇 년이나 마나심법을 수련한 셈이냐?’

<410년입니다.>

평행차원을 이동하면 미래의 시간은 허상이기에 그 시간은 없는 것이 된다고 했다. 다만 차원의 균열로 인한 시공간이 비틀려 있어서 생긴 차원에너지는 그대로 이기에 차원에너지를 축적한 마나와 차원에너지, 그리고 아공간의 물건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평행차원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버그와 같은 현상으로 우주의 질서가 깨어져서 생겨난 것이기에 나이가 먹지 않은 것이다.

‘으! 지겨워서 이제는 더 이상 반복하지 못하겠다.’

410년 넘게 마나심법과 검도 수련, 영화와 음악만을 하면서 똑 같은 15일을 반복한 김환근은 이 지옥과 같은 노가다를 그만두고 싶었다. 나중에는 일 년에 한 번씩 하루 휴가를 주어 현실에서 이현주와 데이트도 하고, 의사들이나 직원들과 술도 먹으면서 지냈다.

<이제는 마스터께서 실종되기까지 7달 남았습니다. 미래를 준비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차원규열까지는 2년 7개월 남았지만 자신의 실종은 7개월 남은 상황이다. 그동안 주식은 하기는 했지만 이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분산투자와 손해를 보아 2천억 원으로 돈이 줄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바뀐 미래는 다시 변하지 않았다.

‘마나 백만이면 많은 것인가?’

<예. 최상급인 용족의 마나심법이라도 40년 이상 수련해야 모을 수 있는 양입니다.>

용족의 마나심법은 24시간 마나를 모을 수 있고, 효율도 10배다. 하지만 그 효율은 마나심법을 할 때이다. 때문에 용족이 김환근처럼 하루 종일 만나심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니 40년 넘게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놀라운 양이다.

‘제길!’

자신이 최상급 마나심법을 사용해서 수련을 했다면 백만이 아닌 천만이라는 마나의 양을 모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억울했다.

‘지금부터는 현실에 적극 개입해서 미래를 바꾸어야 하겠군. 차원에너지 2백만 점을 채우는 것은 보류다.’

김환근이 1만 번의 지겨운 노가다를 반복하면서 410년의 긴 시간을 버틸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마나 백만과 차원에너지 2백만 점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의 하나는 돌파 했으니 이제는 이 지겨운 반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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