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8 4. 미래의 지구 =========================================================================
4. 미래의 지구
‘21%라? 폭탄을 만드는 방법이나 내가 강해질 수 있는 수련법 등은 모르나?’
<차원상점에서 파는 정보는 저에게 입력되어 있지 않습니다.>
‘흠!’
김환근은 고민했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튜토리얼을 하지 않으면 인벤토리 기능만 공짜로 사용하면서 낙하산으로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 문제는 그 안에 지구에 차원균열이 일어나면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것과 차원전사가 몰려와서 구해주어도 지구는 차원 식민지가 되어 지구인들은 차원 에너지를 수급하는 차원전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구에 차원균열이 일어나 차원전장이 되면 그때도 과거나 미래의 차원으로 갈 수 있나?’
<불가능합니다. 차원균열 때문에 차원의 미아가 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마스터가 미래의 지구인 평행차원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지구에 차원균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가능합니다.>
‘……!’
더 고민되게 만드는 도우미의 설명이다. 내일이라도 차원균열이 생기면 차원전사들이 몰려올 것이고, 그러면 자신은 레벨 1의 초보 차원전사로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된다.
‘미래로 가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지?’
<네. 지구에서 차원균열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잘 막아냈다면 미래로 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근래의 미래라면 나도 볼 수 있는 것인가?’
<예. 평행 차원에 있는 자신을 제거하면 더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나더러 나를 죽이라는 것인가?’
<아닙니다. 다만 그런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을 참조하시라는 뜻입니다.>
‘흠.’
김환근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구를 구하는 일인데 사나이 목숨 한 번 걸자. 낙하산이라도 떳떳한 낙하산이 되자.’
김환근은 두 달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기로 했다. 월급 두 번을 받고,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서 총도 구하고 폭탄도 만들어서 준비하기로 했다. 총은 미국의 슬럼가나 필리핀, 소말리아나 앙골라의 내전 지역에서 구입하여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가을에 사냥허가증을 얻어서 엽총을 구입할 생각이다. 멧돼지를 잡는 총이면 좀비의 머리를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 * *
두 달 후
김환근은 병원에서 직원들이 낙하산이라고 수근 대는 것을 알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얻어먹을 정도였다. 이수정이 있을 때도 약국에 수시로 드나들었고, 임상병리실, 원무과, 병원 간호사실, 사무실 등에 아무 때가 가서 수다를 떨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대출을 받아서 각종 물품을 구입하고 점심때나 저녁때에 의사들이나 병원 직원들과 식사도 하고 술도 먹으면서 지냈다. 죽을 수도 생각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자부심이 합쳐지자 철면피가 되면서 용감해진 것이었다.
‘후우! 가자.’
토요일 아침 식사 후에 1박 2일 등산 간다는 말을 남겨 놓고는 배낭을 메고 병원을 나섰다. 인간이 가장 큰 적이라면 인간이 드문 산에서 튜토리얼을 시작하는 것이 생존 확률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장님! 등산 가세요?”
김환근은 병원 앞에서 이현주를 만났다. 등산복 차림으로 같이 가자고 하면 따라갈 것 같았다. 어제 이현주에게 등산 갈 것이라 한 말을 듣고 일부러 기다린 것이 틀림없었다.
‘젠장.’
김환근은 마음이 흔들렸다. 오늘 하루 이현주와 함께 등산을 가서 놀다가 내일 가도 싶었기 때문이다.
“네. 같이 가실래요?”
자신도 모르게 같이 가자는 말이 튀어나왔다. 죽을 확률이 더 큰 튜토리얼이기에 도망치려는 마음과 죽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과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1박 2일 가기로 한 것 아니에요?”
“아닙니다. 오늘도 가고 내일도 가려고 합니다.”
“그럼, 저도 가고 싶어요.”
“하하! 함께 갑시다.”
김환근은 이현주와 함께 두 시간 코스의 산에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김환근에게는 2시간 코스지만 김현주와 함께 경치도 구경하고 중간에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올라가니 4시간이나 걸렸다.
“너무 힘들어요.”
산 정상에는 등산객들이 몇 명 있었다. 이현주는 헉헉 거리면서도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경치에 취해 있었다.
“하하! 운동 좀 하셔야 하겠습니다.”
“네. 주말마다 등산이나 해야 할까 봐요.”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김환근은 같이 정산에서 사진을 찍고는 내려오다가 계곡에서 이현주가 싸온 김밥을 먹었다. 김환근의 배낭에는 물과 라면을 비롯한 캔과 초콜릿 바와 같은 비상식량만 가득 들어 있었다. 때문에 물과 초콜릿 바를 꺼내 등산 중간에 건네주었었다.
“저녁 먹고 들어갈까요?”
“네.”
산에서 내려오니 오후 5시다. 두 사람은 카페에 가서 맥주와 돈가스를 저녁으로 먹고 헤어졌다. 김환근은 다리가 아프다는 이현주에 말에 더 붙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내일은 푹 쉬라고 말하고는 밤에 산에 올랐다.
‘인벤토리.’
방으로 가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기에 밤이라고 상관없다고 생각한 김환근은 아공간을 열었다. 블랙홀 같은 검은 입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치 지옥의 입구처럼 보였다.
‘가자.’
김환근은 허공에 생긴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크아아악!’
온 몸이 분자 단위로 분해되는 것 같은 고통과 느낌에 김환근은 비명을 질렀다.
* * *
“우욱!”
김환근은 헛구역을 질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배 멀미를 심하게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바닥에 누워서 3분 정도를 헛구역질을 하다가 10분 정도 누워서 쉬었다.
“실패인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계곡의 공터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미래의 지구입니다. 튜토리얼을 시작하셨습니다.>
“여기가?”
김환근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계절도 같고 등산로의 경치가 그대로라면 차원균열이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밤이라 정확히 살펴 볼 수 없기에 더 확인을 하려면 병원으로 가 보면 된다.
‘정신 차리자.’
김환근은 차분하게 생각했다.
‘우선은 무장부터 하자.’
배낭을 인벤토리에 넣고 배낭을 꺼내서 그 안에 넣어둔 전투화, 방탄복, 전투바지와 헬멧을 착용하고는 손목, 발목, 무릎, 팔꿈치 보호대도 착용했다. 그리고 검을 꺼내서 등에 메고는 석궁을 꺼내서 손에 들었다. 엽총도 있지만 총소리가 나면 좀비 괴물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생각에 석궁을 선택했다.
‘가까운 미래라면 인터넷이 될 지도 모른다.’
김환근은 미래에서 정보를 얻으면 입력해서 가져갈 생각으로 노트북을 가져왔다. 지도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입력해 놓은 상태였다.
‘된다.’
생각대로 인터넷에 접속이 되었다.
‘3년 후인가?’
날짜부터 확인해 보니 3년 후의 미래였다. 김환근은 튜토리을 하기로 결정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일단 만족하면서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 보았다. 만약 100년 후나 수백년 후라면 후회했을 지도 모른다.
<한국에 터러범 출현?>
<정신병자들 출몰. 자동차로 인도로 돌진해 수십 명 살해 후 도주.>
<빌딩에 조직적인 방화로 수천 명 사망.>
<군인들이 미쳤다. 군인들이 도시를 포위하고 학살 시작.>
<종말의 조짐. 전 세계에 동시에 살인마들 출몰.>
<죽음에서 돌아온 악몽의 괴물이 원인!>
<죽지 않는 데스 나이트의 공포.>
<불사 좀비 퇴치법.>
<정부 데프콘 1단계 발동.>
<미국 무정부 상태. 핵 기지 위험.>
……!
수많은 뉴스들이 모두 좀비들에 대한 뉴스였다. 그런데 좀비란 말은 아무도 쓰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와 달리 말도하고 총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경찰서와 군부대부터 공략해서 총으로 무장하고 인간을 학살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겨우 1주일 지났는데 수천만 명이 죽었다고?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좀비 사태, 나이 데스 나이트로 불리는 차원 감염체들이 나타난 것은 인터넷 뉴스를 볼 때 겨우 7일이 지났다. 그런데 벌써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전 세계가 날 리가 났다.
<인류가 하루에 죽는 숫자가 약 14만 명입니다. 이 중에 10분의 1이 감염되었다면 하루에 나타난 좀비는 1만 4천 마리입니다. 1마리가 하루에 백 명을 살해하면 하루에 140만 명입니다. 이중에 10분의 1이 감염체로 변하면 15만 마리이고 3째 날은 150만 마리, 4째 날은 1500만 마리가 됩니다. 5째 날은 1억 5천만 마리, 6째 날은 10억 마리, 7째 날은 100억으로 인류가 멸종 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날짜입니다. 아직 인터넷이 된다는 것은 인류가 잘 대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터넷으로 괴물을 죽이는 방법을 알려줄까?’
<일단 검색부터 해 보십시오.>
‘알았다.’
데스 나이트, 괴물, 죽음의 사자 등등으로 불리는 괴물을 죽이는 방법을 검색하자 뇌를 파괴한 후에 머리를 자르면 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리고 목을 자른 후에도 입이 살아 있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과 뇌에 자리 잡은 붉은 돌을 꺼내면 완전히 죽는다는 뉴스도 있었다. 그리고 돌을 레드 스톤으로 부르는데 이 레드 스톤 때문에 괴물이 죽지 않고 재생을 하는 것이라는 정보도 있었다. 그리고 괴물을 사로잡아 실험한 결과 완전한 재생은 아니고 자가 치유를 100배 빨리 하는 정도라고 했다. 즉, 팔이 잘라지면 다시 팔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체의 팔을 가져다 붙이면 바로 붙어버린다. 또한 잘리 목도 가져다 붙이면 다시 움직인다는 것이다.
‘내가 알려줄 필요는 없겠군.’
김환근은 근처에 있는 병원부터 가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나면 그와 힘을 합쳐서 괴물을 잡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무도 없나?’
병원의 주차장에 자동차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불빛은 있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김환근은 망원경을 이용해서 30분 정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자 시체 썩는 냄새가 지독하게 퍼지고 있었다. 김환근은 배낭에서 방독면을 꺼내서 썼다. 방사능 낙진을 대비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우욱!”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로비에 수많은 시체들이 있었다. 헛구역질을 하던 김환근은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하였다. 그리고는 약국부터 확인해 보았다.
‘현주!’
김환근은 경악했다. 썩기 시작한 시체가 약국 안에 있는데 이현주의 시체였다. 이수정의 시체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괴물로 변해서 사람들을 학살한 후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곳은 일 년에 백 명 이상 죽어가는 노인요양원이 있는 곳이다. 차원균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괴물이 나올 확률이 큰 곳이다.’
김환근은 재수 없게도 차원균열이 일어난 첫날 이곳에서 감염체가 나타나서 이 시설에 있는 인간들을 학살해 감염체 괴물을 늘린 후에 주변의 인간을 학살하면서 괴물의 숫자를 늘린 것이 틀림없었다. 자동차가 없는 것으로 보아 자동차를 타고 대도시나 군부대로 가서 학살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없는 괴물들은 주변의 민가부터 학살하고 다녔을 것이 분명했다.
‘자동차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걸어서 가까운 카페부터 가 보자.’
김환근은 병원을 수색했지만 살아 있는 인간이나 괴물은 없었고, 시체만 남아 있었다. 걸어서 카페로 갔는데 주인아주머니와 손님들의 시체만 있었다.
‘정보부터 검색해 보자.’
김환근은 노트북을 꺼내서 뉴스를 중심으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해 저장하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힘을 모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로또 번호와 주식에 대한 정보는 필수다.’
김환근은 3년 동안의 로또 1등 번호와 주식 시세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는 괴물에 대한 정보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거다.’
김환근은 비발디 파크에서 구조요청에 대한 것을 검색해 보았다. 리조트에 군 장성 가족이 있었던 모양인지 구조 요청이 받아들여져 인근의 부대가 출동했지만 괴물들에게 포위되어 아직도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후속 부대는 출동하지 못했다. 부대가 괴멸되었고, 다른 부대는 서울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대해 괴물에 잘 대처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자동차만 있으면 금방인데.’
자동차를 타고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걸어가면 4시간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산을 넘어서 지름길로 가야 4시간이다. 약 20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홍천과 비발디파크 사이에 병원이 있다.
‘이놈의 괴물들이 자전거 하나 없이 모두 가져갔네. 다음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도 하나 구입해야 하겠다.’
김환근은 밤이라 산이 아닌 길을 따라서 이동하기로 했다. 랜턴을 키면 들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환근은 좀비들은 잘 훈련된 군인이나 터러범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나의 생존 확률은 어떻게 되지?’
김환근은 긴장을 풀기 위해 걸어가면서 생각으로 도우미와 대화를 하였다. 자신의 뇌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도우미는 입력된 정보와 강철의 지식을 종합해서 대답해 준다.
<81%입니다.>
‘왜 그렇게 높아졌지?’
<인류가 초기 대응을 잘 해서 아직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생존 확률이 50% 정도 올라갔습니다.>
핵전쟁이 일어났으면 이미 인류가 멸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나를 차원전사로 만든 것이 이곳에서 다시 현재로 가서 미래를 준비해서 인류가 단시일 내에 멸망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 아닌가?’
<많은 종족들이 원하는 결과입니다.>
지구의 생명체가 멸종했으면 지구는 더 이상 차원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농장이 아니다. 한번 수확하면 끝인 곳이다. 인류가 반 이상 생존한 상태의 차원 전장으로 만들어야 끝임 없이 차원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는 농장이 되는 것이다. 단 한명의 차원전사를 만들어서 미래로 가서 정보를 모은 후에 현재로 돌아가서 미래를 준비하면 차원연합 종족들이 지구로 오기 전에 인류가 멸종하는 사태를 막을 확률이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