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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 쇄도-76화 (7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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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크는 멀리에서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타이라가 솜씨좋게 그들을 주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후각이 발달한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 뒤에 줄을 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편하게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에요. 제가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여러분들은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으셨겠죠. 여러분이 여기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저를 믿고 있다는 증표겠죠. 저는 여러분의 믿음에 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 그럼 헛소리는 그만 두고 뭘 하셔야 할지 알려드리죠. 제 프로젝트에 3백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수익이 나면 그런대로 좋을 거고 손실이 나면 3천억 달러를 투자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 경우네는 2천 7백억 달러를 버는 게 되는 거죠. 50억 달러를 투자하면, 수익이 났을 때 속이 꽤나 짤 거예요. 왜 더 집어넣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하겠죠. 3년동안 기업 가치를 열 배로 키우는 건 어렵죠. 하지만 제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면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있기만 하면 돼요. 저는 얼마의 수익을 장담해 드릴 순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죠. 여기에 계신 분들이 모두 이 한 번의 투자로 한달만에 원금을 모두 회수하고 1억달러의 수익을 올린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2억달러를 벌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절대로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할 거예요. 약 오르잖아요. 둘 중 하나에요. 덜 털려서 신나느냐. 덜 먹어서 화가 나느냐. 어쩌실래요? 다른 얘기는 제가 더 할 필요가 없잖아요?”

타이라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좌중을 돌아보았다.

“다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하시는 분들인데 뻔한 얘기를 돌려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질문은 15분만 받을게요.”

“우리의 경쟁심에 호소하겠다는 거군요.”

대형 유통업체 CEO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타이라도 부정이 아닌 표시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여러분들이 나이만 먹은 겁쟁이들이라는 게 확실해지면 저는 용기있는 매력덩어리들을 찾으러 부지런히 가봐야 되거든요.”

사이크는 혼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이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겠다면서 한 발 물러섰을 때 타이라는 그들을 남겨두고 사이크와 함께 뒤로 물러섰다.

“타이라. 너, 살해 위협 같은 건 안 받아?”

사이크가 물었다.

정말로 진지한 표정이었다.

“네가 권한 게 망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너는 호언장담을 하지만 그게 잘 안 될 수도 있잖아.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야? 너한테 책임을 물으려고 하지 않을까?”

타이라는 별 귀여운 소리를 다 듣겠다는 표정으로 사이크를 바라보았다.

“고작 나 따위한테 책임을 묻기엔 저 사람들의 자존심이 너무 대단해.”

타이라는 말을 하다말고 블랙베리를 확인했다.

타이라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사이크도 긴장을 하게 되었다.

“뭐야? 확실히 좋은 소식은 아니군. 그렇지?”

사이크가 말했다.

“응, 우리 엠디가 냄새를 맡았어. 자기도 끼고 싶데. 그 사람이 운용하는 게 천억 달러 정돈데 사이크 네가 주도하는 게 확실한지 그것만 알려달래.”

“그게 왜 중요하데?”

“네가 노는 판에 관심이 많은가보지.”

“내가 다니던 유치원을 소개해 줄 걸 그랬나?”

“행여 다른 데서 그런 걸 농담이라고 시도하지 마라.”

“좋아. 타이라. 내 좋은 친구야. 내가 한 가지를 더 말해주지. 이건 지명과 함께 하는 일이야. 그동안 내 행운은 지명한테서 나왔었지. 이러면 대답이 됐지?”

“그렇다면 뭐.”

“준비됐으면 해 보자고. 이건 전쟁이 될 거야.”

“그래. 아주 정확히. 그렇게 되겠지.”

“숨 좀 돌리자. 다른 얘기좀 해 봐. 워튼은 어땠어?”

사이크가 물었다.

“누군가를 잊고 달아다는데 꽤 유용한 피난처가 됐지.”

“혹시 지명이를 말하는 거야?”

타이라는 웃음을 지을 뿐 명쾌하게 답을 해 주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깊은 관계는 아니지 않았어? 가볍게 정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랑 가슴이 그렇게 반목하는 경험은 처음 해 봤지.”

“그 정도였어?”

“아마도.”

타이라가 웃었다.

그 웃음을 짓기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울었을지 상상이 돼 버려서 사이크의 가슴이 저려왔다.

“네가 말한 목표액의 300퍼센트를 달성하면 나한테 상으로 뭘 줄래?”

다시 블랙베리를 들여다 보더니 타이라가 자랑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글쎄다. 지명이 전화 번호? 그건 이미 알고 있나?”

타이라가 웃으면서 잽을 날리는 시늉을 했다.

“너랑 일하니까 좋다, 사이크.”

타이라가 말했다.

“나도. 다시 걱정없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우리가 거기에서 많이 떨어져 나온 것도 아닌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지?”

“그때는 정말 파릇파릇 했지. 너나 나나 지명이나 할 것 없이.”

“그래. 그냥 새싹이었지.”

타이라가 웃으며 추억을 더듬으려 했지만 곧 타이라를 찾아온 일무리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들 역시 정보망을 총 가동하고 있었고 타이라의 프로젝트에 엄청난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후로는 투자에 더 이상 망설임을 두지 않았다.

특별히 그들이 주목한 자금의 흐름 중에는 던칸 상원의원의 주요 후원자들의 투자가 있었다.

던칸과 그의 후원자들이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타이라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던칸은 준 맥브라이언의 최면에 걸려든 순간 자기그 그 함정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영영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선이 제게 다른 명령을 해 왔을 때, 그럼으로써 준 맥브라이언의 명령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도록 해방시켜 주었을 때는 그저 얼떨떨해 하기만 했다.

고마움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일단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해야 할 급한 일들이 너무 많이 떠올랐다.

만약 준 맥브라이언의 최면에 빠지지만 않았다면 던칸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그 이상한 일들을 믿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여인, 그리고 그 여인의 중개로 그에게 명령을 하고 최면을 깨뜨리는 남자.

던칸은 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던칸은 자기가 그 악마 소굴 같은 사무실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마자 달아나려 했다.

그리고 그 일로 한 번 크게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다.

함부로 다니다가 준의 눈에 띄게 되는 날에는 준비하던 일이 전부 수포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일단 자유를 얻고 난 던칸은 기선에게 휘둘리고 싶어하지 않았고 거만하게 굴었다.

그러자 기선은 아주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 맥브라이언이 했던 것보다 더 심한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나보죠? 맨몸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기어 오르라는 명령을 내리면 어떨 것 같습니까?”

던칸은 치를 떨었다.

그리고 굉장히 굴욕감을 느끼면서 자기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의외로 기선이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앞으로 사흘 동안 죽지말고 살아 있으라는 것이 요구의 전부였다.

“왜, 그런 걸 요구하는 거죠? 그렇게 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시는 겁니까?”

던칸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특별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사무실에서 사라진 걸 알면 준은 붉은 번개의 틈에 속한 사람들을 풀어서 나를 살해하라고 다시 명령할 게 뻔합니다.”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던칸에게 말을 거는 제 친구가 사람들에게 환시를 보일 수가 있습니다.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온 남자들은 책상 위에 피를 쏟고 엎드려 있는 의원님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내 시신을 그들이 가져가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야겠죠. 사람들을 보내서 사무실 주변을 지키고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의원님이 죽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시신을 옮길 수는 없게 하는 겁니다. 그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신분이 노출되는 건 원하지 않을 테니까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 그 후에는 자살을 하든 어떤 식으로 죽든 상관이 없어요.”

“내가 살아있다는 걸 가지고 뭘 하려는 거죠?”

“우리는 붉은 번개의 틈을 와해시킬 겁니다.”

“그 일이라면 내가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누구보다 나한테 그 의지가 더 강할 거예요. 내가 도울 일이 없겠습니까?”

기선은 한동안 망설였다.

이 남자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정했다.

“준 맥브라이언이 어떤 식으로 돈을 불려왔는지는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의원님이 자기 뜻대로 죽는다고 생각하면 준은 그 기회를 다시 한 번 이용하려고 들 겁니다. 우리는 준 맥브라이언이 움직이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면 준 맥브라이언의 기반을 뒤흔들어 버릴 수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하긴. FBI를 동원한다고 해도 요소요소에 붉은 번개의 틈이 세력을 뻗고 들어가 있어서 조직을 와해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나도 돕겠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건 어렵겠지만 확실히 준 맥브라이언을 싫어할만한 사람들 몇은 알고 있습니다. 큰 도움은 되지 못하더라도 군자금 지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도와주시겠다면 사양하지는 않겠습니다.”

던칸은 기선이 몇 번이나 당부한 바를 잊지 않았고 그늘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어 흔적을 감추었다.

살아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모습을 드러내기.

그것이 그에게 맡겨진 미션이었다.

준은 통유리 밖으로 내다보이는 테라스를 한참이나 말없이 보다가 드디어 결심이 선 듯 일어섰다.

수행원 중 준의 마음에 들어서 준이 밤낮으로 가까이 두는 크레이그가 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크레이그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날렵한 사냥개 같았다.

그에게는 개인의 의지 같은 것은 아주 없는 것처럼 보였다.

준이 어디론가 이동하려는 것 같으면 다가오고 준이 긴장을 풀면 몇 발자국 물러서서 주위를 살피는 것이 크레이그의 임무였다.

딱히 준이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니었지만 크레이그는 충직한 개처럼 준의 안전을 수호하려 들었다.

“크레이그.”

준이 그를 불렀다.

크레이그가 말없이 준의 옆으로 다가왔다.

준이 뭔가 말하려고 하면 그는 준의 오른쪽에 섰다.

부상중에 오른쪽 귀를 다쳐 고막이 찢어진 후에 오른쪽 귀는 거의 듣지 못하게 돼서 왼쪽 귀로 그의 말을 들으려는 행동이었다.

“제단 아래에 있는 실험실로 가 보자. 거기에서 찾을 사람이 있어.”

크레이그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요가 떠오른 것은 그 전날 저녁이었다.

하지만 사요의 지나친 폭력성을 다스릴 방법이 없어서 사요라는 대안은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쯤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다는 생각이 지금 막 들었다.

크레이그는 칸트의 빈 자리를 완전히 채워주지 못했다.

충직하고 기술이 좋기는 했지만 그는 칸트가 아니었다.

서림의 최면을 풀어주고 서림을 가까이에 두고 싶다는 생각도 해 봤지만 서림은 절대로 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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