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크맨-93화 (92/293)

93화

<24화. 세 번째 오러 마스터.>

1.

불스 백작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내용은 많지 않았다.

- 주의요망.

너무 짧아서 혹시 다른 암호가 숨겨진 건 아닌가, 고민이 들 정도였다. 편지를 받은 문수르는 생각했다.

‘오늘로 두 달째.’

벌써 페르코 아카데미에 온지 두 달이 됐다. 중간에 있었던 작은 소란을 빼면 이러다할 소란은 없었다.

‘솔직히 이건 아니지.’

소란이 없는 게 누군가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문수르에게는 아니었다. 사고가 터지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문수르에게는 다른 임무가 있지 않았던가?

‘내 정체를 밝혀야 하는데.’

빅토리안 공작가의 파티가 오기 전 콩탄 왕국에 오러 마스터로 데뷔하는 것이 문수르의 목표였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특히 허영심이 있는 프리실라의 성정을 생각하면 백퍼센트 시비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리실라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아카데미 생활에 적응한 상황이었다. 시비가 생기기보다는 오히려 매우 원만한 교유관계를 유지 중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누군가 프리실라에게 시비를 거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곳에서 내가 먼저 싸움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문수르가 나서서 나대는 건 오히려 역효과만 생길 터. 이런 와중에 불스 백작이 주의요망이란 내용의 경고를 보냈다는 건?

“슬슬 조짐이 보인다는 건가?”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문수르가 정체를 드러낼 기회 말이다.

그리고 그 기회는 정말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

현재 콩탄 왕국의 정계는 친왕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친왕파는 겉으로는 하나로 뭉쳐져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개의 파벌이 나뉘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빅토리안 공작의 파벌 그리고 제르둔 후작과 제이머스 후작의 연합 파벌이다.

이들은 필로스 왕이 왕위에 오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때문에 제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필로스 왕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매우 사이가 좋았다.

문제는 필로스 왕이 왕위에 오른 뒤에 논공행상을 진행하면서 생겼다.

상대적으로 빅토리안 공작과 그 파벌들이 이익을 더 취한 셈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의미를 둘 정도의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필로스 왕의 집권이 계속되면서 알게 모르게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루이 노믹스의 등장이었다. 그가 필로스 왕의 딸인 에트리나 디우스의 사위로 루이 노믹스를 점찍었고, 자연스럽게 루이 노믹스가 거의 데릴사위 수준으로 필로스 왕의 휘하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이머스 후작과의 대립구도가 세워진 것이다.

제이머스 후작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필로스 왕이 루이 노믹스를 사위로 데려온 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서니까. 제국의 비호 아래 평화롭기 그지없는 콩탄 왕국이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는 건 페스로 제국도 원하지 않던 일이니까.

결국 그때 일을 기점으로 이런저런 불만을 품고 있던 이들이 따로 파벌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계에서 빅토리안 공작의 입김은 강력한 것이었고,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제르둔 후작과 제이머스 후작, 둘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중에서 제르둔 후작이 반역죄를 이유로 모든 가문이 처형을 당한 것이다. 대립각을 세운 채 유지되던 두 파벌 중 한 쪽의 기둥이 송두리째 무너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시작점도 묘했다. 제르둔 후작가가 몰락하자마자 다음 해 여름에 빅토리안 공작이 파티를 개최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제르둔 후작과 제이머스 후작을 따르던 무리들에게 빅토리안 공작이 제안하는 것이다.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결과적으로 제이머스 후작의 상황이 매우 골치 아프게 됐다. 지금 제이머스 후작 파벌은 빅토리안 공작 파벌과 대립각을 세우기는커녕 내부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대로 빅토리안 공작 파벌 입장에서는 제이머스 후작 파벌을 확실하게 흔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빅토리안 공작의 파티가 다가올수록 그들의 행동은 조금씩 노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정치적 싸움에서 그 귀족가의 자제들이 속한 페르코 아카데미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결투다!”

금발의 청년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비명을 내지르듯 소리를 질렀다. 다음 수업을 위해 분주하게 이동하던 무리들이 마치 선이 끊긴 인형마냥 전부다 멈췄다.

그리고는 한 곳을 바라봤다.

“좋아, 그 결투를 받아들이지.”

두 청년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두 청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체커리스 쿠틀러?”

“상대는 로이언 보아스인가?”

둘 다 유명한 인물이었다.

한 쪽은 제이머스 후작의 충신으로 알려졌으며 강력한 기사단을 보유한 기사의 명가 쿠틀러 백작가의 장남 체커리스 쿠틀러.

다른 한쪽은 빅토리안 공작의 오른팔이라 불리며 6서클의 마법사로 단숨에 백작 위에 오른 보아스 백작가의 장남 로이언 보아스. 둘 다 올해로 6학년으로 졸업을 앞둔 학생이었다. 성적은 비슷비슷했다. 둘 다 나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 둘은 굉장한 앙숙이었다.

일단 둘의 근간부터가 달랐다. 체커리스는 기사가문에서 태어났고, 검을 연마하는 기사였고, 반대로 로이언은 마법사인 아버지를 따라 마법을 연마하는 마법사였다.

기사와 마법사의 관계과 불과 물이란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이런 와중에 둘의 뒤에는 콩탄 왕국의 최대 정치적 파벌이 존재하고 있었다.

작은 일로도 서로 이빨을 드러내는 관계였다.

이미 몇 차례 휘하의 기사들이 대리결투를 했다.

그리고 사실 그 대리결투의 승자는 언제나 체커리스 쿠틀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체커리스 쿠틀러는 기사명가 쿠틀러 백작가의 장난 아닌가? 아들 사랑이 극진한 쿠틀러 백작이 허접한 기사들을 호위랍시고 붙여줬을 리 만무하다. 쿠틀러 백작가 내에서도 나름 뛰어난 실력자들을 추려 붙여줬다.

반면 마법사 가문 출신에, 이전까지는 작위조차 없었던 보아스 가문 휘하에 번듯한 기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나마 빅토리안 공작이 보아스 백작을 아껴 기사 몇을 빌려준 게 전부. 하지만 그 기사들 대부분도 보아스 백작을 보필하지, 그 자식까지 보필해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로이언은 계속해서 시비를 걸었다. 지고 또 져도 며칠 안 가서 체커리스 앞에서 깝죽거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정도가 아주 고약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이유야?”

“상황도 상황인지라 체커리스도 쉽게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

“그게 말이야…… 쿠틀러 백작 부인을 걸고 넘어졌다군.”

“쿠틀러 백작 부인이면…….”

“아아, 노믹스. 루이 노믹스 경.”

다름 아니라 요즘 사교계에서 한창 가십거리로 씹히고 있는 쿠틀러 백작 부인과 루이 노믹스의 불륜 스캔들!

그걸 걸고넘어지는데 체커리스가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이미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풍선을 터뜨리듯, 로이언이 그 일을 꺼내자마자 체커리스는 소리를 질렀다.

이미 몇 차례 결투를 한 상황이라서, 그 둘은 너무나도 능숙하게 상황을 이끌었다.

“3일 후 결투장에서 만나자. 그때 네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마! 이미 납작해질 코도 없겠지만!”

“흥! 이번에야 말로 네놈의 그 대수롭지 않은 명예를 시궁창에 박아주도록 하지.”

어차피 자기 둘이 싸우지도 않고 기사들을 시켜 대리결투를 할 게 뻔하다.

그런 경우가 적지 않은 탓에 페르코 아카데미에는 결투장 자체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또 이렇게 가는군.”

“이번에는 누가 이기려나?”

“뻔하지. 보아스 백작가에 어떤 기사가 쿠틀러 백작가의 기사를 상대하겠어?”

“그런가?”

이미 많이 봐왔던 광경이기에 모두가 결과도 이제까지와 비슷하리라 예상했다.

단 한 명.

“흠, 냄새가 나는데?”

문수르만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에는 보아스 백작가에서 단단히 준비를 해왔을 겁니다.”

마구르는 문수르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 물음이란 바로 이번 쿠틀러 백작가와 보아스 백작가의 싸움에 대한 것이었다.

“해톤 군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글쎄요, 전 이런 일보다는 단순 행정 쪽이 전문인지라…….”

“그래도 생각은 있을 거 아닙니까?”

“저 역시 마구르랑 비슷합니다. 적어도 보아스 백작가가 이제까지 아무런 실리 없이 쿠틀러 백작가에 싸움을 걸었을 리 만무합니다. 실제로 이제까지 로이언의 치기로 인해서 골병이 든 기사의 숫자가 제법 됩니다. 기사는 준귀족입니다. 평민처럼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알겠습니다, 라고 무조건 대답하는 부류가 아닙니다. 심지어 로아인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인해서 피해를 본 기사들은 빅토리안 공작을 섬기가 공장의 명으로 보아스 명을 도와주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차이가 큽니다. 기사들이 보아스 백작의 명을 거부해도 안 될 건 없습니다. 하물며 그런 보아스 백작 본인도 아니고 아직 작위 계승자로 확실하게 뽑힌 것도 아닌 로아인의 명이라면야…….”

“빅토리안 공작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 정도까지는 생각이 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해톤과 마구르.

그들은 문수르와 만난지 한 달 만에 정말로 친한 사이가 됐다. 정확히 말하면 문수르가 그들을 구워삶았다. 그들이 필요한 게 있으면 지원을 해줬을 뿐더러, 무엇보다 문수르는 보통 기사들과 달랐다. 무력이야 두말할 것도 없지만, 지식도 깊었다. 해톤과 마구르가 감탄할 만큼 말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태도였다. 문수르는 누가 보더라도 훌륭한 자였다. 명성만 없을 뿐이지, 이미 실력이나 인품이나 지적 수준이니 귀족세계에서도 대접 받을만했다.

그럼에도 그는 해톤과 마구르를 하찮게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존중해줬다.

가뜩이나 귀족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며 힘들게 살아오던 해톤과 그런 세계가 싫어 아예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 마구르 입장에서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상대였다.

“마구르 군의 생각은?”

“공부를 안 하고 놀다 보니 정치 쪽으로는 제가 귀 좀 트이더군요. 이런 제가 보기에는 아마 이제까지 로이언이 어설프게 치기 어린 행동을 한 건 노림수라고 봅니다.”

“노림수?”

“로이언이 경거망동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가 머리가 나쁜 사람은 결코 아닙니다. 알다시피 월간시험을 볼 때마다 20등 안에는 듭니다. 거기에 아버지인 보아스 백작은 평민 출신임에도 마법을 배워 6서클의 경지에 올라선 대단한 천재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아스 백작가에는 역사가 없습니다. 일종의 콤플렉스인 부분인데…… 로이언이 바보도 아니고 가뜩이나 역사가 없는 보아스 백작가에 시궁창 같은 역사를 추가하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까지 충분히 추가한 것 같은데?”

“역사는 결말이 중요하죠. 백 번 패배해도, 한 번의 승리로 전쟁을 마무리 지으면 승자의 역사로 기록됩니다. 나중에 역사가들은 그 패배조차 의미를 부여하죠.”

“멋진 이야기군.”

문수르는 마구르와 해톤의 의견 모두에 만족했다.

그렇기에 슬며시 물어봤다.

“그렇다면 이번 결투에서는 쿠틀러 백작가의 패배란 거군요. 쿠틀러 백작은 제이머스 후작의 충신. 그렇다면 이번 결투를 계기로 가뜩이나 세가 약해진 제이머스 후작 파벌이 무너질 것 같습니까?”

“타격이 적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만약인데…… 만약 이 결투에서 누군가를 도와야한다면 누구를 돕는 게 이익일 것 같습니까?”

문수르가 가장 궁금한 것.

빅토리안 공작 파벌과 제이머스 후작 파벌, 과연 누구의 편에 서야지 이제르트 자작가에 이득일 것인가?

“겉으로 보기엔 이미 빅토리안 공작 파벌로 무게추가 기울었는데…….”

마구르의 그 말에 문수르가 눈빛을 빛났다.

“그럼 빅토리안 공작 쪽에?”

“사실 이게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사실 지금 빅토리안 공작 파벌에 서면 얻을 게 적으니까요. 오히려 제이머스 후작 파벌에 서면 얻을 건 많죠.”

“하지만 제이머스 후작 파벌은 가라앉는 배 아닙니까?”

“그래서 단순한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번 정쟁은 언제든지 필로스 전하나 제국의 개입으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

그 순간 문수르는 자신도 모르던 걸 깨달았다.

‘그렇군.’

“빅토리안 공작 파벌이나, 제이머스 후작 파벌이나 결국 필로스 전하에 대한 충성심은 똑같습니다. 소위 친왕파 내부의 균열이지요. 여기에 그 두 파벌 모두 페스로 제국에 우호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은 필로스 전하의 결정입니다.”

왕의 존재.

잊을 뻔했다.

“필로스 전하는 사실상 이번 파벌 간의 정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귀족들이 알아서 서로를 견제하면서 자신들의 힘을 약화시키니까요. 오히려 이번 파벌 전쟁이 더 장기화되기를 원하죠. 그리고 만약 제이머스 후작 파벌이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된다고 치면, 제이머스 후작 파벌을 고를 겁니다. 실제로 빅토리안 공작 파벌이 이대로 정계를 휘어잡는다면 필로스 전하 입장에서는 그 세력이 나름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요.”

“그렇군요.”

문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빅토리안 공작 파벌이 커지면 제 아무리 친왕파라고 해도 필로스 왕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제이머스 후작 파벌에 서게 되면, 나중에 공을 나눌 때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음?”

“제이머스 후작 파벌이 애초에 결성된 이유가 빅토리안 공작 파벌에 밀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던 사실 때문이니까요.”

“아아.”

거기에 제이머스 후작 파벌에 서게 되면, 훗날 제이머스 후작 파벌이 정쟁에서 승리했을 때 제대로 공을 나눠줄 것이다.

이건 중요했다.

‘지금의 빅토리안 공작 파벌이라면, 제 아무리 이제르트 자작가가 줄을 대는 데에 성공했어도 이제르트 자작가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지.’

문수르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건 이제르트 자작가의 위치다.

친왕파의 그 어느 귀족도 쉬이 대접해주지 않는 처지.

빅토리안 공작 파벌은 눈길조차 안 줄 것이다. 반대로 자기 처지가 급한 제이머스 후작 파벌이라면 이제르트 자작가를 어느 정도 품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내가 붙을 쪽은 제이머스 후작 쪽인가?’

더군다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이머스 후작이 위기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건데…….

‘문제는 불스 백작이군.’

이제르트 자작의 입장에서 보면 제이머스 후작가에 연줄을 대는 게 맞다.

그러나 불스 백작은 안전하게 빅토리안 공작에게 연줄을 대고 싶어할 수도 있다.

불스 백작의 의중은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이제르트 자작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자니까.

‘논의를 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불스 백작의 의중을 알고 싶다. 그러나 결투가 당장 코앞으로 왔는데 불스 백작과 논의를 하긴 힘들 터.

‘가만.’

그 순간 불스 백작이 보내준 편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왜 주의요망이라고 했지?’

그 편지를 보내고 얼마 안 있어서 사고가 터졌다.

‘불스 백작에게도 나름 정보통이 있을 터.’

야심가인 불스 백작이 왕국 정세에 대해서 무지할 리 만무하다. 이곳저곳에 사람을 심어두고 수시로 정보를 수집할 터. 불스 백작이 지금의 상황을 예측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주의요망이라고 보냈다는 건…….

‘나보고 조심하라는 건가?’

오러 마스터인 문수르에게 조심하라는 건, 그만한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순간 문수르가 결정을 내렸다.

‘슬슬 움직일 때가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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