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7)

-잠시 스트레스 좀 풀어야겠어. 어차피 다를 거 없잖아. 돈 줄께.- 

-경식이가 그래요?- 

-뭘?- 

-내가 남창이라고... 경식이가 그래요?- 

-쿡...경식인 우리가 모르는 줄 알지만 다들 알아. 네가 경식이 거였다는 거.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했다며.- 

-...-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어깨에 팔을 얹었다. 그리고는 스스럼 없이 내 옷의 단추를 

끄르기 시작했다. 뿌리칠까 생각해 봤지만, 경식이 말했다는 소리에 저절로 힘이 빠졌다. 

이럴 용도로 날 회사로 부른 것일까. 

남자가 입술을 빨며 바닥에 눕히는 데로, 바지를 벗기고 다리를 벌리게 하는 데로 가만히 

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야!- 

경식이었다. 그가 사들고 온 비닐 봉지를 남자에게 던졌다. 음료수와 과자가 산산히 

흩어졌다. 나는 누운 채로 남자가 허겁지겁 바지를 추스리며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경식과 남자가 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다.  

-스스로 다리를 벌리던데.- 

-...나중에 얘기하자.- 

남자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자켓을 집어들고 나갔다. 경식이 굳은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일어나.- 

천천히 일어나서 옷깃을 여미는데, 뺨이 번쩍했다.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먼저 엉덩이를 흔들었다며? 음탕한 자식. 월급만으로 부족한 거야? 아님 남자가 

필요했나?-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곧 주먹질이 날아왔다. 경식은 때리면서도 내게 아주 

실망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역겨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뭘 기대한거야? 내가 남창이라는 거 잊었어? 돈 준다길래 엉덩이 대 줄려고 했다. 너, 

꼭 불량학생 선도하는 학생주임 같이 굴고 있는데, 그거 사람 아주 역겹게 한다는 거 

모르냐?- 

-좋아. 너 같은 자식은 네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다뤄주지.- 

순식간에 나는 경식의 아래에 깔리게 되었다. 옷이 벗겨져 나가고 경식이 거칠게 혁대를 

끄르는 소리가 들렸다.  

-쿡...이게 너 다워. 넌 원래 이런 놈이잖아.- 

나는 낄낄거렸다. 곧 억센 손이 내 어깨를 잡더니 몸을 뒤집었다.  

-헉!- 

아래로 침입할 경식의 물건을 기다렸으나, 대신 등 위로 화끈한 아픔이 느껴졌다. 경식이 

혁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놔! 학...- 

몸부림을 쳤으나, 경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등의 살껍질이 벗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정신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겨우 매질이 끝나고 

이번에는 아랫도리가 찢겨나가는 듯한 아픔과 함께 경식이 전희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아아악!-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울면서 아이처럼 발버둥질을 쳤다. 무서웠다. 7년 전 경식의 

발소리만 들어도 꼬리내린 개처럼 벌벌 떨던 내가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네가 내 말을 거역해? 감히?- 

경식이 힘차게 허리를 움직이면서 속삭였다. 

그의 단단한 근육이 내 어깨에, 등에, 배에 느껴졌다. 나는 7년전 rape로 처벌받고 있는 

힘 없는 어린 소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으흐흑...- 

경식이 내 뒤로 끝까지 들어오면서 뜨거운 입김을 뿜었다. 아무 감정도 없이 단치 

처벌하기 위한 섹스였다. 그럼에도, 아파서 흘리는 신음에 나중에는 약간이나마 비음이 

섞이는 것은 내가 박히면서 느끼는 바텀 게이의 성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경식에게 함부러 범해지면서 나는 스스로를 증오했다.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느끼고 

있는 내 몸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하악...학- 

-넌... 결국 이런 새끼야. 애초에 너 같은 거 사람 대접 해 줄 필요가 없었어.- 

경식이 마음껏 나를 욕보이면서도 뜨거워지는 내 몸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나는 울기도 하고 소리지르기도 했다. 경식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저주하기도 하고, 더 강하게 해달라고 매달리기도 했다. 쉴 새 없이 솟아나는 눈물 

때문에 경식의 경멸어린 표정을 보지 않을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 와중에도 

몇번이고 절정에 이르러 경식의 배에 정액을 쏟아버렸다. 나중에는 거의 실신 상태에 

이르렀다.   

일이 끝나고 경식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는 앞으로는 

회사에 나오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이 없어도 나는 다시는 그의 회사에 갈 

생각이 없었다.  

경식은 이제 가릴 것이 없어진 말투였다. 그 동안 조금이나마 누그러진 말투로 나를 

배려해주던 것 같은 태도는 싹 사라지고, 7년 전처럼 나를 그의 걸레정도로 취급하는 듯 

했다. 

자기가 다시 찾아갈 때까지 원룸에 쥐죽은 듯이 처박혀 있으라고 그는 명령했다.  

다시 남자에게 엉겨 붙는 모습을 보이면 그 때는 더 험한 꼴을 볼 줄 알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뭐라 말할 용기도 없어졌다.  

7년 전 그의 밑에 깔려 처분만을 바라고 있던 나로 돌아가, 차마 무서운 경식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진성은 그 일이 있은 후 이틀 후에 와서 내 상처를 보고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경식이 

나를 때린 일로 엄청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아는 최경식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하여튼 진성은 그렇게 말했다.  

-근데, 너 말야... 그렇게 남자가 없어서 경식이 회사 사람하고 붙냐? 너도 참..- 

그는 날 한심스러워하고 나 같은 걸레 때문에 고민하는 경식을 비웃으며 아주 

즐거워보였다. 

겨울 만이라고 작정하고는 있었지만, 점점 더 그의 정액받이 노릇을 하는 것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며칠간 경식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에도 진성은 이삼일에 한 번 

꼴로 찾아와서 미친듯이 박아대고는 가버렸다. 그는 나라는 정액받이를 두게 되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평상시에 그가 어떻게 그토록 단정하고 선량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는 모양으로 

나와 있을 때면 가식을 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편해하는 것 같았다. 때리지만 않으면, 

나는 그가 나에게 어떤 짓을 해도 다 받아주었다. 경식이나 진성이나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그들의 개였던 것처럼 지금 나는 여전히 그들의 개였다.  

진성은 내 한 쪽 유두에 십팔 케이로 된 가는 링을 꽂았다. 페니스 끝에는 작은 보석이 

박힌 링을 꽂아주었다. 이거 비싼 거야. 에메랄드라고. 진성은 마치 선심이나 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보석의 투명한 푸른 빛은 마음에 들었다. 내 허무한 성기 끝에서 그것은 

그렇게 슬픈 광채를 뿜어냈다.  

링을 꽂은 이후부터 진성은 왠지 나를 자기 소유물처럼 취급하려 했다. 생활비 대 줄테니 

자기 전용이 되라는 말도 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리 와 봐.- 

섹스가 끝난 후 일어서려는 나를 전에 없이 진성이 끌어당겼다. 그는 가만히 내 유두와 

페니스에 꼰혀진 링을 만지작 거리더니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나를 그의 무릎에 앉혔다. 

살이 많이 빠졌는데..진성이 웃으면서 요즘들어 살이 내리기 시작한 내 허리부분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가 하는 데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요즘 네가 갑자기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 

-네가 순종적인 거야, 내가 무섭기 때문이라는 거 알고 있고, 너 같은 거 내가 하고싶은 

데로 해도 되는 남창이란 거 아는 데도 너한테 조금은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려고 

한단 말이다.-  

-미친 놈..- 

웃기지도 않았다. 

-넌 날 원망하겠지? 죽이고 싶겠지? 알고 있어.뭐 신경쓰지는 않지만.- 

진성이 피식거리면서 내 아래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그가 이렇게 섬세하게 나를 만진 

적은 처음이라 나는 당황했다. 내 에메랄드가 서서히 일어서며 반짝 빛나는 것을 진성과 

나는 물끄러미 바라다 보았다.  

-...내 전용이 되라는 거 빈말 아냐. 너야 내가 무섭고 싫겠지만, 잘 생각해봐. 너 여기 

나가면 어디 갈 데 있어?- 

네 펫으로 평생을 보낼 생각은 없다고 말하려는 데, 문이 열려 있었던지 최경식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도 진성도 경식도 잠시 말을 잊은 채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벌거벗은 채로 피어싱을 드러낸 채 진성의 무릎에 안긴 채로. 진성은 내 페니스를 

만지작거리는 손을 채 떼지도 못한 채로.  

경식의 경악한 표정은 그로테스크할 정도였다.  

-...지...진성아...?- 

서진성은 역시 서진성이었다. 그는 아주 잠깐 당황했을 뿐, 곧 표정을 가다듬고, 내가 

매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경식에게 말했다. 무릎에 안겨 

있는 나는 아주 그럴듯한 창부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경식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서진성의 무릎에서 내려와 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다. 막 바지를 

입으려는데 경식이 내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유두의 피어싱이 바닥에 

부딪혀 아팠다.  

-이 쓰레기 같은..- 

곧이어 발길질이 날아왔다. 명치에 맞았는지 갑자기 방안이 빙빙돌기 시작했다. 죽일 

듯이 날 뛰는 경식의 모습과 빈정거리는 미소를 숨긴 채 말리는 척을 하고 있는 진성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 후 나는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경식의 오피스텔에서 살게 되었다. 진성은 내가 

경식의 지배 아래에 들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겠지만, 그로서도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일로 진성은 경식의 신뢰를 어느 정도 잃은 셈이었다. 경식은 절대 순수라고 

생각했던 진성의 의외의 모습을 반신반의하고 있는 듯 했지만, 결국 모든 책임을 

희생양으로 삼기 딱 좋은 내게 돌린 듯했다. 원룸에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맞은 후에 

회복하느라 사흘 정도 누워지냈지만, 경식의 폭력이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종종 아주 작은 이유로도 때로는 아무이유도 없이 얻어맞았다.  

경식이 무서워서 섹스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잠자리에서도 시키는 데로 그를 

만족시키지만, 그러면 오히려 다른 놈들한테도 이런 식으로 해줬냐고 더럽다고 때리는 

그였다. 특히 피어싱한 것 때문에 많이 맞았다. 죽어라고 패면서 섹스한 다음날이면 

죄의식 때문인지 예민하게 굴었다.  

경식은 나라는 지저분한 존재에 대해 여전히 마음이 쓰이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하는 

듯했다. 그는 나를 미워하면서도 원했다. 혐오한다면 그냥 내버려두면 될 텐데, 그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를 때리고 강간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런 죄의식에 대한 도피를 위해 나란 존재는 자신의 

행동이 아니었어도 더럽고 음탕한 존재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러면서도 

기묘한 독점욕 때문에 늘 의심하고 두들겨 패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다. 나는 

완전히 그의 복잡한 마음 상태에 바쳐진 제물이었다.  

나는 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 그가 나가고 없으면 들어올까봐 두렵고, 

현관에서 그가 들어오는 기척이 나면 무슨 트집으로 맞을까봐 떨었다. 미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그런, 인간 이하의 삶에 내가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도망가려면 도망갈 수도 있는데, 왜 나는 경식과 살고 있는 것일까. 

-감자 피자 라지로 한 판이요.- 

어젯밤 말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흠씬 두들겨 맞은 탓에 식사준비고 뭐고 때려치고 

누워서 끙끙거리고 있자 경식이 피자를 시켰다. 그는 내가 아프다고 오늘은 일부러 

집에서 일한다고 했다. 제발 그러지 말고 회사 가라고 했으나, 자기 없는 사이에 사내를 

끌어들이려고 그러냐고 따귀나 얻어맞았을 뿐이다. 이젠 가볍게 따귀 한 두대쯤은 

일상이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침대에 누워 상관도 안하고 있자, 바지를 벗고 다가왔다. 실컷 

패 놓고도 아침 섹스는 절대로 거르는 법이 없었다. 처음 맞았을 때는 기가 막히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반항도 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다리를 벌려주었다.  

-윽...- 

경식이 내 다리를 들어서 자기 허리에 걸치자 허리가 들려지며 통증이 왔다. 

-제발..살살 해 줘.- 

두려움을 누르고 애원해보았다. 경식이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내뱉았다. 

-닥쳐, 걸레 새꺄. 좋아서 흥흥거리는 주제에.- 

사정도 봐주지 않고 밀고 들어오는 통에 아무리 바텀이 천성이요, 근래에는 단련된 탓에 

약간의 매저기질마저 생기는 나라지만, 쾌감이 있을리 없다.  

경식의 주장은 그렇다. 나는 애초에 사람 대접을 해 줄 필요도 없이 길들였어야 한다고. 

나란 놈에게 자유를 주어봤자, 길거리에서 사내나 꼬시고 결국엔 마약 중독자로 일생을 

마감할게 뻔하다고. 그래서 나는 이런 대접이나마 받으며 경식이 돌봐주는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7년 전에도 그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나는 더러운 호모라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정말, 개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는 끝까지 정당하다.  

그나마 어젯밤에 때린 것을 조금 미안하게는 생각하는지 그가 빨리 사정하고 나를 

놔주었다. 나는 그가 몸을 빼는 데로 축 늘어져버렸다. 경식에게 시달리느라 요즘 나는 

예전에 통통했던 모습을 잃고 점점 말라간다. 경식은 안는 맛이 나빠지고 있다며 

투덜거린다.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더니 곧 타월로 하체를 감싼 경식이 머리에서 물을 

떨어뜨리면서 나왔다. 딱 벌어진 어깨에 조여진 허리, 늘씬한 다리. 

그를 보면 우성 유전인자의 조합이 뭔지 확실히 알 것만 같다. 살이 내려 볼품 없는 

몸매가 더 여실히 드러나는 나는 열성 인자의 조합? 엉덩이에서 그의 정액이 흐르는 게 

느껴지자 나 역시 씻고 싶었지만 일어날 기운도 없다.  

피자 배달부가 오고 경식이 돈을 치르는 게 보인다. 애티가 어린 피자 배달부는 경식의 

하체만 가린 몸을 보고 얼굴을 붉혔다. 그가 고개를 삐뚜름히 해서 오피스텔  한 켠의 

침대위에 힘없이 누워 있는 

나를 보고 더 얼굴을 붉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시트를 끌어올려 얼굴을 덮었다. 

-야, 와서 먹어.- 

-...지금은 못 먹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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