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7.
자리가 마련됐다.
술자리는 아니었다. 안주도 없었다. 간식으로 먹을 만한 과자 따위도 없었다. 그저 자리만 마련됐을 뿐이다.
담백하기 그지없는 자리.
“밤에 뭐 먹어서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소.”
“저도 그렇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람을 뽑고 싶다라…….”
주정희는 문수를 바라보았다. 문수의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을 보고 문수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날 찾아왔는 건, 결국 내가 선수들을 어떻게 육성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어떻게 팀을 운영하는지, 그걸 듣고 싶소?”
제대로 핵심을 파고드는 말이었다. 문수는 대답 대신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어디 보자…….”
주정희는 문수를 위해 해줄 자신의 경험담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구계에 담은 시간이 적지 않은 그였다. 그를 거쳐 간 야구선수들만 수백여 명에 다다른다. 개중에는 정말 대한민국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대스타도 있었고, 반대로 프로 구단에 입단조차 못한 이들도 있었다.
“구단주께서는 충성심이 강한 이를 부하직원으로 뽑고 싶다고 하셨소?”
“예.”
“충성심이라…… 나를 거쳐 간 이들 중에서 충성심이 대단한 선수도 있었소. 내가 말하는 훈련은 전부 소화할 정도였지. 어깨가 부셔지고, 야구선수생명이 끝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던지라고 하면 마운드로 뛰어올라가는 선수.”
문수의 눈이 빛났다.
‘그래, 내가 원하는 자다.’
지금 주정희가 말하는 타입, 문수가 원하는 타입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군을 배신하지 않는 자! 주군의 명이라면 불구덩이 속도 뛰어들 수 있는 자!
“하지만 그런 충성심 대단한 녀석도 재우지 않고 죽어라 훈련을 시켜 한계에 도달하면 나를 욕하오.”
“예?”
순간 문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충성심을 이야기하는데 왜 욕을 한다라는 표현이 나오는 거지?
주정희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말 그대로요. 배고프고, 졸리고, 피곤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엄청난 훈련을 시키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 욕을 하오. 그냥 욕도 아니지. 아주 듣는 게 거북할 정도로 심한 욕을 하오. 심지어 훈련을 멈추고 나를 죽이려고 나한테 주먹질을 휘둘렀던 적도 있소.”
이상하다.
충성심이 대단하다며? 선수 생명을 포기하면서까지 감독의 말을 따를 정도라며?
그런데 욕을 한다?
“그게 사람이란 생물이오.”
그러나 주정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문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솔직히 지금 주정희가 하는 말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다.
주정희는 피식 웃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충성이란 없소. 사람이란 건 극한에 다다르면 자기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오."
한계에 도달하면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말.
한석균에게 들었던 말이다.
"자신을 주체하지 못할 때 충성심이 절대적인 요소가 될 것 같소? 배신? 충성심이 대단하면 배신할 확률이 낮아지겠지. 하지만 확률이 제로가 되는 건 아니오. 뭐, 충성심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건 문제가 있소.”
주정희가 하고자 하는 말.
“쉽게 말하면 너무 완벽한 사람을 고를 순 없다는 말이오.”
“아!”
“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에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어디 있겠소? 결국 타협을 해야지.”
문수는 너무 꽉 막혀 있었다.
계속되는 혼란 속에서 다급해져 있었다. 여기에 한석균의 충고를 듣고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허술했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다음 일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 신중을 기했다. 너무 완벽함만 추구하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다면 시도조차 할 생각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주정희는 그런 문수의 강박감을 파악한 것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충성심이 없다고 해도 그 사람이 배신을 하는 건 아니오. 명령체계를 봤을 때 충성심은 플러스 요인이 될 뿐,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프로 야구 선수들 중에서는 훈련은 빠지고, 단결력이란 눈곱만큼도 없는 놈들도 있소. 하지만 그런 선수들이 오히려 팀을 승리로 이끌어 가는 경우가 적지 않소.”
“뭐, 자주 듣는 이야기로군요.”
“하지만 감독은 그런 선수도 써야 하오. 팀의 승리를 위해선 말이오. 여기서 핵심은 그 선수의 능력은 증명되었다는 것. 그 상황에서 감독이 해야 하는 건 그 선수에게서 충성심을 키우는 게 아니오. 충성심이란 건 그리 쉽게 키워지는 게 아니니까. 결국 감독이 해야 하는 건 그 선수가 승리를 일부러 망치지 않도록 그 선수와 협상을 하는 것이오. 그 협상이란 게 뭘 것 같소?”
“돈입니까?”
주정희는 씨익 웃었다.
“맞소. 하지만 경기 때마다 돈을 가지고 협상을 할 수 없으니, 미리 사전에 거액의 연봉을 안겨주고, 성적에 따른 성과급이라고 할 수 있는 옵션을 설정하는 것이오. 이 시스템이 있는 한, 그 선수는 팀에 융화되지는 못할지언정, 팀의 승리를 위해 제 몸을 아끼지 않소.”
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됐다.
“또 하나, 가끔 적지 않은 연봉을 포기하면서까지 팀과 반목하려는 부류들이 있소. 돈으로 고용되지 않는 자들이지. 이런 선수들은 어떻게 다룰 수가 없소. 그렇다면 이런 선수들을 구단은 어떻게 처리할 것 같소?”
“임의탈퇴?”
“맞소. 구단의 용서가 없는 이상 다시는 그 어디에서도 야구를 못하게 만드는 제도를 이용하면 최소한 적으로 만나는 경우는 없을 테니.”
그 말을 들은 문수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주 감독 말이 맞아.’
“감사했습니다.”
문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정희 감독이 해준 말이 큰 도움이 됐다. 한석균이 어째서 주정희 감독을 만나서, 그에게서 배우라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배웅은 하지 않겠소.”
“나중에 한 번 찾아가겠습니다.”
“오지 마시오. 구단주께서 오시면 선수들이 지레 겁부터 먹을 테니.”
“오늘처럼 변장하고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 말에 주정희 감독이 짧게 웃었다.
8.
주정희 감독과 대화를 나눈 다음 날.
문수가 다시금 야구장을 찾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제처럼 어설픈 변장을 하고 야구장을 찾아온 건 아니었다. 문수의 곁에는 다섯 명의 사람이 함께 했다. 그들은 다름 아니라 프론트 관계자들이었다.
오늘 시합에 뛰기 위해 다시금 경기장으로 출근한 선수들은 갑작스런 구단주의 등장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지?”
일부는 문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프론트 관계자와 같이 온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할 뿐.
“멍청아, 박문수 구단주님을 몰라?”
“박문수…… 헉!”
선수들은 기겁했다.
그 누구도 아닌 실질적으로 야구단을 만든 장본인이며, 야구단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문수가 직접 찾아올 줄이야?
일부는 겁부터 먹었다.
‘젠장, 역시 성적 때문인가?’
‘아무리 신생 구단이라고 해도 2년 연속 꼴찌는 좀 그렇긴 하지.’
‘변명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꼴찌라는 것…… 프로라는 세계에 뛰어든 선수들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유를 불만하고, 패배와 성적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주정희 감독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문수를 바라봤다. 주정희 감독은 기분이 좋지 못했다.
지금 문수의 등장으로 인해 선수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기 시작했다. 경기에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뒤숭숭함이다.
‘어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
문수와 어제 좋게 헤어진 것 같은데…… 문수가 자신에게 불만이라도 가진 걸까? 주정희는 짧게나마 그런 의심도 했다.
한편 문수와 함께 온 프론트 직원들이 고참급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웅성거리는 어린 선수들과 달리 고참급 선수들, 나름 프로의 세계에서 짬밥 좀 먹은 선수들은 긴장하기보다는 오히려 걱정을 했다.
“구단주께서 오시는 건 좋은데, 사전에 이야기라도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아닙니까?”
고참급 선수들은 선수들을 대표해 프론트에게 따지듯 물었다.
성적이 나쁜 건 안다. 그건 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선수들을 대표해 뻔뻔하게 따져야 한다. 사람이란 게 그렇다. 잘못한 걸 스스로들이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걸 지적하고, 혼내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감을 표현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속에 응어리진 반감은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 표출될 가능성을 품게 된다.
“미안해. 나도 오늘 아침에 들은 거야.”
프론트 직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참급 선수들은 프론트 관계자들마저 이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모든 이들의 시선이 문수를 향했다.
“흠.”
자신을 향한 시선들에 문수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일단은 구단주 자리에 앉아 있는 박문수라고 합니다. 우스운 소리지만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군요.”
문수는 씨익, 웃었다.
“보통 구단주가 가끔 한 번씩 팀을 찾아와서 금일봉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선수들 중 몇몇이 웃었다.
“일단 이 더운 날씨에 시합 뛰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본론이란 말에 선수 몇이 침을 삼켰다.
구단 운영 축소? 새로운 연봉제도 도입? 감독을 교체하려는 건가?
“사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찾아온 건 아닙니다. 단지 조만간 다시 바쁜 일이 있어 자리를 비워야 하는 팔자라, 이번이 아니면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얼굴 한 번 비추기 힘들 것 같아서 찾아온 겁니다.”
그 말에 짧은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안도의 한숨이겠지.
“아 참고로 어제 경기는 몰래 와서 보고 갔습니다. 꽤나 인상적인 경기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수의 그 기습적인 말에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제 경기라면……?’
‘최악의 졸전이었잖아.’
경기내용 자체만 보면 정말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팬들조차 온라인상으로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내뱉을 정도로 말이다.
그 경기를 봤다고?
소름이 돋는다.
마치 낙제점을 받은 시험지를 숨겨두었다가 부모님에게 들켰을 때의 기분이다.
“감탄했습니다.”
문수의 말이 이어졌다.
듣는 선수들은 그 말이 비아냥거림처럼 들렸다. 예예, 정말 그따위 경기하셔서 정말 감탄했습니다∼ 지랄 나게 감탄했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절대 투지를 잃지 않는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그러나 문수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진심이기에 굳이 이 자리에 등장한 것이다.
“혹시 야구 외적인 일로 곤란하신 분 계십니까? 가족들 중에 아프신 분이 있다거나 혹은 금전적인 문제로 곤란함을 겪고 있다거나?”
손을 드는 자는 없었다.
그 순간 프론트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준비해온 프린트물을 선수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꽤나 두께가 있었다. 페이지수가 보통은 넘는 것 같다. 가볍게 읽을 만한 프린트물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수록된 계약서 비슷한 느낌이다.
선수들 중 일부는 프린트물을 읽기 시작했다. 일부는 프린트물을 읽기보다는 문수를 바라봤다.
“주목!”
그 순간 가만히 있던 주정희 감독이 소리를 질렀다. 그 외침에 모든 선수들이 마법에 걸린 것마냥 동시에 문수를 주목했다.
‘와우.’
문수는 감탄했다.
고작 한 마디로 이 뒤숭숭한 분위기를 단숨에 바로 잡는 주정희 감독의 능력!
‘대단한 사람이군. 마음 같아선 주 감독을 데려가서 기사들과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싶을 정도야.’
주정희 감독, 참으로 대단한 자다.
“제가 나눠드린 프린트물은…… 뭐 별 거 아닙니다. 선수 복지에 관한 내용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단하게 몇 개 추리면, 가족들에 대한 전폭적인 의료비 지원, 구단 차원에서 저금리 대출,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구단이 구매한 아파트 임대…… 뭐 별 거 아닙니다.”
문수는 별 거 아니라고 했지만 듣고 있던 선수들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러니까 선수 본인이 아니라 가족이 아파도 의료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아주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며, 저렴하게 거주지 임대까지 해주겠다는 말 아닌가?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복지혜택이다.
특히 프로스포츠에서는 더더욱!
야구선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선수협이 탄생하던 때만 해도 그렇다. 구단이 나서서 선수협 창설을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작을 부렸던가? 결국 문화관광부가, 정부가 나서서 중재를 할 정도였다.
그 후에도 선수들의 연봉은 올라갔지만, 선수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러다할 큰 발전은 없었다.
너무 놀라서 웅성거림조차 없었다.
덕분에 문수는 계속 제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갑자기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는 이유는…….”
순간 문수의 기색이 변했다. 민감한 선수들은 저도 모르게 몸이 움찔할 정도였다.
긴장감이 퍼졌다.
“야구 외적인 부분으로 선수들이 곤란한 경우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말입니다. 선수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야구만 신경 쓰길 원합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전 여러 분들에게 변명거리를 만들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적어도 구단이 잘못해서 선수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런 말은 듣기 싫습니다.”
꿀꺽!
누군가가 침 삼키는 소리가 짧은 적막감을 깼다.
“우승? 꼴찌? 알게 뭡니까? 여기서 확실하게 말하죠. 압도적인 성적으로 꼴찌를 해도 프론트가 연봉에 손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연봉 문제? 1년 전에도 그랬지만, 주정희 감독에게 전부 위임하겠습니다. 주정희 감독이 올리라고 하면 200퍼센트든, 300퍼센트든 올려드립니다.”
문수가 주정희 감독을 바라봤다.
이건 주정희 감독을 위한 문수의 선물이었다.
사실 알게 모르게 주정희 감독에게는 압박이 있었다. 프론트의 압박, 팬의 압박…… 프론트는 분명 나름 주정희 감독에 호의적인 이들이었다. 그들은 주정희 감독에 충분히 지원을 해줬다. 하지만 그래도 2년 연속 꼴찌라는 건, 주정희 감독 문제를 떠나서, 프론트 관계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다. 팀 성적이 나쁘면 선수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프론트 직원들의 목에도 칼이 들어온다.
하물며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못하면 선수들과 함께 프론트를 욕한다. 경기하는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프론트 직원들을 향해 욕을 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알게 모르게 프론트 직원들이 받는 압박 중 일부는 주정희 감독을 향한다.
주정희 감독은 그 압박감을 참았다. 솔직히 주정희 감독은 그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했다. 팀이 꼴찌인데, 프론트 직원이 정말 술에 취해 울면서 제발 성적 좀 내달라고 구걸하듯 애원하는 모습은…… 이제까지 프론트의 입김 한 번에 제멋대로 선수가 교체되고, 결국엔 팀을 우승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가차 없이 목이 잘리던 주정희 감독의 감독 인생을 놓고 봤을 때 굉장히 신사답고, 애처롭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주정희 감독 역시 사람인지라 이런 압박감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문수는 그런 주정희 감독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려고 했다.
“야구만 하십시오. 다른 건 구단이 걱정하겠습니다. 선수들은 말 그대로 야구선수, 야구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말을 끝낸 문수가 주정희 감독에게 다가갔다. 문수는 거기서 허리를 깊게 숙였다.
감독을 향해 구단주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였다.
“주 감독님, 제 치기 어린 행동이 실수가 아니길 바랍니다.”
“실수라…….”
주정희 감독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솔직히 문수가 한 행동이 백퍼센트 옳은 건 아니다.
이번 일을 통해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주정희 감독은 이제까지 팀을 잘 만들어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문수가 한 일은 판을 뒤흔드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제까지 판을 짜오고 만들어오던 주정희 감독에게는 거슬리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정희 감독은 알았다.
“나를 위한 행동이란 걸 알고 있소.”
문수는 악의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한 게 아니다. 선의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했다.
선의!
가끔은 결과가 나쁘더라도 선의라는 것 하나만으로 미소가 지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주정희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구단주의 기대, 나 역시 배신하지 않겠소.”
============================ 작품 후기 ============================
짧게 지나가려는 챕터가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이제르트 자작령 운영으로 슝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