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꿈을 꾼다.
그것은 여자애들이 잘 보는 하이틴 로맨스의 흔한 설정이다.
밤마다 반복되는 비슷한 꿈 속에서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가늘고 쭉 뻗은 섬세한
골격과 자신에게 부여된 신의 특혜를 의식하지도 않는 것 같은 고상한 성격을 함께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
그는 대개 갈색 피부에 늘씬한 근육질이다. 움직임에 여유가 있고 관능미가 넘쳐 흐르는
위험한 타입. 그런 남자가 여리고 섬세한 나를 포획하듯 잡아채 뜨거운 사랑을 하는 꿈.
남자는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섬세한 나에게 너무 빠져 있어 격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난폭하게 나를 다루는 남자에게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매혹되어 가는 나. 끝에는
항상 격렬한 정사를 동반하는 꿈...
꿈 속에서만큼은 나는, 주인공이 된다.
젠장.
간밤에도 예의 꿈에서 너무 격렬한 정사를 치른 탓인지, 25살이라는 나이 답지 않게
몽정이라는 것을 해버렸다. 아침부터 시트와 속옷을 빨아야한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일단 대강 말아 한 구석에 치워 놓을까. 세수를 하다 본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문득 웃음이 나온다.
그리스의 미소년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왔던 꿈 속의 내 모습은 단지 꿈일 뿐이다. 현실의
나로서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거울 속에는 지방기 때문에 얼굴선이 다소 뭉그러진 통통하고 수더분하게 생긴 20대
중반의 남자가 찌뿌둥한 표정을 하고 있다.
촌스럽고 살찐, 파트너가 있지만, 어젯밤도 혼자 상상을 하며 남긴 흔적을 치워야 하는
남자.
아주 이따금씩 밖에 안아주지 않는 파트너를 위해 집을 청소하고 식사를 만들고 빨래를
하며 그를 기다리는 청승맞은 남자.
거기다 바텀 타입의 게이.
그것이 나다.
A는 어젯밤도 잘 가는 호텔방에서 원나잇 스탠드를 한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그 잘난
친구들과 그들 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대화를 하며 밤을 지새웠을 지도 모른다.
그가 한번 자신의 '친구'들을 집에 데려왔을 때, 나는 그들은 소위 '계급'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현대 사회에서 계급이란, 돈이었다. 그리고 그 돈은 용모와 지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하나 같이 훤칠하게 큰 키에 귀티나게 깨끗한 피부, 세련된 매너의 그들은 말끝마다
영어도 아닌 야릇한 외국어와 무슨무슨 '주의'를 붙이기를 좋아했다. 풍족하기에 많이
배우고 배웠기에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이었다. 호모 섹슈얼과 헤테로가 '세련되게'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나 존재할 법한 사람들 앞에서
나는 차라리 초연하지도 못하고 시종일관 비굴하게 더듬거렸다. A는 물론 나란 존재가
창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 역시 빈티나고 촌스럽기 그지 없는 내 통통한 몸과
말투에 꽤나 놀랐을 것이다. A정도 되는 남자가 왜 나같은 촌닭을 집에 들였는지
궁금했겠지. 그들은 자기들끼리 활기차게 얘기하다가도 내가 안주 접시 따위를 들고와
곁에 앉으면 마치 백조들이 무리에 잘못 낀 오리새끼를 배려하듯이 선량하기 그지 없게
내 무식과 촌스러움을 지나치게 배려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악의는 없었다. 단지 나라는 자신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존재를 A의
연인으로 동등하게 취급해야할지, 아니면 단순한 가정부로 부려야 할지 갈피를 못잡아
하는 것 같았을 뿐이다. 더구나 시종 일관 이맛살을 찌푸리고 내게 이것저것 명령하는
A의 행동이 그들의 의심을 더 부추겼을 것이다. A야 친구가 있던 없던 내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지만..
술이 떨어졌잖아. 가서 사와. 얘는 국산 맥주 싫어하니까, 얘꺼는 하이네켄으로 사오고.
야, 여기 안주가 엎질러졌다, 빨리 닦아.
찌게는 아직 안 끓었어? 멍하니 있지 말고 빠릿하게 좀 움직여.
아, 니네는 가만히 있어. 손님이 무슨.. 쟤가 다 할테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그의 친구들의 술 시중을 드는 것은 상관 없었다. 애초에 그나, 그가 속해 있는 사람들과
동등해지겠다는 것은 감히 꿈꿔보지도 못했기에 그런 것쯤은 넘겨버릴 수도 있었다.
맥주를 사러 바깥에 나간 사이에 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듣지만 않았더라도.
집이 아주 깔끔한데. 너 이렇게 사는구나.
네 파트너 아주 착해 보인다. 음식솜씨도 좋고. 어려 보이는데 스물은 넘었지?
선량한 그의 친구들은 나에 대한 칭찬을 했다. 그러나 고맙지는 않았다. 그들의 그런
칭찬, 내가 없는 사이에 은근슬쩍 떠보는 듯한 그런 칭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와 그의 관계를 묻고 있는 듯한 암묵적인 시선
앞에 A는 냉소를 지으며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시니컬하다. 사는 데 이따금 양념도 필요하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쿡.. 쟤? 파트너라기보다는... 그냥 가정부 하나 들였다고 봐줘. 고등학교도 안 나오고 저
나이 될 때까지 게이 바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살던 애야. 오갈 데 없는 것이 안
됬기도 하고.. 파출부 두는 것보다는 비용도 적게 먹히겠다 싶어서 데려다 앉혔다. 아,
물론 부대 서비스로 이따금 섹스는 하곤 하지.. 뭐 자위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의 친구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안심했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도 졸업 못했다고? 양아치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수더분한게.
뭐 함부로 놀던 애는 아닌 거 같고..경험이 많은 것 같지는 않으니까.. 일단 저런 외모
조건으로 그럴 제비나 되나. 날라리라면 차라리 세련되기나 했게. 그냥 어영부영하다
중퇴했나봐.
쿡...파출부라면서 할 건 다 하고 계시나 봐? 어때? 통통한게 촌스러워도 입맛 버릴 거
같지는 않던데..
그야 뭐...봤듯이 순종적이긴 하니까. 잠자리에서는 하라는 데로 다 하지. 내가 나가라고
할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야. 그런 걸 보면 좀 안됐기도 하고...
싫증나면 나한테 넘기던지. 난 통통하고 어려 보이는 타입 좋아해. 게다가 오늘 음식
솜씨는 아주 마음에 들거든, 하하하.
그리고는 나와의 잠자리 얘기들..
나는 얼어붙은 듯이 문가에 서서 그와 친구들의 질벅한 대화를 끝까지 듣고 있었다. 많이
배우고 고상한 그들이 섹스 얘기는 그렇게 천박하고 질퍽하게 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도 못 나온 나지만, 마찬가지로 못 배운 내 친구들이지만, 파트너를 두고 그런
대화를 나눠 본 경험은 없었다. 이렇게 사람 하나를 비참한 지경으로 몰아넣고 낄낄거린
적도 없었다.
A는 친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나를 발가벗기고 있었다. 펠라를 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살집이 있어서 안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든지... 나는 고상하고 많이
배운 그들의 술안주였다.
나는 그냥 서서 그들이 나라는 씹기 좋은 화제를 끝내고 다른 화제로 넘어가, 내가
등장하더라도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을 때를 기다렸다 들어갔다. 아무것도 못 들은 척
헤헤 웃으며..
그리고 그 날 부터 나는 그를 되도록 사랑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되도록...
그를 처음 만났던 밤, 일하던 게이 바에서 더 이상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석달
동안의 실직 생활 만에 간신히 잡은 직장이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용역 시장에 나갈 만큼 악착스럽지도 못했다. 나는
사장한테 매달렸다. 그러나 사장은 차가웠다. 탑인 그는 아름다운 소년들에게만 약했다.
나 같이 평범하고 나이도 적지 않은 바텀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을
채용하기로 했다는 말만 간단히 하고 그는 매달리는 나를 구석에 세워 놓은 채 바의 젊은
손님들과 연신 웃어댔다. 곱게 나가달라는 제스처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나는
비참을 자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구석에 서서 사장이 돌아봐 주기만 기다렸다.
그날도 A는 바 한 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날따라 혼자였다. 그는 내가 일하던
때부터 단골이었다. 항상 아름다운 사람을 동반하고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근육을
자랑하며 바 안의 시선을 모으던 남자였다. 늘 팁을 후하게 주던 그를 나는 아무도
모르게 사모하고 있었다. A만 들어오면 실내가 환해지는 것 같았다. A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었지만, 할 수 없었다. 나 같은 애한텐 자존심이라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자존심이란 것은 하루 하루 먹고 살 걱정에서 해방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사장이 드디어 짜증을 냈다. 나가란 말야. 얘가 질기게 왜 이래. 가게 안의 시선이 한
순간 내게 쏠렸다. 그들은 내 평범한 외모와 궁상이 흐르는 차림새를 보고 이내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끌어낼 때까지 버틸 셈이었다. 그렇게라도 버텨야했다.
결국 기도들이 와서 나는 차가운 보도 블럭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들은 귀찮은
놈이라는 짜증을 감추지 않은 채 돌아섰다. 한 사람이 어깨 너머로 침을 뱉았다. 내 몸
위로 뱉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쓰러진 채로 가만히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곰씹고 있었다. 갑자기 더 살 이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때 쓰러진 내 옆에 한 눈에도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명품 가죽 구두가 우뚝 섰다. 저
구두 한짝만이라도 아무리 못 살아도 석달은 먹고 살 수 있을 텐데...슬몃 올려다보니
A가 담배를 피워 물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쫓겨났구나. 여기서 일하던 애 맞지?
나는 아무 말 없이 A를 올려다 보았다. 항상 몰래 바라보던 그의 잘생긴 콧날과
날카로운 턱선이 우아하게 세워진 코트 깃 에 살짝 가려져 있었다. 그 때 나는 낡은 비닐
점퍼 차림이었다.
이런... 울지 마. 거 참...난처하군.
어느 순간 울고 있었던 것인지, 나는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흠모했던 사람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정말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서서
걸어가려는데 놀랍게도 A가 나를 불렀다.
이봐, 같이 갈래?
동정이었을 것이다. 직장을 잃고 낡은 점퍼 차림으로 추운 겨울 밤을 울면서 걸어가야 할
나에 대한 동정이었을 것이다. A는 언제나 팁이 후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직장을 잃은 것도 상관없어졌다. 다음날부터 굶는다하더라도
그와의 하룻밤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A는 그날 밤 나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의 침대 위에서 가졌던 첫 정사를 나는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열렬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날 그는 파트너와 어떤 일로 약속이
깨졌을 것이다. 그 대용으로 마침 동정심을 자극하는 나를 집으로 데려간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내게 별다른 흥미가 있었을 리 없었다. 그의 연인들은 언제나
최상급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그를 즐겁게 해주려고
애썼다. 아름답지는 않아도 기분좋은 잠자리를 제공했던 애로 기억되고 싶었다.
나중에는 덤덤하게 나를 안던 A도 조금은 괜찮아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내가 정성을 다해 차려낸 아침상을 함께 먹으면서 A가 제안했던 것이다. 직장을 구할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살림을 맡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호모 섹슈얼이라는 점에
구애받지 않는 편한 가정부가 필요했다고.
그는 담담한 계약 관계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 감정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실수를 했다. 나는 그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에게 엉겨 붙기 시작했던 것이다.
토요일 저녁에 A와 겸상하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다. 금방 목욕하고 나온 A는 검은
나이트 가운에 회색 바지차림. 가운 사이로 드러나는 가슴 근육이 아름답다. 약간 고개를
숙이고 수저질을 하는 모습도 품위가 있다. 서른을 넘었지만, 이십대라해도 믿을 것이다.
나는 먹는 사이사이로 그의 모습을 훔쳐보기에 정신이 없다. 오늘 밤은 그가 나를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그가 귀찮아 할까봐 대놓고 조르지는 못하지만, 그가 내가 그와의
잠자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그래서 그가 날 데리고 자면서도 우습게 여기는
지도 모른다.
-과일 깎을까요?-
-음..-
A가 전축을 켜고 긴 의자 위에 나른하게 눕는다. 그는 오늘 밤 집에서 조용히 쉴 예정인
모양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느껴졌다.
커피와 과일접시를 들고 그의 의자 옆 바닥에 앉았다.
내가 다소곳하게 굴면 그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는 절대로 탑 성향으로 아름답고
섬세한 바텀을 좋아하지만, 아쉽게도 내게는 그런 면이 없다.
사과를 예쁘게 깎아봐야겠다. 노력하면 A도 나를 조금은 예쁘게 봐 줄지도 모른다.
A는 담배를 피워문다.
-야...-
-...으응...?-
-이리 와 봐.-
너무 좋아하는 티를 안 내려고 애쓰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
A가 원한다. 자존심도 없이, 나는 그의 소위 마스터베이션 대용품이 된 것을
행복해한다.
-쿡... 쿠션이 더 생긴 것 같은데...-
나를 카펫 위에 눕히고 다리를 들게 하다 A가 웃는다. 내가 살이 더 쪘다는 조롱인 걸
모르지 않지만, 못 알아들은 척 한다.
-...-
-으음....-
-하아....-
A의 섹스는 감각적이다. 나 같이 촌스러운 타입에게는 과분한 남자. A의 탄탄한
배근육이 내 토실한 뱃살 위로 닿는 것이 느껴지자, 그것만으로도 오르가즘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앙....-
-쿡...너 남창 일도 한 적 있지..?-
몸 속에 느껴지는 그의 기운에 신음을 하다 그의 난데없는 질문에 소스라친다.
-아뇨..-
-거짓말 안 해도 돼.-
-아냐... 정말 아니에요...-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언제나 A는 나를 밑바닥에서 할 짓 못할 짓 다하고 살아온
그런 애로밖에 취급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조신하게 굴어도 예쁜 척을 해도 마찬가지다.
A에게 나는 그런 애다. 가슴 한 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죽어도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다른 얘기도 아니고, 이런 얘기를 듣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정말, 그런 짓 한 적 없어요.-
나는 다시 한 번 강하게 부정하지만, A의 눈에 얼핏 지겨움이 스치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그는 나를 하나의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가 내가
매음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사실이던 거짓이던 그에게는 상관 없는 것이다. 그는
생각하고 싶은 데로 생각할 뿐이다.
-뭐... 나완 상관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내 집에 있는 동안은 자제해. 난 마약과
매춘만큼은 절대 사절이야.-
그렇다면 지금 이건 뭐지? A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내게 따뜻한 집과 먹을 것을
제공하고 내가 당신의 가정부 노릇과 잠자리의 위안을 주는 것. 이건 당신이 그렇게
혐오한다는 매춘과 아주 많이 다른 건가? 내가 그날 밤 그렇게 기교를 다해 당신을
만족시켜주지 않았더라도 내게 이 집에 있으라고 했을건가요. 상대방을 물건 취급해서
마치 몸을 파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은 당신이잖아.
하지만, 생각 속의 언어는 입에서만 빙빙 돌 뿐 입밖으로 나와주지 않는다. 습관이란
더럽다.
그가 다시 내 안으로 깊숙히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거침 없는 동작이다. 약간 거칠게 느껴지지만, A의 기분이 그런가보지 하고 애써
생각한다. 날 남창이나 했던, 함부로 박아도 되는 그런 애로 취급해서 이러는 것은
아닐거야. 그래, 아닐거야.
고통이 있어도 A의 몸은 달콤하다. 내 허리가 한도 없이 휘어진다. 그가 허리를 흔드는
나를 보고 묘하게 웃는다. 입꼬리만 올라가는 웃음. 그는 나를 경멸하고 있는 걸까?
-하아....-
-음... 뒤로 돌아 누워 봐.-
-.....-
싫어하는 체위. 그는 내가 뒤로 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모른다. 분명 몸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질 텐데도 모른다. 아니, 내 취향 따위는 알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 나를 엎드리게 한다. 오늘은 더군다나 거칠다. 망설이는 나를
가차 없이 돌려 눕히고 함부로 삽입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온 몸이 굳어지기 시작한다.
-...젠장.... 힘 좀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