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들-81화 (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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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이 말했다.

“제단 아래의 사람들요?”

“제단 아래에 실험실이 있어요. 배교자들을 처형하는 곳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실험체들 중에 진짜 배교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거예요. 준 맥브라이언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사람들을 납치하고 감극하면서 비인격적인 도구로 그들을 사용하면서 고문하고 있죠. 그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지 몰라요. 보편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게 이미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서림의 말에 아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사이크와 지명의 눈이 부딪쳤다.

두 사람은 그 일을 두고 오랫동안 얘기를 해 왔었다.

“왜 날 봐? 네가 찾는 사람은 저 녀석 아니야?”

창틀에 앉아있던 지명이 말했다.

“어? 아.”

사이크가 두리번거리다가 정인과 나란히 앉아있는 지명을 찾아냈다.

히나타의 지명은 냉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똑같은 지명인데도 히나타의 지명은 사이크과 친해지질 못했다.

사이크가 그를 경계해서 그러는 걸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사이크도 두 지명을 두고 편 가르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래에서 온 지명을 자기 마음에서 슬쩍슬쩍 밀어내고 있었고 히나타의 지명도 자기가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실험체들은. 전부 죽여야 하는 것 아닌가?” 정인의 지명이 말했다.

아무도 그 말에 답을 하지 못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아미는 현실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들은 좀비나 다름 없어요. 사사롭게 애정을 나타내고 동정하는 건, 방사능에 동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될 거예요. 나는 우리한테, 그 사람들을 구원할 자격이나 능력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은 이미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어요. 만약에 그 사람들이 사회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그 각 사람들이 썩은 오렌지처럼 옆에 있는 사람들을 질식시키게 될 거예요. 질식이라는 방법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른 방법으로 파괴해 나갈 거예요.”

아미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에 쉽게 동조하지 않았다.

소명이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뭔지 알겠어. 뭣 때문에 갈등하는지. 다들. 영웅 놀이를 하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전부를 구하고 싶은 거지?”

소명은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영웅? 모두의 영웅?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아? 인간의 이해관계는 전부 다 대립해. 단적인 예를 들어봐? 여기에는 두 지명이가 있지. 그 지명이들조차도 서로 이해관계가 대립해. 히나타와 정인만 해도 마찬가지야. 만약에 우리한테 일이 생기고 뭔가를 돌이켜야만 하게 돼서 지명이가 과거로 거슬러 가야 하게 된다면 내 지명이 대신 다른 지명이가 가 줬으면 좋겠다고 서로 생각하고 있을 걸? 지명이도 마찬가지야. 자기보다는 다른 지명이가 알아서 떠나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걸? 모두한테 자기 입장이라는 게 있어. 모두를 구한다는 거? 그딴 생각은 극장에서 팝콘 퍼 먹으면서나 하라고 해. 우리는 서림 언니를 구해오면 끝이야. 실험실에 있는 실험체가 우리를 막아선다면 목을 베거나 안면을 강타해서 쓰러뜨려 버리면 되는 거고. 실험실에 있는 인간들. 연구원이나 실험체나 모두다 해악 아닌가? 연구원들은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고 실험체들은 불운한 운명에 의해서 그렇게 됐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같잖아.”

소명의 말에 쉽게 반론을 펼치지는 못하면서도 대부분이 소명의 말을 불편하게 여겼다.

“아, 짜증나. 헐리우드에서 캐스팅을 한다면 내 역할은 잭 니콜슨이 맡겠다. 두꺼운 눈썹을 하고 눈을 못돼 보이게 뜨고 이기적으로 구는 것처럼 형상화하겠지. 하지만 잘 생각해 보라고. 내 말이 맞을 걸? 전력을 생각해 봐. 우리가 커버할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어. 좀비를 살리자고 강은이나 진한에게 위험을 감수해 달라고 부탁할 마음은 전혀 없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허락하지 않을 거야. 분명히 새겨들어.”

소명이 어찌나 단호하게 말했는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제단 아래의 실험실이 저절로 열리진 않겠죠?”

소명이 서림에게 물었다.

“준 맥브라이언이 열고 들어가지는 않는 한은요. 그리고 안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 한은. 열리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그 곳은 계속 닫혀있도록 해야겠군요.”

소명이 말했다.

“그쪽에서 싸움을 걸지 않으면 우리는 저 분을 구출해서 나오기만 하면 되는 거야?”

진한이 작은 소리로 소명에게 물었다.

작은 소리기는 했지만 모두가 그의 목소리에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게 목소리가 퍼져 나간 느낌이었다.

“아마 그럴 거예요.”

기선이 말했다.

“나한테 물어봤잖아. 쓸데없이 질문 가로채지 마라.”

소명이 으르렁거렸다.

그리고는 굳이, ‘아마 그럴 거야.’ 라고 다시 대답해 주었다.

“들었어. 너, 성격 이상하게 구는 건 여기서도 똑같구나?”

진한이 말했다.

사람들은 감격했다.

진한이 아니라면 누가 소명에게 그런 말을 해 줄 수 있단 말인지.

“흥.”

소명이 콧방귀를 기세 좋게 뀌었다.

“너무 오래 있으면 항이 형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일단은 흩어지자고.”

선우 형이 말했다.

“지명이랑 사이크는 하기로 한 일 잘 하고 있는 거지? 우리를 거지로 만들어선 안 돼. 그것만 명심해.”

선우 형의 말에 사이크가 움찔했다.

잘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만약에 잘 되지 않는다면 이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 줄까 하는 생각에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던칸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은밀하게 퍼져 나갔다.

그런 소문이 퍼지는데도 당사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소문의 진원지도 믿을만한 곳이라는 것, 최초에 발표를 낸 곳이 권위 있는 일간지라는 점이 던칸 피살 소식에 날개를 달았다.

주식시장의 상황이 타이라의 블랙베리로 전송되었다.

타이라는 뒤늦게 자기가 어떤 싸움에 끼게 되었던 건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이 개 자식!!”

타이라는 사이크를 향해 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이크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없었으리라는 사정도 이해했다.

만약 모든 것을 말했다면 과연 이 무모한 싸움에 참가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겠는지 알 수가 없었다.

타이라의 투자자들은 자존심이 엄청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이 들어앉아 있는 곳에 불이 나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상황을 모른 척한다면 자기들도 끝까지 버티다가 연기에 질식하거나 불에 타서 죽을 사람들이었다.

조심스럽게 타이라에게 연락을 취해 온 사람이 두엇 있기는 했다.

타이라는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이미 예견했던 부분이에요.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첫 변화가 나타난 것 뿐이에요. 곧 이 그래프의 모양은 바뀔 거예요.”

그리고 타이라는 그런 전화를 건 사람은 당신 하나 뿐이다 라는 것을 강조했다.

두 사람이었지만 그 사실을 전화건 사람들은 알 수 없을 터였다.

정보의 불공정으로 인한 손해를 타이라의 투자자들이 입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잘 되지 않으면 안 되겠군.’

타이라는 차를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살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헌팅하고 다니는 자기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무렵에 사이크와 지명도 머리를 마주댔다.

필연적으로 두 지명이 모였다.

아미까지도 가세했다.

사이크와 달리 아미는 지명이 둘이라는 사실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머리 좋은 쌍둥이 형제로 멋대로 왜곡해서 두 사람을 인식해 버렸다.

아미는 시장상황을 점검하면서 미국의 금융전문 방송채널인 CNBC에서 내놓는 보도를 분석하며 취합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사이크가 아미에게 물었다.

오히려 어떤 때는 두 지명 중 하나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 이렇게 아미에게 묻는 것이 더 편했다.

“총알은 아직도 충분하고 쇼핑은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요. 슬슬 던칸 의원의 사망설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준 맥브라이언도 쇼핑을 거의 마쳐가고 있다는 의미일 거예요. 이 소식을 흘리는 쪽은 준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아무래도 여론이 칸트의 죽음에 쏠리고 있고 그와 더불어서 붉은 번개의 틈에 이목이 집중되려 하고 있으니까 준은 다른 때보다 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나는 준이 뭔가에 쫓겨서 서둘러 움직이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준은 쉽게 달아오르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 사람이 쉽게 달아오르는 사람인지 어쩐지는 관심 없어.”

사이크가 말했다.

“CNBC에서는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다고 예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거래량이 70퍼센트 이상 폭등했다가 그 폭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까요. 이틀째는 300퍼센트 이상으로, 사흘째는 700퍼센트 가까이 늘었어요.”

지명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장이 이상하게 요동하니까 개인 투자자들도 따라 나선 거야.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껴서 자기들도 작은 이득이라도 보려는 생각인 거지.”

“쉽지는 않을 걸.”

지명의 말에 사이크가 말했다.

“CNBC에서는 나름대로 분석을 하려고 하고 있는데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어요. 기껏 한다는 소리가 중국계 투기 세력의 돈이 들어온 것 같다는 얘긴데 그 말은 자기들은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시인하는 것밖에는 안 되는 거죠.”

아미가 말했다.

“준 맥브라이언은 성공을 확신하고 있어서 미친 듯이 사고 팔아대고 있어. 그 남자가 출발시킨 폭주하는 열차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뛰어 올라타고 있어. 이게 탈선을 하는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으려고 할 걸?”

사이크가 말했다.

“몇 조 달러에 이를 거야. 준 맥브라이언이 입을 피해 말이야. 그 남자의 손을 잡았던 은행들도 같이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겠지.”

히나타의 지명이 말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 벌어지겠지.”

사이크의 말에 아미가 사이크를 바라보았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거죠?”

아미가 물었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우리 작전이 실패하고 맥브라이언의 투자가 성공하는 때를 말하는 걸 텐데 그러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생으로부터 대탈출을 하겠지. 그 행렬에는 아마 우리도 끼게 되지 않을까?”

사이크가 태연하게 말했다.

“생으로부터의 대탈출이라.”

아미가 그 말을 따라했다.

“단어가 마음에 드는데요?”

사이크는 단어 타령이나 하는 아미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맥브라이언은 던칸의 도움을 받고 있던 기업들의 주식에 대해 적대적인 거래를 했다.

처음에는 붉은 번개의 틈의 유동자금만으로 운영을 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다른 가능성은 없었고 오직 한 가지의 결과만이 가능했다.

초반에는 주가 폭락을 저지하려는 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시간 싸움이었다.

저지선을 계속해서 붕괴시켜 나간다면 그들은 결국 피투성이가 돼서 나가 떨어지고 자신은 막대한 이득을 취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상상 이상의 차입금이 같이 돌아가게 되었다.

맥브라이언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리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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