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4.
조길태는 멀쩡한 외모였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연예인이라고 해도 나름 믿을 정도로 준수한 외모였다. 키도 훤칠했다. 솔직히 말해서 집안도 빵빵하고, 외제차도 끌고 다니는 그녀가 한국 사회에서 여자 때문에 골치 아플 일은 굉장히 적을 듯했다.
그런 놈이 여자 아이들을 납치해, 폭행하고 강간했다니? 솔직히 일반인들 논리에서는 납득이 안 가는 일이다.
그러나 정말 납득이 안가는 건 그게 아니었다.
“우리 아빠가 나 구해주는 거 맞지?”
“걱정 마라. 이번 변호사 중에는 최근 검찰 쪽에서 일하시다 나온 분이 계시니까.”
“정말이지? 응? 정말 나 괜찮은 거지?”
“당연하지. 전관예우 몰라?”
조길태는 아버지의 회사…… 그 유명 로펌 소속의 변호사와 면회실의 아크릴 벽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단 살인을 해도, 전관예우가 들어가면 형량이 반부터 깎이고 들어가는 거야. 왜인줄 알아? 그렇게 해야 재판을 하는 판사도 나중에 콩고물을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거든. 거기에 검찰에서 일하실 때는 나름 힘 좀 쓰시던 분이야.”
그 변호사는 일반인들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검찰 쪽 애들도 심하게 구형하지 않을 거야. 이미 작업은 다 끝났어.”
“그래도 몇 년은 살다 나오겠지?”
“야 인마, 지금 세상은 네놈을 사형시키라고 난리야. 뭐, 한국인들 냄비 근성 어디 가겠냐? 일단 여기서 적당히 형량 받고 조용히만 있으면 나중에 네가 뭘 하든 상관없어.”
“아, 진짜! 그냥 그런 계집년 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죽이려고 해서 죽인 것도 아니잖아. 그 계집년이 말을 안 들어서 좀 때린 건데…… 다른 년들은 그렇게 때려도 멀쩡했다고. 그럼 그 계집년이 문제 있는 거 아니야?”
“헙. 야, 말은 조심하자.”
“뭘? 내가 틀린 말 했어?”
“야야, 괜히 긁어 부스럼만을 필요는 없잖아. 여하튼 재판할 때 내가 알려준 거 숙지하고. 이건 중요해. 재판 시작했을 때 지금처럼 나오면 많은 이들이 곤란해져.”
“알아. 내가 아빠 밑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재판 때는 잘 할 테니까 걱정 마.”
“그건 그렇고 여기 구치소 왜 이래? 진짜 쓰레기 같아. 진짜 그 년 맛도 없었는데 그런 년 때문에 내가 이런 꼴이 되다니…… 세상은 진짜 쓰레기 같아.”
조길태는 말과 함께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신이 자신을 저주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이런 처지에 빠질 이유가 없을 테니까.
그 무렵이었다.
“맞아, 세상은 쓰레기지.”
구치소 면회실. 면회인과 수감자만이 허락되는 그 장소에 그들도 모르는 제3의 인물이 등장했다.
모두가 식겁했다.
특히 법을 아는 변호사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지 금방 파악했다.
“너 이 새끼 누구야!”
변호사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주변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평범한 새끼는 아니지. 평범한 인간이면 이런 상황을 연출하지는 못했을 테니까.”
“연출? 그게 무……!”
퍽!
순식간이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사내의 주먹이 변호사의 주둥이에 꽂혔다. 주먹의 위력은 엄청났다.
쿵!
주먹 한 방에 변호사는 날아가 아크릴 벽에 부딪쳤다.
콰직!
심지어 아크릴 벽이 부셔졌다. 주먹에 맞고 날아간 인간이 아크릴벽을 부술 정도니, 그 주먹에 맞은 인간은 어떠할까?
“커, 컥!”
이빨이 다 나갔다. 앞니부터 시작해서 송곳니까지! 어금니 두어 개만 멀쩡했는데.
등장한 사내는 아크릴 벽을 넘어가는 와중에.
콰직!
변호사의 머리통을 발로 짓밟았다. 그 와중에 그나마 멀쩡했던 어금니도 나가버렸다. 그냥 어금니만 나간 게 아니었다. 치조골이 다 나갔고, 턱이 나가버렸다.
콸콸콸!
그런 변호사의 입에서는 피가 막 뚫은 유전마냥 터져나오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몇 분 안 가 출혈과다로 죽을 것처럼 보였다.
“으, 으! 너 누구야!”
조길태는 그런 괴기스러운 광경을 연출하며 등장하는 사내를 보며 기겁했다.
“후우.”
사내는 그런 조길태를 보며 일단 한숨부터 내쉬었다.
“처음에 여기까지 오면서 사실 많은 걱정을 했다.”
“무, 무슨 개소리야! 사람! 여기 사람이 죽어간다고! 누구든 빨리 와! 여기 미친놈이 있다고!”
조길태가 어떻게든 사람을 부르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적어도 교도관은 주변이 있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그들이 근처에 대기 중일 텐데?
‘왜 안 오지?’
조길태는 납득이 안 갔다.
이런 비상상황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퍽!
사내는 그런 조길태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으헉!”
조길태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바닥에 이마를 찍었고, 동시에 뇌가 흔들린 탓인지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주룩!
입에서 침이 저절로 나왔다. 사내는 그런 조길태 앞에 쭈그려 앉으며 조길태의 머리를 마치 봉지들 듯 잡아 올렸다. 사내는 멍한 조길태의 눈깔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 어…….”
조길태는 차츰 정신이 돌아오는 듯, 무언가 말을 뱉으려 했다.
“정신이 들어?”
사내가 친절히 물었고, 이내 사내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조길태의 머리를 그대로 벽에 던졌다.
콰직!
사내의 힘은 대단했다. 그 무거운 사람 몸뚱이를 마치 농구공 다루듯이 가지고 놀 정도로 말이다.
“크헉!”
이번에는 벽에 머리가 부딪친 조길태가 신음을 흘렸다. 그런 그의 이마에서는 피가 주룩주룩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 잠깐!”
우습게도 그 충격에 조길태는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조길태는 여기서 크게 소리쳤다.
“너 이 새끼! 내가 누군지 알아?”
“그럼 넌 내가 누군지 알아?”
반문하는 사내의 말에 조길태는 빠득! 이를 갈았다.
“내가 너 같은 새끼를 알리가 없잖아!”
“다행이네. 염라대왕 앞에 갔을 때도 그렇게 말하라고. 나 같은 새끼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퍽!
사내는 말과 함께 넘어진 조길태의 배를 발끝으로 쳤다. 사내의 그 발차기는 보통 발차기가 아니었다. 피륙을 두드리는 발차기가 아니라, 피륙을 꿰뚫는 발차기였다.
“커, 커헉!”
실제로 사내의 운동화는 조길태의 배를 뚫었다. 마치 칼로 복부를 뚫듯이 말이다.
조길태는 배를 잡고 바닥을 굴렀다.
콸콸콸!
그런 조길태의 배에선 피가 터져 나왔다.
“피? 피다!”
조길태는 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많은 출혈량에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걸 보고 맨 정신으로 버틸 인간은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을 테니까.
사내는 그런 조길태의 머리를 다시 봉지 잡듯 잡았다.
그리고는…….
쾅!
“푸헙!”
머리를 벽에 갔다 처박았다. 조길태가 신음을 토해냈고, 사내는 그런 조길태에게 물어봤다.
“정신이 들어?”
“어, 어…….”
정신이 들리가 없다. 조길태는 멍하게 풀린 눈으로 사내를 바라볼 뿐이었다.
사내는 그런 조길태의 머리를 다시금 벽에 처박았다.
쾅!
“크헉!”
다시 신음을 토해내는 조길태. 그의 머리통은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었다. 사내는 그런 조길태에게 다시 물었다.
“이제 정신이 들어?”
“미, 미친 새끼……!”
조길태는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내 그 말을 뱉었다. 사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군. 벽에 머리통을 갔다 박으면 정신을 차리는 시스템이라니? 솔직히 내가 방금 걱정이 하나 생겼는데 말이야. 정신을 잃으면 내가 네놈의 팔을 분지르거나, 이빨을 하나씩 뽑거나, 불알을 하나씩 터뜨려도 네놈은 모를 거 아니야? 그게 너무나도 안타까울 것 같아서 네 정신을 어떻게 멀쩡하게 만들까, 고민을 했는데 이런 간단한 시스템이 있다니? 인간을 만든 조물주는 참 대단해. 아무렴.”
그제야 조길태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 날 죽이려고 온 놈이야.’
이 사내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왔다.
더불어 그 살해과정에서 조길태는 그 어떤 이들의 도움도 없을 수 없었다.
구치소인 이곳에 교도관 한 명이 이 소란 속에 기척조차 내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조길태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사, 살려주세요.”
애절하게 내뱉는 조길태의 말에 사내는 살짝 놀랐다. 사내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왜?”
“네?”
사내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정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왜 널 살려줘야지?”
“그, 그건…….”
“당황하지 말고 들어. 정말 이건 딱히 너를 놀리려고 하는 말 같은 게 아니야. 진지하게 궁금해서 묻는 거야.”
사내는 다시 말했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자. 내가? 그러니까 나를 말하는 거지. 왜? 이유를 묻는 거야. 널 살려줘야지? 이 부분은 딱히 풀이가 필요 없겠지? 그럼 합쳐서 다시 물어볼게. 내가 왜 널 살려줘야지?”
“나, 날 죽이면!”
“죽이면 뭐?”
“네놈도 사형에 처할 거다. 그래, 네놈도 죽을 거라고!”
조길태의 그 말에 사내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이유로 바로 공명정대하게 사형에 처했다면, 정말 그렇게 됐으면 내가 여기 오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 순간 조길태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조길태는 몰랐다.
아직 진짜 공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