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7 8. 변화 =========================================================================
‘일단 소총부터 넣고.’
김환근은 소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인벤토리는 4칸으로 한 칸에 짐이 100개 들어간다. 하지만 그러면 더 이상 아공간을 사용할 수 없기에 한 칸에 나누어 담아야 꺼내기 좋다. 한 칸은 배낭을, 한 칸은 식량을, 다른 두 칸은 비워 놓았다가 자주 꺼내는 배낭과 상자를 두었다가 꺼내는 것이다. 인벤토리를 생각하면 홀로그램처럼 칸이 보이고 어떤 짐을 꺼내겠다고 생각하고 손을 넣으면 물건이 잡힌다. 하지만 배낭 안에 있는 물건도 보이는 것은 아니기에 배낭에 숫자를 적어 넣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자주 쓰는 물건은 빈칸에 넣는 것이다.
휘익!
김환근은 빈 몸으로 산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키코스를 타고 뛰어 내려 간 후에 매봉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산 속으로 뛰었다. 잡목이 있었지만 용족의 갑옷 덕분에 신경 쓰지 않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면서 힘차게 달렸다. 100미터를 10초에 주파하는 속도로 1시간 이상 달리 수 있는 김환근이다. 괴물좀비는 무한으로 뛸 수 있는 로봇 같은 놈들이지만 살아 있을 때의 육체적 한계가 있기에 육상선수 괴물좀비가 없다면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빨라야 14초 정도이고 운동선수나 운동신경이 좋은 젊은 남자라면 12초 정도일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김환근은 30분 정도를 달렸다. 괴물들은 감각이 떨어지기에 추격 전문가가 아니라면 밤에 자신을 추격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격 전문가에 10초대에 뛰는 괴물이 있다고 해도 5분 정도는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 김환근이다. 김환근은 혹시라도 저격을 당할 수 있기에 일단 바위 뒤에 숨어서 인벤토리에서 배낭을 꺼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노트북을 찾아서 켰다.
타닥!
‘어!’
전원은 들어왔지만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았다. 스마트 폰을 꺼내서 켰는데 안테나가 뜨지 않았다. 김환근은 당황했다.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도 끊어졌다. 일단 돌아가자.’
자신이 알던 미래가 변했다. 그렇다는 것은 철갑탄이나 중무기의 공격에 죽을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었다. 김환근은 귀환 스톤을 이용해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일단 안전한 곳에서 차분하게 생각한 다음에 행동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인벤토리.’
짐을 모두 수납하고는 귀환 스톤과 차원이동 스톤을 충전한 후에 차원이동 스톤은 수납하고, 귀환 스톤을 들고는 아공간으로 뛰어들었다.
* * *
“우윽!”
헛구역질을 한 김환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달라질 것이 없어 보였지만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기온부터 여름에서 가을로 변했고, 별자리와 낙엽의 유무 등으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차원이동을 자주하니 처음에는 어둠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휴우! 오토바이도 없으니 뛰어가야 하겠군.”
김환근은 용족의 갑옷을 그대로 두고는 산악구보를 하였다. 매봉산에서 화전리 쪽으로 내려오니 매일 등산을 하던 곳이었다. 천천히 뛰어도 20분도 되지 않아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촤르르!
병원이 가까워지자 용족의 갑옷을 해체하고는 빈 몸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김환근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을 이용해서 병원으로 올라갔다. 혹시라도 당직을 하는 의사가 콜을 받고 병실에 갔다 오다가 만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만나서 상관은 없지만 몽유병 환자라는 소문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더 퍼지는 것이 싫은 김환근이다.
“휴우!”
방으로 들어온 김환근은 샤워부터 하고는 책상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왜 미래가 변했을까?’
김환근은 갑자기 변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미래는 현재 자신을 기준으로 한다. 즉, 자신이 이 상태에서 차원전장이나 차원상점을 이용하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게 살았을 때의 미래이다.
‘변한 것은 수익률 100%로 돈이 3천억 원이 된 것 이외에는 없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왜 변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김환근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긍정적인 경우이다. 돈이 많아졌으니 이 돈을 이용해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대피시설을 만들고, 영화나 소설을 만들어서 괴물좀비 사태에 대비하는 방법과 괴물좀비를 없애는 방법을 사회에 알릴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차원균열 사태에 잘 대비했을 것이다. 괴물들은 자신들이 유리할 때에는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해서 더 효과적으로 인류를 멸종시키려 했을 것이지만 불리해지자 인간들이 결집을 방해하기 위해 테러처럼 방송국과 전화국, 전기 시설 등등을 모두 파괴했을 것이다. 병원에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시체가 많이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둘째는 최악의 경우다. 김환근이 돈이 많아지자 알파 종족의 세력들이 돈을 노리고 김환근을 납치하거나 제거했을 경우다. 용족의 씨앗과 순간이동 스크롤이 있는 김환근이기에 일반적인 조폭이나 일반인이 납치가 불가능하다. 용족의 갑옷을 입기도 전에 불시에 저격으로 죽일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김환근이 아무런 대비 없이 죽었다면 좀비괴물들이 1주일 만에 세상을 인류를 멸종 시킬 정도로 사태를 악화시켰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는 병원에 이현주를 비롯한 자신이 아는 의사와 간호사 등의 시체가 없다는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한 괴물들이 유리하다면 인터넷과 전화, 전기를 끊을 이유가 없다. 또한 그 정도라면 김환근이 발견되는 즉시 헬기나 전투기가 날아왔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살아남은 인류가 괴물좀비에 저항하기 위해 전기, 전화, 인터넷을 끊고 저항하는 중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 번째는 예상외의 변수가 발생 했을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무슨 변수가 발생 했는지 지금부터 착실하게 확인해 보아야 한다.>
‘돈이 문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된 이상 더 강해져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우미야. 지금 차원상점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1만 점 이하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0만 점 까지는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1만점이면 1만 점을 쓰고 와도 손해는 되지 않습니다. 또한 평행차원 전장에서 마스터께서 쉽게 1만점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모험을 할 약탈자 차원전사들이 많을 것입니다.>
‘무슨 뜻이지?’
<약탈자 차원전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지구에 있는 이면세계의 강자들입니다. 그들이 괴물좀비가 되었거나 괴물좀비를 학살하고 있다면 마스터께서 1만 점의 점수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강자가 없는 세계라면 차원 에너지를 생산하는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바로 차원전사들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면 세계의 강자들이 레드 스톤의 가치를 몰라서 내가 불로소득을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1만 점이 아니라 수십만 점이나 수백 만 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십만 점이면 나를 목표로 오고, 1만 점이라면 지구에 있는 이면 세계의 강자들을 자신들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지구를 차원 에너지 생산 기지로 만들기 위해 차원전사를 파견한다는 뜻인가?’
<예. 때문에 전자보다 후자가 더 위험합니다.>
‘퀘스트에 이면세계의 강자를 찾으라는 이유가 이 때문인가?’
<예.>
‘하아!’
김환근은 이면세계의 강자를 찾으라는 퀘스트는 완료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원전장이 활성화 되어 차원연합의 수많은 종족들이 차원전사를 파견한 후에는 몰라도 지금은 스스로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인류에 대한 배신행위인 것이다.
‘안전하게 한 5천 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군. 5천 점으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상품을 추천해 줘.’
<3단계 물약과 기초 마나심법, 그리고 마나 건을 추전 해 드립니다.>
3단계 힘의 물약과 민첩의 물약이 각각 1천 점, 기초 마나심법이 2천 점, 마나 건이 1천 점이었다.
‘기초 마나심법이 무엇이지?’
<차원 에너지를 흡수해서 신체를 활성화 시키는 호흡법입니다.>
‘차원에너지가 없는 여기서는 할 수 없는 호흡법인가?’
<레드 스톤을 손에 쥐거나 몸에 대고 하면 레스 스톤의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최상급에 해당하는 용족의 마나심법에 비해 효율이 극악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용족의 마나심법은 가격이 어떻게 되지?’
<기초는 2천, 보통은 1만 점, 상급은 10만 점, 최상급은 100만 점입니다. 용족의 신체를 얻었기에 10단계까지 진화하기 위해서는 용족의 마나심법은 필수입니다.>
‘점수가 충분해도 지금은 그림의 떡이겠군. 추천해 준 상품들을 모두 구입하겠다.’
지키지 못하는 보물은 보물이 아니라 재앙을 불러오는 화근 덩어리다. 미래가 변했기 때문에 차원상점을 열고 물건을 한 번에 구입했다. 묶어서 구입하면 수수료가 100점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예.>
김환근은 인벤토리의 한 칸을 비우고는 도우미를 이용해서 물약 2개, 기초 마나심법, 마나 건을 구입했다. 모두 5100점을 지불하니 1,771,654점이 남았다. 강해지고 있었지만 갈수록 레드 스톤을 얻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꿀꺽!
김환근은 바로 물약 두 개를 먹었다.
‘변한 것이 없는데?’
<3단계 물약부터는 초인의 영역으로 차원에너지를 이용하는 단계입니다. 기초 마나심법으로 차원에너지를 흡수해야 몸이 변화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육체적인 수련으로는 10년 정도 수련해야 레벨 1단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3단계부터는 신체의 조건을 초월하는 움직임이 가능하기에 100미터를 10초 이내에 주파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100미터늘 10초가 아닌 9초에 돌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100미터 달리기 세계 신기록도 가능할지 모르고, 그런 속도로 80분을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기초 마나심법을 어떻게 얻는 것이지?’
<스크롤을 찢으면 뇌에 지식이 각인됩니다.>
‘마법인가?’
<예. 용족의 신체가 아니면 뇌가 버티지 못하지만 마스터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찌이익!
번쩍!
“컥!”
털썩!
스크롤을 찢는 순간 빛이 번쩍이면서 새하얀 빛이 김환근의 머리로 파고들었다. 김환근은 뇌가 폭발하는 것 같은 화끈한 고통에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으으!”
머리에 어린 빛이 사라지자 김환근은 신음을 흘리면서 깨어났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강제로 지식을 머리에 주입하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약간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레드 스톤을 쥐고 편안하게 앉아서 심호흡을 하면서 마나심법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아시게 됩니다.>
‘그래.’
김환근은 레드 스톤 하나를 꺼내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였다. 그러자 설명하기 어려운 지식이 뇌리에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마나호흡을 하였다. 약 2시간 정도 호흡을 하자 레드 스톤에서 1점이 사라지면서 김환근의 신체에 마나 1이 생성되었다.
‘후우! 상태창!’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확인한 김환근은 상태창을 떠올렸다.
<김환근
칭호 - 차원전사
힘 - 8
민첩 - 8
마나 -1
차원력 - 1,771,653>
2시간 동안 차원력 1을 소모해서 마나 1을 만들었다.
‘용족의 마나심법을 사용하면 어떻게 되지?’
<2시간이면 8 정도의 마나를 흡수할 수 있고, 전신 피부로도 호흡이 가능할뿐 아니라 잠자거나 행동을 하면서도 마나호흡이 가능하기에 차원에너지가 있는 곳에서 마나호흡을 하면 2시간에 10의 마나를 모으고, 집중하지 않아도 2시간에 1의 마나를 모을 수 있습니다.>
‘마나 1로 힘과 민첩의 레벨이 1이 올랐는데 마나가 2가 되면 레벨이 또 오르나?’
<그렇지 않습니다. 신체의 레벨을 올리는 물약을 드셔야 가능합니다. 마나는 신체의 능력과 별개로 마나를 사용하는 스킬을 이용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마나가 많아질수록 수련을 통해서 레벨이 오르는 것이 용족의 신체입니다.>
‘좋아. 그러면 미래로 가서 또 다른 변화가 있는 지 확인해 보자. 인벤토리.’
휘익!
레벨 7에서 8로 더 강력해지고 마나 건이라는 특별한 무기가 생겼다. 이것으로 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는 지 확인해 보기로 한 김환근은 차원이동 스톤을 쥐고 아공간으로 뛰어들었다.
* * *
스슥!
검은 구멍에서 김환근이 튀어나왔다.
‘흠. 휴우증이 덜 한데?’
멀미와 같은 차원이동 후유증이 덜해서 참을 만 했다.
<몸에 마나가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일단 전화부터.’
스마트 폰을 꺼내서 확인해 보니 전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았다.
‘병원부터 확인해 보자.’
김환근은 전화기를 인벤토리에 넣고는 병원으로 내려가면서 시체들의 숫자와 얼굴을 확인해 보았다. 전과 달라진 것이 없이 숫자도 적었고, 자신이 아는 얼굴들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변화가 없군. 내 능력이 아닌 돈이 미래에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해. 그래도 혹시 모르니 리조트도 가 보자.’
촤르르!
휘익!
혹시 모를 저격에 대비해서 김환근은 용족의 갑옷을 착용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없군.’
혹시나 해서 산으로 이동해 비발디파크를 확인해 보았다. 괴물들이 점령한 상태였고, 불빛이 없었다. 자신이 강해진 것으로는 미래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여기는 괴물이 점령했지만 인류가 유리한 상황이라면 다른 곳에는 아직 인간들이 남아서 저항하고 있지 않을까? 우선 가까운 홍천으로 가서 확인해 보자.’
김환근은 마나 건을 이용해서 리조트에 있는 괴물들을 모두 학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괴물들에게 포위되면 위험했다.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에 도끼로 머리를 내리치면 그 충격으로 기절해서 용족의 갑옷이 취소되면 죽음 목숨이다. 치고 빠지기를 해야 하는데 속도는 몰라도 지구력에서는 무한 체력인 괴물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인지 확인만 해 보자.’
자신의 목숨은 하나이기에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 열 마리 정도의 괴물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면 무한 반복으로 잡을 수 있으니 한 번에 많이 잡을 필요도 없었다. 전이라면 준비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마나를 사용하는 마나 건이 있기 때문이다. 마나는 우물과 같아서 사용하면 다시 저절로 충전이 된다고 한다. 다만 차원에너지가 있는 세계에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