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27부
화랑들을 태운 버스가 일산톨게이트를 접어들었다.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다. 평일 날이라 도로에 통행량이 많지 않아 조금 일찍 도착한 것이다. 무석은 무전기를 통해서 각 버스에 연락을 취했다.
“이곳에서 천랑파 본진인 저택까지는 30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대열을 정비하겠습니다. 우리 화랑들은 크게 5개의 부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대사군자님들이 지휘하는 매(梅), 란(蘭), 국(菊), 죽(竹) 4군과 제가 지휘하는 화랑군 입니다. 매님과 란님이 이끄는 화랑들에게 선봉을 맞기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휘하는 화랑들은 중간에 포진하며 후방은 국님과 죽님이 이끄는 부대가 맞아주세요.”
무석의 지시에 따라 버스들이 달리며 대오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무석의 생각은 이렇다. 갈치파의 주력은 전대사군자가 이끄는 화랑들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이끌고 있는 경험 많은 500화랑들이다. 전투에서 선봉의 중요성도 크지만 핵심전력을 마지막까지 보존해서 최후까지 전투를 이끌어야 한다. 핵심전력이 싸워보지도 전멸해 버린다면 전투는 무조건 패하는 것이다.
버스가 일산시내를 벗어나 천랑파 저택이 있는 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천랑파 저택을 중심으로 3Km이내를 포위하고 있던 천랑파에 의해 화랑들을 태운 버스들이 저택이 있는 분지로 들어서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 소식은 수혼과 요키에에게도 전해졌다.
요키에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던져버리고 드라구노프에 탄창을 장착했다. 요키에는 사격 솜씨로 2Km내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저격한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는 바닥에 엎드렸다.
“거기 있는 친구. 이쪽으로 와 봐요.”
요키에가 한쪽에 무전기를 들고 있던 사내를 불렀다. 사내가 다가오자 요키에는 가방을 가르친다.
“내가 신호하면 새로운 탄창을 꺼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사내도 군대를 다녀왔기에 때문에 요키에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요키에는 엎드린 상태에서 망원렌즈로 분지를 살펴본다. 가을이라 시아가 넓고 사물이 또렷하고 명확하게 보인다. 저격하기 좋은 날씨다.
수혼은 기동대에게 소식을 전했다. 이제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수혼도 바짝 긴장한다. 봉황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오늘 전투는 갈치파에 있어서도 천랑파에 있어서도 생사가 걸린 중요한 전투다. 이 한번의 전투로 인해 자신의 생명과 조직의 사활이 걸린 것이다. 수혼뿐만 아니라 기동대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낸다. 어떤 사람은 파이프를 들고 있고, 어떤 사람은 조금 긴 사시미 칼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화랑들의 기본 무기는 검이다. 순간의 방심으로 팔다리가 날아가고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태롭다. 기동대는 검을 상대하기 위해 대부분의 무기를 금속재질로 준비했다. 평소에 목검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검을 들고 나왔고, 단봉을 사용하던 이들도 쇠파이프를 들고 나왔다.
버스들은 언덕을 넘어 막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이제 여기서부터 천랑파 저택까지는 버스로 3분도 걸리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3시 55분이다. 무석이 예상한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그때 선두에서 달리던 매의 버스에서 무석에게 무전이 들어 왔다.
“앞에 사람들이 있어. 몇 백 명쯤 될 것 같아.”
“복장은 어떻게 돼요.”
“모두 검은 도복을 입고 있어. 그들은 우리 버스들을 보고 움직이지도 않아.”
설명은 들은 무석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검은 도복이라면 천랑파가 자랑하는 기동대의 복장이다. 천랑파는 자신들이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택을 보호하기 위해 분지에 포진한 모양이다.
“기사에게 상관하지 말고 깔아뭉개 버리라고 하세요. 그놈들이 천랑파 기동대입니다.”
“기동대?........알았어.”
요키에는 버스가 기동대의 100m전방에 도착하자 방아쇠를 당겼다.
“풍~”
소음기를 장착했기 때문에 총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드라구노프가 불을 토하며 탄피가 날아간다. 총알은 대기를 가르며 산을 타고 내려가 달리는 버스 쪽으로 날아갔다.
“찡그랑............욱~”
총알은 가장 선두로 달리던 버스창문을 뚫고 들어가 기사의 어깨를 관통해 버린다. 기사는 핸들을 노치고 버스는 흔들린다. 그때 또 다른 총알이 날아온다.
“푸~ 푸시시시”
버스 앞 타이어 왼쪽바퀴가 터지며 버스가 길에 미끄러지며 180도 회전을 한다. 저격당한 버스를 뒤따라오던 버스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정지하고 못하고 앞서 달리던 버스의 옆구리와 충돌한다.
“쾅~~”
뒤따라오던 버스가 충돌하고 또 그 뒤를 따라오던 버스도 충돌했다. 앞에 삼중 충돌이 일어나고 그 뒤를 따라오던 버스는 도를 벗어나며 버스를 피했다. 하지만 다시금 총알이 날아와 운전하던 기사의 어깨를 관통해 버리고 비틀거리던 버스는 옆으로 쓰려져 버린다. 다른 버스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무석은 앞서가던 버스들이 충돌하거나 전복되자 기사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충돌한 버스들 때문에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모두 정지해.”
수혼은 버스들이 정지하자 기동대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기동대들은 앞으로 달려가 충돌의 여파로 비틀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는 화랑들을 박살을 내버린다. 화랑한명이 기동대의 쇠파이프에 머리가 날아가며 검붉은 피가 튀어 오른다. 선두에서 접근했던 버스들 중에서 6대의 버스가 다른 버스와 충돌하거나 전복됐다. 기동대는 충돌한 버스에서 내리는 화랑들을 먼저 공격했다. 가장 선두를 달리던 화랑들은 전대사군자 매(梅)와 란(蘭)이 이끄는 화랑들이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전투다운 전투도 치루지 못하고 기동대에게 희생당하고 있었다.
무석은 버스가 정지하자 무전기로 모두 하차 명령을 내렸다. 지금 앞에서는 천랑파의 기동대가 전복된 버스에서 내리는 화랑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무석은 버스에서 하차한 화랑들이 앞으로 달라가려는 걸 억지로 말렸다.
“혼자가면 안돼. 대오를 정렬하란 말이야. 모두 하차해. 빨리.”
무석의 명령에 따라 오백화랑들이 정렬하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서 달리던 전대사군자 중에 매(梅)는 충돌의 여파로 앞좌석과 머리가 충돌하며 이마에서 피를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밖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시끄러운 병장기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창밖을 살펴보았다. 희미한 시아가 밝아지며 밖의 상황이 보인다. 차 밖에서는 화랑들이 검은 도복을 입은 사내들에 의해 무참하게 도륙(屠戮)당하고 있었다. 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분신과 같은 화랑들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머리가 깨지고 팔다리가 날아간다. 화랑들의 비명소리가 매의 가슴을 도려내리는 같다. 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다시 주저앉는다. 한쪽 다리가 의자사이에 끼었다. 매는 힘들게 다리를 빼낸다. 치마가 길게 찢어지며 하얀 속살이 드려나는데 장딴지 부근이 길게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통증이 없다. 마음이 급한 매에게 통증 따위를 느낄 사이가 없었다.
“다들 뭐하고 있는 거야. 밖에 동료들이 당하고 있잖아. 유리창을 깨고 모두 밖으로 나가.”
매는 자신도 검으로 유리창을 깨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가 버스에서 떨어지기 전에 기동대의 쇠파이프가 날아온다. 매는 공중에서 검을 빼내며 몸을 회전하여 상체를 밑으로 숙이고 검으로 쇠파이프를 쳐내며 다시금 검이 움직이며 기동대의 어깨를 향해 검을 내리친다.
“크아아아악~”
기동대의 팔이 어깨에서부터 깨끗하게 절단되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매는 땅에 착지하며 어깨를 잡고 비틀거리는 기동대의 목을 향해 검을 날린다. 그때 등 뒤에서 오싹한 한기가 느껴진다. 매는 기동대를 베어가던 검을 거두고 몸을 회전하며 한기를 쳐낸다.
“깡~!~~”
“어머~ 내 검을 막았어. 아줌마 대단하네. 그럼 이것도 막아봐~”
상대는 키가 크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어린소녀였다. 그녀는 차이나 풍의 옷을 입고 머리는 말아서 쪽을 지었다. 하지만 매는 소녀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소녀의 검이 자신의 중완(아랫배), 지사(허리), 중정(가슴)혈을 향해 날아온다. 매는 소녀가 쳐내는 검의 기세를 보고 자신도 화랑검법으로 수비했다.
“쨍~~~쨍~~~ 쨍~~~”
검과 검이 허공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부디 치고 매는 소녀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뒷걸음을 쳤다. 한번 승기를 잡은 소녀는 검을 폭풍처럼 몰아치며 매를 공격한다. 매는 당황했다. 이 나이어린 소녀의 실력은 자신을 능가하고 있었다. 매는 소녀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방어하며 눈앞의 소녀를 보았다.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때 매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천랑이란 놈의 부인들 중에서 국선도 무공을 극성으로 익힌 나이어린 절정고수가 한명 있다고 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가 아마도 그녀일 것이다. 매는 처음부터 강적을 만난 것이다.
수혼은 전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투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혼의 양쪽에 미나와 미희의 모습이 보인다. 링링은 전투가 시작되자 수혼의 명령도 듣지 않고 벌써 전장의 한 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수혼의 뒤에는 할머니와 수영이 그리고 사군자들이 있었다.
“할머니 조금 있으면 뒤에서 정렬하고 있는 화랑들이 공격할 겁니다. 그럼 기동대는 바로 후퇴할 겁니다. 할머니 일행은 우리가 후퇴하면 잠시 피해 계시다가 전대사군자 중 국(菊)을 만나 국군을 지휘해서 저택까지 진격하세요. 전투가 벌어져도 앞만 보고 진격해야 합니다. 기동대와 친위대에게는 이미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그들을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알았다.”
무석은 버스에서 화랑들이 하차해서 대오를 정열하자 공격명령을 내렸다. 앞에서 동료들이 기동대에게 당해도 지켜만 보아야 했던 화랑들이 울분을 토하며 검을 빼들고 앞으로 달려간다.
전대 사군자 란(蘭)은 앞에 있던 기동대의 다리를 베어버린다. 그녀는 다행이 사고당시 별다른 부상 없이 버스를 빠져나와 기동대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정렬하고 있던 화랑들이 기동대를 공격했다. 이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비록 선두에 있던 매군과 란군이 크게 당했지만 나머지 부대가 공격에 가담한 이상 전투는 이제부터다. 기동대의 숫자는 많지 않다. 링링은 매와의 대결에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매는 곧이라도 쓰려질 것처럼 보였지만 많은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힘들게 링링의 공격을 맞아내고 있었다. 그때 수혼의 명령이 들린다. 링링은 코끝을 찡긋하고는 매를 몰아쳐 물려나게 하고는 자신도 기동대를 따라 후퇴한다.
“후퇴.......후퇴해라.”
수혼의 명령이 떨어졌다. 기동대들은 수혼의 명령에 상대하던 화랑들을 버려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기동대가 도망치자 화랑들은 사기가 올라 기동대의 뒤를 추격했다. 수혼과 쌍둥이 자매는 기동대가 뒤로 빠져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기동대를 추격해 오는 화랑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수혼의 손에서 봉황검이 빛을 토하며 그물망 같은 빛 무리가 화랑들을 향해 날아갔고, 미희의 양쪽 손가락에 키워져 있던 8자루 비도가 선두에 달려오던 화랑들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오른다. 화랑들은 수혼의 검과 미희의 비도에 멈칫하고 수혼과 쌍둥이 자매는 상황을 살펴보고 기동대가 모두 뒤로 빠지자 자신들도 공격을 멈추고 후퇴했다.
“쫒아. 적들이 겁을 먹고 도망친다. 쫒아라. 한 놈도 남기지마라.”
남원로가 뒤에 있다가 화랑들을 독려하자 화랑들은 기동대를 추격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그때 후퇴하던 기동대 틈에서 몇 명의 여인들이 한쪽으로 빠지는 모습이 보였다. 기동대를 추격하는데 정신없는 화랑들은 그녀들을 상관하지 않고 기동대의 뒤를 쫒는데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모습을 무석이 보았다. 바로 대사부와 원예 그리고 사군자들이다.
“저년들 잡아. 대사부와 원예야. 거기 30명 옆으로 빠져. 저년들을 추격해 저년들은 꼭 잡아야 해.”
무석의 명령을 받은 화랑들이 기동대 무리에서 빠져나온 대사부 일행을 추격했다.
“할머니 저들은 저와 사군자들이 막겠습니다. 할머니는 바로 후방으로 침투해서 국(菊)님을 만나세요.”
“내가 저들을 상대하마. 네가 가.”
“시간 없어요. 어서 가세요.”
천마월영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며 밝은 태양빛에 반짝인다. 수영의 몸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고 그것을 신호로 란(蘭,) 국(菊,) 죽(竹도)도 수영을 따라 공중으로 솟구친다. 수영과 사군자들의 몸이 공중에서 회전한다. 수영의 몸 주위에서 빛줄기들이 피어나며 그녀의 몸을 감싼다. 란과 나머지 사군자의 몸 주위에는 검은 그림자들이 피어나며 그녀들의 몸 주위를 따라 뱅글뱅글 돌아갔다. 대사부 일행을 추격하던 삼십 명의 화랑들은 허공에서 피어나는 빛 무리와 그림자들을 보고 달리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원예와 사군자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순간에 폭죽이 터지듯이 빛 무리와 그림자들이 화랑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화랑들은 검으로 그림자와 빛 무리를 베어간다.
“짱~~ 짱~~~ 짜짜짱~~~”
화랑들의 검에서 불꽃이 일어나고 하늘에서 원예와 사군자가 화랑들의 머리위로 날아오른다. 화랑들은 협공으로 밑으로 떨어지는 원예와 사군자를 공격했다. 30여 자루 검이 빛을 토한다. 수영은 떨어지는 몸을 회전하고 손에 들린 천마월영검이 나비의 날개 짓처럼 흔들리는 것 같더니 무수한 검영들이 화려하게 피어나며 30여 자루 검을 향해 떨어져 내린다. 수영의 원예무가 실전된 것이다. 원예무는 화려함을 기본으로 하고 그 속에 날카로운 예기를 숨기고 있다. 화랑들은 천마월영검의 실체를 구분하지 못한다. 화려하게 피어난 빛 무리에서 허와 실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쨍~.........크윽~~.........악”
몇 명의 화랑들이 견정혈(왼쪽 어깨)과 결분혈(어깨)을 붙여 잡고 검을 떨어트린다. 천마월영검이 어깨를 뚫어버린 것이다. 원예와 사군자는 비틀거리는 화랑들의 틈으로 떨어져 내린다. 란(蘭)이 착지하는 순간에 원예각과 원예수를 펼치니 그림자들이 피어나며 주위에 비틀거러고 있던 화랑들에게 날아가고 화랑들은 그림자들을 베어버리며 뒤쪽으로 물려났다가 원예와 사군자를 사이에 두고 둥글게 포위한다. 원예와 사군자는 아직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자신들과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 했던 화랑들에게 차마 살초를 펼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화랑들의 생각은 틀리다. 그들의 눈빛에는 분노의 불길이 불타고 있었다. 벌써 많은 동료들이 기동대에게 희생당했고 방금도 원예의 검에 몇 명의 동료들이 부상을 당했다.
“뭐야~ 한꺼번에 덮쳐. 이들은 조직의 배신자들이야. 망설이지 말란 말이야.”
한 화랑이 고함을 지르며 원예일행을 공격하지 그것을 신호로 10자루의 검이 원예와 사군자들에게 날아든다. 수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배신자라고 하며 눈에 살기가 등등하고 손에 사정을 두지 않는다. 수영이 앞으로 나서며 천마월영검을 좌에서 우로 그어버린다.
“깡~~ 깡~~ 까가가가가강~”
두 자루 검이 천마월영검에 의해 반 토막이 나고 나머지 검들은 천마월영검에 의해 한쪽으로 밀려 난다. 수영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몸을 구름 위를 나르는 선녀처럼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 같았고 천마월영검은 그녀의 손에서 화려한 빛을 뿌린다. 그녀의 어깨를 스치는 검이 있다. 하지만 검이 다가오기 전에 수영의 어깨를 내려가며 검을 피하고 천마월영검이 위로 솟구친다. 수영을 공격하던 화랑은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물려나고 천마월영검은 물러나는 화랑의 신궐혈(배꼽 밑)에 박히더니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화랑의 가슴을 베어버린다. 화랑의 옷이 길게 베어지며 뒤로 넘어가고 천마월영검은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검을 향해 다시금 물결치듯 날아간다. 수영은 원예무을 펼치고 있었다. 원예무는 원예도 최강의 무술이다. 원예무는 선녀가 천상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들어진 검술이다. 란(蘭)의 견정혈(어깨)를 노리고 검이 날아온다. 란은 삼체보로 검을 피한다음 빠를 속도록 화랑의 옆으로 이동해 원예권으로 사내의 연액혈(겨드랑이 있는 혈도)를 공격한다.
“우우웅”
소리를 내며 날아간 주먹에 화랑의 연액혈을 강타하고 란의 주먹을 맞은 화랑은 검을 떨어트리며 비틀거리자 란의 다리가 올라오며 원예각으로 화랑의 턱과 인중(코와 입 사이)을 연속으로 날려버리니 화랑은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데 피에 하얀 물체가 섞인 것이 이빨까지 함께 날아간 모양이다. 죽은 화랑에게 검을 빼앗아 검등으로 자신을 공격하던 화랑의 목을 내리치니 목에 있는 혈맥을 강타당한 화랑은 거물을 물고 쓰려진다.
원예와 사군자 일행이 화랑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대사부는 화랑들의 후미를 달라갔다. 이미 대사부일행과 약속이 있었던 국(菊)도 화랑들을 이끌고 무석을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국(菊)과 그녀를 따르는 화랑들은 앞서가는 무석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국(菊)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대사부를 발견했다.
“국(菊)님 대사부를 막으세요.”
뒤를 돌아보던 무석이 소리친다.
“알았어요. 제가 상대하죠.”
“부탁합니다.”
국(菊)의 대답을 들은 무석은 화랑들을 이끌고 기동대의 뒤를 쫒았다. 대사부는 국(菊)과 그녀를 따르는 화랑들이 처리할 것이다. 지금 급한 것은 기동대의 뒤를 추격하는 것이다. 승기를 잡은 이상 상대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밀어 붙어야 한다. 국(菊)은 대사부가 달려오자 화랑들에게 명령해서 주위를 포위하게 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네.”
“그냥 오라고 해서 오긴 했는데........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잠시 후면 다시 전투가 시작될 거야. 전투가 시작되면 자네와 화랑들은 무조건 저기 보이는 저택을 향해 돌격해.”
“예~ 저택으로 돌격하란 말씀이세요. 전투가 벌어진 현장을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천랑파는 자네들을 공격하지 않아. 그들도 자네들이 우리편이지 알고 있네. 그러니까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
“알겠습니다. 그런데 원예님과 사군자들은 괜찮겠습니까?”
“그들은 걱정하지 말게. 그리 쉽게 당할 아이들이 아니야.”
기동대가 막 저택과 500미터 전방에 도착했다. 분지 양쪽에 구덩이를 파고 몸을 숨기고 있던 친위대는 기동대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후퇴하는 기동대를 따라 막 화랑들이 몰려온다. 화랑들이 반쯤 자나갔을 때 갑자기 양쪽 땅이 갈라지며 친위대가 화랑들의 측면을 공격했다. 양쪽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사람은 수혼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였다. 그들이 공중으로 도약해서 공중에서 화려한 음양각과 음양수를 실천하니 무수한 그림자들이 피어나며 화랑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이것과 때를 같이 하여 양쪽에서 검으로 무장한 친위대가 화랑들을 공격하니 불지불식간 기습공격을 당한 화랑들은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친위대의 검에 손발이 날아가거나 음양각과 음양수에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다. 수혼은 뒤쪽에서 함성이 들리며 친위대의 공격이 시작되자 후퇴하던 기동대를 멈추게 하고 자신이 먼저 선두로 달려오던 화랑들을 공격했다. 친위대의 공격은 수혼의 예상보다 조금 빨랐다. 수혼은 친위대에게 화랑들의 후미를 공격하라고 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걸 참지 못하고 화랑들이 모두 지나기 전에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수혼의 봉황검이 빛을 토하며 날아가고 미희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비도가 날아간다.
원예와 사군자는 아직도 화랑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수영의 춤사위가 조금 힘들어 보인다. 지금까지 수영과 사군자에게 쓰려진 화랑들은 10여 명 뿐이다. 수영과 사군자가 마음을 독하고 먹었다면 싸움은 벌써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손에 사정을 두었고 그런 사실을 모르는 화랑들은 더욱 사기가 올라 쓰려져도 다시 일어나 수영과 사군자를 거칠게 밀어붙인다. 수영의 이마에 땀이 흐른다. 수영이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그건 사군자도 마찬가지다.
산 위에서 요키에와 요코는 전투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요키에는 친위대와 화랑들의 전투 상황보다 수영일행과 화랑들의 대결을 보고 있었다. 수영과 사군자의 실력이라면 지금이라도 화랑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들은 화랑들에게 살초를 쓰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요키에는 드라구노프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가 자극이 필요하다. 이대로 두며 화랑들보다 수영과 사군자가 먼저 쓰려질 것이다. 요키에는 막 수영을 향해 달려드는 화랑의 등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풍~~”
총알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화랑의 등을 깊숙이 박히며 허리가 꺾이고 수영의 검이 화랑의 옆구리를 베어버리는 모습이 보인다.
수영은 깜짝 놀랐다. 검에 묵직한 감촉이 느껴지며 화랑 한명이 옆구리가 터져 나가며 뒤로 넘어간다. 수영은 감각적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화랑의 뼈까지 베어버린 느낌이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때 야산에서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희미한 물체가 보인다. 요키에다. 그녀의 손에 총이 들려있다. 아마도 그녀가 화랑을 저격한 모양이다. 수영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당장 요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 그녀가 계속해서 총알을 날린다면 화랑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천마월영검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화려한 빛을 뿌리니 화랑들이 분분히 물려난다.
“사군자는 뒤로 물려서요.”
수영의 몸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다시 공중에서 한번 도약하며 한 마리 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거나 지지대 없이 순수한 힘만으로 저렇게 높이 도약할 수 있을까? 수영은 몸을 비틀어 허공에서 자세를 수정하더니 밑으로 떨어져 내리며 검을 휘두른다. 천마월영검이 하나, 하나 늘어나더니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원예무의 분검(分劒)이 극성으로 펼쳐진 것이다. 화랑들의 눈이 커진다. 그들의 눈에는 하늘에서 수많은 빛의 검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사군자들은 수영의 소리를 듣고 이미 물려난 상태다. 화랑들의 머리 위로 무수한 빛줄기가 솟아진다. 화랑들도 자신들이 아는 극성의 화랑검법을 실천하여 천마월영검에 대항했다.
“깡........깡........깡”
화랑의 검들이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가고 화랑들의 어깨가 천마월영검에 의해 삭둑삭둑 베어져 버리니 화랑들은 부러진 검을 노치고 비틀거리며 물러나고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던 수영의 몸이 다시금 화전하더니 원예각과 원예수의 화려한 그림자들이 피어나 꽃잎처럼 날아올라 비틀거리던 화랑들의 자궁혈(목)과 옥침혈(뒤통수)를 향해 날아갔다.
“크.....아........악.........윽.......욱~”
원예와 사군자들을 공격하던 10여명의 화랑들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그들은 땅에 둔탁하게 떨어지더니 한번 꿈틀거리고 모두 기절해 버린다. 원예는 바닥에 차지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던 화랑들에게 달려갔다. 원예의 몸은 바람처럼 화랑들의 사이사이를 스치듯 지나고 화랑들은 옆구리가 터져나가며 검을 떨어트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원예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쓰려진 화랑들의 뒤쪽으로 달려가 쓰려진 화랑들의 옥침혈(뒤통수)를 원예지를 찍어 화랑들을 기절시켜 버린다. 설명은 길었다. 하지만 그녀가 공중으로 도약하고 모든 화랑들을 처리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차라에 자니지 않았다. 수영은 모든 화랑들을 처리하고 이마에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사군자들은 그런 수영의 모습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까지 원예의 무공은 베일이 가려져 있었다. 가장 측근이라는 사군자들도 원예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그녀의 실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결코 천랑이라 불리는 수혼에게 뒤지지 않는다. 수영은 한숨을 쉬었다. 비록 자신의 손으로 화랑들을 처리 했지만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그래도 화랑들을 위해서는 이게 현명한 선택이다. 만일 계속 자신이 미적거리며 시간을 끌었다면 요키에의 총이 화랑들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을 것이다.
링링은 가장 먼저 적진을 향해 돌격했다. 그녀는 전대사군자 매(梅)와의 승부를 보고 싶었다. 매는 곧이라도 쓰려질 것 같으면서도 미꾸라지마냥 자신의 검을 빠져나갔다. 그것이 괘심한 모양이다. 링링의 앞을 가로막는 화랑들이 있었다. 그들은 참 제수 없는 놈들이다. 하필이면 가장 잔인한(?) 링링의 앞을 막았으니 말이다. 화랑들의 검을 잡은 팔이 링링의 검에 의해 어개에서 분리되면 붉은 피를 뿌리며 날아간다.
“앞을 막지 마~”
링링은 전장에서 친위대를 상대하고 있던 매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미희는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비도를 날리고 있었다. 천랑파 기동대나 친위대가 위험에 쳐하면 어김없이 미희의 비도가 날아갔다. 화랑들은 소리 없이 날아오는 비도에 신경이 분산되고 있었다. 비도는 대부분 화랑들의 어깨나 다리를 노리고 날아간다. 미희의 한손에는 4자루 비도가 깨워져 있다. 향상 자신을 지켜주던 미나가 수혼과 함께 전투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미희에게 접근하면 4자루 비도에 고슴도치가 될 것이다.
수혼의 봉황검은 피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평소의 수혼은 살생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 수혼의 검에 쓰려진 화랑들이 벌써 10여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수혼의 검이 거칠어진 이유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수혼은 성민파와 마지막 전투이후 실전에서 검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을 연구하고 수련하는 동안 수혼의 검법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고수와 하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수혼은 검술을 몇 단계 발전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러다보니 가볍게 상대한다고 하는 것인데 붕황검은 화랑들을 베어버린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수혼이 굳이 손을 사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손에 사정을 두면 친위대와 기동대에게 그만큼의 피해갈 것이다. 수혼의 옆에는 미희가 있었다. 그녀의 백색 면도는 뱀의 혓바닥처럼 화랑들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화랑의 팔 근육을 깨끗하게 절단해 버린다. 화랑은 팔이 섬뜩한 느낌에 미나에게 반격하려 하지만 팔은 힘이 들어가지 않고 밑으로 축 늘어지며 검을 떨어트린다. 그때 미나의 작은 몸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화랑의 목을 걷어차 버리니 화랑은 거품을 물고 쓰려진다.
무석과 화랑들은 당황했다. 양쪽에서 정체를 모르는 병력이 튀어나와 자신들을 공격했다. 이들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병력이다. 더욱이 그들은 화랑들처럼 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천랑파에 검으로 무장한 부대가 있다는 사실자체도 모르고 있던 무석과 화랑들이 당황한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매복공격을 당했기 때문에 심리적 타격이 켰다. 갑자기 나타는 놈들의 검술실력은 화랑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면 오히려 화랑들보다 뛰어나다.
“당황하지 마. 적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아.”
무석과 남장로 등이 화랑들을 독려해 보지만 이미 전열이 흐트러진 화랑들의 귀에 그들의 말이 들이지 않는다. 화랑들은 허공에서 떨어지는 그림자들과 좌우에서 날아오는 검을 상대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수혼의 할아버지는 마치 유람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여유롭게 화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는 공중에서 음양각과 음양수를 실천하고 밑으로 떨어지다가 다시 화랑의 머리를 밟고 도약하여 음양각과 음양수를 실천한다. 그의 음양수와 음양각에 적중당한 화랑들은 뒤로 몇 걸음씩 물라나며 비틀거릴 뿐 쓰려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비틀거리는 화랑들은 주위에 있던 친위대의 검이나 기동대의 쇠파이프 등에 머리가 깨지거나 팔다리 등이 베어져 버린다. 법암도 아버지와 비슷하다. 다만 그는 음양각이나 음양수 대신 쇠막대로 화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의 쇠막대기는 화랑들의 빈틈을 노리고 날아가 손목이나 어깨를 강타한다. 화랑들은 충격에 검을 떨어트린다. 그럼 옆에 있던 기동대나 친위대가 화랑을 처리한다. 화랑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친위대와 기동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무석은 화랑들을 한곳으로 집합시켰다. 흩어지면 위험하다.
전대사군자 국(菊)은 앞서가던 화랑들의 좌우를 천랑파의 친위대가 매복공격을 감행하자 옆에 있던 대사부를 보았다.
“지금이야~ 저택까지 돌격하라고 해.”
“화랑들 돌격........저택까지 앞만 보고 돌격한다.”
후미에 처져있던 전대사군자(菊)가 이끄는 화랑들이 빠른 속도록 돌격했다. 무석과 화랑들은 국이 이끄는 화랑들이 돌격하자 길을 열어주었다. 선두에 있던 화랑들이 지쳤으니 후미에 있던 화랑들이 전면으로 나서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상하다. 국(菊)과 그녀가 이끄는 화랑들이 돌격하니 천랑파 기동대와 친위대가 두부를 칼질하듯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터주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그래도 전대사군자의 눈치가 무석이나 남원로 보다 빨랐다.
“저.......저것들이 혹시..........공격해. 국(菊)이 이끄는 화랑들을 따라 붙어서 공격해.”
화랑들은 전대사군자 죽(竹)의 명령에 따라 국(菊)이 이끄는 화랑들 따라 돌격했다. 화랑들은 죽(竹)의 명령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국(菊)이 이끄는 화랑들을 따라가며 기동대와 친위대를 공격했다. 그때 국(菊)군의 후미에서 두개의 인형이 솟구치며 뒤따라오는 화랑들을 공격한다. 바로 국(菊)과 대사부다. 그녀들은 국(菊)이 이끄는 화랑들과 다른 화랑들을 구분할 필요성을 느낀다. 잘못해서 국(菊)이 이끄는 화랑들까지 전쟁에 휘말려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국(菊)의 검이 빛을 토하며 화랑들을 공격하고, 대사부의 소매와 치마가 펄럭이며 그림자들이 피어난다. 대사부는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최소한 국(菊)이 이끄는 화랑만이라도 구해야 하며 그렇기 위해서는 국(菊)이 이끄는 화랑들이 안전하게 전장을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 대사부가 펼친 원예각과 원예무는 원예나 사군자가 펼친 것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그림자의 수가 많지도 않아. 그러나 그림자에 적중된 화랑들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가 버린다. 위력이 틀린 것이다. 대사부와 국이 공격하자 잠깐 물려났던 기동대와 친위대가 다시 화랑들을 공격한다.
“할머니 물러나세요.”
수혼과 미나의 몸이 동시에 솟구치며 대사부와 국의 앞을 막는다. 그것과 때를 같이하여 법암과 할아버지도 앞으로 나선다. 화랑들은 4명의 절대고수들이 앞을 막고 있으니 앞으로 한발자국도 전진 할 수 없었다.
“뒤를 부탁한다.”
대사부는 국과 함께 화랑들을 이끌고 저택으로 돌격했다.
아직 사태를 파악하고 못한 무석은 앞서 달려가는 화랑들이 저택으로 돌진하자 마음속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들이 저택으로 돌진한다면 천랑파도 저택으로 후퇴할 것이다. 그때 멀리 저택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화랑들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택을 수비하던 놈들이 화랑들을 막아보겠다고 앞으로 나서는 모양이다. 복장을 보니 기동대다. 기동대라면 화랑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길식과 지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 전투상황을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기동대가 먼저 선재공격을 하고 화랑들이 대오를 정비하여 기동대를 공격하자 처음 약속대로 기동대가 후퇴했다. 그들이 후퇴하고 뒤따라오는 화랑들이 저택과 500m떨어진 곳까지 진격하자 매복하고 있던 친위대가 화랑들을 급습했다. 그런데 친위대의 매복공격은 처음약속보다 조금 빨라 갈치파의 후미가 아닌 옆구리를 공격했다. 약간의 착오 때문에 싸움은 피아를 구분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갈치파와 천랑파가 한대 엉켜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어느 편이 유리한지 모르겠다. 그때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일단의 무리들이 저택을 향해 달려온다. 길식은 전장을 살펴보며 시계를 보고 있었다. 천랑은 친위대의 기습이 있고 5분후에 312명의 기동대를 출동시키라고 했다. 5분이 지났다. 길식이 들고 있던 붉은 깃발이 올라갔다. 저택에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기동대가 전장을 향해 돌격했다.
무석은 화랑들과 기동대의 대결을 기대하며 저택을 향해 달려가는 화랑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화랑들과 기동대는 ‘소 닭 보듯’ 서로를 스쳐지나가지 않는가? 더욱이 화랑들의 후미에는 국(菊)과 대사부가 따르고 있었다. 그때서야 무석도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국(菊)과 그녀를 따르는 화랑들이 자신들을 배신한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무석과 나머지 사군자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들뿐만 아니다. 한참 전투를 벌이고 있는 화랑들도 힘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저택에서 출발한 기동대는 전장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현재도 기동대와 친위대의 공격에 형편없이 밀리고 있는 갈치파다. 그런데 또 다른 천랑파 지원군이 몰려오는 것이다.
“무석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천랑파의 주력군은 300백 남짓의 기동대가 전부라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뭐야. 저기 검을 들고 설치는 녀석들은 뭐고 지금 달려오는 녀석들은 뭐야. 대충 봐도 천명이 넘어. 이건 자네 말과 틀리잖아.”
“저도 몰라요. 저기 검으로 무장한 놈들은 저도 처음 보는 놈들입니다. 천랑파에 저런 놈들이 있었다는 정보도 없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지금 상황에서 그걸 때질 겁니까? 자~ 원로님도 앞으로 나서세요.”
무석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는 남원로를 앞으로 밀어버렸다. 그곳에는 마침 무석과 남원로를 발견하고 공격하려던 친위대가 한명 있었다. 친위대의 검이 남원로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남원로는 들고 있던 검으로 친위대의 검을 막고 공격하던 녀석의 팔을 베어버린다. 역시 늙은 생강이 매운 법이다. 남원로도 한때는 화랑의 일원이었다.
링링은 전대사군자 매(梅)를 찾아내 끈질기게 그녀를 공격하고 있었고 매는 찰거머리 같은 링링에게 도망치기 바쁘다. 무슨 어린계집아이가 그렇게 고집이 센지 그 계집아이는 자신만을 공격하고 있다. 매에게 링링은 지옥의 저승사자처럼 느껴진다. 링링은 도망치는 자신의 뒤를 추격하며 주위에 있는 화랑들을 짚단처럼 베어버린다. 그러면서도 링링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난다. 저게 사람이란 말인가? 나이도 어린 것의 손속이 어찌 저리 매섭단 말인가?
수혼은 전장을 살펴보다가 한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여인이 친위대를 베어버리고 있었다. 바로 전대사군자중에서 란(蘭)이다. 수혼은 지체 없이 그녀에게 달려갔다. 란은 친위대의 틈을 비집고 날아오는 검을 받아치다가 뒷걸음을 친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상대와 다르다. 친위대를 뒤로하고 한 청년이 자신 앞으로 나선다. 청년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자신을 공격한다. 그의 검이 직선으로 자신의 상곡혈(아랫배)을 노리고 날아온다. 란은 바짝 긴장하며 삼체보로 검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검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검은 마치 빗살 같다. 검이 날아와 옆구리를 길게 베어버린다. 다행이 깊은 상처가 아니고 살짝 스친 정도지만 심장이 벌렁거린다. 그런데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검이 유연한 움직임으로 자신의 가슴을 타고 올라온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검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지 않는가. 란은 철판교 수법으로 허리를 뒤로 눕힌다. 검은 앞가슴을 베어버리고 옷이 좌우로 갈라지며 하얀 젖가슴이 드려난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검이 이상하게 변화를 보이더니 자신의 거골혈(어깻죽지)를 관통해 버린다.
“우욱~ ”
란은 어깨를 감싸며 바닥을 구르고 수혼은 바닥을 구르는 란의 양쪽 다리를 향해 검을 내리치니 란의 치마가 베어지며 치마가 붉게 물들었다. 수혼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란을 버려두고 멀어진다. 방금 수혼이 선보인 검술이 바로 유수의 검이다. 유수의 검은 물처럼 부드럽고 자유롭게 변화한다. 란은 낑낑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곧 제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무래도 양다리에 있는 심줄이 끊어진 모양이다.
전대사군자 중 죽(竹)은 조그마한 나이어린 소녀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야행복에 종이처럼 얇은 면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수혼이 란(蘭)을 상대하는 사이에 미나는 죽(竹)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나의 작은 몸이 죽을 향해 달려온다. 죽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상대는 다람쥐처럼 자신의 검을 약삭빠르게 빠져나와 자신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해 온다. 지금이 세 번째다. 이미 옆구리와 한쪽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죽은 이를 악물고 미나를 향해 검법을 펼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검법 중에서 최강의 검법이다. 미나의 작은 몸은 검세 사이로 뛰어든다. 죽이 보기에 그건 자살행위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어린계집아이는 검세 사이로 비침고 들어와 검을 피하며 날아와 다리를 베어버렸다. 죽은 중간에서 검에 변화를 주었다. 미나는 연액혈(옆구리)를 파고드는 검을 보고는 작은 몸을 날려 죽의 머리위로 날아오른다. 죽도지지 않고 미나를 향해 검을 날린다. 마나의 팔에 들린 면도가 뱀처럼 흔들리며 자신의 목을 노린다. 죽은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 미나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렸다. 그런대 갑자기 미나의 반대편 팔목에서 작은 단검이 빠져 나오며 죽이 검을 쳐내 버리고 밑으로 떨어지며 면도가 자신의 목을 휘감아 버린다.
“칵~~칵~~ 이............이런”
죽은 목에 감긴 면도를 손으로 잡았다. 그때 미나의 몸이 떨어지며 면도가 죽의 목에서 한바퀴 회전하며 밑으로 떨어진다. 죽은 면도에 손가락이 모두 잘려나가고 목에 상처를 입고 비틀거린다. 다행이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모양이다. 죽의 뒤로 떨어져 내린 미나의 면도가 다시금 춤을 추고 죽의 양쪽 다리를 베어버리니 죽은 고목처럼 앞으로 넘어갔다.
야산의 정상에서 요코와 요키에는 분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 된지 40분이 흘렸다. 양쪽 진영에서 벌써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분지는 피로 물들었고 사방에 주인을 잊어버린 팔다리가 널려 있다. 참혹하다. 누구를 위해.......무엇을 위해 이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이 처참한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요코는 처참한 광경을 보지 못하고 요키에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ps : 다음 편에도 전투신이 이어지겠습니다. 손가락 아프당~~ 전투장면은 노가다~~
** 생사고락(生死苦樂) : 고락(苦樂)[명사] 괴로움과 즐거움. 감고(甘苦)
각각의 단어 뜻을 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즉 삶과 죽음, 괴로움과 즐거움을 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사고락을 함께 했다. 이렇게 말을 쓰면 오랜 세월동안 지내며 같은 길을 걸었다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작 가 : 쪽지보내기
붉은미르 조 회 : 140 작성일 : 2004.09.23 (12:39:52)
추 천 : 1 분 류 : 무협 로맨스 액션 (128부 )
[추천]상상불허!! 유명 PJ부터 서양 패러디물까지. 성인선물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