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하산-2화 (2/82)

00002  1. 대박 인연  =========================================================================

1. 대박 인연

“누구야?”

김환근은 귀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소리쳤다.

<듀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까?>

“미친놈! 싫어. 에취!”

김환근은 그제야 자신이 이상한 빛에 휩싸여 기절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옷은 비에 젖어서 축축해져 있었다. 그래도 한여름 날씨라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다만 높은 산이라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무겁고 이상한 환청이 들렸다.

<듀토리얼을 보류하셨습니다.>

“지금 내 눈에 헛것이 보이나?”

김환근은 게임을 많이 해서 이런 환각과 환청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지우자 상태창도 사라졌다.

“아무것도 없네.”

빛이 터져 나온 장소를 손으로 뒤져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강철은 미련을 가지고 샅샅이 수색을 하고는 이내 포기했다.

“으차!”

김환근은 배낭을 벗은 후에 옷을 벗어서 비틀어서 물기를 짠 후에 다시 입고는 배낭을 지고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막차를 놓쳤으니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자.”

김환근은 산 아래로 내려와서 동굴로 들어갔다. 무당이나 무속인들이 와서 치성을 드리는 곳으로 촛불이 켜진 흔적이 있었다. 가끔 주변의 나무에서 돈도 걸어놓은 곳이라 약초를 캐러 올 때에 가끔 들리는 곳이다. 차를 타고 50분은 가야 사람 사는 마을이 나온다. 그 마을에서 다시 한 시간을 가야 여관이라도 있는 읍내가 나온다. 반대쪽 도로로 가면 탄광촌이 있었던 관광지가 나오는데 읍내에서 그곳까지 하루에 4번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화르르!

“콜록!”

동굴 안에 있는 마른 가지로 불을 붙인 후에 밖에서 나무들을 구해다가 불을 피우자 연기가 자욱하게 나면서 마르기 시작했다. 젖은 옷을 말리지 않으면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산골이기에 비박을 하려면 불은 필수였다. 한두 번 비박을 한 것이 아니기에 능숙하게 불을 피운 김환근이다. 또한 혹시나 하고 하루치 비상식량을 가지고 다닌다. 점심은 주먹밥이지만 사탕과 에너지바라는 초콜릿 과자를 가지고 다닌다. 코펠에 라면까지 가지고 다니는 것은 김환근에게 사치다. 그것이 들어갈 자리에 약초 하나라도 더 넣고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끼이익!

쾅!

이때 도로에서 미끄러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 부셔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로는 계곡을 따라 나 있었고, 이곳은 계곡을 건너서 절벽 아래에 있는 동굴이었다. 도로까지의 거리가 20미터 정도다.

“사고 났나?”

이곳은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이기에 사고가 났어도 전화를 할 수도 없는 곳이다. 또한 차도 잘 다니지 않는 곳이다. 주말에는 관광객이 탄 차들이 그래도 다니지만 평일에는 시내버스를 제외하면 다섯 대도 다니지 않는다. 더구나 밤에는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다.

“헉!”

김환근은 깜짝 놀랐다. 뉴 그랜저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서 6미터 아래의 계곡으로 추락해 있었다. 차량의 앞부분이 물에 빠져서 일자로 서 있었다. 그리고 운전자로 보이는 젊은 남자는 이마에서 피를 흘리면서 기절해 있었다.

첨벙!

김환근은 무릎까지 오는 계곡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에어백이 터져서 죽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다만 떨어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한 바퀴 구르면서 옆 유리창이 깨지면서 뚫고 들어온 나뭇가지에 이마와 귀 부분이 찢어졌다. 도로를 보니 가드레일이 구겨져서 넘어간 것과 계곡과 도로 사이에 난 나무들이 부러지고 구겨진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가파른 언덕에 나 있는 수많은 나무들과 잡목들 때문에 차량이 절벽 아래로 뚝 떨어지지 않고 한 바퀴 구른 후에 3미터 계곡으로 추락해서 일자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봐!”

김환근은 자신보다 어려 보였기에 불러보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끼이익!

이때 불어난 물살에 차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넘어가면 차가 뒤집어져서 운전석이 물에 잠긴다. 그러면 무릎까지 오는 계곡물에 운전수가 익사를 할 것이 분명했다.

“일단 살리고 보자.”

김환근은 깨어진 유리창 사이로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 차문의 잠금 장치를 풀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전띠를 풀고는 공주 안기 자세로 운전수를 들어서 자신이 있는 동굴로 가져다 놓았다. 얼굴의 피는 나뭇가지에 긁힌 정도라 지혈이 이미 되어 있었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가능성도 있고, 장 파열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김환근은 차량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량으로 가 보았다. 차는 그 사이에 뒤집어져 있었다. 조금 늦었으면 운전수는 죽었을 것이다. 김환근은 차량에서 책자나 휴지 등등을 모두 꺼내서 도로 위로 올라가서 갓길에 죽 늘어놓고 돌로 눌러놓았다. 지나가는 차가 있다면 사고가 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밖에 모닥불을 피워야 하겠군.”

김환근은 도로에서 잘 보이는 곳에 나무를 쌓고는 모닥불에서 잘 마른 장작불을 가져가가 불을 피웠다.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리면 나와서 소리치면 도와줄 것을 기대해 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 7시에 지나가는 첫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 자신이 도로로 마라톤 선수처럼 뛰어간다고 해도 내일 아침에나 핸드폰이 터지는 마을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화르르!

김환근은 불을 피우고는 돌아와서 에너지바를 저녁으로 먹고 생수를 마셨다.

“으으!”

이때 운전수가 깨어났다.

“괜찮으십니까?”

아직 군대 물이 덜 빠졌는지 딱딱할 말투를 쓰는 김환근이었다.

“으! 머리야. 여기가 어디입니까? 으윽!”

운전수는 일어나려 하다가 가슴을 손으로 대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부러진 모양이다.

“그냥 누워계십시오. 교통사고가 나서 제가 구해 왔습니다.”

“아!”

그제야 이병헌은 기억이 났다. 리조트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가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걸려다가 야생 동물이 갑자기 나타나 사람인줄 알고 피하려다가 미끄러졌다. 하필 빗물이 고여 있는 코너부분이라 차가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차량이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것까지 기억이 났다.

“여기는 차량도 다니지 않고 통화도 안 되는 지역이라 내일 아침 시내버스가 올 때까지 있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밤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제가 뛰어나가서 구조요청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병헌이라고 합니다.”

“아! 예. 저는 김환근입니다.”

편안하게 누워있자 가슴이 조금 아픈 것을 빼고는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아서 안심이 되는 이병헌이었다.

‘우와! 전사처럼 보인다. 운동선수인가?’

안심이 되자 이병헌의 눈에 탄탄한 김환근의 근육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정도로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 자신을 번쩍 들고 옮겼을 것 같았다. 군인처럼 사무적인 말투와 튼튼해 보이는 신체가 김환근을 전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저런 형이 있었으면.’

이병헌에게도 형이 있었지만 마른 체형에 나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성격도 내성적이라 왕따를 당해서 형보다는 나은 동생인 이병헌이 1살 위인 선배들과 매일 싸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병헌도 왜소하고 운동 신경이 부족해서 늘 맞았다. 집안이 좀 잘사는 준 재벌은 되었기에 법률 담당인 변호사가 나서서 아이들과 그 집안, 학교를 협박하다시피 해서 그 다음부터는 괴롭힘은 없었다. 아이들을 초대해서 레스토랑에서 음식도 사주고, 버스 대절해서 일요일에 놀이공원도 데려갔다. 그리고 학교에 기부도 많이 하였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이병헌은 전사처럼 튼튼한 육체를 가진 듬직한 형이 있었으면 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하!”

김환근은 쑥스럽게 웃었다. 두 사람은 불가에서 새벽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김환근은 이병헌이 준재벌집 둘째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이 모두 의사로 대형 병원을 5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리조트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사업 부지를 찾아다니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다. 장남은 의사라 부모님이 하시는 병원사업을 물려받고, 둘째 아들인 이병헌이라 리조트 사업 쪽으로 방향을 잡고 알아보려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야기 중에 이병헌은 자연스럽게 김환근을 형처럼 대했다.

“지금 뭐하고 계십니까?”

“두 달 전에 제대하고 약초나 캐러 다니는 백수다.”

“어디서 근무하셨습니까?”

“이기자 부대다.”

“저도 거기 출신입니다. 저는 한 달 전에 제대했습니다. 저보다 나이도 한 살 많으시고 선임이시니 말 놓으십시오. 저도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병헌은 현재 Y대학교 경영학과 졸업반이라고 했다. 그는 제대하고 졸업도 하기 전에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일 년 동안 알아본 후에 졸업과 동시에 리조트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였다.

“그래.”

“형님! 목숨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하!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도 제게는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그래. 재벌이라고 했으니 한 천만 원 주려나?’

김환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제가 평생 은인이자 형님으로 모시고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괜찮다. 뭐 바라고 한 일 아니다.”

속마음과 달리 겉으로 쿨한 척하는 김환근이다.

“내년에 제 사업 하실 때에 같이 하시겠습니까?”

“나 할 줄 하는 거 하나도 없다.”

대학에 가기 위해 학비가 싼 지방 국립대학교에 들어갔다. 가고 싶어 하는 학과가 아니라 내 점수에 맞는 학과를 고르다보니 철학과에 들어갔다. 1학년 때는 장학금을 탔지만 매일 알바를 하느라 2학년 때부터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산을 타면서 약초를 캤기에 몸으로 하는 일은 자신 있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없었다. 원서를 낸 곳도 대부분 보안 계통이나 관리 부서였다. 보안 계통은 특수부대 출신이나 경호학과나 체대출신들을 선호했고, 관리부서는 인맥이나 스펙이 좋아야 가능한 부서였다.

“하하! 그냥 제 운전을 하시면서 경호나 해 주시면 됩니다.”

“그냥 네 형이자 은인으로 있는 것이 좋겠다.”

김환근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지금이야 목숨을 구해준 은혜 때문에 저런 제안을 하지만 나이가 들면 금방 버려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누구 똘마니 노릇을 하기에 쪽팔린다. 정식으로 입사한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재벌 2세 심부름이나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기는 싫다. 그냥 약초꾼이 되어도 봄부터 가을까지는 월 이백만 원은 벌 수 있다. 물론 겨울은 제외이니 연봉 1400만 원은 될 것 같다. 그래도 산에서 살면 돈 쓸 일이 거의 없으니 대부분 저축을 할 수 있어서 연봉 3천만 원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혼자라서 심심하다는 것이 문제다.

“취직자리 알아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에너지 바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보니 자신이 취직을 하려고 원서를 수십 번 넣었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누구 밑에서 일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아서. 그냥 편하게 놀고먹는 일자리 구하고 있다.”

수십 번이나 떨어진 것이 창피해서 말을 돌려서 말했다.

“흠.”

이병헌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말을 했다.

“연봉은 한 3천만 원이 되지 않는데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하나 알아볼까요?”

‘연봉 3천?’

김환근은 깜짝 놀랐다. 연봉 3천이 작다는 것으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연봉 3천은 대기업 연봉은 아니지만 자신이 지원했던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부분 2천 초반 대였다.

‘아이씨! 다시 꼬봉 노릇 한다고 할까?’

김환근은 좀 전에 운전수 노릇 안한다고 한 것이 후회되었다.

“싫으세요?”

김환근이 대답을 하지 않자 이병헌이 조슴스럽게 물었다.

“아니. 어떤 일인데 놀고먹을 수 있나 해서?”

“홍천에 장애인과 노숙자, 노인 요양원, 정신병원 등이 있는 병원이 있습니다. 거기에 복지관리실장이라는 자리가 있습니다.”

“복지관리실장?”

“네. 일종의 감사 역할입니다. 의사나 간호사, 직원들의 복지 문제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을 접수하고 비리가 일어나지 않게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쉽게 말해서 직원들이 불만이 생기기 않게 미리 알아서 다독여 주거나 병원장에게 직원들의 불만을 전달해 주는 역할입니다. 병원에서 직원이나 의사, 간호사들과 같이 어울려 놀면 가장 좋습니다. 그러면 술자리에서 쉽게 불평불만을 이야기 하거든요.”

홍천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에 수용된 환자들만 1천 명이 넘는 큰 병원이다. 안에 있는 시설부장이나 행정실장 등등이 다 하는 일이기에 있으나 마나 한 부서라 사라진 자리였다. 방학 때에 알바 겸 경영실습을 한다는 핑계로 이병헌이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니면 병원에서 큰 힘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또한 형과 병원 경영을 놓고 싸우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리조트 사업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병헌이다.

“그런 좋은 자리라면 거절하는 것이 바보지.”

“하하! 윽!”

웃다가 갈비뼈가 아픈지 인상을 쓰는 이병헌이다.

“왜?”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되어 고마워서 그럽니다.”

“내가 더 고맙지.”

“그래도 나중에 제 사업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래. 도울 수 있으면 도와주마.”

“아함.”

“졸리면 자라.”

“형님은 안 주무십니까?”

자리가 불편해서 나뭇가지를 꺾어서 모닥불에 말린 후에 침대처럼 깔고 그 위에 누워 있는 이병헌이다. 김환근도 자리를 만들었지만 혹시라도 자동차가 지날까봐 잠들지 않고 밤을 새울 생각이었다. 모닥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일이다.

“나는 아직 괜찮다.”

“그럼, 먼저 자겠습니다.”

이병헌은 아파서 자다 깨다하면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김환근은 앉아서 졸다가 깨어보니 웅크리고 누워서 자고 있었다. 하늘이 환한 것을 보니 아침이었다. 김환근은 밖에 있는 모닥불에서 마른 장작을 가져와서 꺼져가는 모닥불을 더 크게 만들었다. 산속의 새벽은 더 춥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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