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7 3. 데이트 =========================================================================
‘튜토리얼이나 할까?’
여직원뿐 아니라 병원에 있는 모두가 뒤에서 자신을 수군거린다고 생각하니 창피해서 돌아다니기도 싫었다.
‘일 없이 월급만 타 먹으려고 한 내가 도둑놈인가?’
취직해서 한 일이라고는 약사 얼굴 보기 위해서 약국으로 가서 단순 노동한 것이 전부였다.
‘배전반이나 보일러실 기사도 기술이 있어야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경비 정도인데 여기는 경비도 없네.’
보일러실 기사, 차량 기사 등등의 남자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경비가 필요 없는 곳이었다. 산 속에 지어진 시설이라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이곳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경비를 설 필요가 없는 곳이다.
‘우미야.’
검을 닦아서 배낭에 넣은 후에 도우미를 호출했다. 이름이 도우미라고 했기에 우미로 부르는 김환근이다. 차원전사가 되면서 자신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는 것만 알려주는 역할이지만 지구 문명보다 뛰어난 문명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 아는 것이 많아서 질문해야 대답하는 정도라고 한다.
<네.>
‘너와 접촉한 최초의 생명체가 차원전사가 된다고 했지?’
<네.>
‘그러면 동물이나 곤충이 접촉해도 차원전사가 되나?’
<아닙니다. 제 프로그램에 동조할 수 있는 뇌력과 영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구인으로 치면 아이큐 110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김환근은 도우미와 대화를 하자 분노가 가라앉았다.
‘차원전장은 어떤 곳이지?’
<수많은 차원이 있지만 마스터께서는 지구의 평행 차원으로 가셔야 하기 때문에 정보가 없습니다. 다만 현 차원에 있는 동물과 인간이 차원균열로 인한 부작용으로 괴물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행차원?’
<차원에너지 100으로 이동할 수 있는 차원은 평행차원뿐입니다. 다른 행성의 차원으로 가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차원연합군의 도움을 받는 차원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점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튜토리얼은 지구의 평행차원이라고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차원균열로 인해서 변형된 괴물들을 죽이면 된다는 것이지?’
<네.>
‘차원균열이 일어나면 왜 괴물로 변하는 것이지?’
<차원에너지 때문입니다.>
‘차원에너지는 무엇이고 왜 차원균열이 일어나는 것이지?’
<알파 행성에서 사는 종족이 차원에너지를 얻기 위해 차원의 균열을 불러왔다고 합니다. 알파종족은 차원균열에서 흘러나온 차원에너지 때문에 멸망했고, 탈출한 알파 종족들이 차원에너지에 감염된 괴물을 사냥하면 마나석이라는 차원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그 후에 도망친 알파 종족들이 다른 행성에서 차원 에너지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차원의 균열을 일으켰고, 수많은 행성들과 종족들이 멸종하자 차원연합군이 결성되어 알파종족을 처단하고 차원의 균열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차원균열을 막는 방법은?’
<감염된 괴물들의 수가 줄어들면 차원의 정화작용에 의해서 저절로 균열이 없어집니다.>
‘그럼, 지금도 누군가는 일부러 차원 균열을 만드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군.’
<예. 차원연합군에서는 그들을 알파 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지구에도 알파족이 왔나?’
<예. UFO로 부르는 것과 그들이 만든 외계문명의 흔적들이 차원균열을 만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스터께서 사시는 지구는 이면 세계의 강자들이 알파 족을 제거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가 평행세계의 차원전장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차원전사가 없다면 미래의 지구는 차원균열이 일어나서 멸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그럼, 내가 갈 평행세계의 차원전장이 미래의 지구라는 뜻인가?’
<네.>
‘그러니까 내가 미래로 가서 차원에너지에 감염된 괴물들을 죽이고, 미래에서 과거의 역사를 알아내서 현재에 있는 알파족들을 제거해서 지구에서 생겨날 차원균열을 막으라는 뜻인가?’
<예.>
‘이면 세계의 강자들이 알파족들을 계속해서 제거했다면 미래의 세계로 가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
<차원에너지가 호응하지 않으면 차원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즉, 지구의 수많은 평행차원 중에서 차원균열로 인한 차원에너지가 생겨난 곳이 있어야 차원이동이 가능합니다.>
‘차원전장이 아닌 곳으로는 이동하지 못하나?’
<가능하지만 그러면 차원의 균열이 발생할 정도의 차원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때문에 차원전장이 아닌 곳으로는 생명체가 아닌 물체만을 이동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차원에너지에 감염되면 모든 생명체가 괴물이 되고, 그런 괴물을 죽이면 다 차원에너지가 들어 있는 마나석이라는 것을 주나?’
<예. 하지만 지적 능력이 뛰어난 생명체일수록 강한 에너지가 담긴 마나석을 주고, 지적 능력이 없는 생명체는 미약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마나석을 줍니다. 지적 능력이 없는 나무와 풀과 같은 생명체는 차원에너지에 덜 영향을 받기에 괴물이라고 표현할 수 없고, 곤충도 마찬가지라 그런 생명체는 아무리 해치워도 마나석 조각만 나옵니다.>
‘그런 조각도 모으면 차원 에너지가 되지 않나?’
<네. 하지만 수천 개의 조각을 모아서 2의 차원 에너지를 만들 때에 1의 차원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나무나 수천그루나 곤충 수천마리를 잡아도 1의 차원에너지를 만들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 미래의 차원전장에서 싸워야 하는 주 적은 감염된 괴물체가 된 인간인가?’
<예. 감염된 괴물체는 죽지 않는 괴물 좀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머리에 있는 마나석을 꺼내지 않으면 죽지 않습니다. 감염체를 사냥하시려면 목을 잘라서 몸과 머리를 분리한 후에 머리에 있는 마나석을 추출하거나 머리를 박살내서 뇌의 기능을 멈춘 후에 마나석을 분리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좀비라?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나?’
<아닙니다. 차원에너지로 살아 있을 때보다 더 강력한 파워와 스피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두려움이 없고 강력한 재생 능력까지 있는 괴물이라고 생각하시면 전투 괴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차원 에너지는 어떻게 사람을 감염시키지?’
<살아 있는 생명체는 감염시키지 못합니다. 죽은 생명체를 감염시켜 움직이게 만듭니다. 생명체가 죽은 순간 차원 에너지가 스며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죽은 후에 괴물로 변한 감염체들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을 죽이기 위해 행동합니다. 이렇게 감염된 죽음의 괴물체들이 많아질수록 차원의 균열이 점점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떤 원리이지?’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차원 감염체를 박멸하지 못했습니다. 괴물 사냥을 통해서 차원의 균열이 커지지 않도록 만들면 차원의 정화 작용에 의해서 저절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차원연합군에 속한 많은 종족들은 차원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일부러 차원균열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해?’
<차원전장이 있으면 연합군을 쉽게 불러올 수 있기에 불리해지면 도움을 청하면 수많은 차원전사들이 차원이동으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마스터도 강해지신다면 그런 전장에 불려가길 수 있을 것입니다.>
‘강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나?’
<차원상점에서 차원에너지를 사용한 점수에 따라 레벨을 정합니다. 차원 점수 1천점이 1레벨이고 그 후부터는 10배씩 점수가 늘어납니다.>
차원점수가 많다는 것은 많은 감염체를 사냥했다는 증거다. 레벨이 절대적인 강함의 기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는 의미다.
‘모든 생명체가 죽어서 감염되어 있는 곳이라면 그런 곳에서 나 홀로 살아남기 힘들지 않나?’
<그렇지 않습니다. 차원에너지 100으로 갈 수 있는 평행 차원의 미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가까운 미래이면서도 차원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곳이니 인간이나 동물의 10% 정도만 감염되어 있는 세계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곤충이나 식물도 감염된다고 하지 않았나?’
<차원에너지는 뇌력이 있는 생명체부터 감염시키기에 인간이 멸종한 후에야 동물, 그 다음에 곤충과 식물 순으로 전염이 됩니다. 곤충까지 전염되면 식량 때문이라도 인간은 외부의 도움 없이는 멸종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능이 부족한 곤충은 살아 있는 생명체는 식물까지 무조건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인구 열 명당 9명은 인간이니 괴물과 싸울 때 유리할 수 있겠군.’
<차원연합에 속한 모든 종족의 역사를 보면 그 반대입니다. 괴물에서 나오는 차원에너지인 마나석을 이용하면 의약과 에너지 분야, 금속 공학 등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마나석을 얻는 방법으로 인간을 제압한 후에 가두어 두고 죽이면 10명 중에 한 명은 좀비로 변하고, 그러면 좀비를 죽여서 마나석을 얻을 수 있기에 괴물로 변한 좀비가 아닌 인간을 사냥하는 자들이 더 경계해야 합니다.>
‘……!’
김환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좀비라는 괴물이면 몰라도 같은 인간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는 말에 황당함과 살인에 대한 저항감이 생겨났다.
‘지금까지 한 설명과 내가 알아야 할 상식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 봐.’
<네. 알파 종족은 ……!>
도우미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이 튜토리얼을 위해 가야할 차원전장이 지구의 미래인 평행차원이라는 것이다. 다른 행성에서는 지구의 평행차원을 가려면 차원이동이 불가능하니 우주선을 타고 온 후에야 이곳에서 미래의 평행차원으로 갈 수 있다는 한다. 즉, 물체는 차원이동을 시킬 수 있기에 억지로 차원이동을 하면 지구에 바로 차원균열이 일어나기에 차원연합에서 규제를 한다는 뜻이다. 알파종족은 최소의 에너지를 투입해서 차원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UFO를 보내서 차원균열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즉, UFO는 생명체가 없는 로봇이 탄 무인 우주선인 셈이다. 지구에 있는 이면 세계의 강자들과 각 나라의 수장들이 현명한 대처로 차원균열을 막고 있지만 알파 종족이 더 많은 UFO를 보내고 있기에 곧 차원균열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한 차원연합군이 이를 막기 위해 차원전사가 될 수 있는 시스템과 에너지를 차원이동을 통해서 보냈고, 그것을 자신이 얻었다는 것이다.
‘차원연합군에서 지구에 더 많은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지?’
<차원상점을 이용하는 각 종족들 입장에서는 지구에 차원균열이 일어나 차원전장으로 변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차원전장이 되면 차원전사들을 보내서 에너지를 수급하는 자원의 보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최소의 지원으로 명분만 챙긴다는 것인가?’
<예. 마스터께서 미래로 가서 과거의 역사를 알아내서 알파 종족의 침입을 막아내도 좋고, 알파 종족이 차원균열을 만들어서 지구를 차원의 전장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고 태도입니다. 이는 지구의 문명이 그만큼 미개하기 때문에 지구인 전체가 감염체가 되어도 차원전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감염체가 되어도 지성을 사용하나?’
<문명을 발전시키지는 못하지만 이룩한 문명을 유지하고 이용하는 정도의 지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럼, 좀비가 전투기나 탱크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네.>
‘좀비와 인간을 구분하는 방법은?’
<눈빛과 피부색이 다르고 차원에너지를 사용하기에 음식도 먹지 않고 숨도 쉬지 않습니다. 피는 그냥 독액이고 눈빛도 검붉은 색으로 변하기에 금방 구분이 됩니다. 다만 헬멧이나 선글라스와 같은 것으로 변장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인간과 좀비를 구분하지 못하면 인류의 10%가 아니라 0.1%가 감염되어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좀비도 말을 하나?’
<예. 인간의 뇌에 있는 모든 기억을 이용할 수 있기에 말도 할 수 있습니다.>
김환근은 감염체를 좀비로 규정했지만 영화에서 본 좀비와는 전혀 다른 존재임은 분명했다.
‘내가 튜토리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15%입니다.>
방탄복과 헬멧, 검과 석궁, 검과 방패 등을 배낭에 넣어 아공간에 넣어둔 상태이기에 이 정도로 확률이 올라갔다.
‘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는 물건들의 종류도 알려줄 수 있나? 물론 내가 가진 돈의 한도 내에서?’
<총과 폭탄, 생존 서바이벌에 필요한 물품들과 비상식량과 물, 의약품 등을 구입하면 30%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총과 폭탄은 빼고.’
<그럼, 약 21% 정도입니다.>
‘이유가 있나?’
<감염체들이 핵폭탄을 이용해 핵전쟁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기에 차원전쟁에 도착하는 즉시 방사능에 오염되어 죽을 확률이 50%입니다.>
‘방사능 차단복을 입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인가?’
<차원점수 1천점을 얻어야 튜토리얼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오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행차원의 미래로 다시 가시려면 차원상점에서 1천점의 귀환 스톤을 사셔야 합니다.>
튜토리얼 한 번에 미래의 지구에서 과거의 지구 역사를 찾아낼 확률이 얼마나 될까? 봉인된 차원점수로 차원전장에서 현재로 돌아올 수 있지만 다시 가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귀환스톤을 사서 사용한 후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다.
‘튜토리얼을 마치고 나서 내가 차원연합군이 있는 차원전장으로 가서 점수를 얻을 방법이 있을까?’
<차원전사는 일종의 용병과 같습니다. 레벨 1짜리 용병을 사 주는 곳은 없습니다. 미끼로 이용하기도 어려운 레벨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차원전사들이 지구의 평행차원으로 올 수 없는 시기 동안 마스터께서 홀로 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너는 차원연합에 속한 종족들에 대해 비판적이구나.’
<예전에는 감염체 행성으로 변한 알파종족이 가장 뛰어난 문명 종족이라 감염체들이 차원이동과 UFO 등을 이용해서 수많은 행성을 감염시켰지만 지금은 차원연합군에 속한 종족들이 탈출한 알파 종족의 문명을 받아들여 알파 종족의 문명을 비슷한 수준입니다. 때문에 알파 종족보다 차원연합에 속한 종족들의 욕심으로 벌어지는 차원균열을 더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차원연합 지도부에서 초보 차원전사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같은 차원전사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차원전장에서 죽으면 차원전사는 상급의 마나석을 주는 좀비가 됩니다. 홀로 타 종족의 차원전장으로 가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규제는 없나?’
<들키면 차원상점을 이용할 수 없는 제재를 가합니다. 하지만 동료들이 있다면 동료를 통해서 이용하면 됩니다. 믿을 수 있는 동료나 단체에 가입하거나 많은 지구인을 차원전사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차원전사를 양성하는 방법은?’
<300점이면 차원전사 씨앗 하나를 살 수 있습니다.>
‘차원균열이 일어나 차원전사들이 지구로 오게 되면 지구인들은 차원연합 종족들에게 이용당하는 노예가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예. 차원식민지를 놓고 두 종족 간에 전쟁까지 벌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그 전쟁의 여파로 두 종족은 물론 몇 개의 종족까지 멸종된 역사가 있기에 지금은 차원법이 잘 지켜지지만 법의 테두리를 밖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지구를 약탈하려는 악한 세력들과 범법자들은 어느 종족에나 존재합니다.>
‘차원균열이 언제 일어날까?’
<차원전장으로 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정보입니다.>
내년이 될 수도 있고, 수천 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