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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의 언니도 폭행을 당했고 소명에게, 순순히 따라오지 않으면 언니도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소명과는 이미 수 개월간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었다는 거짓말이 이어졌다.
소명과 결혼을 할 거라고 했고 소명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도 했다.
가족들의 눈빛이 체념으로 바뀌는 것을 소명은 깨달았다.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소명을 돕겠다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가족들 중 맞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특히 오빠의 부상은 심각했다.
코뼈가 부러졌고 눈 주위에 보라색 멍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곧 그들을 상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명은 그를 따라나섰다.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것만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따라나섰다.
갖은 방법으로 그는 소명을 괴롭혔다.
수동적으로 성관계에 임하는 소명에게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잦아졌고 한 번 시작한 폭력은 점차 그 수위가 높아졌다.
턱을 주먹으로 쳐서 이를 흔들리게 한 후에 깊은 키스를 하면서 혀로 흔들리는 이를 밀곤 했다.
고통 때문에 소명이 자지러질 듯 신음을 하면 그 소리에 흥분이 되어 사정을 했다.
섹스를 하고 싶을 때마다 소명에게 상처를 남겼다.
허벅지를 그어버리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벌어진 상처를 부빌 때 소명이 내지르는 신음을 그는 좋아했다.
저녁 먹은 것이 체한 것 같아서 소명이 불편해 했다.
그러자 남자가 소명에게 다가와서 손을 따주겠다고 했다.
그가 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내버려두기만 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소명의 손을 잡아채서 손가락 한마디가 덜렁덜렁해질 정도로 깊이 칼을 밀어 넣었다.
쿨럭쿨럭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양의 피가 계속해서 나왔다.
그는 피가 더 나오게 하려고 상처부위를 벌렸다.
그리고 신음하는 소명의 다리를 벌리고 거칠게 삽입을 했다.
정액이 상처 위로 흩뿌려졌다.
그곳을 영영 떠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명이 집으로 도망치면 다음에는 소명 대신 소명의 언니를 데리고 오겠다는 말에 소명은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몇 시간이나 쉬지 않고 삽입을 해대는 통에 이틀 동안 걸을 수 없게 된 적도 있었다.
사정을 하지 않는 그가 싫었다.
죽이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노인을 데리고 들어온 날…….
그 일을 회상하게 될 때 소명은 늘 노파나 할머니라는 단어 대신 노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다른 두 단어가 너무 무력하고 연약하게 느껴져서였다.
소명은 단어라도, 조금 더 강한 것을 사용하고 싶었다.
남자가 노인을 폭행하고 학대하고 강간하고 체외에 사정을 하는 동안 소명은 그 자리에 있었다.
몇 번이나 구토를 하고 실신하기 직전의 패닉상태까지 치달았지만 그는 고개도 돌리지 못하게 했다.
노인은 소명에게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가 노인에게 매달렸을 때 그의 뒤통수를 치려고 유리병을 들었다가 그에게 들켰다.
그의 손찌검에, 성하던 오른쪽 어금니 두 개까지 빠지려했다.
소명은 노인을 구원해 주지 못했지만 노인은 소명을 구원해 주었다.
노인과 젊은 남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동행과 남자의 강압적인 태도를 수상하게 여긴 주민이 그 집에 들어가 보라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들은 시신의 몸에 사정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소명은 긴장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지옥에서의 생활이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로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팔목에도 수갑이 채워졌다.
“저를……. 왜요?”
묻는 그녀의 뺨에 거친 손이 날아들었다.
그들에게 소명은 남자의 공범이었다.
소명은 울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명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극악한 범죄에 미디어가 같이 날뛰었다.
그들은 문태성보다도-남자의 이름이 문태성이라는 것을 소명은 그때 처음 알았다- 가녀린 미모의 소명을 더 탐냈다.
그들은 소명을 묘사하기 위해 가장 혐오스러운 형용사와 가장 매력적인 명사를 조합하려고 애 썼다.
신문에는 문태성보다 소명의 얼굴이 더 많이 실렸다.
그러다가 소명을 조사하던 여경이 소명의 몸에서 심각한 학대의 흔적을 발견 했다.
소명을 오해하고 함부로 했던 형사들도 소명에게 사과를 했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속죄를 하고자 언론사마다 전화를 돌렸다.
소명은 문태성의 공범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문태성에게 감금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기사를 정정해 줄 것을 요구하자 대부분의 언론사에서는 오보를 정정해 주었다.
소극적인 방법으로 정정한다는 문구를 싣고 소명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린 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유독 한 신문사가 고집을 부렸다.
하필 그곳이 가장 영향력이 있는 언론사였고 기사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오보 시인은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몸에 있는 상처마저도 고도의 속임수가 아니라는 법이 어디에 있겠냐고 했고 소명 스스로가 무죄를 증명해내면 정정보도를 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일, 소명에 대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냈다.
소명은 이미 사람들에게 문태성을 능가하는, 문태성을 조종해서 미약한 노파를 납치하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고 사체까지 오욕하게 한 요부로 각인되었다.
소명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은 소명을 받아주지 않았다.
돌아갈 곳이 없어서 비어있는 문태성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웃들은 소명을 보면 잡아 죽일 것처럼 굴었다.
자신도 피해자라고 부르짖는 소명에게, 그렇다면 왜 다시 문태성의 집으로 기어 들어온 거냐고 그들은 따지며 되물었다.
언제가는 잊히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질없는 기대였다.
정정보도를 내지 않은 그 신문사는 납치 사건이나 성범죄 사건, 여성이 일으킨 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소명의 사진을 싣고 특집기사를 냈다.
소명은 기자를 찾아가 엎드려서 사정이라도 해 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대단히 고결한 자신을 더럽히려고 찾아온 오물인 것처럼 소명을 모욕했다.
죽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한 남자가 소명을 찾아왔다.
교도소에서 문태성을 알게 되었다는 그는 문태성의 전언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서 달아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이 불 속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라고 했다.
언니가 되었든, 오빠가 되었든, 소명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끔찍하게 화형을 당하게 될 거라고 했다.
문태성의 집에서, 문태성이 돌아올 때까지 숨도 쉬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온전한 정신으로는 버틸 재간이 없어서 남아있던 돈을 긁어 슈퍼에 갔다.
가게 주인은 소명이 내민 돈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소명이 돈을 카운터 위에 올려두자 그것을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는 천형 같은 병에 걸린 사람에게나 지을 것 같은 표정으로 소명을 바라보며 연신 헛구역질을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소명은 소주 두 병을 사서 나오다가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이 개 같은 년아. 너 때문에 이 동네 집 값이 다 떨어진다고, 이 씨발년아. 어떻게 풀려난 거야? 판사한테 보지 대 줬냐? 순순히 놔둬서는 이 동네를 안 떠날 것 같은데 그럼 네 보지라도 주든가, 이 썅년아.”
누군가 소명의 어깨를 밀었고 휘청이던 소명이 바닥에 쓰러졌다.
웃음소리가 들렸고 소명이 깨진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으리라.
진한이, 소명을 막아섰다.
어디에서 튀어나온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소명을 구해보겠다고 나선 것까지는 좋았지만 소명을 막아선 진한은,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다중의 위력 앞에서 쓰러졌다.
제 몸 하나 살피지 못할 거면서 왜 나선 거냐고 속으로 그를 꾸짖으면서 소명이 일어섰다.
“내가 어떤 년인지 알지? 가까이 와 봐. 그 새끼 좆을 낭심까지 도려내 줄 테니까. 빨리 안 나와, 이 씹새끼들아?”
휘두르는 소주병 때문에, 그리고 그것보다 소명의 살기어린 눈빛과 소명이 뱉은 말 때문에 아무도 소명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처음에는 적은 수의 일탈이었으나 곧 대열이 흐트러졌고 결국 끝까지 남아있던 사람들마저 쏜살같이 달아나 버렸다.
걸레처럼 늘어진 진한을 부축해서 그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었지만 피를 흘리면서 부어오른 입술을 달짝거리기만 할 뿐 소명에게 제대로 말을 해 주지 못했다.
그런 진한을 문태성의 집으로 옮겼다.
문태성의 구급약품을 가져다가 상처에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남은 상처는 이제 스스로 알아서 회복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소명이 약품 상자를 닫았을 때 그가 손을 뻗었다.
상처 입은 진한이 벗길 때 소명은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가 힘이 들까봐 자기 옷을 벗고 그의 바지를 벗겨 주었다.
소명은 그가 자기보다 서 너살은 어리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무시하는 표정을 보이지는 않았다.
“상이냐?”
그가 물었다.
건방지게도 반말로.
“그래. 상이야.”
“너를 구해준?”
“나 대신 이 꼴이 돼 준.”
“널 알아.”
“당연히 날 알겠지.”
“네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
“…….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내가 믿고 싶은 대로만 믿거든.”
“내가 한 짓이라면 어쩔 건데?”
“그렇다면 달아나야겠지만 어차피 지금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그럴 수도 없어.”
팽팽하게 일어선, 팬티 밑의 성기를 바라보았다.
팬티를 끌어 내리자 그것이 튕겨지듯 흔들거렸다.
그곳이 문태성의 집이라서 그랬던 거라고, 쉽게 그 녀석을 몸 속에 들였던 거라고, 소명은 그 후에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문태성을 모욕하고 싶었다.
너의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이 곳에서 나는 다른 남자에게 범해지고 있다.
소명은 그를 조롱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정사가, 그녀를 달구었다.
제발 멈춰 달라고 부르짖으며 소명은 환희에 매달렸다.
그의 것이 뜨겁게 그녀의 안에서 퍼졌을 때 그녀는 격정적인 한숨을 터뜨렸다.
“아아아아!!!”
그가 아픈 몸을 일으켜 소명의 음부에 묻은 정액을 닦아 주었다.
그가, 정액을 닦은 티슈를 휴지통에 넣는 것을 보고, 그녀가 팬티로 음부를 닦아 그것 역시 휴지통에 버렸다.
“뭘 하는 거야?”
“한 사람을 불 사르려고.”
“뭐?”
“괜찮은 생각이 났어.”
알몸으로 책상에 다가갔다.
메모지를 끌어다 놓고 바닥에 앉자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아랫도리가 바닥에 닿았다.
섹스 후에 갑자기 펜을 잡는 소명을 보고 궁금증이 들었는지 진한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뭘 하려는 건데?”
소명은 그에게 대꾸하는 대신 메모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현 기자님, 다녀가신 후로 줄곧 기자님을 생각하고 있어요. 제 비방기사를 쓰는 게 문태성을 속이기 위한 거였다는 걸 저는 생각지도 못했고 괜히 기자님을 원망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제 기자님이 저를 갖는 순간, 그리고 제 안에 사정하면서 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전 기자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웬 신파?”
“현 기자가 누구야?”
“오보를 정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소설을 기사라고 쓰는 새끼야. 오보라는 걸 나한테 증명하래. 증명하려고 했더니 걸레 같은 년이 어디서 함부로 제 뒤를 따라 오냐고 악다구니를 쓰더라고. 미친 새끼야. 그런 새끼가 왜 나한테 꽂혔는지 모르겠어.”
“불 사르겠다는 건 무슨 말이야?”
“나를 숨겨주는 사람은 문태성이 불 질러버리겠다고 했거든.”
“그런 얘길, 왜 이제 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너한테 숨겨달라고 하진 않을 거야.”
“그런 건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되기 전에 미리 말해 줬어야지.”
“책임지겠다는 거야?”
“당연한 것 아니야?”
“귀여운 녀석이네.”
소명이 진한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상처에 닿은 손 때문에 따가운지 눈을 찡긋하다가 그가 소명에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