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크맨-145화 (143/293)

145화

<41화. 죽음의 대가.>

1.

“정말 참가하시겠습니까?”

문수르는 두 명의 기사들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기사들은 별 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부족한 저희라고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이 한 목숨 바치겠습니다.”

그 둘은 포비어 경의 설명을 듣고 자진해서 원정대에 참가하겠다고 나선 기사들이었다.

테일러와 푸르쯔.

“두 분이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야 사양할 이유가 없지요.”

문수르는 그 둘을 원정대에 포함시켰다.

포비어는 아쉬운 눈치였다. 어쩌면 평생 가도 접하기 힘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자가 둘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었다.

포비어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 훈련을 버텨내고, 문수르의 시험을 통과한다면 마나 호흡법을 익힐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기사 둘이라…….”

문수르는 나름 만족했다.

“표본을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겠군.”

열 명의 병사 그리고 두 명의 기사.

좋다.

과연 문수르의 훈련이 상대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 비교하기에는 딱 적당한 실력자들이 모였다.

“남은 건 훈련뿐이군.”

문수르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겨울이 되기 전까지 기초는 다져놔야지.”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까.

사실상 이번 원정대의 존재 의의는 기가스 파일럿의 양성이다. 기가스 파일럿이 필요한 건 겨울에 있을지 모르는 빅토리안 공작 파벌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고.

그런 만큼 최소한 겨울이 될 무렵까진 결과를 내야 했다.

고작 반 년 남짓한 시간만 남았다. 시간이 촉박했다. 당장 훈련을 시작해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좋아.”

문수르는 곧바로 움직였다.

2.

원정대 훈련을 위한 훈련 장소가 마련됐다.

“이 정도면 되겠나?”

“충분합니다.”

미리 사전에 말론에게 훈련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실 훈련소라고 해서 대단할 건 없었다.

땅을 팠다. 땅속에 큰 공간을 만들었다. 훈련소로 쓰일 장소는 바로 그 땅속이었다.

이름도 붙여줬다.

“무덤 훈련소라…… 섬뜩하구먼.”

무덤 훈련소!

“처음에는 지옥이란 이름을 붙이려고 했는데, 지옥이란 표현보다는 그 쪽이 더 느낌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지옥?”

“뭐, 지옥이라고 해서 꼭 죽는 건 아니잖습니까? 이제르트 자작령도 한때는 지옥 소리 들었는데, 다들 살아남았잖습니까?”

“허허.”

문수르의 설명을 들은 말론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가끔 문수르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드워프라서 그런 건 아니다. 문수르의 행동은 같은 인간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의중을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해야 할까? 겉으로 보면 그냥 미친 짓 같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결국 이제르트 자작가를 살아남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일 수도…….’

한편으로는 문수르의 행동이 이해가기도 했다.

똑같이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그보다 자네 말대로 일부러 땅 속 공간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네. 자네 말대로 한 거지만…… 솔직히 위험하다고 생각하네.”

문수르의 주문 중 하나.

그건 무덤 훈련소를 튼실하게 짓지 말고 일부러 불안정하게 지으라는 말이었다.

여차하면 안에 들어간 모두가 매몰될 수 있도록!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당연힌 일 아닌가?

“만약 작은 지진이라도 난다면 안에 있는 모두가 땅에 매몰될 걸세. 제 아무리 뛰어난 기사나, 병사라고 해도 땅에 매몰된다는 건 엄청난 일이네. 우리 호우투 부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사실 몬스터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땅굴이 무너지는 일이었으니 말일세.”

호우투 부족.

테블스 산의 무시무시한 몬스터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땅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확실히 땅속 세상은 안전했다. 드워프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흙냄새와 비슷했기에 땅속에 사는 그들을 찾을 수 있는 몬스터의 거의 없었다. 외부 몬스터로부터 안전을 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호우투 부족은 결코 안심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히려 몬스터, 그 이상의 위협을 안고 살아갔다.

“매몰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이 세상 그 어떤 공포에도 뒤지지 않네.”

땅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제 아무리 드워프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세상일이란 건 모르는 법이다.

땅굴을 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지진이 나거나 혹은 비가 엄청나게 오거나, 보이지 않던 균열이 생기거나…… 땅굴이 무너질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그나마 곳곳에 뚫어둔 탈출구가 공포감을 달래줄 뿐이었다.

하지만 무덤 훈련소에는 그런 탈출구도 없다. 입출구만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붕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만든 호우투 부족의 지하 마을과는 반대로 일부러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 공포가 필요한 겁니다.”

“음?”

“죽음에 대한 공포,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사람이 바뀌려면 그 정도 일은 겪어야 바뀌지 않겠습니까?”

문수르는 씨익, 웃었다

말론은 그 웃음이 굉장히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자네 생각은 도저히 이해 못하겠군.”

“하하, 뭐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 그보다 호우투 부족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 중입니까?”

“긍정적으로 진행되네. 자네가 매달 보내주는 식량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아마 잘하면 이번 겨울이 지나게 되면 부족의 의견이 나올 걸세.”

부족의 의견.

그건 다름 아니라 호우투 부족이 이제르트 자작령으로 이주하는가, 마는가, 하는데 논쟁에 대한 결론이었다.

솔직히 호우투 부족 입장에서는 안전만 보장된다면 땅 속보다는 땅 위에서의 삶이 좋다.

식량문제도 있을 뿐더러, 테블스 산에서의 삶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 위협의 연장이었으니까.

물론 그 위협 이상으로 위협적인 것이 바로 인간이란 존재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호우투 부족은 이제르트 자작가와의 전면적인 교섭, 이제르트 자작령으로의 이주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졌다.

이제르트 자작령이 꾸준하게 식량을 지원해줬으니까. 더불어 아이언히트가 큰 몫을 했다.

처음으로 기가스를 소유하게 된 호우투 부족은 그 사실 자체에도 기뻐했지만, 아이언히트가 품고 있는 기술력에 감탄했다.

“세상에 인간들은 이런 걸 만든단 말인가?”

“아니라네.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건 세상 천지에 이제르트 자작가 밖에 없다네.”

기술에 대한 열망! 호기심! 탐구심!

드워프라면 모두가 가지게 되는 그 마음이 호우투 부족에만 없을 리 만무했다.

덕분에 이야기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만약 호우투 부족이 정말 이제르트 자작령 안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이제르트 자작령의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게나. 호우투 부족은 인간들을 피해 테블스 산에 들어왔네. 그 사실을 잊지 않은 부족원들이 적지 않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

“예, 알겠습니다.”

“여하튼…… 수고하게.”

말론은 그 말을 남기고 제 일을 하러 갔다.

말론이 사라진 후 문수르는 조용히 자신 앞에 놓인 넓은 땅을 바라보았다.

이 땅 아래 무덤 훈련소가 있다.

“그래, 무덤에 들어가야지.”

3.

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은 당연히 문수르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단순히 문수르가 훈련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모든 훈련은 제가 총괄하고 또한 참관합니다.”

평소 문수르는 이런저런 일로 바쁜 탓에 얼굴 보기가 참 힘든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한 곳에서 훈련 과정 전부를 참관한다고 했다. 심지어 그 참관을 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업무를 자신의 저택이나, 이제르트 자작의 성이 아닌 훈련소에서 처리한다고 했다.

“앞으로 저를 찾으실 일이 있으면 훈련장으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그곳에서 업무를 처리하겠습니다.”

이제까지 문수르가 영지의 많은 일에 개입하고 또한 진심으로 그 일들에 열정을 쏟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한 가지 일에 이렇게 모든 걸 쏟아붓는다니? 아이언히트를 제조할 때도 보고서로 이야기를 보고 받는 것으로 끝냈던 그가 직접 두 눈으로 참관을 하겠다니?

당연히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문수르 경이 훈련을 총괄하고, 심지어 모든 훈련 과정을 참관하신다고?”

“허허! 대체 그 훈련이 뭐기에…….”

교육에도 질이 있다.

1대1로 달라붙어서 가르치는 것과 1대10으로 가르치는 건 다르다.

더군다나 문수르에게는 또 다른 타이틀이 있지 않은가?

오러 마스터!

오러 마스터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이 과연 돈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게 될까?

그 어떤 기사들고 쉽게 꾸지 못하는 호사 중의 호사다.

몇몇 이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젠장, 차라리 나도 지원할걸!”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 빌어먹을!”

물론 그런 말을 뱉는 건 몇몇 이들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일들은 오히려 우려를 표했다.

“문수르 경이 이렇게까지 하실 정도면 대체 훈련이 얼마나 무시무시하다는 거야?”

“심지어 훈련소 이름이 무덤 훈련소라고 하잖아?”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군.”

실제로 그들의 생각이 맞았다.

문수르의 훈련은 단순히 육체적으로만 힘든 훈련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까지 힘든 훈련을 버텨온 병사들이나, 언제나 힘든 훈련으로 스스로를 연마하는 기사들에게 문수르가 주문한 훈련양은 힘들긴 해도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헉헉…….”

“빌어먹을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문제는 정신적인 문제였다.

처음에 문수르는 원정대 지원자들에게 특수하게 제작된 검을 지급했다. 보통 검보다 2배는 무거운 검이었다.

“하루에 1만 번 벱니다.”

문수는 그 검을 1만 번 휘두르라는 주문을 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짓일까, 생각했다. 기사들은 오히려 반문했다.

“하루에 1만 번을 휘두르는 건 불가능합니다.”

매일 아침 그리고 저녁마다 검술을 연마하는 건 기사들의 의무다. 그렇기에 기사들은 알고 있었다. 하루에 1만 번 검을 휘두른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검을 휘두른다는 건, 단순히 검을 들고 휙휙 허공을 젓는다는 것이 아니다.

검을 들고 숨을 고른 후에 온몸의 힘을 담아 강하게 휘두르는 것!

또한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검을 휘두른 후에 천천히 본래 처음 자세를 취해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것.

이게 한 번이다.

검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베기, 휘두르기 훈련은 이 방식에 충실해야한다. 난잡하게 대충 마음 가는대로 휘두르는 것으로는 절대 연습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 번 검을 휘두르는데 아무리 빨라도 5초 이상이 걸리게 된다.

물론 계산상으로는 14시간 정도 검을 휘두르면 된다.

하지만 사람 몸뚱이란 게 기계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지 않은가?

온힘을 다해 휘두르면, 점차 힘이 떨어지게 된다.

거기에 식사하고 수면은?

하루 종일 훈련만 한다는 게 비효율적이란 걸 알려준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문수르, 본인이었다.

격렬한 훈련 뒤에는 충분한 휴식이 있어야 효율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걸 문수르의 훈련 매뉴얼이 증명했다.

그런데 그런 문수르가 자신이 증명했던 것과 다른 방식의 훈련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 반문에 대해 문수르는 대답했다.

“하세요.”

두 번째 말은 없었다.

============================ 작품 후기 ============================

벌써 일요일이네요. 2월달도 2주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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