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7)

-널 좋아해.- 

17살, 고등학교에 들어 간 해. 나는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알았다. 그리고, 내 

고백을 받은 사람은 그 감정이 더럽고 용납될 수 없는 호모 섹슈얼의 욕망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강간이라는 형태의 답변으로.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서진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외가 쪽은 학원 재벌이고, 

아버지는 저명한 법조인인 그는 전체 수석으로 입학해 졸업 할 때까지 한 번도 수석을 

놓쳐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게다가 학생회장에, 응원단장. 공부만 하는 샌님이 아닌 

스포츠맨 타입인 그는 단정한 용모로 인근의 여고에선 팬클럽까지 결성되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런 그를 언감생심 처음부터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좋아하고나서 오히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1학년 여름 

축제 때 미술 전시장에서 내게 떨어진 액자를 우연히 옆에 선 그가 날렵하게 

잡아채주었을 때, 나는 비로소 유명한 학생회장의 콧날이 수려하면서도 아름답고, 

액자를 잡아주는 동작이 얼마나 절도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도와주고 나서 씩 웃으면서 

조심해라고 한마디 건네고 멀어져가는 그 모습에 반해 한참 동안이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어린 소녀가 선생님을 좋아하거나 아이돌 스타에게 빠지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속으로만 삭였어야 할 그런 감정. 

그러나 그가 보여준 그 선량한 미소에 반한 나는, 절대 받아들여주진 않겠지만 그래도 

사모하는 그에게 내 감정을 고백해 보자는 대단한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와 내가 

남자라는 것은 그다지 안중에 없었다. 내가 그에게 느낀 것은 존경심이 섞인 사랑이었고, 

절대적으로 플라토닉한 것이었기에. 

그에게 널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냥 그렇게 순수한 감정이었다. 딱히 사랑이라 

이름 붙이기도 애매한, 사춘기가 약간 늦된 소년의 센티멘탈한 고백. 좋아한다고, 친구가 

될 수 없을까라는 아주 섬세한 고백..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고백을 들었을 때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처음 그의 눈빛에 스쳐간 것은 놀라움, 그 다음엔 호기심, 그리고는 강렬한 적의.  

그는 말 없이 한 동안 나를 쳐다 보다가 그대로 내 배에 발을 날렸다. 공수도를 배운 그의 

발차기는 매서웠다. 하지만, 그가 설사 살짝 건드린 정도에 지나지 않더라도, 나는 

두려움때문에라도 쓰러졌을 것이다. 거절당했다는 두려움, 상대의 어떤 면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한 방에 나가 떨어져 멍하니 올려다보는 나를 지긋이 

즈려 밟으며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서 나는 뒤늦게 선량함 대신 사악한 쾌감을 보았다. 

그는 웃으면서 내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좀 학교 생활이 지겹지 않게 되었군. 쿡쿡-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그는 충분히 스릴 넘치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루함 따위의 감정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그 때부터 자퇴서도 제대로 내지 않은 채 마치 도망치듯 그 학교를 떠날 때까지 1년 가량 

나는 이름대신 '공중변소'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응원단장인 그는 운동 써클의 과격한 패거리들과 어울렸고 거의 그두목급이었던 것 

같다. 운동부 애들은 서진성에게 감히 고백을 한 변태 호모인 나를 가만히 놔 두지 

않았다. 게다가 나라는 존재는 남성으로서 그들의 자부심에 흠집을 내는 참을 수 없는 

호모자식이었다.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들에게 불려다녔다.  

이미 모든 사실을 알아차린 반 아이들의 말 없는 조소를 받으며 지옥같은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김 없이 교실 뒤 쪽에서 사디즘과 혐오감이 범벅이 된 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은 나를 데리고 체육 창고로 가기도 하고, 빈 교실로 데리고 가기도 했다. 어쩔 때는 

호모 린치를 보여 준다고 자신들의 후배들을 불러 놓고도 그짓을 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나를 호모라고 부르며 강간한 그들에게 나는 애널 섹스가 뭔지 

배웠고, 내가 정말로 호모 섹슈얼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끌려다녔던, 

1년 동안 나는 거의 넋이 나가 있었다. 반항 같은 것은 처음부터 감히 생각도 못했다. 내 

고백을 들은 서진성의 반응만으로도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정말 더러운 변태고, 그래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며 

앞으로도 제대로 된 인간이 되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더러운 변태인 나는 정상적인 

인간들의 학대를 감내해야 했다. 바지를 벗으라면 벗었고 다리를 벌리라면 벌렸다. 

엉덩이를 세우고 엎드리라는 치욕적인 자세를 요구할 때도, 그들의 페니스를 빨라는 

요구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들도 나도 17살. '성'이란 것은 미지의 영역이자 

가장 흥미있는 영역이기도 했다. 나라는 좋은 배설 대상이 생기자, 그들은 은밀히 

돌려보던 포르노 테입, 잡지 등에서 본 모든 지식을 나를 상대로 연습하려고 들었다. 

한 아이가 바이브레이터를 사 오면 나는 그것을 뒤에 꽂고 잡지의 여자처럼 자위를 해 

보여야 했고, 나른한 음악에 맞춰 스트립쇼를 해야 했다. 나도 그들도 곧 그런 것들에 

빠른 속도로 능숙해지기 시작했다. 17, 18살은 그런 일을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나이였다. 

나는 쉬는 시간 10분 동안 펠라로 두 사람 이상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고, 집단 강간 당하는 것쯤은 일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들이 노말이고 

BDSM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집단적인 강간은 거의 공개적으로 마치 처벌처럼 행해졌으나, 서진성은 위엄있는 

학생회장이자,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 답게 단지 얼음같은 시선으로 참관하기만 할 뿐 

한 번도 거기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날 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버진을 빼앗은 것은 서진성이었다. 

  

내가 그에게 수줍게 고백을 했던 첫 날 빈 교실에서 그는 날 강간했다. 뒤늦게 내 철 없는 

고백의 엄청난 결과를 깨닫고 울면서 용서를 비는 나를 날렵한 공수도 솜씨로 반쯤 

정신이 나가게 만든 뒤 아주 능숙하고도 가차 없이 나를 범했다. 그 당시에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잘 몰랐지만, 분명 그는 남자를 안은 것이 처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얼굴과 차가운 지성 아래에 출구를 찾지 못해 들끓고 있는 악마성을 

발견하고 나는 전율했다. 그 후론 날 안지 않았지만, 내가 당하는 것을 보는 그의 

표정은... 그러나 겉으로 그는 여전히 모범적인 학생회장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의 

운동부 친구들에게조차..     

그래도 1년 가까이나 달아나지 않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거친 녀석들의 

노리갯감으로 지냈던 것은 그들의 말처럼 내가 신에게조차 버림받은 존재라 할 지라도 

나는 나자신을 포기할 수 없다는 고집때문이었다. 지옥같았지만, 학교도 집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를 돌려 안는 녀석들의 거친 애무에서 말도 못할 짜릿한 쾌감을 

느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자살을 생각했다. 그들 말대로 나는 정말 더러운 호모새끼였던 

것이다.  

더 이상 학교와 집을 지킨다는 것이 무의미했다.  

결국 죽을 용기는 없어 자살 대신 도피를 택했지만, 내 정체성을 인정하고 제대로 살려고 

결심하기까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족들과는 여전히 연락하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섹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요 이삼년 사이의 일이다.   

쓰레기 같은 인생에서 간신히 벗어난 나에 비해, 이제 완전히 한 사람의 남자로 훌륭하게 

성장한 그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 눈부심 아래에 숨겨져 있을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두움이 두려웠다. 나와 그는 잠시 말을 잃고 서로를 쳐다 보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도 놀랐을 것이다.  

-반갑군. 오랜 만이야.- 

서진성이 침묵을 깨고 씩 웃었다. 

-...- 

들고 있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별로 변하지 않았군.이따금 경식이가 네 얘기를 하곤 하지.- 

경식? 축구부장을 말하는 건가...나를 가장 심하게 다루었던.. 

숨이 가빠왔다. 진성이 천천히 아보카도를 다시 내려놓고 내게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움찔하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훗...그렇지 않아도 요즘 심심하던 차였어. 아주 잘 됐군.- 

아아....7년전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나는 그의 무서운 얼굴을 바로 볼 수가 없어서 그를 

외면한다.  

아니, 조금 있으면 A가 퇴근할 시간이다.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 난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지? 난 지금 노말들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아냐. 고등학교를 때려친 

지 7년이나 지났고, 이젠 남자와 동거하고 있어. 내가 강간당했다는 것을 다 아는 

남자와. 그 동안 숱한 경험을 했잖아? 더 이상 내가 왜 이 녀석을 두려워해야해? 

-우...웃기지마. 너 따위와 할 얘기 없어.- 

하지만 왜 목소리가 떨리는 걸까. 

진성은  아주 가소로워하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나는 모자를 눌러쓴 그에게 멱살이 잡힌 채로 할인 마켓에서 끌려나왔다. 

쇼핑객들이 웅성거렸지만, 당당하게 나를 끌고가는 그의 태도에 아마도 소매치기라도 

잡아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했다. 

온 몸의 힘이 쭉 빠져버리는 것 같다. 비명이라도 지르던지, 저항이라도 해야 되는데, 

아무 것도 할 기운이 없다. 

나는 개처럼 낑낑대며 그에게 끌려갔다.  

그가 나를 호텔 침대 위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무력감과 두려움에 한 동안 얼굴을 처박고 

흐느꼈다.  그는 그런 나를 우뚝 서서 한 동안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보내달라고 애원해보았다.   

진성은 대답 대신 담배를 피워 물며 의자에 걸터 앉았다. 7년 동안의 진성과 나의 역학 

관계는 훨씬 심화된 모양이었다. 내가 초라한 몰골로 연인도 아닌 남자의 집에 얹혀서 

가정부 일을 하면서 지내는 반면에 진성은 외제차를 소유하고 특급 호텔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생각하니 7년 전처럼 옳고 그른 것과 

관계 없이 이기는 것은 항상 그였다. 반항해보았자, 매질과 윤간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침대 한 구석으로 기어가서 머리를 다리 사이에 

파묻었다. 

-...내게 뭘 원해? 너 처럼 대단한 사람이 나 같은 호모새끼한테 왜 이러는 거야...- 

간신히 짜낸 말에 그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도 날 끌고 온 이유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우연히 옛날에 걸레 취급하던 놈을 만났다.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서 제법 

목소리를 내는 게 신기해서 일단 끌고 온 거겠지. 별다른 이유 같은 것도 없을 거다. 말 

그대로 심심풀이. 그의 단정하고 완벽한 일상에 우연히 나타난 나는 얼마든지 밟아 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보일까.   

그는 무언가를 인정하기 싫을 때 사람들이 보통 짓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답 없이 입고 있던 셔츠를 갑자기 벗어던졌다. 강인하게 단련된 갈색 근육들이 

드러나자 숨이 막혀왔다. 이럴 때 만큼 내게 게이이고 그에게 반한 적이 있다는 것이 

증오스러운 적은 없었다.  

그가 처음으로 내 버진을 빼앗았던 그 날 밤이 생각났다. 그가 상의를 벗은 채 우뚝 서서 

우아한 동작으로 혁대를 끄르기 시작했다. 

그가 숨을 삼키는 나를 눈치채고 경멸하듯 웃었다. 

-고등학교 때 나를 훔쳐 보며 자위했던 생각이 나나 보지?  지금도 분명 안기고 싶겠지? 

이 창녀야.- 

-아냐... 아냐..!!- 

고등학교 때 자위를 내게 가르친 건 네 패거리들이었어. 비뚤어진 욕망에 시달린 것은 

내가 아니라 너야. 나를 엉망으로 만들면서 넌 쾌락을 느꼈을 거야.  

-걸레같은 네 버진을 취한 건 나였지. 그날 밤 나쁘진 않았겠지? 반한 상대에게 순결을 

바친 셈이니. 쿡쿡..- 

그의 얼굴에 침을 뱉았다. 단정한 그의 얼굴이 한 순간 무섭게 일그러졌으나 곧 평온을 

되찾았다. 그가 가차없이 내 옷을 찢어내며 벗기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반항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난폭했다. 아마 A처럼 

게이 바에 가서 정식으로 파트너를 골라 감미로운 섹스를 하는 것 따위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는 마초 기질까지 있는 완전한 노말로 행세했겠지. 게이 따위는 

살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이라고 공언하고 다녔겠지. 그래서 나를 본 순간 억눌렀던 

욕망이 터져나왔을 것이다. 매춘은 싫다는 A와는 달리 그는 매춘이 아니면 절대 남자를 

안을 수 없는 것이다. 강간이나 처벌의 형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으니까... 왠지 서진성이란 인간을 알 것 같았다.  

그가 전희 따위는 없이 한 번에 삽입해 들어왔다. 내가 비명을 지르자 그의 눈에 

만족스러워하는 기색이 보였다. 강한 동작으로 허리를 움직여 박아대는 그에게 이끌려 

나는 지푸라기 인형처럼 맥 없이 흔들렸다. 쾌감 따위는 없었다. 그의 섹스는 형편 

없었다. 상대방에게 고통과 두려움 밖에는 줄줄 몰랐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힘을 빼고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매달리자, 그는 스스로 안기는 나를 비웃으며, 스피드를 더욱 빨리 

하여 내 아래를 압박해왔다.  

그는 절정을 맞자마자 더러운 것이라도 떨쳐내듯  잽싸게 내 몸에서 빠져 나가 옷을 

추스렸다. 나 같은 것 앞에서 흐트러진 매무새를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가 너무나 

거칠게 다루는 바람에 나는 일어나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안겼던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서 숨만 몰아쉬었다. 엉덩이 사이로 그의 정액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찢겨나간 

셔츠를 가까스로 끌어당겨 치부를 가렸다. 그는 7년 전 그 때처럼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구겨진 걸레처럼 웅크린 나를 오만하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단정하고 강한 자신과, 자신의 욕망의 배출구가 되서 

더럽혀지고 흐트러진 나.  

-음탕한 암캐, 충분히 즐겼냐?- 

그리고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자기 방어. 

-당하면서도 스스로 허리를 흔들다니, 너란 놈은 인간이라 말 할 수도 없군. 마치 

암캐같아.- 

나는 울면서 몸부림을 쳤다. 침대 시트를 움켜잡으면서 울부짖었다. 7년 전 당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망가져버린 것은 나 뿐이고 그들 모두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또다시 당해야하는 것은 나다. 왜 이렇게 굳어져 버린 것일까? 

-이젠, 용서해 줘. 다 잊고... 새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 

-고등학교 때는 화대를 지불하지 않았었지, 경식이들도.- 

그가 내 말 따위는 무시한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따금 네 얘기가 나오면, 다들 네가 남창 노릇을 하면서 살고 있을 거라고 하더군. 

맞나..?- 

-...몸을 판 적은 없어.- 

-그래? 의외로군. 하긴, 네가 상품가치가 있는 타입은 아니지. 그 때는 우리가 모두 

어렸으니 너 따위 뚱보로 만족했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렸다. 찢어진 

셔츠 때문에 위에 걸칠 것이 없다. 

-이젠, 피차 성인이니... 네게도 응당 화대를 지불해야겠지.- 

그가 십만원권 수표 한 장을 지갑에서 빼내어 내게 던졌다.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갑자기 욕지기가 치밀어 구역질을 했다.  

그가 얼음같이 차갑게 내 행동을 쳐다보더니, 머리를 움켜잡고 패대기를 친 뒤 발길질을 

했다. 나는 온 몸을 공처럼 또르르 말았다. 명치를 맞았는지 숨이 막혀왔다. 

-공중 변소였던 주제에 어디서 감히 성질을 부려?-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자, 그의 폭력에 가속이 붙었다. 그는 섹스만큼이나 폭력도 불이 

붙으면 억제할 수 없는 타입인 듯 했다. 머리에 배에 발길질이 날아오고 머리채를 잡혀 

일으켜 세워진 뒤 샌드백처럼 주먹질을 당했다. 눈 앞에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거의 필사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다, 나중에는 엎드려 빌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의 발 밑에 엎드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가 다시 수표를 꺼내 발치에 던졌다. 그가 다시 때릴까봐 움찔거리면서 돈을 주워 

바지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그가 담배를 피워 물며 만족했다는 듯이 웃었다. 

-경식이들도 널 만나기를 원할 거야. 네가 남창이 되 있더라고 알려 줄 생각이거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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