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크맨-251화 (249/293)

251화

9.

“아얏!”

회담을 위해 준비된 성 내에 출입이 허락된 사람은 백 명을 넘기지 못했다. 이제르트 백작가와 무블 백작가 소속의 사람들이 회담을 돕기 위한 몇몇 사람들이 전부였다.

이제르트 백작가의 병사들은 그런 백여 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탐색을 시작했다.

“뭐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비명소리가 나는 건 당연했다.

뾰족한 바늘 따위로 몸을 찌르는데 아프지 않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란 의미니까.

대부분이 고통을 호소했다.

그리고 그들이 고통을 호소할 때 병사들은 그들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다음 타깃을 찾아 이동했다.

성 내가 아수라장이 되는 건 당연했다.

“뭐하는 짓인가!”

“이제르트 백작가의 병사들? 아니, 대체 이게 지금 무슨 행동인가!”

“빌어먹을 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특히 병사들, 기사들의 반응은 살벌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블 공작의 호위를 위해서 신경이 머리 끝까지 곤두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단은 적국의 병사가 갑자기 와서 뾰족한 것으로 몸을 찌른다.

이건 선제공격임과 동시에 기습공격이다.

반사적으로 무기를 휘두르는 자들도 있었다. 그 검에 이제르트 백작가의 병사들이 다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제르트 백작가의 병사들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이제르트 백작을 지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호위 행위였다.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걸 하다가 목숨을 위협받는다고 해서 그 사실에 겁에 질려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건 더 말도 안 되는 짓이니까.

그러는 사이 결국 참다 못핸 무블 공작가의 기사단장이 포비어를 찾아왔다.

그냥 찾아온 게 아니었다.

포비어를 향해 검을 뽑으며 말햇다.

“이게 무슨 짓이오?”

포비어는 그 검 앞에서, 서슬퍼런 칼날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일단 사과부터 하겠소.”

“사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중이 궁금한 것이오. 지금 이건 도발이오?”

“아니오.”

“그럼 이게 무슨 짓이오?”

포비어가 입을 열었다.

“콩탄 왕국에는 흑마법사의 마수가 뻗쳐 있소.”

흑마법사란 말에 무블 공작의 기사 표정이 시커멓게 굳었다. 모를 리가 없다.

이야기는 들었다.

아니, 애초에 슈페언 백작이 콩탄 왕국을 쳐들어간 명분이 무엇이었던가? 흑마법사다.

흑마법사 때문에 모든 일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무블 공작 역시 콩탄 왕국으로 향하면서 마법사를 대동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 지금 흑마법사가 거론됐다.

“그 흑마법사는 기존의 탐색 마법으로는 발견이 불가능한 괴물을 만들어냈소.”

“괴물이라고 하면?”

“우리는 블레이더라고 부르는 괴물이오. 시체 썩는 냄새도 나지 않고, 사람처럼 웃고, 떠들며 표정까지 짓는 놈이지만 몸속에는 무시무시한 칼날채찍을 숨기고 있소. 놈을 평범한 인간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은 오직 한 가지 뿐이오.”

“그럼 지금 이건…….”

“그렇고, 놈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오. 만약 바늘에 찔리고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면…….”

그때였다.

“으아악!”

엄청난 크기의 비명소리가 성 안을 가득 채웠다.

10.

블레이더의 등장이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이제르트 백작가의 병사들 그리고 기사들이었다.

“백작님을 대피시킨다!”

그 모습에 무블 공작가의 기사들도 정신을 차렸다.

“무조건 무블 공작님의 안전이 우선이다! 무블 공작님을 호위하러 움직여라!”

그렇게 두 기사들이 동시에 회담 장소로 뛰쳐들었을 때는 이미 블레이더가 한 마리 난입한 상황이었다.

블레이더의 정체는 일을 돕기 위해 투입된 하인이었다. 그런 하인의 팔이 뚝 떨어지더니 그곳에서 괴상망측한 칼날채찍이 튀어나왔다.

그 칼날채찍은 무블 공작과 이제르트 백작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기사들이 난입한 것이다.

기사들의 눈이 번쩍였다.

그들은 막아! 라고 소리지르지도 않았다. 동시에 움직였다. 개중에서 가장 빠른 건 포비어였다.

포비어는 단숨에 블레이더와의 거리를 좁힘과 동시에 블레이더의 가슴팍에 검을 꽂아넣었다. 그 상태로 블레이더를 벽면으로 밀어붙였다.

콰앙!

거친 소리가 났다.

다른 기사들이 잽싸게 이제르트 백작에게 다가갔다. 이제르트 백작은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무블 공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회담 장소에는 다섯 명의 기사만이 남았다. 그들은 호위를 위해 빠져나가지 않았다.

블레이더를 잡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블레이더를 잡는 것이 자신들의 주군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잡지 못하더라도 그들 목숨으로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

한편 포비어에게 찔린 블레이더는 이러다할 비명소리 한 번 내뱉지 않은 채 자신의 칼날채찍을 움직였다. 마치 팔짱을 끼려는 듯, 칼날채찍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포비어는 검을 꽂아 넣은 채로 몸을 뺐다.

채쟁!

두 자루의 칼날채찍이 서로 부딪치며 거친 소리를 냈다.

“포비어 경!”

그 순간 다른 기사 한 명이 새로운 검을 던졌다.

검을 낚아챈 포비어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르자 검에서 푸른 검날이 뿜어졌다.

파바밧!

검날은 공기를 가르며 블레이더를 향해 거침없이 날아갔다. 그 순간 블레이더는 칼날채찍으로 제 몸을 휘감았다.

채재쟁!

쇳소리가 났다.

그 광경을 본 기사들 일부가 입술을 깨물었다.

‘오러 블레이드가 튕겨져 나오다니?’

‘보통 놈이 아니군.’

그 광경을 본 포비어의 눈빛이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포비어는 검을 고쳐 쥐었다.

그 순간 포비어의 검에서 푸르스름한 오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그걸 본 기사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건?”

“오러 소드?”

오러 마스터의 상징, 오러 소드!

그거싱 지금 포비어의 손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11.

블레이더의 제압은 쉽게 이루어졌다. 협상 장소에 침투한 블레이더의 숫자는 세 명이었다.

그중 둘은 이제르트 백작가 소속의 병사들이 진행한 탐색에 걸려 금방 처치됐다.

나머지 하나는 이제르트 백작과 무블 공작의 협상 장소, 그 안까지 침투했으나 기사들의 빠른 대처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끝날 수 있었다.

일곱 명의 병사들이 크게 다쳤지만, 그뿐이었다. 그 외에 이러다할 피해는 없었다. 재산 피해는 무시해도 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다.

무블 공작가가 물러났다.

아직 협상에 따른 협약서를 쓰지 못한 상황에서 무블 공작이 일신상의 이유로 페스로 제국으로 귀환한 것이다.

이제르트 백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회담 장소에 있을 수가 없었다.

협상을 논의해야 하는 두 대표가 갑자기 물러나게 된 상황.

당연한 말이지만 협상은 중단됐다. 말이 중단이지 무효나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콩탄 왕국의 영토에서 이루어진 협상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책임은 콩탄 왕국에 있을 수밖에 없다.

페스로 제국 역시 이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일각에서는 콩탄 왕국이 흑마법사와 손을 잡고 무블 공작 암살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을 할 정도였다.

콩탄 왕국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특히 필로스 왕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이게 대체!”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 있는 걸까?

필로스 왕은 당장 알로소 자작을 불렀다. 협상 회담의 장소를 제공한 것도 알로소 자작이었고, 무블 공작과 이제르트 백작을 공격했던 하인도 전부 알로소 자작 소속이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알로소 자작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기겁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알로소 자작, 그가 필로스 왕의 명령을 거부한 것이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왕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도 대죄인데, 심지어 지금 원흉으로 의심 받고 있는 알로소 자작이 왕의 명령을 거부했다?

대죄 정도가 아니다.

이 정도면 확실하다.

필로스 왕은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보토 자작은 군대를 이끌고 알로소 자작을 내 앞에 끌고 오도록.”

필로스 왕은 그 어느 때보다 섬뜩한 어조로 휘하의 기사인 보토 자작에게 명령했다.

보토 자작은 1천 명의 왕군을 이끌고 곧바로 알로소 자작령으로 쳐들어갔다.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알로소 자작은 왕군이 왔음에도 쉬이 성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보토 자작은 곧바로 알로소 자작령으로 쳐들어갔다. 성은 하루만에 무너졌다. 보토 자작이 이끌고 온 3대의 기가스는 단숨에 성벽을 무너뜨렸고, 왕군은 단숨에 성을 넘어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을 잡았다.

이후 알로소 자작은 왕도에 끌려왔다.

그리고 왕도에 올라온 알로소 자작은 왕 앞에서 말했다.

“공포의 군주께서 내려오실 것이다. 그분께서 세상을 바꾸실 것이다. 이미 콩탄 왕국은 그분의 땅이 되었다. 필로스 왕, 감히 나를 내려다보지 마라. 조만간 그대 역시 나와 같은 시체가 되어 그분의 유흥거리가 될 것이다.”

기괴한 음색이 알로소 자작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와 함께 알로소 자작은 자결을 했다. 죽은 알로소 자작의 몸에서는 기괴한 형태의 뱀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기사들이 검을 들어 뱀의 몸뚱이를 내리찍었다.

그 광경을 본 필로스 왕은 당황하지 않았다.

필로스 왕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측근을 불렀다.

“당장 알로소 자작령을 샅샅이 조사하라. 그곳에서 흑마법과 관련된 조그만 흔적이라도 있다면 내게 알려라.”

그로부터 얼마 후, 필로스 왕이 얻은 소식은 필로스 왕을 절망케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12.

문수르는 기겁했다.

‘기어코!’

우려는 했다.

카카라크의 이제까지 행보를 생각하면 무블 공작과 이제르트 백작의 협상을 그대로 놔둘 리는 없을 테니까.

어떤 식으로는 행패를 부릴 것이다.

그래서 나름 많은 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근처에는 이제르트 백작가 소속의 기가스가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기어코 카라카크가 만들어낸 병기, 블레이더가 일을 망친 것이다.

문수르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그나마 다행인 건 무블 공작과 이제르트 백작, 둘 중에 피해를 입은 자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병사들의 피해가 있긴 했다.

그러나 그 병사들 중에 무블 공작가 소속은 없었다. 모두가 이제르트 백작가 소속이었다.

뼈 아프다.

수족 같은 부하들의 죽음에 문수르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카라카크에 대한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문수르는 생각했다.

“무블 공작이라면 어떻게든 협상 타결을 원할 터. 그렇다면 아직 가망은 있다.”

콩탄 왕국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이 모든 것이 카라카크란 흑마법사의 수작이라는 걸 알린다면, 협상은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또한 무블 공작 역시 협상을 원하는 만큼, 대표로 참석했던 그 역시 이번 협상 자체에 대해선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해줄 터.

무엇보다 아직 무그 백작의 신병을 인도받지 못한 상황 아닌가?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문수르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알로소 자작, 그가 콩탄 왕국에 거대한 파문을 만든 것이다.

문수르도 소식을 들은 후에야 알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분명한 사실입니다.”

“알로소 자작이 제 입으로 카라카크의 주구인 걸 밝혔다는 겁니까? 필로스 전하 앞에서?”

“맞습니다.”

“그렇다면…….”

“왕국이 뒤집어졌습니다. 알로소 자작령에서 대대적인 수색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카라카크와의 접점이 밝혀지면…… 왕국이 조용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 순간 문수르의 머릿속에는 시나리오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알로소 자작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알로소 자작과 연결된 귀족들이 등장할 것이다.

만약 그 귀족들 중에 콩탄 왕국에서 나름 힘이 있는 귀족이 있다면?

“설마?”

그 순간 문수르는 더 이상 자리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필로스 왕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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