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들 쇄도-6화 (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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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사인이 된 자상이 생겨난 방향만 봐도 타살이 아니라는 게 증명될 겁니다. 제 의뢰인이 불필요하게 의심받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미 비서실에서는 제 의뢰인이 살인을 했다는 말이 떠돌고 있어요. 한 번 잘못 굳어진 인식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실 겁니다.”

“네. 변호사님이 마침 일찍 와 주셔서 저희도 괜한 오해 할 뻔 했던 것을 피했습니다.”

민혁의 시신이 수습되는 것을 보면서 선 사장은 다시 오열을 터뜨렸다.

처음으로 마음을 털어놓은 민혁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못내 서러웠다.

하마터면 그를 위해 슬퍼할 시간도 잃을 뻔 했다는 사실이 두렵기까지 했다.

기선은 선 사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잊고 있었다는 듯 소명을 찾았다.

“누나. 손은요? 치료해야 하잖아요?”

기선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소명에게로 향했다.

선 사장조차 그때는 소명을 바라보았다.

“아. 신경들 쓰지마. 다들 자기 볼일들 봐.”

소명이 파리 쫓는 동작을 하면서 말했다.

지명이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는 듯 소명에게 다가와 소명의 손을 덥썩 잡았다.

“손 줘봐요. 많이 다쳤겠는데.”

“피만 씻으면 돼. 신경쓰지 말라고. 함부로 남의 손 잡지 말고.”

얼마나 거칠게 뿌리치던지 웬만한 사람이라면 무안해하면서 화를 낼 법도 했지만 지명은 꽤나 집요하게 굴었다.

그리고 그 덕에, 소명의 손이 벌써 회복되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누나……!”

“죽을래? 좋게 말할 때 꺼지라고, 개새끼야. 말 더럽게 안 들어 쳐먹네. 확!”

소명이 무서운 얼굴로 위협을 했다.

“음, 전문가적인 소견을 말해볼까? 누나가 하는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야. 그 대신 명백한 살인의사의 고지라고 봐야 될 거야. 누나가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면 그건 정말 죽이겠다는 뜻인 것 같거든.”

연우의 말에 시영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소명의 몸이 움찔했다.

“그렇다고 내가 얘를 죽이지는 않겠지. 말을 안 듣고 너무 들러붙으니까 짜증나서 그런 거잖아.”

소명이 말했다.

“우발적 살인은 대개 그런 이유로 이루어져요, 누나. 짜증나서 확! 하는 거죠.”

연우가 말했다.

첫 만남에서 간단히 자기 소개들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연우는 소명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알고 꽤나 충격을 받았다.

“알아들었으니까 그만하지? 우발적 살인이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는지도 잘 아는 사람이 꽤나 겁 없이 구네?”

그제야 연우가 입을 다물었고 기선은 선 사장을 일으켜주었다.

“누굴까요? 민혁씨한테 전화를 건 사람이.”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경찰이 알려주지 않을까?”

선 사장이 부탁하는 표정으로 시영을 바라보자 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게 되면 우리한테도 알려달라고 부탁해 볼게요.”

“청소는 누나네 업체에서 맡아주세요.”

지명이 말하자 소명은 한동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다가 아아, 으응, 하고 얼버무렸다.

“민혁이는 웃었어. 몇 번이나 웃었어. 민혁이가 웃는 걸 내가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민혁이를 보고 있었어. 그랬다고. 지명아.”

선 사장이 울먹이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 잘못이 아니에요.”

기선이 소명과 연우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이 변호사님 말을 믿었어요.”

기선의 말에 소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변의 능력은 그건 걸까? 이 변이 하는 말을 사람들에게 믿게 하는 것.”

소명의 말에 연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영이가 그런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이 변이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사무장이 조정 단계에서 일을 끝내버려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정말요? 제 능력이 시영이의 각성을 방해하고 있었던 거라고요?”

연우가 말하자 시영이 시답잖은 소릴 다 듣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아버지. 괜찮으시겠어요? 오늘은 제가 아버지랑 같이 있어 드릴까요?"

지명이 말했다.

"아니.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다. 괜찮을 거야."

"그렇게 하시죠. 사장님. 많이 놀라셨을텐데요."

기선이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 괜찮다기 보다 오늘은 혼자 있고 싶군요."

선 사장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충고를 하나 하자면, 주변 사람에 대한 소중한 마음을 표현하는 걸 주저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조금 더 무르익은 다음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영영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게 되니까요."

선 사장의 깊은 회한이 담겨있는 말이었다.

지명과 기선은 선 사장에게 언제든지 전화를 하라고 말을 하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장실을 떠났다.

"사장님은 정말 괜찮으실까?"

희영이 묻자 지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으실 거예요. 다른 사람과 시간을 나누지 않은 채로 민혁이 형에 대한 추억을 정리하고 싶으신 거예요. 섣불리 이런 저런 말을 하게 될까봐 일부러 고독을 택하시는 거고요."

지명이 말하자 기선과 희영도 이해하겠다는 듯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형. 누나. 저는 여기에서 빠질게요. 지금 꼭 가 봐야 할 데가 생각났어요."

"정인씨한테 가 보고 싶은 거지?"

희영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조금 더 무르익은 다음에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미루다가는 영영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거니까."

기선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지명은 얼굴을 붉히다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혼자서 달리기 시작했다.

지명이 정인의 몸을 들어 올려 제 단단한 두 팔에 정인을 앉혔다.

“나를 가져. 네가 원하는 대로.”

지명이 웃으며 말했다.

퓨쳐 컨트롤에서 나와서 기선의 집으로 갈까 하다가 지명은 혼자 발길을 틀었다.

정인이 보고 싶어 무턱대고 정인의 집 앞으로 갔다.

커피숍에서 한참이나 얼굴을 봤는데도 갈증은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결국 지명은 정인에게 같이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혀를 입안에 감아 넣으며 정인이 질척하게 다가오자 지명은 묘한 흥분감에 정인을 더욱 끌어안았다.

“내려줘요.”

지명이 거칠어지는 호흡을 감추지 못한 채 정인을 침대에 눕히자 정인이 일어서서 그의 다리 사이에 앉아 자리를 잡았다.

“오늘도 바래다주기만 하고 그냥 가 버리면 화내려고 했어요.”

터질 것처럼 팽창해있던 페니스가 정인의 말을 듣고 출렁거렸다.

“있잖아. 혼자 흥분해서 일찍 사정한다고 흉보기 없기다.”

“나를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 거죠?”

“아주 바람직한 이해야.”

지명은 정인의 얼굴이 페니스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을 할 것 같았다.

까딱거리던 페니스에서 쿠퍼액이 흘렀다.

지명이 슬며시 정인의 머리를 잡아끄는 바람에 정인의 입안에 그의 성기가 쾌속으로 들어갔다.

“아아, 살살.”

아가씨 같은 콧소리를 내며 그가 움찔대자 정인은 웃음이 나려는 걸 겨우 참았다.

질척하게 타액을 담은 혀로 페니스를 쓸어 올리자 지명이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

이를 세우고 귀두를 간질이다가 쿠퍼액이 맺힌 입구에 혀를 세워 건들었다.

시큼한 맛이 입 안에 감돌자 이제 지명의 사정을 봐줄 수 없을 만큼 정인 자신이 흥분되었다.

그의 무릎 위로 음부를 밀착시키고 마찰하자 흥건하게 고였던 애액이 그의 무릎과 허벅지에 묻어나 번들거렸다.

“아앗, 나는 거의 다 왔어요.”

간신히 그에게 상황을 전달하자 지명이 서둘렀다.

“네 안에 하고 싶어.”

온몸을 휘감으려는 절정에 그저 몸을 맡기고만 싶은데 그의 부탁을 들어주려다보니 몸이 꼬였다.

다리를 꼬면서 헉헉 거리는 모습이 미치게 섹시해서 지명은 우는 것 같은 신음을 하다가 정인의 다리를 벌려 곧바로 진입했다.

“아흑.”

정인이 다리를 모아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망했다!’

지명의 얼굴에 당혹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너무 강렬한 접촉에 단 번에 사정이 되었다.

“아으으읏.”

정인이 지명의 아래에서 몸을 뒤틀었고 아직 그의 것을 안에 품은 정인의 성기가 빠르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지명의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기적처럼 성기가 다시 일어섰고 지명은 정인의 오르가즘이 끝나기 전에 다시 왕복을 했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두 사람이 경쟁하듯 격정적인 숨을 토해냈고 정인은 지명에게 몇 번이나 키스를 퍼부었다.

“가야 돼요? 꼭?”

“응. 기선이 형이랑 희영이 누나라는 두 폭탄이 한 방에 있어서 내가 있어줘야 돼.”

“언니랑 오빠는 이제 스스로 통제하잖아요. 멋대로 조종당하지도 않고.”

“그렇게 된 것 같긴 한데 우선은 지켜보는 중이야.”

“하아…….”

“아쉬워?”

“네.”

“아쉬워도 우선은 참아. 사이크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메커니즘을 풀어낼 수 있을 거야. 두 사람이 완전히 안전하다는 게 확인되면 나도 죄책감 없이 독립할 수 있어.”

“알았어요. 기선 오빠랑 언니가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거 알아요. 괜히 투정부려 본 거예요. 내가 한 말에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네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너를 원한다는 것만 알아줘. 나도 그냥 가고 싶진 않아.”

“알았어요. 더 늦기 전에 빨리 가요. 여긴 어두워지면 인적도 없어서 위험해요.”

“그래? 그렇게 위험한 곳이면 이사해야 하지 않아?”

“이사를 하더라도 오늘 할 건 아니니까 어서 가요.”

정인이 그를 일으켰다.

마침 차 댈 곳이 마땅치 않아 꽤 멀리에 차를 두었던 지명은 정인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계속 손짓을 하며 와서 밀기까지 했지만 정인은 지명이 가는 걸 보고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알았어. 갈게. 갈 테니까 어서 들어가.”

고집은 어찌나 센지, 정인은 지명이 갈 때까지 돌아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졌다는 듯이 지명이 마침내 차를 출발하면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하자 그제야 정인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막 코너를 돌았을 때, 정인은 자기 앞을 막아서는 검은 그림자에 흠칫 놀라 숨이 멎어버릴 뻔 했다.

“밤중에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위험하지 않아?”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정인은 생각할 것도 없이 달아났다.

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하고 억센 손에 붙잡혀 버렸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가운 척이라도 해 주면 좋잖아?”

누구 마음대로?

정인이 소리를 지르려는데 남자의 손아귀가 정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유경태.

다시 찾아올 생각을 하다니.

정인의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아니면 미치지 않은 이상, 그가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인은 유경태를 바라보았다.

미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경태가 어떤 세월을 보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알아지는 것들이 있었다.

오래된 빛바랜 필름처럼 그가 등장하는 장면이 연속해서 지나갔다.

나하고는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내 잘못이 아니잖아!!

유경태는 이제 정인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목표보다는 정인의 입술을 느끼려는 듯 손으로 정인의 입술과 얼굴을 문질렀다.

정인은 고개를 거세게 흔들면서 저항을 했고 소리를 지르려고 애썼다.

“가만히 있어. 이 도둑년아!!”

유경태는 아직도 확신하고 있었다.

유언장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자기가 그 사실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밝힐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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