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6.
흑마법사.
그 존재에 대해 문수르 만큼 많이 아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문수르는 한석균으로부터 흑마법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받았다. 너무 많아서 전부 수용하지 못한 탓에 필요할 때마다 로이드에게 질문을 할 정도다.
그런 문수르가 생각했을 때 빅토리안 공작이 흑마법사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굳이 그 가능성을 유추하자면, 한 가지 경우를 찾을 수 있다.
‘흑마법사가 빅토리안 공작을 세뇌시켰을 경우.’
흑마법사들은 세상으로부터 쫓기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강력한 흑마법사들 중 일부는 힘 있는 귀족을 세뇌시켜 그들을 조종해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는 한다.
‘하지만 빅토리안 공작 휘하에는 마법사가 두 명이나 된다. 그것도 한 명은 6서클의 마법사이며, 한 명은 5서클의 마법사. 그들이 빅토리안 공작의 변화를 눈치 채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
반대로 그런 흑마법사의 주구가 되지 않기 위해 귀족들도 나름 대비책을 세우고는 한다.
빅토리안 공작 곁에는 뛰어난 마법사까지 있다. 흑마법은 그 정체를 숨기려고 해도 숨기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마법사들의 임무 중 하나가 주기적으로 흑마법에 대한 조사 및 탐사를 하는 것이다. 수시로 탐색마법 따위를 써서 흑마법의 잔당을 쫓는다.
만약 그게 가능한 흑마법사라면 그 흑마법사의 능력이 엄청나다는 의미다.
‘혹여 누군가 마법사들의 눈을 속이고 빅토리안 공작에게 수작을 부렸는데 들키지 않았다면…… 그 흑마법사의 경지는 최소 8서클이다.’
말이 8서클이지, 8서클의 흑마법사의 존재는 케르빈 월드를 기준으로 봤을 때 재앙이나 다름없다.
‘이 사실은 당장 써먹기가 힘들겠군.’
만약 정말 빅토리안 공작이 누군가에게 세뇌되어서 혹은 그냥 자기 스스로 흑마법의 길에 걷게 됐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문수르가 그걸 어찌할 방법은 없다.
힘이 없으니까.
빅토리안 공작은 콩탄 왕국의 절대 권력자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를 향해 문수르가 흑마법사라 지탄하면 오히려 문수르의 목이 떨어질 것이다.
‘조사는 해야겠지.’
그러나 이 정보가 아주 쓸모없는 건 아니다. 빅토리안 공작가의 힘이 약해지면 이 정보는 절대적인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그 정보의 진위를 파악할 때다.
‘일단 빅토리안 공작을 만나보고…….’
이번 파티는 그런 의미에서 적기다. 빅토리안 공작이 정말 흑마법에 빠졌는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남은 건 나탈라의 처리 문제로군.’
빅토리안 공작에 대한 생각은 이걸로 충분하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나탈라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그녀를 죽이는 것. 어느 정도 양심의 가책은 느끼겠지만, 문수르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그 정도 일을 할 만한 비정함은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그녀를 살려주는 것. 약속을 지키는 거다.
‘내 정체는 확실하게 숨겼다.’
그녀가 문수르에 대해 무언가를 노출시킬 확률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그냥 놓아줘도 좋지 않을까?
그때였다.
- 주인님.
‘왜?’
로이드가 갑자기 문수르를 불렀다. 보통 로이드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대부분 문제가 생겼을 때다.
- 나탈라의 몸에서 미약한 마법의 파장이 느껴집니다.
‘마법의 파장? 무슨 의미야?’
- 어떠한 마법적 조치가 취해진 듯합니다.
‘조치?’
순간 문수르가 기겁하며 미친 듯이 식사를 하고 있는 나탈라에게 다가갔다. 나탈라는 갑작스런 문수르의 등장에 기겁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날 죽이려고?’
지금 이 사내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사, 살려주세요! 그렇게 약속했잖아요!”
“잠깐.”
문수르는 그런 나탈라의 반항을 무시하며 나탈라의 걸레나 다름없는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나탈라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 고난을 겪으면서도 순결만을 지켰던 그녀다. 그런데 이렇게 순결을 잃는 것인가? 상처로 가득해 추레해진 몸뚱이였지만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가렸다. 의외로 풍만한 가슴이었다.
하지만 문수르가 그런 그녀의 가슴 따위에 관심이 있을 리 만무했다.
문수르가 보고 싶은 건 등이었다.
‘등짝을 보자.’
로이드도 궁금해 하던 등짝!
“이런…… 젠장, 이게 뭐지?”
- 악마의 증표입니다.
“악마의 증표? 그게 뭔데?”
- 제물이란 증표입니다. 악마가 현신하게 되면 힘을 되찾기 위해 상당수의 제물, 정확히는 생명체의 순수한 영혼이 필요한데 그걸 지정해두는 거지요. 참고로 더 말하자면…….
“또 말할 게 있어?”
잠시 뜸을 들인 로이드가 말했다.
- 악마의 증표는 증표를 새겨 넣은 흑마법사와 동조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악마의 증표 위에 증표를 새겨 넣은 흑마법사의 피가 떨어지면 반응을 합니다.
“그건…….”
문수르는 입을 다물었다.
‘말이 너무 많았다.’
놀란 나머지 로이드와의 대화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상하게 보였으면 어쩌지? 의심을 받으면 어쩌지?
문수르가 나탈라를 보았다. 나탈라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몸이든, 감정이든 얼어붙은 채 덜덜 떨기만 했다.
문수르가 입을 다문 채 머릿속으로 질문했다.
‘흑마법사가 그냥 제물을 바치면 될 걸, 왜 이런 귀찮은 짓을 하는 거지?’
의문 하나. 흑마법사는 어째서 위험성을 감수하고 이런 증표 따위를 남기는 걸까? 그냥 제물이 필요하면 그때 잡아다 바치면 될 텐데?
- 일종의 제약입니다. 악마는 본래 케르빈 월드의 세계에 현신할 수가 없습니다.
악마 소환.
모든 흑마법사가 꿈꾸는 궁극의 마법이다. 쉽지 않기 때문에 궁극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다.
애초에 악마는 케르빈 월드란 세계에 넘어올 수 없다. 케르빈 월드란 세계 주변에는 신의 울타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에는 틈이 있는 법. 흑마법사들은 보다 강력한 힘을 그리고 보다 확고한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혹은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가 그들을 케르빈 월드로 소환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온갖 방법을 통해 신의 울타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사실 한석균이 신의 울타리를 넘어 차원이동에 성공한 것도 흑마법사들의 악마 소환 마법을 참고한 덕분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악마가 소환됐다고 치자. 소환된 악마는 본래 가지고 있던 힘 대부분을 소진하게 된다. 그 힘은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도 않는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케르빈 월드에 현신된 이후에는 무작정 제물을 바친다고 해서 힘이 회복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신이 만든 또 하나의 울타리, 제약이다.
그래서 흑마법사들은 악마의 힘을 되찾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막상 소환을 했는데 힘을 잃은 상황이면, 소환한 의미가 없으니까. 신의 울타리란 제약을 속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봤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악마의 증표다. 여러 가지 매커니즘이 있지만, 결론만 말하면 악마가 소환되기 전에 악마의 증표를 이용해 제물을 미리 선정해 작업을 해두면, 악마가 소환된 이후 그 제물을 통해서만 힘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빅토리안 공작이 악마 소환을 위해 작정을 한 건가?’
정말 중요한 문제는 빅토리안 공작의 의중이 아니다.
‘가만.’
악마의 증표는 그 증표를 새겨 넣은 흑마법사의 피와 반응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흑마법사가 악마와 거래하면서 악마로부터 받은 힘에 반응하는 거지만.
‘그렇다면 나탈라의 존재가 빅토리안 공작이 흑마법사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가?’
확실한 건 아니다.
정말 빅토리안 공작이 흑마법사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탈라의 주장이다. 혹여 흑마법과 관계되었다고 해도 빅토리안 공작 본인이 흑마법사가 아니라 그저 휘하에 흑마법사를 두었을 가능성도 높다.
상황은 여러 가지다.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나탈라를 데려갈까?’
나탈라와의 동행.
‘아니야.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
지금 이 시간에도 빅토리안 공작가의 병사들은 나탈라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지금 당장 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수르의 목적지는 다름 아니라 빅토리안 공작가다.
동행은 너무 리스크가 크다.
‘그녀를 이제르트 자작가로 데려간다면?’
나탈라란 카드가 아주 메리트가 없는 건 아니다. 꼭 빅토리안 공작가로 동행할 필요는 없다. 그녀를 이제르트 자작가에서 몰래 보호한다면, 나름 좋은 카드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 빅토리안 공작을 노리고 나탈라란 카드를 숨기고자 한다면, 동행보다는 그녀를 이제르트 자작령으로 보내는 게 최선의 판단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 나탈라가 순순히 이제르트 자작가로 돌아갈까? 돌아가는 과정에서 빅토리안 공작가의 그 삼엄한 경계를 뚫을 확률은?
‘젠장.’
대가를 원하면 그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 한다.
문수르는 고민했다.
이윽고 고민이 끝난 문수르가 준비한 담요로 나탈라의 몸을 덮었다.
문수르가 결단을 내렸다.
‘빅토리안 공작가와는 결국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빅토리안 공작가와 손을 잡아봤자 이제르트 자작가에 남는 이익은 별로 없다. 아마도 빅토리안 공작 파벌이 제이머스 후작 파벌을 짓누르는 순간 이제르트 자작가는 토사구팽의 처지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이머스 후작 파벌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빅토리안 공작가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 무기, 함정은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야 한다.
나탈라의 존재는 토마호크 같은 미사일이다. 제대로 터진다면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빅토리안 공작을 단숨에 고꾸라뜨릴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카드다.
그러나 리스크도 있다. 당장 빅토리안 공작령을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다. 빅토리안 공작령 내의 경비도 삼엄하기 그지없을 뿐더러, 빅토리안 공작령 밖에도 빅토리안 공작가의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길목을 지키고 있다.
이번 일의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나탈라가 안전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이제르트 자작가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만약 나탈라의 목적지를 이제르트 자작가로 잡게 된다면…… 만약 나탈라가 빅토리안 공작가에 잡혔을 시에 이제르트 자작가가 위험해진다. 나탈라는 고문에 강한 체질이 아니다. 음식 따위를 이용한 고문에도 금방 입을 열었다.
반대로 어느 정도 꾀와 강단은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밥조차 먹지 못하는 귀족가의 아가씨는 아니다.
‘지금 나라면…….’
여기서 문수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해봤다.
사실 문수르가 할 수 있는 건 많다. 당장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이다.
‘그래, 화장품을 챙겨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챙겨왔다. 아무래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자리인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양은 적지만 그래도 한 명이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양의 화장품을 가져왔다.
더불어 문수르는 화장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다.
케르빈 월드 내의 귀족 사회에서는 향수, 화장과 같이 꾸미는 행위가 매우 활성화되었으니까.
화장기술을 배워서 나쁠 건 없었다.
‘시간은 아직 있다.’
더불어 문수르에게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적어도 나탈라와 함께 빅토리안 공작령 밖 어느 정도까지는 동행할 수 있다. 그 동행 과정에서 빅토리안 공작가의 병사들에게 걸릴 확률은 매우 낮다. 더군다나 지금 이들의 위치는 빅토리안 공작령 초입 부근이다.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하면, 나탈라가 안전하게 이제르트 자작령에 도착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미 결단은 내렸다.’
문수르는 다시금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나탈라란 카드는 분명 유용하게 먹힐 수 있다. 흑마법사의 유무를 떠나서, 빅토리안 공작이 처형 당했어야하는 제르둔 후작가의 관련 인물들을 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문제는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겠지만, 진실 자체를 놓고 보면 나탈라는 빅토리안 공작의 약점이다.
그래서 나탈라란 카드를 쥔다고 결정을 내렸다. 그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결단을 내린 이상 고민은 무의미하다.
필요한 건 방법이다.
‘좋아.’
문수르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나탈라는 문수르가 무서웠다. 분명 문수르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었지만, 아직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나탈라는 자신의 처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문수르가 마음먹는다면 자신을 어찌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는 것을, 문수르가 원한다면 자신이 겁탈을 당하는 것도, 살해당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차라리 몸을 주고…….’
때문에 여러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나탈라는 그 모든 생각을 접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분명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보길 소원할 정도로.
콩탄 왕국의 대표 미녀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녀의 몰골은 추레하기 그지없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은 상접했다. 나름 자랑거리이던 백옥 같던 피부에는 온갖 상처들이 가득했다. 몸은 온갖 오물들과 뒤섞인 탓에 더럽기 그지없었고, 평생을 길러온 머리칼은 걸레만도 못한 처지가 됐다.
솔직히 그 어떤 남자고 자신을 보고 성욕을 느낄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나탈라는 포기했다. 사실 그녀는 빅토리안 공작이 흑마법사란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순간,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느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느낌.
이러한 이유들이 그녀를 순종적으로 만들었다.
문수르 입장에서는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였다.
“살고 싶다고 했지?”
“살려주실 건가요?”
“내가 살려준다고 해도 평생 숨어 살아야 할 텐데?”
“그거야…….”
“몇 가지 조건만 승낙해준다면, 몇 가지 편의 정도는 봐줄 수 있지.”
문수르의 제안을 나탈라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건 하나밖에 없는 구명줄 같은 것이었으니까.
문수르는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연기를 했다.
일단 문수르는 자신을 페스로 제국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페스로 제국을 끌고 들어오면, 혹여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빅토리안 공작이 쉽사리 뒤를 파기 힘들다. 페스로 제국의 귀족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콩탄 왕국의 장수비결이니까.
“네가 먹은 음식에는 독이 있다.”
“예?”
“설마 내가 그냥 이대로 너를 놓아주리라 생각했나? 물론 해독제는 존재한다. 내가 말하는 곳에 도착한다면, 해독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없던 독(毒)도 나왔다. 문수르 입장에서는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나탈라에게 족쇄를 채우고 싶었다.
“그럼 제가 어디로 가면 되나요?”
“이제르트 자작령.”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짓말, 그건 바로 이제르트 자작령을 언급하되 그 비중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었다.
“이제르트 자작령이요? 어째서 그곳에……?”
“콩탄 왕국이 가장 신경 쓰지 않는 곳이니까. 정치적으로 버려지고, 테블스 산이란 악몽 앞에 놓인 땅…… 숨어 살기에는 가장 적합한 장소지.”
이제트르 자작령이 목적지로 선택된 이유는 그저 그곳이 정치적으로 가장 관심이 적고, 숨어 살기 적당하기 때문이다. 문수르는 어떻게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럼 제가 그곳에서 누굴 만나야…….”
“나머지 이야기는 차후 해주지.”
그리고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문수르가 나탈라를 데리고 빠져나갈 수 있는 곳까지 도달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 필요한 건 그런 이야기보다는 경고였다.
“명심해라. 이미 너는 죽은 목숨이다. 목숨을 걸고 수작을 부릴 생각 따윈 하지도 않는 게 좋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