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5화 (5/82)

00005  2. 복지관리실장  =========================================================================

다음날

김환근 병원 7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아침에 일어나 병원 지하에 있는 직원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에는 서너 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은 1시간인데 대부분 아침을 거르거나 30분이 지나야 내려온다고 한다. 식판은 커다란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아 먹는 뷔페식이었다. 그리고 국그릇이 있어서 콩나물국과 반찬으로 나온 두부조림과 김치, 시금치나물을 담아다가 식사를 하였다.

‘운동을 해서 스탯을 올려볼까?’

아침 식사를 하고 올라와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니 아침 6시 30분이다. 출근 시간이 9시이지만 사무실에 가도 할 일이 없는 김환근이다. 때문에 오전 내내 운동이나 할 생각으로 체육복으로 갈아입고는 체력단련실로 갔다.

‘100Kg이 최고네. 역기를 하나 주문해야 하겠다.’

김환근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100Kg으로 역기를 맞추고는 누워서 들었다가 내리는 근력 운동을 시작했다. 200Kg를 10분 정도 들고 있어야 힘 스탯이 2가 된다. 역기처럼 들기 쉬운 물건이라면 250Kg를 10분 정도 들고 있어야 힘 스탯이 2가 될 것이라 생각하는 그다. 때문에 300Kg까지 역기 무게를 늘릴 생각이었다. 김환근은 역기를 들고 20분 정도 운동을 한 후에 방으로 돌아와서 인텟으로 20Kg 원판을 10개나 주문했다. 양쪽에 다섯 개를 넣으면 바의 무게까지 200Kg이 넘는다. 이것으로 힘 스텟이 2가 될 때가지 운동을 할 것이다.

‘무기도 사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김환근 컴파운드 석궁을 골랐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20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그동안 독립하기 위해서 모아놓은 돈이 약 7백만 원이 있었다. 원룸을 얻어서 보증금이라도 내기 위해서 모은 금액이다.

‘첫 월급 타면 살까?’

김환근은 생존 확률이 99%가 되면 듀토리얼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게임처럼 레벨업을 해서 스탯을 올리고, 차원력을 얻어서 차원상점에서 신기한 물건을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초능력이나 마법, 무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 그런데 이런 강철봉을 가져가면 생존율이 올라갈까?’

김환근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역기의 바벨을 분리한 후에 봉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런 다음은 생존확률을 물어 보았다.

<5%입니다.>

봉 하나를 넣었더니 4%나 올라갔다. 석궁과 방패, 칼과 권총 등을 넣으면 생존 확률이 확 올라갈 것 같았다. 여기에 방탄복과 방패 등도 추가하기로 했다.

‘권총은 외국으로 가야 하는데 내 돈으로는 무리이고, 검과 방탄복을 알아보아야 하겠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경호원들이 입는 방탄조끼의 경우 50만 원대이고, 헬멧이 20만원 정도였다. 무릎 보호대와 전투 등등을 다 구입하면 100만 원이 넘을 것 같았다.

‘검도 도장에 다녀서 진검을 구입해 볼까?’

진검을 구입하려면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도검소지허가증을 받으면 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김환근은 계획을 세웠다. 아침에 근력 운동을 한 후에 오전에는 산악 구보로 민첩과 체력을 단련하고 오후에는 검도 도장에 가서 검도를 배우기로 하였다. 인네넷으로 검색을 하니 홍천에 검도 도장이 있었다. 일단 검도 도장에서 검도를 배우고 한 달 후에 진검과 석궁을 비롯한 각종 장비를 모두 구입해서 생존 확률을 알아보기로 했다.

* * *

일주일 후

김환근은 바쁘게 일주일을 보냈다. 아침 식사 후에 근력운동을 하고 나서 오전 내내 산에 올라가서 산악 훈련을 하였다. 점심 식사 때는 자연스럽게 병원장이나 의사들과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거나 혼자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오후에는 홍천으로 나가서 검도 도장에서 검도를 배우고는 저녁에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밤에는 심심하기에 휴게실에서 TV 시청을 하다보니 의국에 있는 공보의 의사들과 친해졌다.

“실장님! 술 한 잔 하러 가실래요?”

저녁 식사 후에 TV를 보고 있는 휴게실로 의국장인 김민수가 들어와서 소파에 앉으면서 말했다.

“술?”

공보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의국장보다 김환근이 한 살 많기에 모든 의사들이 김환근을 실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나이 많은 병원장이나 시설장도 실장님이라고 부르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불타는 금요일 아닙니까?”

토요일이면 당직의사를 빼고는 대부분 서울로 올라간다.

“우리 둘이?”

“오프인 간호사하고 약사도 같이 간다고 했습니다.”

“약속이 있는 거야?”

둘이 가는 것이 아니라 약속이 있는 모양이었다.

“인원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 겁니다.”

“멀리 차타고 가나?”

“아닙니다. 저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가볍게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나야 좋지.”

환영식에서 본 미녀가 약사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는 이 병원 킹카라 많은 남자 직원과 의사들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정보도 있었다. 다만 도도한 얼음 공주라서 그녀의 마음을 얻은 남자는 없다고 하였다.

“7시 30분에 나가기로 했으니 그때 뵙죠.”

“그래.”

‘약사의 이름이 이현주라고 했지.’

도도한 얼음 공주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그녀를 본다는 생각에 김환근도 기분이 좋아져서 방으로 가서 가장 좋은 바지와 티를 꺼내서 입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서 빗으로 머리를 빗었다.

‘흐음, 월급타면 옷도 사야 하겠다.’

김환근은 마치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하였다.

“실장님도 가세요?”

휴게실로 가니 충남의대 출신인 박정수가 있었다. 인턴을 마치고 온 1년차였다.

“그래. 누구누구 가냐?”

“형민이 형하고 의국장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고, 여자들은 가봐야 압니다.”

“그래.”

잠시 후에 정형외과 전문의인 2년차 강형민이 들어왔다. 그는 고대 출신이다.

“형도 가세요?”

강형민은 친한 척을 하면서 김환근을 형으로 불렀다. 의국장 말에 의하면 그는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 세현 병원으로 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많은 수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전문의가 아닌 본과와 인턴을 마치고 온 의사들은 수술실에서 보조로 고생을 한다.

“그래. 너도 가냐?”

“예.”

이때 의국장인 김민수가 들어왔다.

“다 모였네요. 갑시다.”

네 사람은 대화를 하면서 10분 정도 걸어 내려가서 등산로 입구에 있는 카페로 갔다. 등산객들과 병원 직원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스키장 손님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밤에는 주로 병원 직원들과 의사들이 단골로 온다.

“어서 오세요.”

통나무로 지어진 카페로 들어가자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번에 새로 오신 실장님이십니다.”

“반가워요. 오늘 서비스로 맥주 안주 하나 줄게요.”

“감사합니다.”

일행은 2층으로 올라가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밖에 켜져 있는 조명이 잘 가꾸어진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아직 여자들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 늦네.”

“저기 오네요.”

창밖으로 보니 여자 3명이 오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없네.”

강형민이 생각보다 적은 인원들이 오자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간호사들이 현주씨 싫어하잖아요.”

박정수가 한 마디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남자들에게 인기 많은 약사인 이현주가 여자들 사이에서는 재수 없다고 소문이 나서 간호사들이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 사이에도 파벌이 있는 데 간호사파와 약국과 원무과, 그리고 중앙 검사실에 있는 여직원들과 임상 병리사를 포함한 직원파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는 직원파 여자들이 나가지 않고, 직원파가 나오면 간호사파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박저수의 생각이고, 친하게 지내는 간호사와 직원들도 많다. 다만 출퇴근을 하지 않고 요양시설에 붙어 있는 직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여자들 중에 이현주를 중심으로 잘 모이는 여자들과 업무상 친하게 지내는 간호사들 몇 명 사이에 알력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가?”

총각인 박정수는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지만 이제 신혼인 강형민은 관심이 없었다. 오늘 늦게 수술이 끝나서 보조로 고생한 박정수에게 술을 사준다고 했고, 이현주와 예쁜 간호사들에게도 관심이 있는 박정수가 이왕이면 여러 명이 모이자고 해서 오늘 술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여기!”

곧 여자 세 명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여자들이 들어오자 커다란 탁자에 빙 둘러 앉았다. 앉다보니 약사인 이현주가 김환근의 맞은 에 앉았다. 김환근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아서 차가운 냉수를 마셨다.

“여기는 아시겠지만 새로운 김환근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김환근입니다.”

“안녕하세요. 병리실에 근무하는 한채연입니다.”

한채연은 여자들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서 김환근보다 두 살 위인 노처녀다. 그래도 얼굴이 동안이라 이때만 해도 김환근은 그녀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약국에서 근무하는 이현주입니다.”

“약사님 밑에서 일하는 이수정이에요.”

이수정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작년에 취직한 이 동네 사는 시골 처녀다.

“자! 한 잔 합시다.”

과일 안주와 스테이크 안주에 생맥주를 시켜서 일제히 건배를 하고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이야기 주제는 당연히 김환근에 대한 것이었다. 김환근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고 술이 얼큰해 지자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그럼, 낙하산이네요.”

생긴 것은 귀엽게 생겼는데 말하는 것은 싸가지 없게 말하는 이수정이다.

“하하! 그래.”

술 때문인지 얼굴이 더 붉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이 이사님하고 의형제라고 할 수 있네요.”

강형민은 김환근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지 끼어들어 말을 돌렸다.

“그런가?”

“나도 저렇게 놀고먹고 싶다.”

이수정이 다시 김환근을 가슴을 찌르는 말을 하였다.

‘저년이.’

화도 나고 창피하기도 해서 생맥주만 마시는 김환근이다. 한눈에 반한 이현주는 묵묵히 생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얼음공주라서 그런지 술을 마셔도 자세하나 흩어지지 않는다.

“현주씨는 내일 뭐합니까?”

박정수가 이현주에게 작업을 걸었다.

“왜요?”

“서울 가서 영화라도 볼까요?”

“약국에서 일해야 해요.”

‘내일 약국에나 놀러가 볼까?’

주말에도 약국에서 일한다는 말에 김환근은 가서 도와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현주가 예쁘지 않았다면 갈 생각이 조금도 없었지만.

“수정이도?”

박정수가 물었다.

“아니요. 내일 저는 홍천에 놀라가요. 같이 가실래요.”

“누구랑?”

“간호사 언니들하고요.”

“됐다.”

“나도 서울 가는데 같이 갈까?”

이때 임상 병리사인 한채연이 끼어들었다.

“몇 시에요?”

“오전에만 가면 된다.”

“그럼, 출발할 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박정수는 혹시나 하고 약사 이현주와의 데이트를 꿈꾸었지만 거절당하자 서울에 있는 집에 갈 모양이다. 그리고 한채연도 서울까지 공짜로 차를 얻어 타고 갈 생각으로 같이 가자고 한 것이었다.

‘저 싸가지가 없다면 약국에 놀러가도 되겠네.’

이때 마침 이수정이 한채연과 화장실을 갔다.

“약국에 일이 많나요?”

김환근이 이현주에게 말을 걸었다.

“네.”

이현주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사실 일이 많지 않았다. 집이 대구라 주말이라도 집에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그냥 직원 기숙사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기숙사 방에 있기 싫어서 약국에 나와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 주간에 일하기 편하게 약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처방이 밀리는 월요일에 너무 바쁘기에 미리 준비하는 것 뿐이다.

“그럼, 놀러가서 차 한 잔 얻어 마셔도 될까요?”

“네.”

이현주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주말에 약국에서 일하고 있으면 당직하는 의사들이 들어와서 같이 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오면 일거리를 잔뜩 줄 생각이다.

‘예쓰!’

이수정 때문에 속이 상했지만 얼음공주 이현주가 거절을 하지 않자 속으로 환호하는 김환근이다.

"형은 내일 할 일 없어요?"

박정수가 은근히 경계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낙하산이 할 일이 뭐가 있냐? 바쁘다고 하니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줄까하고."

이때 이수정이 돌아오자 김환근이 낙하산이라는 말을 쓰면서 대답했다.

"약국에 일 많아요. 열심히 하세요."

이수정이 다시 싸가지 없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저게.'

나이도 어린 것이 말도 싸가지 없게 하자 기분이 나빠진 김환근의 인상이 굳어졌다. 그런 표정으로 이수정을 노려보자 그녀는 찔끔해서 고개를 숙였다.

"자 거국적으로 한 잔 합시다."

의국장 김민수가 분위기를 띄우면서 한 마디 하였다.

'내가 참자.'

이상하게도 이현주 앞에서 무시를 당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그녀 앞이라 화를 내기도 쉽지 않았다.

'재수 없어.'

이수정은 술을 마시면서 김환근을 흘겨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시골에서 고등학교만 나온 것이 콤플렉스다. 거기에 나이도 어려서 모두에게 무시를 받는 것 같았다. 그런데 누구는 운이 좋아서 낙하산으로 취직해서 하는 일 없이 자신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자 그냥 김환근이 미웠다.

"저는 이만 일어 날게요."

"그럼, 마지막으로 마시고 모두 일어섭시다."

밤 11시까지 술자리가 이어졌고, 이현주가 일어서자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끝나고 모두 같이 병원으로 가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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