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을 꿈꾸는 늑대-126화 (126/128)

낭만을 꿈꾸는 늑대 126부

수혼은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천랑파의 중간보스까지 모두 참여하는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갈치파는 수혼의 예상대로 최후의 선택을 했다. 자신들의 모든 전력을 집중하여 천랑파의 본진인 저택으로 쳐들어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수혼이 이끌고 있는 천랑파는 대부분의 힘을 본진인 저택에 집중하고 있다. 본진인 저택이 무너지면 천랑파도 끝나는 것이다. 대신 천랑파 본진인 저택은 철옹성과 같이 견고하다. 무석도 그걸 알고 있다. 무석이 지금까지 천랑파 본진으로 쳐들어오지 못한 이유도 천랑파 본진인 저택이 철옹성과 같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모든 전력을 집중하여 천랑파 본진을 격파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피해도 엄청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원예도 자신도 감히 천랑파 본진으로 쳐들어가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방법이 없다. 모든 상황이 갈치파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갈치파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이젠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밤 11시가 넘어가자 회의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랑파을 이끌고 가는 모든 인물들이 회의장에 집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혼과 가족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혼에게 인사했다. 수혼도 인사를 하고 착석하고 가족들도 모두 착석했다. 모든 사람들의 서선이 수혼에게 집중되었다. 수혼이 늦은 밤에 비상회의를 소집했다면 조직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일 것이다.

“제가 여러분을 모두를 소집한 것은 한 가지 중요한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사활이 걸린 일이죠. 갈치파가 자신들이 가진 모든 힘을 집중에서 이곳 저택으로 쳐들어온다는 정보입니다.”

“웅성........웅성.......웅성.”

장내가 소란하다. 갈치파가 천랑파 본부인 저택으로 쳐들어온다는 말이지 않는가? 현재 천랑파의 모든 전력은 본부인 저택에 집중되어 있다. 저택이 무너지면 천랑파도 제기 불능의 피해를 본다. 중간보스들도 모두 그 점을 알고 있다.

“조용히 하세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입니다. 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천랑........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면 대책도 마련된 겁니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 회의를 소집한 겁니다............먼저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죠. 의견 있으신 분들이 먼저 말씀하세요.”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갈치파의 전력은 얼마나 됩니까? 먼저 적의 전력부터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 같습니다.”

“갈치파에는 무석이 이끄는 오백화랑과 전대사군자가 이끄는 일천화랑이 있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화랑들이 주축이 되어 우릴 공격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갈치파는 현재 서울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숫자만 해도 2천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격에 참여하지 않는 겁니까?”

“서울 한강이북은 공격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기 있는 수영이와 할머니를 지지한다고 했어요. 또한 한강이남에서 가장 막강한 세력이던 서초와 강남지부가 박살났어요. 다른 지부장들은 모두 병신이 됐죠. 그들이 공격에 가담한다 해도 우리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해요. 간단하게 말하면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죠. 갈치파를 이끌고 있는 무석도 그 정도 생각은 있겠죠.”

“천랑 말씀은 갈치파에서 화랑들을 제외하면 모두 오합지졸이란 말씀입니까?”

“제 생각은 그래요. 또 한 가지.......아무리 막가는 갈치파라도 대결 이후를 생각할 겁니다. 우리나라에 조직이 우리와 갈치파 밖에 없습니까? 지금도 서울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조직이 부지기수로 많아요. ‘호랑이 없는 산에 여우가 왕입니다.’ 갈치파가 설사 전투에서 승리한다 해도 서울을 지킬 힘이 없다면 갈치파는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다른 세력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서울을 헌납할 뿐이죠.”

“그건 저희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전투에 일반 조직원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웅성.........웅성.........웅성.”

“천랑.......그럼 누가 전투에 참여하는 겁니까?”

“이번 전투에 참여하는 부대는 기동대와 친위대가 주축이며, 저번에 기동대 편성과정에서 탈락한 인원들까지만 참여합니다.”

조용히 있던 길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식은 천랑파의 안살림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그는 수혼이 말한 인원들과 기동대 편성과정에서 아깝게 탈락한 사람들의 수를 헤아려 보았다.

“천랑이 말씀하신 인원이라면 기동대 225명, 친위대 500명, 저번에 기동대 편성과정에서 탈락한 312명만이 전투에 참여하다는 말씀입니까? 갈치파는 최소 일천오백화랑이 전투에 참여합니다. 우리 병력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일천오백화랑이라고 하지만 그중에서 250명은 전력에서 제외해야합니다. 전대사군자가 이끄는 일천화랑들 중 이백오백화랑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기로 수영과 할머니와 약속된 상태입니다. 그럼 단순히 숫자상으로 계산한다면 일천이백이십명 대 일천삼십칠명의 대결이 됩니다. 우리들 숫자가 약간 부족하죠. 하지만 아직 숫자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 있죠. 제가 빠졌고 부인들이 빠졌어요. 그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빠졌죠. 이렇게 계산하면 대충 균형이 맞지 않을 까요?”

“그럼 나머지 병력은 손놓고 기다리라는 말씀입니까? 저희들도 싸우게 해 주세요.”

“맞습니다. 저희들도 참여하겠습니다.”

그때 호식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장에 있는 많은 중간보스들이 자신들도 전투에 참여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조용히 하세요. 천랑의 마음을 그렇게 모르겠어요. 천랑은 여러분의 희생을 원치 않아요. 여기에 있는 분들 중에 화랑들과 일대일로 맞짱떠서 이길 자신 사람이 얼마나 되죠. 화랑들의 기본 무기는 검입니다. 아차하는 순간에 그냥 죽는 겁니다. 그리고 앞서도 설명하신 것 같은데........우리 적이 갈치파 뿐입니까? 지금도 많은 조직들이 서울을 탐내고 있어요. 여러분은 전투 후에 서울을 지켜주셔야 해요.”

“미랑의 말이 맞습니다. 여러분은 전투 후에 전투에 지친 우리를 대신해서 서울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또한 엉망이 된 서울전역을 다시 정비해야하는 일도 맞아주셔야 해요.”

“웅성.........웅성........웅성..........천랑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저희들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저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이제 작전에 대해 논의해 보죠. 갈치파는 아침부터 쳐들어오진 않을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오후 3~4시 사이에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천랑........우리에게 물어보지 마시고 그냥 속 시원하게 말씀하세요. 저희들은 천랑의 명령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각오가 된 사람들입니다.”

“맞습니다. 명령만 하세요.”

수혼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이미 자신의 머릿속에는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맨 처음 갈치파의 원로원과 인천을 초토화 시킬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 갈치파의 총공격까지의 모든 상황을 수혼이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또한 일이 그렇게 추진되도록 진행시켰다. 당연히 갈치파의 총공격에 대비한 작전까지 수혼의 머릿속 들어있다. 이제 그걸 설명해야 한다.

“갈치파를 상대할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저택 앞에 있는 분지에서 상대하는 방법과 저택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희생을 줄이려한다면 두 번째 방법이 좋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이곳 저택이 전장이 되면..........사후처리가 힘들어져요. 이번전투에서는 수많은 사상자(死傷者)들이 발생할 겁니다. 그 많은 사상자들이 어디로 가죠. 우리는 그들을 모두 저택에 수용해야합니다. 만일 그들을 서울전역의 병원으로 보낸다면 우리나라전체가 발칵 뒤집어질 것입니다. 그럼 천랑파도 갈치파도 모두 끝장나는 겁니다.”

“오빠~ 말이 맞아요. 확실히 그들을 저택 안으로 끌어들인다면 우리의 희생을 줄이면서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지리적 이점을 살리면 충분하죠. 간단하게 미희언니나 요키에 언니가 건물위에서 비도만 날린다고 가정해도 갈치파의 피해는 엄청날 겁니다. 이건 간단한 예로 설명한 것이지만 우리가 지리적 이점을 살리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아무래도 공격하는 쪽 보다는 수비하는 쪽이 유리한 법이니 말이죠. 하지만 오빠 말대로 수많은 사상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된다면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겁니다. 당장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고 그 많은 사상자들이 내일 전투에서 발생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문제가 심각해 질 겁니다.”

“수영이 말대로 그 상황이 되면 우리도 갈치파도 끝장나는 겁니다. 그래서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저택 앞에는 넓은 분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전택 주위에는 건물이나 인가(人家) 한 체도 없죠. 우린 분지에서 갈치파를 상대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한 가지씩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먼저 길식님은 오늘밤 안으로 의약품을 다량 준비하시고 비어있는 건물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세요. 그리고 입이 무거운 의사와 간호원들을 준비해 주세요. 전투에서 발생한 모든 사상자들은 그 건물에 수용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호식은 날이 밝으면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병력을 소집해서 저택을 중심으로 반경 3Km이네에 배치해. 그들에게 저택으로 접근하는 모든 사람들을 차단하라고 해. 내일 벌어지는 전투는 전투에 참여한 당사자들 이외에는 아무도 몰라야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우리가 수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갈치파가 우리 구역으로 쳐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업소는 모두 비워두세요. 업주들에도 연락해서 내일은 장사를 포기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동대와 친위대는 전투준비를 하세요. 내일 선봉은 기동대입니다.”

“천랑.........친위대가 선봉에 서야 합니다. 저희들은 지금까지 화랑들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당연히 저희들이 선봉에 서야합니다.”

“친위대는 분지 내에 매복(埋伏)합니다. 기동대는 버스에서 내리는 화랑들을 상대하다가 제 지시가 떨어지면 친위대가 매복한 곳까지 화랑들을 유인할 겁니다. 친위대가 화랑들은 뒤을 공격하고 후퇴하던 기동대가 역습하며 화랑들을 협공하게 될 겁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312명의 병력은 친위대의 공격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난 이후 화랑들을 공격하게 될 겁니다.”

“순차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겁니까?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아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한 마디로 적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면 이해가 되겠습니까?”

“아~ 적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아군의 병력에 겁을 먹고 투지를 상실하고 아군은 계속 늘어나는 지원군에 사기가 올라간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음으로 요키에.......당신은 요코와 함께 야산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주위를 수비하는 병력을 지휘하면서 드라구노프(자격총)로 저택으로 접근하는 갈치파의 차량을 막아. 운전사를 죽이지는 말고 운전불능을 만들어 버리거나 자동차 타이어를 저격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그리고 미나, 미희, 링링은 나랑 기동대를 지휘할거야. 친위대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지휘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지나는 길식님을 도와 이곳 저택에서 병원을 지휘해.”

“천랑........나와 죽죽은 뭐하면 되는 거야.”

“호식과 죽죽도 기동대에 참여한다.”

“오빠. 나와 할머니는 뭐해. 사군자도 있잖아.”

“수혼아~ 할미도 전투에 참여하고 싶구나.”

“수영이, 할머니, 사군자들은 전투가 시작되면 전대사군자가 지휘하는 화랑들 중 국(菊)님이 지휘하는 부대를 보호해서 저택으로 철수하세요. 그리고 저택으로 접근하는 화랑들을 막아주세요.”

“그.......그럼. 우린 수비만 하라는 거야. 오빠~ 우리도 전투에 참여하게 해죠.”

“할머니와 수영이 그리고 사군자들은 전투에 참여할 수 없어요. 이상입니다. 각자 지시한 대로 준비해 주세요.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면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빠~ 아직 할말.........”

“수영이 말은 회의가 끝난 후에 듣겠어. 다른 분들 중에 질문이나 다른 의견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모두 준비해 주세요. 이상입니다.”

수혼의 말이 끝나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가 끝난 시간은 12시가 넘어서다. 이제 내일이면 천랑파이 운명이 걸린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그 전투에서 승리하는 이가 서울을 장악하고 전국제일의 조직이 되는 것이다. 회의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난다. 그들은 수혼의 지시에 따라 각자 준비할 것이 많을 것이다. 수혼은 사람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부인들과 가족들도 수혼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모두 회의장에 남아 있었다.

“거기 사군자님들도 잠깐 자리를 피해주시죠.”

수혼의 말에 그때까지 자리에 남아있던 사군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이제 회의장에는 수혼의 가족들만 남은 것이다.

“제 결정이 잘못된 겁니까?”

수혼이 입술이 열리며 낮게 깔리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입을 다물고 있다. 아버지도 부인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그들은 어린나이에 거대한 조직을 이끌며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수혼이 애처롭게 보였다. 어린 수혼이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 아닐까? 그는 아직 이십대 초반의 꿈 많은 청년에 지나지 않는다.

“수혼은 넌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고 지금까지 모든 이를 잘 이끌어 왔다.”

“휴~ 그냥 하는 소리입니다. 할아버지하고 아버지께서 친위대를 잘 이끌어주세요. 그들은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해요. 두 분에게 이런 부탁 드려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 당연히 도와야지. 아버지 내일 수고 좀 하세요. 음양검법 완성했다고 화랑들 너무 혹독하게 다루지는 마세요.”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명색이 스님이란 놈이 손에 피를 묻혀야 쓰겠냐. 적당히 해라.”

“하하하~ 알겠습니다. 내일은 쇠막대기나 하나 준비해야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땡중이라도 살생은 할 수 없죠.”

“두 분........고생 좀 해주세요. 그리고 수영아. 좀 전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 하지만 나는 너나 할머니가 가슴아파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화랑들은 할머니와 너의 분신 같은 존재들이야. 그 분신 같은 존재들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한다는 것은 가슴을 도려내는 일일거야. 그래서 싫어.”

“휴~ 이 못난 할미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는 구나.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겠다. 수영아 우리 수혼이 뜻대로 하자.”

“예~ 알았어요. 오빠에게 할말이 없네요. 너무 죄송해요.”

“그런 말 하지 마. 그리고 부인들.......미안해. 자꾸 고생만 시키는 것 같다.”

“별말씀 다 하세요. 자~ 그만하고 모두 올라가죠. 다들 주무셔야 내일 열심히 싸우죠.”

“그래.........모두들 올라가서 쉬세요.”

무석은 모든 것이 허망했다. 자신을 지지하던 원로들은 실종되었으며 조직은 반 토막이 났다.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반 토막도 지부장들이 병신이 되면서 태풍 앞에 조각배처럼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다. 자신이 거느린 오백화랑들의 눈치도 이상하다. 그들도 서서히 자신을 의심의 눈길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매(梅)까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원예와 대사부를 배신(?)하고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조직을 사랑한다. 그래서 조직이 잘못되는 걸 막아보고자 원예와 대사부를 배신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자신의 충심을 믿으려하지 않는다. 다들 자신이 독선적이고 조직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젠 자신을 배신자라고 한다. 매는 자신이 변했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한 무석이 아니라고 한다. 그럼 지금 있는 자신은 누구란 말인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엉망이다. 무석은 사무실을 빠져나와 술집에 있었다. 시간이 새벽 2시간 넘었다. 무석은 취해 있었다. 내일 천랑파를 공격해야 하는 갈치파의 수장이 술로 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침이 되었다. 무석은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무석은 핸드폰을 찾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보스 어디계시는 겁니까? 지금 화랑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음~ 지금 몇 시야.”

“아침 9시입니다.”

“알았다. 준비하고 있어.”

무석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상체를 일으킨다. 그런데 누군가의 팔이 가슴에 올려져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보는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무석은 이불을 걷어 보았다. 처음 보는 여자가 알몸으로 잠들어 있었다. 어제 룸살롱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 기억난다. 그 후로는 기억에 없다. 무석은 쓰게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앙!~”

여자는 추운지 몸을 움츠린다. 무석은 회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엉망이다. 눈은 붉게 충혈 되고 피부는 까칠하다. 무석은 허탈하게 웃고는 밖으로 나왔다. 여자는 아직도 잠들어 있었다. 무석은 옷을 입고 지갑을 열어보았다. 수표가 많다. 무석은 지갑에서 수표를 모두 꺼내서 탁자에 올려놓았다. 어쩌면 앞으로 돈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는 본부로 갔다. 본부에는 이미 화랑들이 무장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보스! 원로님에게 연락해 보세요. 조금 전에 이쪽으로 출발했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오시겠지. 화랑들도 모두 출발했데.”

“예~ 모두 출발했다고 했습니다.”

“기다리면 오겠지. 근처에 있는 식당 예상하고 버스 준비해.”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작전회의는 안하십니까?”

“원로님과 사군자가 도착하면 그때 하자. 모두 쉬라고 해. 너희들도 쉬고 있어.”

무석은 귀찮다는 듯이 자신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아버린다.

수혼은 아침에 길식의 보고를 받았다. 강화도에 있는 화랑들이 강화도를 출발했다는 보고다. 수혼은 그들의 이동경로를 분석한 결과 일산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방향이 틀리다. 수혼은 조직원들에게 식사를 하라고 지시하고 자신도 식당으로 갔다. 부인들이 식사준비를 끝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가족들이 모였다. 식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모두 즐겁게 이야기하며 식사를 한다. 당장 오늘 생사의 대결을 벌일 사람들로 보이지 않는다. 식사가 끝났다.

“수영아. 잠깐 내방으로 와라.”

수영이가 수혼의 방으로 들어왔다. 수혼은 두 자루 검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뭐야.”

“봉황검과 천마월영검. 음양도문과 원예도문을 상징하는 검이지.”

수혼은 천마월영검을 들어 수영에게 내밀었다. 수영은 복잡한 시선으로 천마월영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많은 사연이 있는 검이다.

“받아. 오늘 이 검으로 화랑들을 지휘해. 그리고 부탁인데.......절대 다치지 마라.”

“오빠~ 이건........”

“천마월영검은 원예도 전승자에게 전해지는 검이야. 당연히 이검의 주인은 너야. 이젠 네가 보관해.”

“난 아직 천마월영검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어. 원예무를 완성하는 날 검을 찾아갈게. 그때까지 오빠가 보관 해죠.”

“음~ 무슨 말이지 알았어. 내가 보관하지. 대신 오늘은 내가 가지고 있다가 전투가 끝나면 반납해.”

“반납? 호호호~ 정말 못 말려. 알았어. 내가 가지고 있을 게.”

“다시 이야기하지만 조심해.”

“난 걱정하지 마. 오빠가 조심해야지. 오빠 다치면 안돼.”

“알았다. 이제 나가봐~ 부인들이 들어올 거야.”

“응~ ”

수영이 나가고 기다리고 있으니 식당을 정리하고 부인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부인들은 수혼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중심으로 모두 자리에 앉았다.

“당신들에게 미안해. 나하게 와서 고생만 하는 것 같아.”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해요. 저희들이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알죠. 우린 이렇게 당신과 같이 있는 것으로 만족해요.”

“하하하~ 미희는 언제나 내편이지.”

“미희언니와 생각이 저희들 모두의 생각이에요.”

“그래 고마워. 이번 전투만 끝나면 우리 여행이라도 가자.”

“정말. 아저씨 정말이지. 정말 여행가는 거지. 와~ 신난다.”

“링링은 여행 가자니까 좋은 모양이지.”

“당연하지. 한국에 와서 다른 곳은 가본적이 없어........난 제주도도 가보고 싶고 경주도 가보고 싶어. 하여튼 한국을 많이많이 돌아보고 싶어.”

“하하하~ 그래 그렇게 하자. 다른 부인들도 좋지.”

“좋아요.”

“자~ 모두 준비해야지. 참~ 요키에, 요코 잘 부탁해. 그리고 몸 조심해야해. 알았지. 다른 부인들도 모두 조심해.”

“알았어요. 수혼씨도 조심하세요.”

“자~ 모두 준비하자.”

아침 11시가 되자 갈치파 본부로 버스들이 들어섰다. 강화도를 출발한 화랑들이 도착한 것이다. 전대사군자와 남원로는 화랑들을 버스에 대기하게 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그들이 사무실로 올라와 보니 무석이 책상에 발을 올리고 잠들어 있었다. 남원로와 사군자는 기가 막힌다. 수장이란 놈이 조직의 사활이 걸린 전투를 앞에 두고 태평하게 잠이나 자고 있다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봐 무석이 일어나.”

남원로가 고함을 지르자 그때서야 무석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무석은 책상에서 다리를 내리고 일어나더니 원로와 전대사군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소파에 앉았다.

“모두들 앉으시죠.”

“대범한 거야 배포가 큰 건야?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잠을 자고 있지.”

“모두 앉으세요. 뭐야. 차 준비해.”

남원로와 전대사군자도 소파에 앉았다.

“그래 작전계획은 생각해 봤어.”

“예? 작전계획이요. 그냥 본진으로 밀고 들어가면 되지 무슨 작전이 필요해요?”

“뭐야. 그럼 아무 작전도 없이 태평하게 자고 있었단 말이야.”

“작전이고 자시고 할 것 있습니까?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닙니까? 버스로 천랑파 본진으로 밀고 들어가서 한바탕 전쟁을 치루면 되요.”

“만일 천랑파가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들이 함정이라도 파고 기다리면 어떻게 할 거야.”

“원로님. 그리고 사군자님. 천랑파는 우리들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이 환히 알고 있어요. 지금도 어디선가 우릴 감시하고 있단 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치밀한 작전을 구상하다해도 그들이 우릴 감시하고 있는 이상 별다른 소용이 없어요. 이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힘뿐입니다. 힘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면 갈치파는 오늘로 끝입니다.”

“그..........그런 무책임한 말을........천랑파가 우릴 감시하고 있다면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야지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러게 말씀하시는 매(梅)님은 특별한 대책이라고 가지고 계십니까? 그래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절 비판하기 앞서 매(梅)님이 먼저 대안을 제시해 보세요.”

“뭐........그러니까? 쳐들어가는 척 하며 시간을 끌어서 저들이 지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죠.”

“지금 우리가 여기 왜 모인 거죠? 한강이북이 원예와 대사부에게 넘어갔고 한강이남의 지부장들이 모두 병신이 되면서 한강이남도 흔들리고 있어요. 시간을 끌어요. 천랑파가 지치게 만들어요? 천랑파가 지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무너져요. 한강이남도 그대로 원예와 대사부에게 넘어간단 말입니다. 한강이남까지 넘어가면 우리에게 뭐가 남죠.”

“한강이남이라도 잘 다독거리며 시간을 벌면 되죠.”

“말이 쉽죠.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놈들을 무슨 수로 붙들어요. 남원로님과 사군자님들도 이런 상황을 아시고 천랑파 본진으로 쳐들어가자고 하지 않으셨나요.”

“휴~ 알았어요. 그래도 아무 계획도 없이 무조건 밀고 들어가지는 말씀이세요.”

“달리 방법이 있습니까? 말씀드렸죠. 천랑파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릴 감시하고 있어요. 무슨 계책을 쓴다고 논의해 봐야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란 말씀입니다. 이번 전투는 힘과 힘을 대결입니다. 작전은 필요 없어요”

“알았네. 그래. 이번 전투에는 누구누구 참여할 건가? 화랑들 외에 일반 조직원도 모두 참여하는 건가?”

“필요 없어요. 그들을 이끌고 간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아요.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죠. 천랑파에서 무서운 것은 기동대라는 부대와 천랑과 그의 가족들 입니다. 기동대나 천랑의 가족들에게 일반조직원들은 상대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혹시라도 우리가 승리한다고 해도 우릴 지켜주고 세력을 유지할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무석의 말을 들으면 전대사군자 중 국(菊)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원예의 말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들은 지금 천랑파의 전체적인 전력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원예와 대사부의 말에 의하면 천랑파는 기동대가 주력이 아니고 오백 친위대가 주력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친위대의 존재 사실자체도 모른다. 이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국은 그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여기에서 자신이 입을 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 배신자로 몰릴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승리한다면 우리에게 등을 돌린 한강이북도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맞아. 사람들은 힘 있는 자에게 굴복하게 돼있어. 그게 인간의 속성이지. 이번전투에서 우리가 승리하기만 한다면 서울을 장악하고 우리의 꿈이던 전국통일까지 바라볼 수 있을 거야.”

국은 속으로 허탈하게 웃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천랑파의 상대도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국통일을 운운하다니 정말 할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국이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자 국에게 시선을 주었다.

“국님은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요. 얼굴색이 어두워요.”

“걱정돼서 그래요. 오늘 전투에서 얼마나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합니다. 희생 없이 뭐가를 바라면 안 되죠.”

“맞습니다.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 우리가 화랑을 훈련시킨 것 아닙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예~”

“자~ 회의는 대충 이것으로 끝내죠. 모두 식사하셔야죠.”

“몇 시에 출발할 겁니까?”

“남의 이목도 있으니 지금은 안 되겠고..........어두워지면 우리에게 불리하니 점심식사를 하시고 3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죠. 그럼 4시경에 일산에 도착하겠죠. 요즘 6시까지는 밝죠. 2시간이면 전투가 끝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럼 3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죠. 화랑들도 하차시키고 휴식시간을 주세요. 12시에 식사하고 준비해서 출발하죠.”

“알았네.”

회의는 끝나다. 갈치파에게는 특별한 작전도 없었다.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안일한 작전만 있을 뿐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그것 이외에 특별한 작전이 있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천랑파가 기동대와 천랑의 가족들이 전력의 전부라고 가정한다면 일천오백화랑의 힘으로 밀어 붙어도 충분히 승산 있는 전투가 될 것이다. 아무리 고수가 많다고 해도 머릿수에는 당하지 못하는 법이다.

12시가 되자 천랑파도 식사를 했다. 수혼과 가족들도 조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자 요코와 요키에가 병력들을 이끌고 천랑파 본부를 기준으로 사방 3Km를 포위하기 위해 먼저 출발했다. 요키에와 요코는 저택에 조금 떨어진 야산으로 올라갔다. 산위에 도착한 요키에는 가방에서 드라구노프를 꺼내 조립하고 총알을 준비했다. 이번 전투에 많은 총알이 필요할 것이다. 요키에는 가방에서 두개의 소음기를 깨냈다.

수혼은 병력을 인솔해서 저택과 500m떨어진 곳에 도착해서 저택을 기준으로 양쪽에 구덩이를 파도록 지시했다. 친위대는 이곳에 매복할 것이다. 수혼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각각 250명씩의 친위대를 지휘하도록 할 생각이다. 수혼은 친위대에게 매복지점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312명의 병력은 본부에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그들에게는 친위대의 공격이 시작되고 5분이 지난 후 저택에서 출발해서 전투에 참여하도록 지시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시계를 보니 2시가 넘었다. 이제 갈치파도 출발준비를 할 것이다. 수혼은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저택으로 집합 시켰다.

무석과 전대사군자들은 2시 40분이 되자 화랑들을 집합시켰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화랑들은 명령에 따라 본부에 집합했다. 무석은 화랑들에게 무장하도록 지시했다. 각 버스의 짐칸이 열리며 검이 화랑들에게 지급되었다. 무석은 2시 50분이 되자 각 버스에 무전기를 지급하고 화랑들을 버스에 태웠다. 남의 이목이 있으니 연설은 생략했다. 3시가 되자 버스들은 일제한 일산으로 출발했다.

무석은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전투는 갈치파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투이며 자신의 생사가 거린 전투다. 이번 전투에서 패한다면 갈치파도 끝장나는 것이며 자신도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길식은 갈치파가 출발했다는 소식을 수혼에게 전했다. 드디어 갈치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 시간 내에 이곳에 도착하겠군요.”

“예~ 우리도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해야죠. 먼저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친위대를 이끌고 출발하세요. 위장 잘 해야 합니다.”

“알았다. 이것 참~ 꼭 병정놀이 하는 기분이네. 안 그러냐! 아범아.”

“하하하~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이상하네요. 하하하~ 하여튼 수혼이 명령에 따라야죠. 수혼아. 그놈들이 지나가면 뒤에서 공격하면 되는 거지.”

“예~ 친위대의 공격이 시작되면 기동대도 바로 공격할 겁니다.”

“알았다. 출발하자.”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지휘하는 친위대가 출발했다. 수혼은 지나와 길식의 손을 잡았다.

“준비해 주세요. 312명은 공격이 시작되고 5분후에 출동시키면 됩니다.”

“알았습니다. 조심하세요.”

“수혼씨 조심해. 다치면 안돼. 그리고 미나, 미희 언니도 조심하고 링링동생도 조심해.”

“알았어요.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

“자~ 우리도 출발하자. 할머니와 수영이도 같이 가요. 사군자도 같이 가고.”

“우리도 같이 가는 게에요.”

수영이 물어오자 수혼이 피식 웃는다.

“일단 처음에는 동행해야지. 전쟁이 시작되면 수영과 나머지 분들은 전대사군자 국(菊)이 이끄는 화랑들을 이끌고 본부로 후퇴하세요. 312명의 병력과 자리를 바꾸는 거죠.”

“아~ 알았어요.”

“자~ 우리도 출발합시다. 우리는 저택에서 1Km떨어진 곳까지 진격합니다.”

수혼은 기동대를 이끌고 저택을 출발했다. 수혼의 우측에는 미나가 몸에 몇 개의 띠를 두르고 따르고 있었다. 띠에는 비도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마 비도의 숫자가 200개는 넘는 모양이다. 좌측에 있는 미나는 몸매가 드려나는 야행복을 입고 있었고, 양쪽 팔에 면도와 단도를 감추고 있었다. 링링은 미나의 옆에서 마치 소풍을 나온 소녀마냥 콧노래를 부르며 따르고 있었다. 링링은 당초 겁이 없는 아이다. 할머니와 수영이 일행은 기동대의 틈에 끼어 있었다. 저택에서 1Km 떨어진 곳에 도착하자 수혼은 무전기로 야산에 있는 요코에게 연락했다.

“수혼이야. 우리 모습 잘 보여.”

“예~ 잘 보여요.”

“버스가 우리 100m앞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저격을 시작하라고 해.”

“알았어요. 요키에게 그렇게 전하죠.”

“수고하고 조심해. 요코.”

“수혼씨도 조심하세요.”

수혼은 무전을 마치고 기동대를 돌아보았다.

“간단하게 말하겠습니다. 갈치파를 태운 버스들은 우리 100m전방에 도착하며 요키에의 저격이 시작됩니다. 그럼 우리 앞에 버스가 멈추게 됩니다. 우린 버스에서 화랑들이 하차하는 틈을 노려 기습 공격합니다. 하지만 화랑들이 어느 정도 정돈이 되면 무조건 후퇴합니다. 그럼 화랑들의 기세가 올라 우릴 추격할 겁니다. 우리는 매복하고 있던 친위대가 있는 곳까지 후퇴하다가 친위대의 격을 시작하면 우리도 바로 역습을 합니다. 작전개요를 모두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죠.”

천랑파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갈치파를 태운 버스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이 지나지 않아 갈치파와 천랑파의 지루한 대결이 끝날 것이다. 서울의 패권과 조직의 사활이 걸린 전투가 시작되려는 순간이 것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하다. 가을이다. 이 청명한 가을날 얼마나 많은 이의 붉은 피가 대지를 적실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ps : 다음 편에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겠습니다. 전투 장면이 얼마나 갈까요. 저도 모르겠네요.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127부 )

[추천]상상불허!! 유명 PJ부터 서양 패러디물까지. 성인선물세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