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들-47화 (47/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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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쉬폰 치맛자락이 미동에 흔들리면서 이리 저리 새로운 선들을 보여주었다.

“씻고 싶은 사람은 없나봐요?”

베니카가 시영과 연우에게 잔을 건네면서 웃었다.

“베니카가 남자들의 땀 냄새에 흥분할 줄 아는 멋진 여자일 것 같거든요.”

연우가 말했다.

브라보!

시영은 속으로 외쳤다.

대한민국 고소득 탑 텐에 드는 토익 강사들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표현을 저렇게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잔을 비우는 것이 베니카에게 들어가기 전에 해치워야만 하는 의식인 것 같아서 두 사람은 재빨리 잔을 비웠다.

베니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천천히 잔을 비웠고 고혹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다가와 잔을 거두어 들였다.

이제 남은 일은 탐색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시영은 베니카에게 몸을 기울였다.

손등으로 베니카의 볼을 쓰다듬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베니카의 곡선을 따라 내려가 옷 위로 드러난 가슴 언저리를 손등으로 쓰다듬었다.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연우가 다가왔다.

연우는 시영이 공을 들이느라 차마 벗기지 못하고 있는 짧은 셔츠를 만지더니 신축성 있는 옷을 잡아내렸다.

넓게 파진 네크라인이 연우의 손 아래에서 무참히 늘어나면서 커다랗고 매력적인 과실 하나를 드러냈다.

“호오오…….”

연우는 한 손으로 제 페니스를 쓰다듬으면서 다른 손 손가락으로 베니카의 유두를 간질이다가 소담하게 손 안에 베니카의 가슴을 쥐었다.

베니카의 입에서 더운 신음이 쏟아져 나왔고 베니카는 뒤로 돌아선 채로 시영의 목을 감으며 시영에게 키스를 했다.

시영은 신세계에 막 발을 들여 놓은 사람 같았다.

베니카는 엉덩이를 위 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시영의 페니스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둘 다 이제 그 거추장스런 바지를 벗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게 되었을 때 연우가 먼저 베니카를 벗겼다.

연우가 베니카를 밀어 침대 위로 넘어뜨리자 그 사이에 침대로 다시 올라왔던 키티가 깜짝 놀라면서 달아났다.

연우는 바지를 벗기는 했지만 드디어 다가온 친구의 탈동정의 기회를 망칠 생각은 없는지 뒤로 물러나 벽에 기댔다.

“너, 어디든 잠깐 가 있으면 안 되겠어?”

시영이 말했다.

“나한테 못 보일 꼴이 뭐가 있다고 그래?”

연우가 말했다.

“그래서 그러는 게 아니라.”

“사정이 잘 안 될까봐 그래? 별 무리 없을 것 같아 보이는데?”

“어쨌거나 욕실에라도 가서 짱박혀 있다가 나오면 안 되겠어?”

“시잃어!”

“아오. 변태새끼야. 좀 꺼지라고.”

“시도시도시도잉.”

확 처버렸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괜한데 낭비할 힘이 없었다.

베니카에게서 모자이크 한 조각 같은 검은 망사 팬티를 걷어내는 것말고 지금 다른 데에 신경을 쓴다면 그건 남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방증인 것 같아 시영은 뽀얀 엉덩이를 드러내고 무릎으로 침대에 기어 올라갔다.

연우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영의 사적인 즐거움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서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받으면서 흥얼거렸다.

“너도 우선은 좀 쉬고 있어.”

연우가 똘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을 하고는 휘파람을 불며 거울을 보고 머리를 정리했다.

물은 적당한 온도로 욕조에 차올랐다.

“으하아앗, 뜨거워라아. 뜨거워라아.”

연우는 방정을 떨어가면서 발가락 하나를 담갔다가 빠져 나왔다.

침대 위의 상황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우선은 참기로 했다.

시영이 위험에 처할 일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쪽은 연우 자신이라는 것을 연우는 알고 있었다.

거짓말 탐지기도 아니고.

고작 상대가 거짓말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라니.

참나.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정확히는 작가를 향해 쏟아야 할 분노였지만 연우는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는 건지도 알지 못하고 화를 냈다.

억세지 않은 부드러운 음모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음순 사이로 손가락을 비벼대자 베니카의 입에서는 참기 힘들어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베니카는 시영의 손을 잡아 끌어다가 자신의 가슴을 문지르게 했다.

“콘돔 혹시 가지고 있어요?”

시영이 물었다.

베니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영은 곧바로 베니카의 아래쪽으로 밀고 들어가려고 용을 썼다.

“콘돔을 찾았잖아요. 그런데 안 끼워요?”

베니카가 말했다.

“네. 저 녀석은 콘돔을 쓰면 되겠죠.”

시영은 욕실의 연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안에 사정하는 건 안 돼요.”

“주의할게요.”

두 남자를 한 번에 유혹하다니 평범하지 않은 여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단단해진 페니스로 힘들이지 않고 베니카를 뚫고 들어가 안착했다.

뜨겁고 깊은, 만족스런 신음소리가 시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영은 은글슬쩍, 고개를 베니카의 가슴 위로 떨구었다.

탱글한 가슴이 그의 얼굴 아래에서 퍼지다가 곧 다시 탱탱하게 솟아 올랐다.

베니카도 흥분을 했는지 스스로 허리를 움직였고 그 바람에 시영은 아주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너무 금욕기간이 길었던 탓이었는지, 베니카가 주는 자극이 너무 센 탓이었는지 시영은 충분히 버티지 못하고 베니카의 배에 흥건하고 진한 정액을 쏟아냈다.

그래놓고 일어서면서 비틀거리는 바람에 시영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한 번 사정한 걸 가지고 이렇게 현기증이 일다니.

연우한테는 절대로 비밀로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영은 티슈를 뽑아다가 제 흔적을 닦아냈다.

베니카는 이불을 끌어 올려 제 몸을 덮었다.

욕실 문을 열자 따땃한 물속에 푹 담그고 있어서 막 자고 일어난 갓난 아기처럼 볼그족족해진 연우가 시영을 바라보았다.

“어땠어?”

연우의 물음에 시영은 그냥 배시시 웃었다.

“내가 너랑 인연이 깊은 줄은 알았지만 설마 구멍동서까지 될 줄은 몰랐다.”

연우가 말했다.

“그럼 너는 하지 말든가.”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계속 이렇게 못 하다가는 보이는 구멍마다에 찔러 넣고 싶어질지도 몰라.”

“끔찍한 소리는 그만하고 나가봐.”

시영이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연우가 배시시 웃었다.

시영은 욕조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현기증이 나서 포기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는데 거울 속의 그가 흔들렸다.

‘젠장.’

약효는 서서히 나타났고 그는 문고리를 붙잡은 채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낯선 사람이 주는 술을 잘도 받아마셨지.'

저절로 자책이 되었다.

키티는 연우의 이마를 핥아댔다.

연우의 팔에는 생리식염수와 티오펜탈이 들어가는 주사바늘이 꽂혔고 치사량의 염화칼륨을 흘려보낼 주사바늘이 그에게 들어가기 위해서 자리를 찾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가 베니카의 얼굴에 어렸다.

이 사람이 죽으면 아흔 두 번째가 되나?

바늘을 꽂아 넣자마자 욕실에 쓰러져 있을 남자를 끌고 와야 했다.

귀찮은데 그냥 욕실에서 할까?

그래야겠다.

베니카의 존재가 ‘붉은 번개의 틈’이 아니라 세상에 알려졌다면 독거미라는 둥 블랙 위도우라는 둥 별별 유치한 별명이 붙었겠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덕에 베니카는 자신의 기록을 갱신할 수가 있었다.

잭 케보키언 박사가 안락사를 시킨 환자들의 수가 130명이었으니 조금 더 분발하면 그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콧노래까지 불렀다.

베니카도 처음에는 안락사를 시켰다.

하지만 욕망은 기대하지 않은 계기에 의해서 변형되게 마련이었다.

어두운 욕망을 숨긴 채 병원에 계속 남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던 베니카는 병원을 떠났고 그 후에는 병원에서 알았던 환자들을 찾아다녔다.

죽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환자들의 생명을 베니카는 스스로 거두었다.

처음에는 생명을 뺏는 자와 생명을 포기하는 자의 목적이 합치되었지만 그런 최상의 조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베니카의 손에 죽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남지 않게 된 상황에서도 베니카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

들키지 않고 여섯명인가를 해치웠을 때 베니카는 점점 담대해졌고 운을 믿고 부주의하게 굴다가, 도처에 뻗지 않은 데가 없는 ‘붉은 번개의 틈’이 드리운 촉수에 걸려들고 말았다.

‘마지막 지령’이라는 말은 베니카에게도 달콤하게 들렸다.

이 일만 끝내면 늙은 영감탱이같은 ‘붉은 번개의 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아압았다! (잡았다!)”

베니카가 말했다.

주사바늘이 꽂혔다.

저항하지 못하는 연우의 몸으로 염화칼륨이 방울방울 들어갔다.

베니카는 들어가는 속도를 빠르게 조절했고 욕실에 쓰러져 있을 남자를 마저 처리하려고 일어섰다.

키티가 베니카의 발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베니카에게 차이고 캬릉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뒷걸음질치는 베니카의 발에 꼬리를 밟히고는 키야악 소리를 내면서 내빼버렸다.

베니카는 시영이 멀쩡하게 걸어나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베니카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시영조차도 자기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에 명령을 내려서 약물을 해독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바늘 뽑아. 전부 다.”

시영이 말했다.

베니카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니카는 어느 새 그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지금 얼마나 들어간 건지 말해.”

“이 정도로는…….”

시영은 연우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하는 짓을 연우가 볼 수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영은 조용히 연우에게 스스로 해독하라고 중얼거렸다.

연우가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면 낄낄거리고 데굴데굴 구르고 배꼽을 찾는다고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영은 자기가 생각하는 일이 잘 될지 어떨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연우의 생체마저도 그의 말에 복종할 것인지.

하지만 지금은 꼭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살아.’

시영은 그렇게 사정이라도 하고 싶었다.

“으응!”

시영의 말을 듣고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음소리를 내더니 연우가 눈을 떴다.

“토할 것 같아.”

그러더니 연우는 그대로 욕실로 달려갔다.

변기를 붙잡고 한참을 게워내더니 얼굴이 홀쭉해진 채로 칫솔 하나를 입에 물고 나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때 벨이 울렸고 연우는 자기가 벗어두었던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

“엑? 기던이가요? 인따로요?(진짜로요?) 그대더요.(그래서요) 이그믄 애안테요?(지금은 괜찮데요?) 암깐요.(잠깐요)”

연우는 욕실로 뛰어들어가 치약 거품을 퉤퉤 뱉어내고 다시 말했다.

“지금은 괜찮은 거죠? 죽어요?”

그 말에 시영이 놀라서 연우에게 달려갔다.

“아니. 기선이가 죽은 게 아니라. 장 항 형이.”

“뭐?”

시영이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연우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장 항 형이 죽었다는 게 아니라!!”

연우는 베니카를 힐끗 바라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귓속말을 했다.

“장 항 형이 죽'였'데.”

“누굴?”

“어떤 남자가 두 사람을 공격하려고 했데.”

“어?”

“일단은 우리한테도 조심하라고 하는 전화야.”

“누군데?”

“선우 형 형.”

“너도 죽을 뻔 했다고 하지.”

“뭐?”

“너를 안락사시켜 버리려고 했거든.”

“누가?”

연우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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