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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 쇄도-72화 (7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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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은이 마침 귀휴 중이라는 소식도 같이 전해졌다.

사람들은 빠르게 쏟아져나오는 정보 속에서 인과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지강은을 막연히 리벳과 한편인 사람으로 인식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어떻게 지강은에게 귀휴를 허락할 수 있는 거였냐면서 교도소 소장의 처분에 불만을 표시하는 여론이 순식간에 들끓었다.

분노한 사람들은 제대로 분노의 방향을 잡는 것에 미숙했다.

아무에게나 화를 폭발해야 했고 이번에는 그 목표가 어이없게도 지강은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소명은 지강은의 표정을 살폈다.

“괜찮아?”

“저야 뭐.”

그 소식은 시영에게도 전해졌다.

시영은 수시로 교도소에 전화를 걸었다.

시영에게 설득당한 교도소장은 분연히 일어서서 지강은이 마땅히 누릴 권리를 누리는 것 뿐이라면서 맞서 주었다.

그리고 지강은이 아닌 다른 사람이 리벳이라고 불리면서 범행을 하고 도망치는 중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지강은이 무죄일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흔들림없는 태도로 일관된 주장을 하는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몇 몇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지강은이 누명을 쓴 건지도 모른다고 서서히 생각을 바꾸기도 했다.

그 상황과 별개로 현장의 상황은 급밖하게 흘러갔다.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리벳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아났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고 옹벽을, 사람이 낼 수 있는 추진력의 범위를 벗어나서 뛰어 오르기도 했다.

유준열은 점점 지쳤다.

그는 자기가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뒤쫓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소명이 떠올랐다.

곁에 소명이 있어줬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 봐! 네가 틀렸잖아! 끝까지 고집을 부리더니 꼴 좋게 됐잖아!’

그런 말을 해도 상관 없겠다고 생각했다.

달릴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50여미터가 떨어진 곳에서 리벳이 그를 보고 웃었다.

그는 분명히 리벳이었다.

리벳이 입은 다른 사람의 모습은 이제 유준열의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유준열은 턱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 쉬었다.

무릎에 두 손을 짚고서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길가에 순찰차를 세우고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지만 리벳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옹벽을 단 몇 걸음의 도약만으로 뛰어 올라갔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본 것을 보고도 믿지 못했다.

리벳은 그들을 마음껏 조롱하고 있었다.

유준열은 자신의 능력이 그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굴욕적인 것을 이미 넘어선다.

유준열은 자신을 최후의 저지선으로 여겼다.

자기가 무너지는 순간 리벳은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어느 가정집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유원지나 술집으로 들어가서 살인을 저지르며 제가 유희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유준열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리벳은 유준열을 크게 의식하지도 않았다.

누군가 다시 기운을 내서 자기를 쫓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지강은이 아니야. 리벳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소명의 목소리가 다시 그의 귓전을 때렸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하라고. 잡으면 되잖아. 잡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유준열은 혼잣말을 했다.

***

“너무 잡고 싶다는 열망이 쫓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지강은이 말했다.

그 말은 곧바로 걸려온 전화로 희영이 하려고 했던 말과도 통했다.

“유준열……. 언니한테 어떤 의미에요?”

희영이 말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 거냐고 하려다가 소명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죽게 되는 건가 보다고, 소명은 생각했다.

“정인아. 아직 멀었어?”

소명은 괜히 정인을 재촉했다.

“한 시간도 더 남았어요.”

“유 형사가 버틸 수 있을까?”

소명이 물었지만 정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몸을 사리려고만 한다면 버틸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었다.

유준열이 어떤 마음으로 리벳에게 달려드는가 하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짧은 시간 유준열을 봤지만 정인은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소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강은도 유준열의 최후가 어떤 모습일지 알 것 같았다.

혼잡했다.

그 단어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 말이 아니고는 상황을 설명할 다른 단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리벳을 피해서 달아나려고 상가를 향해 도망친 사람들은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이미 안으로 피신한 사람들은 절대로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주인을 협박했다.

곳곳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

리벳은 거리에 남겨진 사람들을 참혹하게 살해했다.

차도 멈추지 않았다.

달아날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찔린 후에 버려졌다.

리벳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몇 명의 희생자를 낸 후에 지쳐서 범행을 중단했겠지만 리벳은 피로도 느끼지 못하며 광분에 휩싸였다.

그의 살인 행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리벳에게서 벗어난 사람들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자신들은 안전지대에 이르렀다는 우월감에 도취되었다.

몇 명은 리벳을 조용히 응원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재앙에서 확실히 벗어났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언제 보겠냐는 마음인 듯했다.

그리고 그들이 품은 악한 마음이 리벳에게 들통나기라도 한 것처럼, 멀리까지 갔던 리벳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돌이 들려있었다.

쉽게 깨지지 않는 유리문에 화를 내면서 돌로 부수더니 유리문이 우지끈 소리를 내면서 깨지자 그 틈으로 손을 집어 넣어 안에서 시정장치를 풀었다.

깨진 유리조각에 손이 찢어져서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리벳은 가장 큰 유리조각 하나를 손에 쥐었다.

안에 있던 일곱 사람은 도망칠 곳도 없이 벽을 등에 진 채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그가 휘두르는 유리 조각에 당했다.

두 사람이 남았을 때 리벳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총성이 울렸다.

유준열이었다.

무릎을 관통한 총알이 복부까지 뚫었고 구멍난 물풍선처럼 피가 쏟아져나갔다.

리벳은 꿈을 꾸는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제 몸에서 솟구치는 피를 바라보았다.

걸음을 떼는 도중에 무릎이 한 번 크게 꺾이기는 했지만 그는 다시 걸었다.

그리고 유준열을 향해 다가갔다.

세 번 더 총성이 울렸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은 유준열이었다.

유리조각이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머리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였다.

리벳은 그를 짓밟고 걸어 나갔다.

십 미터를 채 가지 못하고 쓰러지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심장근처에 세 발을 맞고도 몇 미터를 걷기는 했다.

리벳은 그 몸이 더 이상 자신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까지 어떻게든 우격다짐으로라도 그 몸을 끌고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미 죽어버린 몸은 그렇게 겨우 자유를 얻었다.

바닥에 누운 남자는 이제껏 보이던 얼굴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전혀 다른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구든, 제발 저를 좀 죽여주세요. 너무 고통스러워요.”

그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그 말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는 곧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

지강은은 충격에 휩싸였다.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이어진 살인 활극은 유준열에 의해서 끝이 났다.

소명은 유준열이 죽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희영이 미리 알려줘서 준비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도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지만 정인은 그곳을 뚫고 들어갔다.

지강은은 그들과 함께 차에서 내리지는 못했다.

혹시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것은 없다는 판단에서 그는 차 안에 남아 있기로 했다.

소명은 유준열의 선배를 찾아냈고 유준열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유 형사의 선배는 슬픈 눈매로 한 곳을 바라보았다.

아직 수습도 되지 않은 시신이 바닥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는 자꾸 뒤로 순서가 밀리고 있었다.

소명은 그에게 다가갔다.

어찌된 일인지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너무 미안해서 그런 것 같다고 소명은 생각했다.

이 일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는 것 같았다.

정인이 다가와 소명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가요, 언니. 빨리 여기를 떠나는 게 좋아요. 지강은씨가 우리랑 같이 있는 게 밝혀지면 송환될지도 몰라요. 여론이 안 좋아요. 사람들은 희생제물을 요구하고 있어요.”

소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유 형사.”

소명은 유준열의 손가락을 잡았다가 놓아 주었다.

정인이 소명을 부축했다.

유 형사의 선배는 소명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다.

정인이 소명을 데리고 차로 돌아왔을 때 정인은 오싹한 냉기가 도는 것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소명도 몸서리를 쳤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그것이 유준열의 죽음을 목격한 직후의 심리적인 상실감과 불안 때문인 거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그것이 자기들이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인은 운전석에 앉았다가 이내 두 손으로 머리를 짚고 핸들에 고개를 처박았다.

그러다가 겨우 문을 열고 나가서 밖에 구토를 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정인아.”

소명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정인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엄청난 이질감.

공기마저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았다.

마치 자기 혼자만 다른 차원으로 내던져진 것 같았다.

옆에 소명과 지강인이 버티고 있지 않았다면 정인은 자기가 정말 다른 세계로 내쳐졌다고 믿었을 것이다.

“내가 운전할게. 강은이랑 같이 뒤에서 좀 쉬어.”

소명이 말했다.

그것은 적절한 조치는 아닌 듯했다.

뒤로 자리를 옮기고부터 정인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가 되었다.

일단 차가 출발한 후에는 세우는 것도 어려워서 정인은 준비해 놓고 있었던 봉투에 계속 구토를 했다.

강은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정인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정인아. 응?”

소명이 몇 번이나 물었지만 그때마다 정인은 고개를 젓기만 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정인 자신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재회의 감격은…….

조금 이상하게 찾아왔다.

특히 지명과 지명의 만남은 최악이라고 봐야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모두 지명이었다.

정인이의 지명이나 히나타의 지명이나, 서로를 배려해 주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것만큼은 아주 확실해 보였다.

둘 다 선지명이고 구분할 기준이 모호해서 그렇게 부르기로, 기내에서 항이 결정을 했다.

히나타의 지명, 정인의 지명.

선 사장은 이 두 녀석이 앞에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고 거의 졸도할 뻔 했지만 다행히도 의지로 버텨냈다.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더 겪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선 사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저 때문에 저 사람들이 아직 살아있는 거예요.”

히나타의 지명이 말했다.

“큰 일을 했구나.”

선 사장이 말했다.

“네.”

두 사람은 쌍둥이처럼 보였다.

선 사장은 자기가 아들을 낳았을 때 쌍둥이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믿지 않겠다고 우겨서 될 일도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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