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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65화 (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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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들은 살인귀 같은 유키무라만 의식했지 줄곧 이상한 구체 위에 앉아서 관망만 하는 카우로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젠이 유키무라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또 안 챙겼지?”

젠이 유키무라를 다그쳤다.

“헤헤, 죄송해요.”

그러면서 유키무라는 젠이 던져준 것을 머리에 끼워 조였다.

소리굽쇠의 소리는 점점 길게 울렸다.

그 파동에 가슴에 진저리가 처질 지경이었다.

오니들은 동료 중 하나가 산 채로 살이 발라져 나가는 걸 본 후에 견디기 힘든 낮은 음의 진동까지 겪게 되니 금방이라도 구토가 나올 것처럼 불편함을 느꼈다.

“카우로는 언제 저걸 가져왔죠?”

유키무라가 젠에게 슬쩍 다가가며 물었다.

카오루 자식이 소리굽쇠를 울리기 시작하면서 종을 들고 일어서면 그때는 유키무라도 카오루와 붙어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대개 카오루는 그것을 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것은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 사용하는, 다른 사람은 도무지 흉내도 낼 수 없는 독특한 서명과도 같았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죽였다가는 누구 짓이라는 것을 단 번에 들킬 터였다.

자수하려는 생각이 아닌 이상 아무리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무기라도 하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그 무기를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조장님이 허락하신 거예요?”

유키무라가 물었다.

어딘지 모르게 젠을 힐난하는 듯한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젠도 자신의 결정을 지금 후회하는 중이라 카우로에게 심하게 굴지는 않았다.

“왜 그러셨어요.”

유키무라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도 후회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잔 말 말아.”

카오루가 드디어 종을 들었다.

카오루가 그것을 아주 간단히 든다고 해서 종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카오루가 드는 것을 보고 힘을 싣지 않고 들려고 했다가 팔과 어깨에 허리까지 다친 사람들이 많았다.

카오루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더니 소리굽쇠로 종을 때렸다.

대애애애앵, 대애애앵, 대애애애애애애애애앵………….

한없이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미칠 것 같은 울림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카오루는 소리로부터 달아나려고 애쓰는 사람을 기어이 쫓아가 그 머리에 종을 씌워버렸다.

기묘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술래잡기 같았다.

달아나는 사람은 두려움에 혼이 빠진듯한 표정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종까지 든 카오루의 발놀림을 끝까지 따돌릴 수가 없었다.

그 안에서 몸부림치는 동료를 보면서도 누구 하나 다가가서 동료를 구해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 손은 두 귀를 막는데 써야 했다.

잠시라도 손을 뗐다가는 고막이 찢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카오루의 얼굴에 승자의 미소가 떠올랐다.

“덕분에 쉽게 끝나면 되는 거잖아.”

젠이 말했다.

“저, 저기!!”

유키무라가 카오루를 향해 손을 뻗으며 재빨리 일어섰다.

하지만 카오루는 살인에 취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애초에 고막이 찢어져 있던 오니에게 그의 공격은 어떤 실질적인 위협도 주지 못했다.

이미 청각을 잃었던 오니가 잡고 있던 반달 모양의 칼이 순식간에 지나가자 카오루는 저를 바라보았다.

목이 없이 서 있는 제가 보였다.

카오루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아직도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머리를 잃은 그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도 카오루는 생각을 잇지 못했다.

가면 쓴 오니의 발이 카오루의 눈 앞에 닿았다.

카오루의 머리는 그대로 몇 바퀴를 굴렀다.

오니는 무료하다는 듯이 카오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유키무라와 젠을 향해 돌아섰다.

그가 들고 있는 칼에서 카오루의 핏물이 떨어졌다.

반달 모양의 칼날 사이에 손을 끼워 잡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제법 주인과 어울리는 무기였다.

유키무라는 카오루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젠도 마찬가지였다.

유키무라를 잃는 일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카오루는.

카오루를 잃을 일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젠이었다.

유키무라는 이성을 잃었다.

그들은, 신의 대리자로 자처하며 오랫동안 학살을 자행해 왔던 사람들의 존재를 너무 과소평가한 댓가를 치러야 했다.

양쪽에 몇 명씩이 남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산 사람도 산 사람 같지 않았고 죽은 사람도 죽은 사람 같지 않았다.

오해로 시작한 분노만이 있었다.

그 모든 일이 젠을 히나타로 오해해서 생긴 일이었다.

젠이 유키무라를 불렀다.

유키무라는 이성을 잃은 와중에도 젠을 거슬렀다가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생각할 정신은 있었다.

“물러서 있어.”

젠이 말했다.

유키무라는 젠의 말을 따랐다.

젠이 유키무라의 자존심을 세워 주었다.

유키무라는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젠이 적시에 그를 불러준 덕에 그는 조장의 명령에 순응하느라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물러선다는 모양새를 취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젠은 차근차근 싸웠다.

욕심을 부리지도 않았다.

젠이 사용하는 수권은 파괴력이 대단해서 일격으로 갈비뼈를 쳐 내기에 충분했다.

카오루를 해치웠던 녀석이 젠에게 칼을 휘둘렀다.

젠은 생각이나 계산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바닥으로 몸을 내던지고 굴렀다가 다시 잽싸게 일어섰다.

이번에는 젠의 심장을 겨냥하고 곧장 칼을 쥔 손이 날아들었다.

젠은 슬쪽 몸을 반쯤 비틀면서 칼잡이 오니의 무릎을 발로 찼다.

그의 무릎이 부러지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오니의 근성 하나는 쓸만해서 고통을 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젠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젠의 가슴 속에서 억눌려 왔던 살인 본능이 해제되었다.

이미 힘을 쓰지 못하는 무릎 아래로 발을 휘둘러 젠은 그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아직도 칼을 쥐고 있는 팔을 잡아채다가 무릎에 대고 힘을 들여 꺾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악!!!”

하늘을 찢을만한 비명이 쏟아져나왔다.

젠은 남은 무릎을 마저 꺾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괴로워하는 오니에게 자비를 베풀려는 듯 가면 밑으로 드러난 하얀 목에 발을 갖다 댔다.

젠의 온 체중이 실렸다.

체중만이 아니었다.

상상할 수 없는 힘이 가면 쓴 남자의 목을 부러뜨려 버렸다.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조용한 해변의 흑사 앞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뒤쪽에서 가면 쓴 남자가 빠르게 젠을 향해 돌진했다.

“조장님. 등 뒤요!”

유키무라가 소리쳤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그도 곧 깨달았다.

젠은 앞으로 쓰러지는 것처럼 몸을 기울이더니 그대로 몇 걸음을 튕겨나가며 돌아섰다.

땅바닥에서 작은 돌멩이 몇 개를 줍기 위한 동작이었다.

갈비뼈를 부러뜨리는 힘으로 돌을 던졌는데 충격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공격 시간을 0.1초 정도 남겨두고 폼이 완전히 흐트러진 상태에서 슛을 던졌는데 그것이 버저비터가 된 것처럼, 젠이 흔들리면서 던진 돌은 정확히 오니의 가면을 깨뜨리고 눈에 박혔다.

가면이 없었다면 해골에 박힐만한 위력이었다.

남자는 소리소리를 질렀다.

금이 간 가면을 스스로 벗자 안구가 터져나왔다.

젠은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무기를 빌렸다.

눈을 잃고 지랄발광을 하는 남자의 목을 단번에 그것으로 잘라버렸다.

혼자 남은 오니는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

젠은 칼을 던져버렸다.

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였지만 칼 때문에 오히려 손이 더러워졌다.

멍청하게도 만들었다는 생각에 기분만 확 불쾌해졌다.

오니는 거추장스러운 가면을 벗어던져 버렸다.

자기 신분을 감추어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이제 별로 들지도 않았다.

신분을 감춘다는 것은 훗날에 도모할 일이 아직 남았을 때의 말이었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권총을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고 신의 대리자로서 조용히 처단을 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었다.

이번에는 일이 아주 이상하게 되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사는 것, 살아남는 것을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다.

가면을 벗은 오니의 얼굴은 여리여리하고 겁이 많아 보였다.

저런 녀석이 마지막에 남았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 녀석이 얼마나 볼품없는가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가 들고 있는 총의 위력은 상상이 되었다.

유키무라는 젠을 구해야 했다.

오니는 젠의 얼굴을 겨냥했다.

그리고 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만 해.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겠어. 그러면 되잖아. 안 그래?”

유키무라가 고함을 질렀다.

그 말에 오니는 흔들렸다.

‘그럴 줄 알았지. 애송이잖아!’

유키무라는 생각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젠은 재빨리 몸을 숙여 흙을 쥐어 가면을 벗은 오니의 얼굴에 던지며 몸을 바닥으로 굴렸다.

얼굴을 감싸고 버둥대던 남자에게 그 다음의 기회란 오지 않았다.

젠은 그의 손목을 비틀어 꺾고 권총을 뺏었다.

“조장님. 이제 다 끝났는데. 굳이 그걸 쏘지는 않을 거죠?"

유키무라가 말했다.

젠은 재미없게 됐다는 듯 권총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손에 힘을 실어 마지막 남은 오니의 목을 내리쳤다.

일어선 젠은 그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길질을 했다.

유키무라는 카오루의 얼굴 앞에 섰다.

얼굴과 몸 중에서, 아무래도 얼굴이 좀 더 카오루다웠다.

젠은 카오루를 노려보더니 유키무라에게 말했다.

“가자. 이렇게 된 이상 흑사에 남은 인간들을 하나도 살려두지 마.”

유키무라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차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하필 차종도 같아서 처음에는 도망쳤던 유우신이 다시 돌아오는 건가 했지만 자세히 보니 차가 미묘하게 달랐다.

“조…장…님!”

유키무라가 놀란 얼굴로 멍청하게 말을 더듬었다.

젠은 기분 나쁜 얼굴로 유키무라를 바라보다가 유키무라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거울에 비친 것처럼 히나타가 서 있었다.

“도둑이 드디어 나타났군.”

젠이 말했다.

항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핸들을 잡은 채 기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선은 웃다가 전화를 받았다.

항은 바닥에 널부러진 시신들이 자기쪽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어디에요, 형? 언제 오세요?"

기선이 물었다.

“사당 앞에 난리가 났어. 처참한 시신이 여럿이야. 희영인 아무 것도 못 봤데?”

“네에?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건 또 뭐야!”

항은 젠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그러면서 제 옆 자리의 히나타를 바라보았다.

“히나타가 둘이야.”

항이 소릴 질렀다.

“야쿠자 조장 젠이에요.”

히나타가 말했다.

“젠요?”

기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항은 어리둥절해 했다.

“일단 아무도 신사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 지금 밖으로 나오는 건 위험해.”

기선이 말했다.

“형은 괜찮으세요? 히나타는요?”

“우선 끊어봐. 우리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야.”

항을 보던 히나타는 자신의 핸드폰이 내내 꺼져 있던 것을 발견하고 전원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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