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3 1. 대박 인연 =========================================================================
“으음!”
얼마 후에 이병헌이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다.
“몸은 어떠냐?”
“전신이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안 아픈 데가 없습니다. 물 좀 주십시오.”
어제는 긴장해서 아픈 줄을 잘 몰랐지만 자고나니 전신이 다 아픈 이병헌이다.
“초콜릿도 줄까?”
“아니요. 사탕이나 하나 주십시오.”
이병헌은 아침으로 사탕 하나와 물을 마셨다. 김환근은 에너지바와 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아침식사 후에 이병헌은 끙끙 앓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7시가 다 되어가자 깨어났다.
“움직일 수 있겠어?”
“아니요.”
이병헌은 조금만 움직여도 배와 가슴이 아팠다.
“조금 있으면 시내버스가 올 것이다. 가서 구조요청을 하고 올게.”
“네.”
김환근은 길가로 가서 어제 만들어 놓은 구조요청을 위한 책자와 자동차 파편들을 모두 치우고는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부우웅!
잠시 후에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김환근은 앞으로 나가서 손을 흔들었다.
끼이익!
곧 버스가 도착하고 앞문이 열렸다. 안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조금 더 가야 마을에서 읍내로 학교에 가는 학생들 몇 명을 태우고 가는 버스다.
“아저씨! 여기 자동차 사고가 나서 환자가 있습니다. 빨리 가셔서 119에 구조요청 좀 해 주세요.”
“알았다.”
운전수는 절벽 아래에 떨어진 승용차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구조 요청을 했으니 9시 전에 구급차가 올 거다. 그때까지 더 자라.”
“네.”
이병헌은 땀을 흘리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2시간 정도가 지나서 9시가 정도가 되자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달려왔다.
“왔나보다.”
김환근은 길가로 가서 손을 흔들었다.
“여기요. 여기!”
끼이익!
잠시 후에 구급차가 서고 소방대원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내렸다.
“환자 상태는 어떻습니까?”
“배와 가슴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습니다.”
구급대원들은 들것을 차에서 내리더니 김환근과 함께 이병헌에게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들어서 들것에 눕히고 들고서 구급차에 싫었다. 김환근도 환자와 함께 뒤에 탔다.
부우웅!
구급차는 사북에 있는 한국병원을 향했다. 검사 결과 다행히 내출혈은 없었다. 갈비뼈에 조금 금이 갔고, 타박상이 전부라고 했다. 에어백이 터지면서 큰 부상을 막아준 것이라 했다.
“엄살이잖아.”
의사의 말을 듣고 특실에 누워 있는 환자를 보고 김환근이 말했다. 그의 팔에는 링거가 매달려 있었다.
“진짜로 아픕니다.”
“그런데 서울로 이송된다고?”
“예. 아버지가 병원장으로 계신 큰 병원으로 가서 입원할 예정입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자 홍천에 있는 병원 직원이 와서 교통사고 처리와 함께 병원 수속을 다 마친 상태였다.
“예.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래. 몸 조리 잘해라.”
김환근은 12시가 넘어서야 병원에서 나와 근처에서 점심을 사 먹고,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 *
“드디어 이 촌구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병헌이 자신을 홍천에 있는 병원의 복지관리실장으로 취직 시켜준다는 것을 철썩 같이 믿는 김환근이다.
“아! 덮다.”
시내버스에서 내려서 백전리 산기슭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그의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늘따라 무척 더운 날씨다.
“아버지!”
“이제 오냐?”
짐으로 들어오자 약초밭에서 잡초를 캐던 아버지가 일어났다. 회색빛 바지에 때가 묻은 반팔 티를 입고 있는 60대 초반의 남자가 김환근의 아버지다. 그는 텃밭에는 도라지. 더덕, 열무, 고추, 상추, 토마토, 오이, 가지와 같은 야채들도 가꾸고 있었다. 그리고 2천 평이나 되는 넓은 밭에는 각종 약초들이 자라고 있었다.
“예.”
“어디보자.”
배낭에서 비닐을 꺼내서 어제 캐온 약초들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버섯은 반찬으로 먹으면 되고 ……!”
“아버지 이거 상황버섯입니다.”
자연산 상황버섯은 제법 비싸다.
“상품 가치가 없다. 이건 복령이고, 이놈은 제법 실한 더덕이네. 이놈도 반찬이다. 3만원 주마.”
“인터넷으로 팔면 십만 원은 받습니다.”
“싫으면 말고.”
“알았습니다. 3만원만 주세요.”
“돈독이 오른 네가 웬일이냐?”
어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누나는 시집간 후에 공부하러 호주로 남편과 같이 갔다가 눌러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김환근이다. 대학 다닐 때에 기숙사에 있었고, 군대에 갔다 와서 취직하지 못하고 아버지 밑에서 알바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는 몇 년 전에 산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진 채로 걸어 내려와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후로는 예전처럼 산을 잘 타지 못해서 근처의 산에만 다니는 심마니이다.
“저 잘하면 취직할 것 같습니다.”
“취직하고 나서 말해라.”
무뚝뚝하게 말하는 아버지다. 그래도 시원섭섭한 표정이다. 취직이 되면 좋지만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만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취직하면 아버지도 땅 팔아서 읍내로 가서 사세요.”
이곳은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3가구가 사는 촌이다. 이 중에 두 가구는 할머니들만 있는 집이라 친구 하나 없는 외딴 산골이다.
“일 없다. 밥이나 먹자.”
“예.”
두 사람은 손을 씻고는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밥을 푸고, 김치와 쌈장을 꺼내는 동안 김환근은 산에서 따온 송이버섯과 나물을 씻어서 상에 올려놓았다. 나물에 밥을 싸서 쌈장과 먹고, 버섯은 날것으로 쌈장에 찍어 먹었다. 구워 먹거나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지만 귀찮아서 그냥 먹는 두 사람이다.
“저 목욕이나 하고 올게요.”
“그래라.”
식사 후에 상을 치운 김환근은 근처에 있는 계곡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는 반바지만 입고 돌아왔다. 그리고 방에 누워서 빈둥거렸다. 오후에는 더워서 밭일도 하기 힘들다. 아버지는 집에서 샤워를 하고는 TV를 보고 계신다.
‘번개에 무너진 절벽에서 상태창이란 것을 본 것 같은데? 상태창! 어?’
그냥 장난삼아 상태창을 떠올렸는데 정말로 상태창이 눈에 보였다. 손으로 지우자 사라졌다가 상태창 하니 나타났다. 자신이 미친 것 아닌가하고 여러 번 반복했다.
‘대, 대박!’
자신이 미친 것이 아니라 소설의 주인공처럼 강해질 수 있는 기연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김환근은 흥분해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
<김환근
칭호 - 차원전사
힘 - 1
민첩 -0.91
차원력 - 200(봉인)>
그런데 상태창이 너무나 단순했다. 보통의 게임과 다르게 힘과 민첩 뒤에 막대그래프가 그려져서 있었고, 힘은 10%, 민첩은 1% 정도 채워져 있었다.
‘이게 뭐야?’
어려서 산삼도 먹고, 뱀과 좋다는 약초는 다 먹고 자란 촌놈이라 육체적인 능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힘이 1에 민첩은 1도 안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빴다.
‘이건 어떻게 올리지? 퀘스트!’
혹시나 하고 퀘스트 창을 불러왔다.
<1. 튜토리얼을 끝내자.(차원균열로 차원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차원 연합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차원전사가 되자.)
2. 평행 차원의 지구로 가서 이면 세계의 강자들을 만나자.(지구의 차원균열이 커지고 있다. 이면 세계의 강자들과 연합해 차원균열을 통해 침입하는 타차원의 적들을 막고 지구를 지켜라.)
3. 차원전쟁에서 승리하자.>
“……!”
퀘스트를 보자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안색이 굳어졌다.
‘차원전쟁? 게임 같은 건가?’
<실제상황입니다.>
“……!”
바로 응답하자 김환근은 귀신을 만난 것처럼 놀라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곧 진정이 되었다.
‘외계인들도 있는 것인가?’
<예.>
‘튜토리얼이 위험한가?’
<죽을 확률이 99%입니다.>
“……!”
김환근은 다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면세계의 강자들처럼 강해지거나 지구의 무기를 구해서 철저한 준비를 한 후에 튜토리얼을 시작 하십시오.>
‘무기를 어떻게 구해?’
<아공간 주머니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아공간 주머니? 인벤토리 같은 건가?’
<같은 의미입니다.>
‘그래. 그럼 앞으로 인벤토리라고 하지.’
<네. 앞으로 아공간 주머니는 인벤토리로 지칭하겠습니다.>
‘인벤토리를 설명해 봐.’
<인벤토리 - 4/0>
인벤토리라는 칸이 떴다.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지.’
<모든 물체를 무게에 상관없이 4종류를 넣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입구보다 큰 물건을 들어가지 않습니다. 손으로 인벤토리를 터치하거나 생각을 하면 입구가 열립니다.>
‘인벤토리!’
생각을 하자 정말로 허공에 반지름 1미터 정도 되는 시커먼 구멍이 생겨났다. 마치 블랙홀처럼 생긴 어두운 공간이었다. 손을 넣자 쑥 들어갔다.
‘이거 넣어볼까?’
방에 있는 책을 넣었다. 그런데 책은 계속해서 들어갔다.
<인벤토리 - 책(4)>
김환근은 인벤토리에 물건을 넣었다가 꺼내는 것을 반복했다. 그 결과 인벤토리의 사용법을 모두 알아냈다. 인벤토리에는 부피에 상관없이 손으로 들어서 넣으면 무조건 다 들어갔다. 그런데 손으로 들 수 없는 물건은 넣을 수 없었다. 인벤토리의 주인만이 물건을 넣고 꺼낼 수 있었기에 손으로 던져서 넣어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터치를 해도 물건이 꺼내지지 않았고, 생각을 하면서 손을 넣어서 꺼내야 되었다. 즉, 무게에 상관없이 물건들을 한도 없이 넣을 수 있다. 다만 자신이 들 수 있는 물건이야 하고, 입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밀수해도 되겠다.’
김환근은 튜토리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입구를 더 키울 수는 없나?’
<차원력을 사용할 수 있으면 인벤토리의 입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1미터 크기를 키우는데 차원력 1만 점이 필요합니다. 또한 인벤토리에 물건의 개수가 한계 이상으로 늘어나면 차원력이 소모됩니다. 현재 마스터의 한계는 100개입니다.>
김환근은 현재 반지름 1미터 정도인 아공간 입구를 더 키울 생각을 포기했다.
‘튜토리얼은 무엇이지? 튜토리얼.’
김환근은 튜토리얼이 왜 위험한지 알아보고 싶었다.
<차원의 전장으로 가서 차원의 적들을 제거하라. 시작하시겠습니까?>
‘허걱! 노우!’
튜토리얼은 할 생각도 나지 않았다. 튜토리얼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다른 차원으로 갔다가 튜토리얼을 완수하지 못하면 죽거나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대로 가면 99% 죽는다고 했다.
‘상점은 없나?’
<차원상점을 오픈 하시겠습니까?>
‘그래.’
김환근은 놀라서 차원상점을 오픈했다.
‘아무것도 없잖아?’
상점이 모두 봉인되어 있었다.
<현재 가지고 계신 차원점수로 살 수 있는 상품이 없습니다.>
‘헐!’
김환근 황당했다.
‘차원점수는 어떻게 얻지?’
<스킬이나 아이템을 팔거나 퀘스트를 완수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차워상점에서는 어떤 물건을 살 수 있지?’
<정보 수수료로 차원력 100점이 필요합니다.>
‘내가 가진 차원력이 200점이나 있지 않나?’
<그것은 듀토리얼을 하기 위해 차원전장으로 마스터를 전송하고 다시 지구로 전송할 점수입니다.>
봉인되어 있다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젠장! 지구의 물건도 팔 수 있나?’
<모든 것을 다 팔 수 있습니다. 단 물건은 인벤토리에 들어가야 차원전송 시스템으로 전송해서 팔 수 있습니다.>
‘내가 차원전장으로 갈 때도 아공간으로 들어가야 하나?’
<네. 아공간에 차원전송 좌표가 고정되어 있기에 차원전송을 위해서는 아공간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흠. 고물이나 쓰레기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에 팔아볼까? 책 판매.’
<책 4권의 가치를 판단합니다. 가격 0.04점, 차원전송 수수료 100점. 수수료가 없어서 판매가 불가능합니다.>
‘헐! 외상은 안 되나?’
<네.>
‘살 때도 수수료가 붙나?’
<네. 차원전송 수수료는 무조건 100점입니다.>
‘1점을 얻으려면 책 천권을 팔아야 하는군. 물론 그 전에 수수료 100점을 얻어야 하니 차원상점을 이용할 생각도 말아야 하겠군.’
김환근은 지구의 모든 쓰레기들을 팔아서 차원점수를 얻어서 차원상점에서 물건이나 스킬을 사려던 생각은 포기했다.
‘인벤토리 기능을 얻은 것에 만족하자.’
김환근은 당장은 튜토리얼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인벤토리 기능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했다. 이것을 이용하면 밀수를 하거나 약초를 캐도 들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튜토리얼을 하지 않고 운동으로 힘과 민첩을 올릴 수는 없는 걸까?’
<운동으로 얼마든지 스탯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면세계 강자들의 전투기술이나 스킬을 얻으면 단숨에 강해질 수 있습니다. 아차원 연합은 지구에서 독자적으로 타차원의 적들을 막아낸 이면세계의 강자들의 스킬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지구는 위험한가?’
<이면세계의 강자들이 수천 년 동안 잘 막아내고 있었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다만 차원의 균열이 커지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차원의 균열이 커지면 어떤 징조가 일어나나?’
<해일과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합니다. 균열이 클수록 규모가 커집니다.>
‘당분간은 안전하다는 뜻이네.’
김환근은 속으로 안도했다. 자신이 튜토리얼을 해서 빨리 강해진 후에 차원전사로 타차원의 적들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네.>
‘내가 차원전사로 선발된 것은 지구에 있는 이면세계 강자들의 스킬을 얻기 위한 것인가?’
<상부상조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차원 연합에서 지구인을 차원전사로 만든 이유는 퀘스트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차원 전송 시스템을 통해서 지구의 이면세계 강자들의 능력을 스킬로 얻어서 판매해서 이득을 보려는 장사속도 있는 것 같았다.
‘권투나 격투기를 배워야 하나? 우선 몸이나 만들자.’
김환근은 이병헌에게 연락이 올 때가지 통신이 되는 인근 산에서 약초를 캐면서 스탯을 올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