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크맨-23화 (23/293)

23화

<7화. 후계자.>

1.

“노크노크.”

두 번의 노크 소리.

번쩍!

박문수는 드디어 어스 월드에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주변을 둘러보고는 이곳이 노크 센터임을 파악했다.

털썩!

그리고 주저앉았다.

“후아!”

차원 여행. 직접 경험하긴 했지만 다시금 이렇게 어스 월드로 돌아오자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응?”

그런 문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아무도 없지?”

노크 센터는 조용했다. 원래 사람이 없는 곳이긴 했지만,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회장님이 볼일이 있으신가?”

아마도 한석균 회장이 볼일이 있어 노크 센터를 비운 모양이다. 머리를 한 번 긁적거린 문수는 곧장 로이드를 불렀다.

“로이드!”

- 예 주인님.

“내가 길게 말 안 해도 되지? 일단 노크 센터 시스템에 접속하고, 가져온 자료들 정리해놓고 있어. 그리고 내가 필요하다고 했던 물품을 찾아서 준비시켜 두고.”

- 노크 클락 충전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한 회장님부터 만나보고. 아, 일 하는 김에 한 회장님에게 내가 왔다는 것도 알리고.”

- 이미 알고 계십니다. 아!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큐브 빌딩으로 오라고 하시네요.

“큐브 빌딩?”

큐브 빌딩.

한석균이 소유한 패동 건설이 만든 인류 역사상 존재하는 빌딩 중 최고 작품이라 불리는 곳으로, 한석균 휘하의 회사 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으로, 보안 수준이 국회의사당 급으로 평가 받는다.

한석균은 대부분 회사 일을 처리할 때 큐브 빌딩에서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거느리는 회사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계열사들까지 합치면 아마 이름 외우는 것만으로도 벅차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회사들을 일일이 방문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큐브 빌딩을 만들고, 거기서 모든 기업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뭐, 가라면 가야지.”

문수는 딱히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수의 머릿속에 드는 의문.

“야, 로이드.”

- 예, 주인님 말씀하십시오.

“너 자동차 무인운전 가능하냐?”

- 물론 충분히 가능은 합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그래?”

휴우.

문수는 거기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로이드의 말은 그런 문수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 그러나 무인 운전은 불가능합니다.

“뭐? 가능하다며?”

- 무인 운전 자체는 가능하지만, 현재 한국 도로교통법 상 무인 운전은 불법입니다.

“그, 그건…….”

- 죄송합니다만, 케르빈 월드가 아닌 어스 월드에서 저는 법과 규칙을 준수합니다.

“빌어먹을!”

지금 문수가 화를 내는 이유. 그건 다름 아니라, 그가 면허가 없었기 때문이다.

딱히 자가용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뿐더러, 차를 구매할 만큼 돈을 벌어본 적도 없었기에 면허를 딸 필요성을 전혀 못 느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강원도 산골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산골!

반면 큐브 빌딩이 위치한 곳은 서울 도심 정중앙, 바로 여의도였다. 이 거리를 가려면 차든, 헬리콥터든 타고 가는 게 일반적인 생각 아닌가?

“젠장.”

그러나 지금 이곳엔 운전기사가 없었다. 결국 작금의 상황에서 문수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이동방법은 하나였다.

“젠장, 로이드! 산악자전거 하나 꺼내와.”

- 알겠습니다, 주인님.

아무래도 가는 길이 쉬울 것 같진 않다.

2.

“으럇차!”

쿵!

산악자전거 하나가 도로에서 멈췄다. 주변 사람들이 슬며시 자전거를 바라봤다.

자전거가 비싸 보여서?

그건 아니었다.

자전거는 폐기처분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게 걸레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눈에 띄는 건 그런 자전거가 아니었다. 그 자전거 위에 탄 사람이었다.

“1시간 30분 걸리네.”

걸레가 된 자전거를 탄 사람은 정장을 곱게 차려 입고 있었다.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는 조합이다.

이 사람의 정체는 박문수.

그는 강원도부터 자전거를 타고 고작 1시간 30분 만에 서울 여의도에 들어온 것이다.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였다. 아마 세계에 존재하는 사이클 선수들이 본다면 기겁했을 장면. 그 대단하다는 뚜르 드 프랑스의 참가자들도 감히 문수와 자전거를 나란히 달리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였다.

‘마나가 단전에 쌓인 덕분인가? 온몸에서 힘이 넘치네.’

단전이 개발되고, 마나가 꽤나 쌓인 이후로 문수는 쉽게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쓰면 쓸수록 온몸에서 힘이 더 넘쳤다.

자전거가 걸레가 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문수의 힘이 넘치는 탓에 자전거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본래는 산 정상에서 굴러도 멀쩡할 자전거가 1회용이 되어버린 것이다.

“뭐, 도착했으니까 됐고.”

털털털!

자전거에서 내린 후에 자전거를 끌고 가기 시작하는 문수. 큐브 빌딩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였다. 이미 큐브 빌딩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여러 개의 유리 상자들을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이는 빌딩. 그것이 바로 큐브 빌딩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운영되며, 그 어떤 지진에도 버틸 수 있는 최고 기술력의 상징!

여의도에 위치한 큐브 빌딩은 한국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왜 사람이 점점 많아지냐?”

큐브 빌딩으로 가는 길목에 사람들 숫자가 꽤나 많았다. 여의도니까 사람들이 많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거의 축제를 하는 날이면 인파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니까.

그렇다는 건 축제 비슷한 게 있다는 의미인데…….

‘여자 애들이 많네. 아이돌 가수라도 오는 모양이지.’

문수는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이돌 가수가 오든 말든 그건 그랑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아닌가?

“일단 자전거부터…….”

그때였다.

막 가던 길을 가려고 할 때.

큼지막한 벤 자동차 한 대가 문수를 지나갔다.

촤악!

하필이면 근처에 고여 있던 물웅덩이 위를 지나갔고, 때문에 문수는 정말 만화 속에서 본 것마냥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됐다. 정장이 홀딱 젖어버린 것이다.

“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일까?

문수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봤다. 그의 등 뒤에는 신호등이 있었고, 신호등은 분명 빨간불이었다. 자동차가 움직일 만한 상황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문수를 지나친 벤은 신호도 무시한 채 그냥 지나간 것이다.

이윽고 벤이 문수 앞에서 잠시 섰다.

“웃긴 놈들이네?”

문수는 혀를 차며 그들에게 달려갔다. 적어도 이렇게 생쥐 꼴이 됐는데 한 소리를 해야겠다.

이내 벤의 운전석 앞까지 간 문수가 똑똑, 운전석의 창문을 두드렸다. 선팅이 너무 짙게 된 탓에 자동차 내부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끼익!

이내 창문이 내려왔다. 문수는 당연하게 말했다.

“이봐요, 신호 무시하고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합니까? 뭐, 내 옷 젖은 건 내가 도로 근처에 있었으니까 내 실수라고 치겠습니다. 웬만하면 신호 정도는 지킵시다.”

“뭐래는 거야 저 병신.”

순간 문수의 표정이 굳었다.

‘뭐?’

목소리가 나온 건 운전석이 아니었다. 운전석 너머. 분명 거기서 목소리가 나왔다.

“어디서 지랄이야? 매니저, 저 새끼 그냥 패버려.”

“야야, 저 사람 들으면 어쩌려고?”

“들으라고 해, 병신보고 병신이라고 하는 거지.”

“야, 너 제발 입조심 좀 해. 저번에도 그렇게 기자들한테 지랄하다가 씹혔잖아.”

“흥, 기자나부랭이들이 지랄해봐야 거기서 거기지. 우리 아빠가 그 새끼들 다 고소한 다음부터는 내 후장이 마르지 않고 닳도록 빨아주던데 뭐.”

분명하게 들리는 목소리다.

문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냥 사과 한 마디 들으려고 했는데 병신 소리를 들어야 하나?

“야, 거기 누구야?”

더군다나 지금 문수의 성깔은 굉장히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케르빈 월드란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몬스터와 전쟁을 벌이다 왔다. 감각 자체가 전투 상태라는 거다.

주먹질은 안 하겠지만, 한 소리는 해야겠다.

끼이익!

“어? 어어? 야!”

그러나 그런 문수의 반응에 운전수는 창문을 올렸고..

부릉!

곧바로 시동을 켰다. 사람이 바로 옆에 달라 붙어있는데 그 상태에서 엑셀을 밟은 것이다.

문수의 몸은 차에 밀려 튕겨져 나갔다.

벤 자동자는 그 상태로 질주했다. 문수는 그런 자동차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입은 달랐다.

“4885. 넌 뒤졌어.”

문수는 이 상황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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