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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들-64화 (6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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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한 사람이 먼저 일어섰다.

“마침 오는군.”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확인했다.

“히나타다.”

다른 원숭이 탈을 쓴 사람들도 주섬주섬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 일만 끝내면 쥐새끼 같은 테오놈한테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지?”

어차피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것도 아니었지만 역시나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테오는 어느 순간, 자기가 왜 이 열도에 혼자 방치된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거기에다 칸트가 죽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자 꽤나 상심을 했다.

하지만 테오는 괴로움을 혼자서 오랫동안 간직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리고 준이 일일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기가 일본에 있는 동안 기선과 지명의 일행을 하나씩 제거해 놓을 수 있다면 그것이 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적당할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을 때 그의 머릿속 체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몰아치는 밤, 각자 얼굴에 원숭이 탈을 뒤집어 쓰고 은밀한 조직을 이루어서 집단에 폐가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납치해서 살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히나타를 처리하는데 제격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나타를 처리하는 일은 그들 조직의 목적에도 부합하는 면이 있어서 큰 반발은 없었다.

테오는 ‘붉은 번개의 틈’이 자주 애용하는 방법으로 그들을 움직였다.

히나타를 해치우기만 하면 앞으로는 ‘붉은 번개의 틈’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남자들은 하나같이 잔인했다.

도무지 죽음이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들이 가장 치를 떠는 단어는, ‘속박’이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그들 중 우두머리가 ‘붉은 번개의 틈’에게 비밀을 들켜버렸고 ‘붉은 번개의 틈’은 자기들이 쥔 약점을 가지고 그들을 협박해왔다.

가면을 벗은 각 구성원은 사회에서 평범한 생활을 영위해 가는 사람들이었기에 정체가 탄로나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일을 해결하기만 하면 더이상 그런 불안에 시달릴 필요가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일을 맡아야 할 건지 말 건지에 대해 두 번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근데 저 남자들은 뭐지?”

그중 하나가 물었다.

“그러게.”

그러면서도 그들은 전열을 가다듬었다.

“뭐가 됐든. 상관할 건 없잖아. 다 죽여버리면 될 테니까.”

“맞아. 그래버리면 되지.”

갑자기 모두가 의욕적으로 굴기 시작했다.

살인에 대한 열정이 그들을 단단하게 묶었다.

유우신은 그들의 모습을 차 안에서 보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히나타는 하여간. 주변에 이상한 인간들이 왜 저렇게 들끓는 거지? 나무신이라서 벌레가 자주 꼬이는 건가?’

유우신이야말로 답답했다.

갑자기 젠이 나타나서 히나타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을 때 유우신은 어디까지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가늠을 하지 못했다.

잡아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유우신은 히나타가 왜 젠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건지 그 경위를 설명했다.

“쇼스케님이……. 내 부재를 대비하신 거란 말이지? 나를 그리워하게 될 일을?”

유우신은 젠이 감동받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히나타를 봐야겠어.”

젠이 말했다.

“히나타는 왜요?”

유우신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왜냐면. 어쨌든.”

젠도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얼굴을 돌려달라고 할 건 아니죠?”

유우신이 물었다.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줄 수 있긴 한 건가?”

“그렇다고 젠이 얼굴을 뺏긴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 그렇지.”

“히나타는 젠한테 잘못을 저지른 게 없어요. 쇼스케가 탐욕을 부려서 거기에 희생당했다가 보는 게 맞아요.”

“얼굴을 내 놓으라고 하려는 건 아니야.”

“히나타가 조용히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 둬 줄 수는 없어요?”

“그냥 만나보고 싶다는 것 뿐이야.”

유우신은 자기가 해 볼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했다고 생각했다.

성질 더러운 걸로 치자면 결코 쇼스케에게 뒤지지 않는 젠이었다.

그랬기에 쇼스케가 죽은 후에 반대파들을 숙청하고 쇼스케를 이어 조장의 자리에 올라 조직을 빠른 시간 안에 안정된 위치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유우신은 젠을 히나타에게 데려다 주기로 약속한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젠은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젠이 팔처럼 부리는 두 남자가 젠과 함께 했다.

‘히나타를 없앨 생각인가?’

유우신은 그런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미리 히나타에게 연락이라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틈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일은 의도치 않던 방향에서 쉽게 풀리게 될 것 같았다.

젠과 일행은 원숭이 가면을 쓴 남자들을 발견했다.

“오니에요.”

젠의 오른 편에 서있던 남자, 카오루가 말했다.

“오니? 도깨비라고? 저것들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유키무라가 비웃었다.

“폐쇄적인 지방에서 치안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가면에 도롱이를 쓰고 오니 분장을 한 사람들이 마을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납치해서 죽인다는 얘기가 있었죠. 아직도 저런 사람들이 남아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긴. 버젓이 흑사의 사당이 있는 곳이니 저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건가?”

카오루가 말했다.

무식한 유키무라를 상대하다가는 한 세월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유키무라의 말은 싹 무시를 하고 젠에게 설명을 하는 중이었다.

“어쨌건 재미있겠는데요? 전부 죽이면 되는 거잖아요.”

유키무라가 말했다.

“죽일 작정을 하고 덤비는 사람을 죽이는 건 죄가 안 된다고 하잖아.”

젠이 한가롭게 말했다.

“법원에서도 그 말이 통하면 좋겠네요.”

유키무라가 히죽 웃으며 칼을 빼서 손 안에서 자유자재로 돌리며 원숭이들에게 다가갔다.

가면을 쓴 오니들도 살기를 가다듬었다.

유우신이 타고 있던 차가 슬금슬금 움직이다가 드디어 뺑소니를 쳐 버렸지만 누구도 유우신 따위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카오루. 왼쪽에 있는 세 녀석은 내가 맡을게.”

유키무라가 말했다.

“네가 셋이나 차지하면 나는 뭘 가지고 놀라는 거지? 닥치고 왼쪽의 두 녀석이나 가져.”

“시끄러워. 왼쪽에 있는 세 놈은 내꺼다.”

가운데에 있는 녀석을 두고 싸움이 벌어질 것 같다고 여겼는지 유키무라는 가운데에 있던 녀석을 향해 먼저 돌진했다.

“저 녀석들 가지고 싸울 필요 없어. 사당에는 훨씬 사냥감이 많을 테니까.”

“사당에 있는 사람들을 죽인다고요? 신관까지요?”

카오루가 기겁을 하고 물었다.

“신을 모시는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어요.”

“왜 겁이 나냐? 그럼 사당 안에 있는 사냥감들은 전부 내 차지다.”

유키무라가 기고만장하게 떠들어댔다.

“하지만 사당 사람들을 왜요?”

카오루가 젠에게 물었다.

“나이 들면 이런 저런 이유를 자꾸 생각해 내는 게 귀찮아져. 특히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해서는 더 그렇지. 귀찮아. 이유를 생각하는 것 따위.”

젠이 말했다.

“역시 우리 조장님이시라니까.”

유키무라가 말했다.

생각보다 싸움은 치열했다.

원숭이 가면을 쓴 남자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은행 창구에 앉아서 고객들에게 시달리게 될 사람도, 편의점 알바생을 교육시켜할 사람도, 일류 호텔 주방에서 요리를 하게 될 사람도 그날만큼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중에는 검도관 관장과 합기도 유단자도 있었지만 다른 오니들이 그들의 실력에 뒤진다고 쉽게 말하기가 어려웠다.

“아무 것도 모르는 놈들은 아니군. 재미있겠어.”

유키무라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가 연장을 바꿔 들었다.

카오루는 슬쩍 곁눈질로 유키무라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렸다.

유키무라의 눈빛은 이미 변해 있었다.

그런데도 오니들 중 누구도 겁을 먹거나 물러서려 하는 자가 없었다.

“훈련 하나는 제대로 받은 모양이네.”

카오루가 질려버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키무라가 중량감 있는 펜치를 손에 쥐고 그것을 뒤집었다.

예리한 칼날에 햇살이 다가와 부딪쳤다.

유키무라의 기습공격을 당한 녀석들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냥 슬쩍 뜨거운 것이 끼얹어졌다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만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해서 싸웠다.

살이 벌어지고 피부가 벗겨지고 칼날과 펜치가 번갈아 드나들면서 그들의 몸이 해부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두 번째 고통은 첫 번째 고통보다 조금 더 날카로워졌지만 그들은 고통에 익숙해졌다.

이 정도는 견딜만하다고 생각하다보니 어느덧 몸은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너, 너……!”

동료의 비명을 듣고서야 자기 몸을 돌아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유키무라가 흥분에 가득찬 채로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자기 몸을 내려다보려고 고개를 숙인 순간 유키무라는 하늘로 두 세 걸음을 날아올랐다가 떨어져 내려오면서 펜치 머리로 원숭이 가면을 내리쳤다.

“흐아아아악!!!”

석류알이 깨지듯이 머리가 쫘악 찢어지면서 벌어졌다.

“좋아. 좋아.”

유키무라는 기괴하게 웃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같이 앉아서 희생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동료 중 하나가 처참한 몰골이 되어 극한까지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오니들은 드디어 동요하기 시작했다.

유키무라는 한 걸음 뒤로 물렀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손 안에서 그가 만든 무기는 이리 저리 방향을 바꾸었다.

살아있는 오니는 살아있는 채로 해부를 당했다.

"오니와 싸우게 되다니. 신나는 일인데?"

유키무라가 광인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그가 흥분했다는 것은 그가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유키무라가 오니의 갈비뼈를 펜치로 부수더니 그것을 잡아 부러뜨렸다.

“흐아아아아악!!!! 제발 그만해!!!!!”

"오니가 나한테 부탁하고 있어. 그만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어. 오니가. 도깨비가."

유키무라는 오히려 더 신이 나서 날뛰었다.

오니는 그동안 다른 사람이 내지르는 소리를 듣기만 해 오다가 자기 입으로 동정을 호소했다.

그렇다고 동정을 베풀 유키무라가 아니었다.

그는 동정을 베푸는 법도, 동정이 뭔지도 모르는 존재인 듯했다.

“심장이라는 것도 이렇게 보면 별 것 없어.”

오니의 심장과 폐, 간과 다른 기관들이 바닥에 던져지는 동안 오니는 말 그대로 피 눈물을 흘렸다.

그의 무릎이 장엄하게 꺾였다.

그가 쓰러졌을 때 그의 등을 찌르고 갈비뼈가 솟아나왔다.

유키무라는 추운데서 소변을 보고 난 것처럼 몸을 한 번 떨었다.

“아이. 신나. 다음은 누구 차례?”

그때 낮은 진동음이 들렸다.

‘저 미친 자식.’

유키무라는 카우로의 소리굽쇠가 울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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