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들 쇄도-4화 (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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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게 가능해요?”

지명이 물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정보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확신과 돈. 그게 같이 들어가면 돈은 불어나게 돼 있어. 잘못된 확신이라면 돈은 줄고 거기에 사람 목숨이 같이 희생될 수도 있겠지만.”

“허어, 정말, 할 말이 없네요.”

기선이 말했다.

“그거야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흐름이 어떻게 될지 아는데 그만한 걸 해내지 못한다면 바보죠.”

선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껏 찬양하라고 손짓을 했다.

희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조를 가지면 도대체 뭘 해야 되는 거예요?”

희영이 묻자 선 사장이 웃었다.

“나를 믿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그걸 다시 나한테 맡겨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퓨쳐 컨트롤은 더 성장할 수 있어요.”

기선이 희영과 지명을 바라보자 희영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면.”

선 사장이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세 사람을 천천히 번갈아가며 바라보더니 드디어 말을 이었다.

“베리쳐가 퓨쳐 컨트롤의 최대 주주가 되는 겁니다.”

기선이 헉, 소리를 내면서 웃자 지명이 기선의 손을 잡았다.

선 사장 역시 만족스런 웃음을 만면에 지은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곧 중대 발표를 할 겁니다. 그때 한 번 더 퓨쳐 컨트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할 거예요. 퓨쳐 컨트롤은 팔아야 할 상품과 가지고 있어야 할 상품, 사야 할 상품을 정확히 아는 회사로 이름을 날릴 겁니다. 다른 회사들이 대규모 인원삭감을 할 때 우리는 유례없는 순이익의 증대를 축하하게 되겠죠.”

기선은 선우 형을 생각했다.

선우 형을 뽑은 것은 선우 형의 회사가 저지른 가장 치명적인 실수였을 것이다.

그의 계약자들이 또 막대한 보험금을 청구할 거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 보험회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 형이 재앙을 불러들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선우 형씨는 보험 상품을 파는데 성공했어요?”

기선이 물었다.

"아, 맞다. 그 형. 계약했어요?"

지명도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건물주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줬지.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골라서 권한 덕에 건물주는 큰 손해를 면했어. 덕분에 그 사람은 나한테 고마워하면서 퓨쳐 컨트롤에 거액을 맡기기로 결정했지.”

“잘 됐네요.”

“잘 됐지.”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도 아직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아 기선과 희영은 간간이 실소를 터뜨렸다.

차로 돌아가던 선 사장은 스마트폰 벨이 울리는 소리에 귀찮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전화를 건 사람이 소명임을 알고는 입이 귀에 걸리는 것도 모르고 큰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퓨쳐 컨트롤에서는 아직 입금이 안 됐던데요?”

소명이 말했다.

“에에? 말도 안 돼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날 일한 걸 아직도 결제해 드리지 않았다고요?”

선 사장은 수치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장난한 건데.”

소명은 태연하게 말했다.

“네에?”

“빌딩도 없어졌겠다. 여러 가지로 경황이 없을 것 같아서 유예를 해 주려고 했는데 바로 입금이 됐더라고요. 한 일도 없이 미안하긴 했어요.”

“확실히 한 일이 없긴 했죠.”

선 사장이 웃었다.

“아, 왜 전화를 했냐면요.”

소명이 말하자 선 사장은 잔뜩 기대를 한 채, 뭐든 말해보라고 했다.

“정인씨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 해서요. 지명씨랑 친한 것 같던데. 지명씨라면 알지 않을까요?”

“정인씨 연락처를 왜요?”

“아. 그날 머리핀을 빌려줬거든요.”

“중요한 물건인가 보죠?”

“그걸 제가 알 리가 없죠.”

“네?”

“정인씨가 알겠죠.”

“정인씨가. 음. 정인씨가 빌려줬다는 거였어요?”

“네.”

“웬만하면 주어는 넣고 말합시다.”

“아, 이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는구나.”

“못 알아듣죠. 당연히.”

“이분의 일 확률인데. 그것도 제대로 못 찍어요?”

“그러게요.”

십대처럼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느라 선 사장은 차에 오르지도 못하고 벌써 차 주위만 몇 바퀴를 돌면서 구두 코 부리로 타이어를 통통 차며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의 인생에 이런 여유가 있었던가 싶었다.

마침내 통화를 끝내야 했을 때는 진한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참, 정인씨 연락처 알려달라니까요. 지명씨한테 물어봐서 카톡으로 남겨줘요.”

“네. 그럴게요.”

이유 없이 웃음이 떠올라서 선 사장 스스로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소명은 선 사장이 왜 이렇게 실실 웃는가 했다.

“치.”

멍하니 스마트폰만 바라보다가 정부장의 이름이 뜨는 것을 보고 소명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

“뭐? 왜?”

“아이, 깜짝야. 무슨 전화를 이렇게 빨리 받아요? 기다렸다는 듯이.”

“뭔데?”

“일이 생겼어요. 애들 몇 명이 빅 대디 놈들한테 잡혀간 것 같아요. 마지막에 연락 온 데가 빅대디 아지트랑 가까워요. 빅대디 놈 중에 오피스텔 얻어서 영업하는 놈이 있는데 거기로 끌고 갔나봐요.”

“거기가 어딘 줄 알아. 여기에서 5분 거리도 안 돼. 내가 갈게.”

“몇이나 있는 줄 몰라요. 저희가 가는 중이에요.”

“그럼 만나겠지.”

소명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오피스텔로 향했다.

“어이, 네 실력 좀 보여줘봐. 나는 네가 막 궁금하거든.”

소명은 핸들 위의 오른 손을 보고 말했다.

당연히.

오른 손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을 때 그 앞은 이미 여러 대의 차량으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탁 소리가 나게 문을 닫자 익숙한 차량에서 진한이 나왔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소명이 물었다.

“지나가다가 봤어.”

“사장님.”

그의 뒤에서 소명의 애기들이 튀어나왔다.

몇 대를 얻어맞는 것까지 피하지는 못했는지 얼굴 여기 저기가 깨진 채로 퉁퉁 부어있었고 멎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핏자국이 보였다.

“빅 대디가 왜 너를 건들려는 거야?”

진한이 물었다.

“미쳤나보지.”

“애들은 많이 안 다쳤어.”

진한이 말했다.

소명의 눈이 뒤집히는 것을 봤기에 선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빅 대디 애들은?”

“그냥 가.”

“안에 있는 거지?”

“그냥 가자니까.”

“나, 얘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거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소명이 오른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그냥 가면 안 되겠어?”

“걱정되면 너도 따라오면 되잖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왜? 같이 가지 않으면 우리가 연합한 걸 빅 대디가 모를까봐? 귀엽기도 해라.”

“하아, 쒸이발.”

“그러니까 가자고, 개새끼야.”

소명이 진한의 등을 밀었다.

“그리고 올라가서도 웬만하면 나서지 말아봐. 나는 이게 어디까지 쓸모가 있을지 알아봐야 할 것 같거든.”

소명이 진한에게 말했다.

“그렇다면야 땡큐지.”

진한이 말했다.

허옇게 얼굴이 질린 정부장이 차에서 구르듯 내려서 소명에게 달려오는 것을 소명은 간단하게 무시하고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애기들이나 잘 챙겨서 돌아가.”

소명은 아예 문을 단단히 잠그고 유리문을 통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정부장은 서성이면서도 진한이 같이 들어갔으니 별 일이 생기지는 않을 거라고 한편으로 마음을 놓았다.

벽에 세워 놓기만 하면 끝이었다.

얼굴에 주먹이 꽂히고 꽂히고 꽂히고, 그 동작이 끝없이 반복되기만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다른 녀석들은 섣불리 소명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진한은 그저 소명과 등을 마주 댄 채 제 수족 같은 칼을 이리 저리 휘두르면서 손장난을 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안 아프냐?”

진한이 질려버렸다는 듯이 소명에게 물었다.

“응. 한 번에 해골을 바술 수도 있을 것 같아.”

소명은 실험을 마치고 과학 선생님한테 보고라도 하는 아이처럼 진지하게 말했다.

“말 안 해도 보면 알아. 조금이라도 자비가 있다면 차라리 죽여라. 저렇게 돼 가지고 어떻게 살겠어?”

“그거야 얘들이 알아서 하겠지.”

소명이 뒤로 물러서자 곤죽이 된 녀석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이미 한참 전부터 쇼크로 실신한 듯했다.

소명은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어떤 것 같아?”

진한이 물었다.

“글쎄.”

소명이 팔을 이리 저리 흔들더니 오피스텔의 벽에 일격을 휘둘렀다.

모두들 소명이 미쳐서 날뛰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해머를 휘두른 것처럼 벽이 움푹 패고 시멘트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한은 미쳤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소명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걸쭉한 피 아래에서 살갗이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보고는 그야말로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부럽지.”

소명이 작게 속삭이고 눈을 찡긋거렸다.

“너. 괴물이 된 거야?”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부럽지?”

진한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장난스럽게 말하는 소명조차도 지금 속으로는 엄청나게 놀라고 있을 거라는 것을 진한도 알았다.

“앞으로는 눈알 똑바로 뜨고 다니고 내 물건들은 함부로 집어 오지 마라. 알았어?”

소명은 빅대디 패거리들에게 일갈하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정말 괴물이 된 건가? 이것도 다 빌어먹을 금속체 때문인 건가? 왜 나만 무식하게 힘을 쓰는 능력이야? 고상하게 나도 카리스마로 제압하는 능력이면 좋을 텐데. 아으, 짜증나.’

상대방의 내면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포착해서 그것을 강화시킨다는 사람이 떠올랐다.

부러웠다.

에잇.

생각이 복잡해져서 소명은 제 머리카락을 함부로 헝클어버렸다.

***

“나갈 거니까 차 대기시켜.”

준이 휴대전화가 내장된 커프스 단추에 대고 말했다.

그가 일어서자 그의 주위에서 선택받기를 고대하며 준을 바라보고 서 있던 여자들의 눈에 실망의 빛이 드리워졌다.

준은 조용히 일어서서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너. 너. 그리고 너.”

준의 손가락이 저를 가리켰다고 확신한 여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칸트는 운명도 알지 못하고 좋아하는 여자들을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여자들은 조용히 다가와 서는 리무진에 소란스럽게 올랐다.

칸트만이 걱정스런 눈으로 준을 바라보았다.

준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았다.

‘칸트. 실험실에서 원숭이들이 도망쳤어.’

칸트에게 마지막으로 그가 말을 걸었을 때 준이 한 말이었다.

그 후로는 칸트에게 말을 걸려고 하지도 않았고 가벼운 스킨십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그 대신 준은 섹스에 중독된 사춘기 소년처럼 여자들을 탐닉했다.

대부분은 교단의 여자들이었다.

배 위나 성기 주변에 뿌려지는 준의 정액을 신성한 것으로 여기며 황홀해하는 여자들.

칸트는 자신의 감정이 질투가 아니기를 바랐다.

질투심과 충성심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어쩌다 일이 그 지경이 돼 버린 걸까.’

준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왜 그들만 다르게 반응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은 준의 통제를 벗어났다.

그랬을 뿐 아니라 준에게 저항했다.

기선을 죽이라는 명령을 희영이 거부했을 때, 기선을 죽이지 않으려고 희영이 제 몸에 신호를 보내 혈관의 흐름을 통제하고 심장의 박동을 멈추려고 시도했을 때 준은 경악하기는 했지만 그 일이 단발성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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