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25부
사군자와 한강이북 갈치파 보스들이 천랑파 저택을 찾아온 시간은 새벽 6시였다. 입구를 지키던 조직원은 수십 대의 차가 저택으로 몰려오자 혹시 적(敵)기습이 아닐까하여 저택에 비상을 걸었다. 저택에 株鑿㎱?울리자 서재에 있던 수혼도 복도로 나왔다. 복도에는 부인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와 있었다.
“수혼아. 무슨 일이냐.”
“정문 쪽에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입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수혼이 오층에서 내려오다 3층 계단에서 길식을 만났다.
“저도 마침 올라가던 길입니다. 방금 사군자에게 연락이 왔어요. 사군자들이 강북에 있는 지부장들과 일단의 중간 보스들을 이끌고 오는 모양입니다.”
“아~ 그래요. 정문에서 잘 모르고 비상을 걸었군요. 알았어요. 그럼 장인어른이 그들이 회의장으로 안내해 주세요. 제가 수영이와 할머니를 모시고 내려갔습니다.”
“예~ 준비하겠습니다.”
6시 30분 천랑파 저택 1층에 있는 회의장에 사군자와 그들이 이끌고 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회의장 문이 열리고 원예와 대사부를 필두로 수혼과 부인들이 들어왔다. 회의장에는 호식과 길식 등 천랑파 보스들의 모습도 보였다. 수혼 일행이 들어서자 사군자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수혼은 수영과 할머니를 상석에 앉게 하고 자신은 뒤쪽에 앉았다. 모두 좌석해도 회의장은 침묵이 흘렸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란(蘭)이였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원예님과 대사부들도 모두 아시는 분들일 겁니다.”
“사군자님들을 통해서 모든 사실을 들었습니다. 먼저 원예님과 대사부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갈치파가 끝나는 겁니까?”
모인 사람들 중에서 성격이 급한 사람이 란의 말을 막고 단도직입적으로 대사부와 원예에게 물어본다. 대사부와 원예는 답변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말씀해 보세요. 대사부님 갈치파는 이대로 끝나는 겁니까? 지금까지 충성했던 저희들을 버리시는 겁니까?”
“우리가 여러분을 버린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먼저 나와 사부님을 버렸어요.”
“무석과 원로원이 배신한 겁니다. 저희들은 아직도 대사부님과 원예님을 믿고 있습니다.”
“그럼 끝까지 믿으세요. 냉정하게 말씀드리죠. 현재 갈치파는 크게 두 파로 나누어졌어요. 무석과 원로원을 지지하는 파와 저와 사부님을 따르는 파죠. 여러분이 어느 파를 선택하느냐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저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죠. 이미 들으셨겠지만 여기 있는 천랑은 제 오빠에요. 그것 때문에 원로원과 무석이 우릴 배신했어요.”
“원예님.........원예님과 천랑이 남매사이라면 우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갈치파는 해체되고 우리 모두 천랑파가 되는 겁니까? 싸워보지도 못하고 천랑파에 항복해야 되는 겁니까? 말씀해 보세요.”
“이런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갈치파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요. 이대로 있으면 오빠가 이끄는 천랑파에 의해 전멸을 각오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부님이나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우린 여러분이 희생당하는 것을 원치 않아요.”
“쉽게 말하면 죽고 싶지 않으면 천랑파에 투항하라는 말씀이군요.”
“그게 대세입니다.”
“원예님과 대사부님은 다시 갈치파로 돌아오실 마음은 없습니까? 원예님과 대사부님이 돌아오신다면 우리 모두 두 분의 편에 서겠습니다.”
“그건 힘들어요. 저보고 다시 오빠랑 싸우라는 말입니까?”
“정녕...........정녕............갈치파는 이대로 끝이란 말씀입니까? 만일 저희들이 끝까지 투항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천랑파에 의해 모두 당하겠죠. 다들 아실 겁니다. 이틀 만에 한강이남의 지부장들이 모두 당했어요. 죽지는 않았지만 모두 병신이 됐죠. 그것도 오빠가 많이 생각해 준겁니다. 독하게 마음먹었으면 지부장은 모두 죽었어요. 또 한 가지 유념해 두셔야 될 일 있어요. 인천이 초토화 됐어요.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병신이 됐어요. 아마 갈치파라는 깃발아래 있으면 여러분 밑에 있는 조직원들도 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겁니다.”
“할말이 없군요. 원예님 말씀은 알겠어요. 대사부님~ 대사부님도 같은 생각입니까?”
지부장 한명이 지금까지 말이 없던 대사부에게 물어보았다. 대사부는 한숨을 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예의 뜻이 내 뜻이네.”
짧지만 단호한 말이다. 회의장은 침통한 분위기가 흐른다. 원예와 대사부는 다시 갈치파로 돌아올 수 없다. 자신과 부하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천랑파에게 투항해야 한다. 이것이 결론이다.
“누가 당신들 보고 우리 천랑파에 투항하라고 했어요?”
조용한 회의장에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까지 지켜보고만 있던 수혼이 입을 연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가? 수혼의 말뜻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수혼에게 집중되었다.
“난 여러분보고 천랑파 밑으로 들어오라고 말한 적 없어요.”
“오.........오빠~ 무슨 말이야. 투항하는 사람들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거야. 오빠~ 그건......”
“수영이는 조용히 있어. 내말 끝나지 않았어. 모두 들어보고 나서 이야기해.”
“..............”
“난 여러분이 천랑파 밑으로 들어오는 걸 환영하지 않아요. 여러분은............수영과 할머니 밑으로 들어오세요...............우리 천랑파는 인천에 관심 없습니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인천은 천랑파에 의해 초토화 되었습니다. 우리가 인천을 욕심내고 있었다면 벌써 점령했겠죠. 부산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부산은 자갈치파와 영도파가 한창 대치 중에 있습니다. 우리 천랑파가 부산을 욕심냈다면 자갈치파를 쓸어버리고 영도파를 흡수했을 겁니다. 전 그래요. 누가 전국을 통일해서 우두머리가 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연방입니다. 협의체죠. 각자의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며 하나의 동심체가 되는 겁니다. 부산의 영도파는 우리와 형제입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형제가 되는 겁니다.”
“그.........그럼 천랑님의 말씀은 무석을 무너트리고 우리에게 인천을 돌려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예~ 여러분이 서울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인천으로 돌아가겠다면 우리 천랑파와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여러분이 인천을 돌아가는데 문제가 있다면 천랑파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들에게 인천을 돌려주시겠다는 말씀이죠. 갈치파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죠.”
“말이 길어지는데 간단하게 말하죠. 서울을 포기하고 인천으로 돌아가세요. 우리 천랑파가 멸하고자 하는 놈들은 무석이 이끄는 화랑들이지 갈치파가 아닙니다. 어때요. 우리 천랑파와 힘을 합쳐 갈치파의 배신자들을 처단하지 않으시겠습니까?.............이게 우리 천랑파의 공식입장입니다.”
“오빠~ 오빠는 정말............”
“자~! 선택하세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예와 대사부님께 돌아오겠습니까? 아니면 배신자 무석의 편에 서겠습니까?”
“웅성........웅성........웅성.”
수혼이 못을 박듯 이야기하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다. 자신들끼리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천랑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홀가분하게 대사부님과 원예님께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 배신자 무석을 쳐부숩시다.”
“와~~ 와~~ 배신자 무석을 무찌르자.”
수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혼이 일어나니 길식과 호식도 일어났다. 수혼은 조용히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원예와 대사부도 그들에게 할말이 많을 것이다. 수혼일행은 회의장 반대편에 있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천랑~ 정말이야. 갈치파에게 인천을 돌려줄 거야. 인천은 무주공산이사 그냥 깃발만 꽂으면 우리 땅이 되는 거란 말이야.”
“호식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중심이야. 서울을 차지하는 세력이 전국을 장악한 것과 마찬가지야. 여기서 더 욕심을 부려서 인천이고 부산이고 모두 우리 깃발아래 두려 한다면 전쟁이 끊이질 않을 거야. 차라리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현명한 거야. 장인어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천랑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인천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식아. 이것도 생각해봐~ 갈치파의 수장은 원예야. 내 동생이란 말이야. 그들이 갈치파라는 깃발을 달고 있던 천랑파라는 깃발을 달고 있던 어차피 한 가족이란 말이야.”
“무슨 말이지 알았어. 저들에게도 명분을 주자는 말이지.”
“하하하~ 그래. 그들에게 명분을 주는 거야.”
수혼은 길식과 호식에게 이해를 구하고 자신은 부인들과 함께 5층으로 올라갔다.
한편 회의장에서는 원예와 대사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갈치파가 결성되고 있었다. 이제 갈치파는 원예와 대사부를 지지하는 한강이북과 무석과 원로원을 지지하는 한강이남으로 갈라진 것이다. 원예는 그들에게 앞으로의 행동지침에 대해서 하달하고 모두 각자 맡은 구역으로 돌려보냈다.
수혼이 서재에 있으니 수영이 들어왔다. 수혼은 서재에서 앞으로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왔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수영은 대답대신 수혼에게 달려와 품에 안긴다.
“수영아~ 뭐하는 거야.”
“가만있어.........오빠~ 고마워~ 정말 고마워~”
수혼은 수영의 등을 토닥거리며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고맙긴 뭐가 고마워. 당연할 걸 가지고.........자자~ 그만해.”
수영은 수혼의 품을 벗어나며 고개를 숙인다. 수영을 보니 그녀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수혼은 수영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닫아주었다.
“울지 마~ 수영이가 울면 나도 슬퍼져.”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앞으로 어떻게 할 거에요. 일단 무석의 눈을 피하기 위해 돌려보내고 오는 길이야. 그들은 앞으로 우리 일에 적극협조하기로 했어.”
“이로써 무석의 손발을 모두 잘라버린 건가? 이제 무석이에게 남은 것은 일천오백화랑들 뿐이군. 그들만 처리하면 이 지루한 싸움이 끝나는 건가?”
“나머진 어떻게 하려고요.......아직 한강이남은 무석의 손에 있어요.”
“화랑만 처리하면 그들은 너와 할머니께 돌아올 거야.”
“그럼 그들도 공격하지 않은 건가요.”
“더 이상의 피는 나도 싫어. 대신 그들을 흔들어야지.”
“흔들어.........어떻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서울전역에 소문내 버려. 뭐가 무서워서 쉬쉬해~”
“그럼 오늘 일었던 일을 모두 밝히라는 말이에요.”
“당연하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알도록 해야지. 이제 명분 싸움이야. 너와 할머니가 갈치파를 배신한 거냐? 아니면 무석과 원로원이 갈치파를 배신한 것이냐? 너와 할머니가 갈치파의 전통이냐? 무석과 원로원이 갈치파의 전통이냐? 우린 무석과 원로원을 갈치파의 배신자로 몰고가야해.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여기 왔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너와 할머니를 지지한다고 소문을 내야 해.”
“아~ 그럼 다시 연락해야겠네요.”
“그렇게 해. 이왕이면 강화도에 있는 전대사군자와 화랑들의 귀에까지 들어가도록 큰소리로 떠들고 다니라고 해. 나도 다시 입심 좋은 놈들을 내보내서 소문을 내도록 해야겠다.”
“완전히 심리전이네요. 정말 오빠는 무서운 사람이에요.”
“치~ 뭐가 무서워~. 이렇게 부드럽기만 한데. 참~ 어제 서재로 오라니까 왜 안 왔어. 원예무 연구 안 할 거야.”
“지금 원예도에 대해 정리하고 있어요. 정리되면 그때 올게요. 오빠~ 사랑해요. 알죠.”
“그럼 나도 수영이 사랑해.........동생으로........”
“동생으로.............치~ 당연하죠. 나도 오빠로써 사랑해요. 가서 연락해야겠네요.”
수영은 혀를 내밀고 밖으로 나간다. 수혼은 피식 웃더니 길식에게 연락해서 어제 출동했던 50명의 조직원을 다시 서울 전역으로 내보냈다.
무석은 이틀간에 벌어진 천랑파의 반격에 녹초가 되었다. 벌집을 건드렸다. 천랑파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틀간 무참하게 깨지고 보니 이제야 천랑파의 무서움을 알 것 같다. 원예가 왜 그렇게 천랑파를 두려워했는지 알 것 같다. 원예가 맞았다. 천랑파는 쉽게 건드릴 상대가 아니었다. 후회란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이다. 무석은 밤잠을 설쳐가며 천랑파를 상대할 방안을 생각 보았지만 뚜렷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천랑파는 자신들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환하게 보고 있다. 자신이 화랑들을 이끌고 출발함과 동시에 그 소식은 바로 천랑파에게 전해진다. 굳이 방법을 찾자면 위장전술이 있을 수 있고 무중생유(無中生有)의 계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젠 공격하기도 겁난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은평구를 공격해서 얻은 성과에 비해 이틀 동안 천랑파의 보복으로 당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석은 답답했다. 보복을 할 수도 없고 가만있을 수도 없고..........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아침이 되자 무석은 어제 암습을 당한 중간보스들을 대처할 새로운 인물들은 물색하고 있었다. 우선 시급한 것은 조직을 정비하고 경비를 강화하여 천랑파의 추가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무석이 책상에서 사진과 서류들을 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조직원 한 놈이 급하게 들어왔다.
“보스........크.........큰일 났습니다.”
무석은 심장이 벌렁거린다. 이틀 동안 하도 놀라서 이제 작은 소란에도 심장이 벌벌 떨리는 것이다. 또 무슨 일이 터진 것일까? 누가 암습을 당한 것일까? 어디지부가 공격을 당한 것일까? 무석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생각들이다.
“동대문, 중랑구 등등 한강이북지역 보스들이 원예와 대사부님에게 돌아섰습니다.”
“이거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설명해봐 새끼야.”
“현재 한강이북에 있던 보스들이 원예님과 대사부를 지지하다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더욱이........그거 그러니까?”
“우물쭈물 거리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해”
“원예님과 대사부님이 갈치파의 전통이며 보스와 원로원이 배신자라고 한답니다.”
무석은 앞에 있던 재떨이를 던져버리고 보고하던 녀석은 고개를 숙여 재떨이를 피했다.
“퍽~~~”
벽으로 날아간 재떨이가 박살난다.
“이런 개새끼들.......뭐라고 우리보고 배신자라고.........당장 화랑들 준비시켜. 내 이것들을 쓸어버리고 만다.”
“예~ 알겠습니다.”
그때 매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는 문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사무실에 들어오더니 소파에 앉았다.
“무석씨........잠깐만 앉아볼래.”
“지금 그럴 시간 없어. 이 배신자 새끼들을 조져버려야 해.”
“앉아봐~ 부탁이야.”
매의 간절한 말에 무석은 화를 억누르고 매의 앞에 앉았다. 매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다시는 무석에게 충고나 조언 따위는 하지 않으려 했다. 무석은 누구말도 듣지 않고 모든 일을 자신의 고집대로 처리하려 한다. 아마 자신의 말해도 무석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매는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무석이 하려는 일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일이다.
“무석씨. 지금 한강이북을 공격하면 안돼.”
“무슨 소리야. 그 배신자 새끼들을 처단해야지. 감히 우릴 배신하고 원예에게 붙어.”
“천랑파가 눈앞에 있어. 그런데 우리들끼리 싸우자는 말이야.”
“천랑파가 문제가 아니야. 처음에 잡아야지 그냥두면 다른 놈들도 배신해.”
“무턱대고 화랑들을 이끌고 갈일이 아니야. 일단 어떻게 된 사정인지 자세히 알아보란 말이야.”
“알았어. 화랑들과 대동하고 가서 알아볼게. 만일 사실이라면 용서할 수 없어.”
“사실이면 그들을 죽이기라도 할 거야.”
“당연하지. 배신은 용서가 안돼. 간다. 다녀와서 이야기하자.”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매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끝났어. 끝난 거야.)매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제 무석에게 희망은 없다. 그는 누구의 말도 들으려하지 않는다. 한강이북이 원예와 대사부에게 돌아섰다. 어렵게 봉합한 상처가 터진 것이다. 한강이북의 지부장들이 대사부와 원예에게 돌아섰다는 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무석을 지지하고 힘이 되어 주었던 원로들도 천랑파에 의해 납치당했고 한강이남의 지부장들은 천랑파에 의해 모두 병신이 됐다. 아마 그들도 한강이북처럼 원예와 대사부에게 돌아설 것이다. 지금까지의 무석에게는 희망이 없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석을 사랑하니 그의 곁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 희망도 없는 무석을 포기하고 떠나야 하는 것일까? 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꼭 남의 집에 온 느낌이다. 매는 사무실을 빠져나와 짐을 챙겼다.
무석은 버스에 화랑들을 태우고 용산으로 향했다. 무석과 화랑들이 출발하자 그들의 뒤를 따르는 차가 있었다. 바로 무석과 화랑들을 감시하던 천랑파 조직원이다. 그는 본부에 있는 길식에게 소식을 전했고, 길식은 다시 수혼에게 소식을 전 했다.
“무석이 놈이 화랑들을 이끌고 본부를 출발했다고 합니다.”
“어디로 가고 있답니까?”
“지금 노랑진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용산이나 서울역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그쪽이라면 혹시...........당장 할머니와 수영이를 불러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길식이 나가고 잠시 후에 수영이가 들어왔다.
“수영아 무석이놈이 화랑들과 함께 움직였어. 아무래도 용산쪽으로 가는 것 같아.”
“혹시 한강이북지부들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그놈 입장에서는 배신자들을 처단하고 싶겠지.”
“일단 왔던 사람들 모두 피하라고 해야겠네요. 화랑들이 대동했다면 그 사람들이 위험해요.”
“그게 좋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기동대를 끌고 간다고 해도 늦어.”
“알았어요. 바로 연락하죠.”
수영은 아침에 출발했던 사람들에게 무석의 소식을 전했다. 아침에 출발했던 보스들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부하들에게 모두 몸을 숨기라고 지시하고 자신들도 몸을 숨겼다.
무석은 동대문에 있는 ○○나이트클럽에 도착했다. 하지만 시간이 이른 시간이라 업소는 문이 잠겨 있었다. 무석이 화랑들을 시켜서 문을 강제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업소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이 새끼들이 업소를 비우고 어딘 간 거야.”
“지금 영업시간이 아니니까 모두 숙소나 당구장에 있겠죠.”
“하긴 그렇겠군. 당장 연락해봐~”
화랑들이 몇몇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 봤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보스 연락되는 놈이 없습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질 않아요.”
“뭐야~ 이 새끼들이 벌써 눈치체고 도망친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중량, 노원, 도봉구 등에 연락해도 받지 않습니다.”
“허허~ 기가 막히는 군.”
무석은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놈들은 구역까지 버리고 도망친 것이다. 무석은 앞에 있던 탁자를 걷어차 버렸다. 도망친 놈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지금 한가하게 그놈들을 잡으려 다니 처지도 아니지 않는가? 무석은 그래도 혹시나 싶어 화랑들을 이끌고 다른 지부로 갔다.
소문이란 무서운 것이다. 서울전역에 펴진 갈치파에 대한 소문은 멀리 강화도에 있는 전대사군자들의 귀에까지 들어갔으며, 몇몇 화랑들도 그 소식을 들었다. 화랑들을 감시하던 천랑파 조직원들이 소문을 퍼트린 것도 있지만 화랑들이 외부와 전화통화 중에 듣는 경우도 많았다. 소문을 들은 화랑들은 삼삼오오 복도에 모여 소문에 대해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남장로는 복도에서 화랑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랑파와 갈치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화랑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화랑들은 갈치파가 끝났다는 극언을 하는 놈들도 있었다. 화랑들이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원로는 전대사군자를 찾아갔다. 사군자들도 마침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어서 오세요. 마침 우리도 찾아가려고 했어요.”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복도 모여 있는 화랑들 하는 말들 들었어요. 누가 그런 소문을 퍼트린 거죠.”
“화랑들도 귀가 있으니 들었겠죠. 보시면 알겠지만 이곳은 외부와 단전된 산골이 아닙니다. 소문을 차단할 방법이 없어요.”
“일부 화랑들은 갈치파가 끝났다는 놈들도 있어요. 사태가 심각해요.”
“휴~ 소문이 좀 과정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사실이니........한강이북도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고 하죠. 이대로 두면 한강이남도 위험해요. 무슨 대책을 세워야합니다.”
“사군자님들이 화랑들을 다독거려 주세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소문만 무성해지고 화랑들도 마음이 잡지 못할 겁니다. 차라리 천랑파와 전면전을 벌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럼 천랑파 본진으로 밀고 들어가잔 말씀이세요.”
“예~ 원로들도 천랑파 본진에 감금되어 있을 겁니다. 또한 우릴 배신한 원예와 대사부도 천랑파 본진에 있어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천랑파 본진만 부셔버리면 싸움은 끝나는 겁니다. 현재 우리가 가진 전력은 무석이 가지고 있는 오백화랑과 여기 있는 일천화랑입니다. 천랑파에 원예와 대사부가 있고, 천랑과 그놈의 부인들이 있다지만 일천오백화랑이 쳐들어간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입니다.”
“그건 너무 위협한 도박이 아닐까요. 단 한판의 싸움으로 운명을 건다는 것이 어찌.......”
“이대로 손놓고 있으면 천랑파가 우릴 공격하기도 전에 스스로 무너져요. 시간이 없어요. 이젠 결정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군자들의 의견은 어때요.”
“매(梅)님의 말씀에 동감해요. 화랑들도 전투가 시작되면 잡생각은 잊고 전투에 집중할 겁니다. 몸이 편하니까 온갖 잡생각이 나는 거죠.”
“전쟁을 벌이자...........그게 가장 현명 판단이다. 음~ 무석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군요.”
“빨리 결정하세요. 시간이 없어요.”
무석은 화랑들을 이끌고 본부로 돌아왔다. 허탈했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 자신이 갈치파의 배신자인가? 아니면 원예와 대사부가 배신자인가? 사람들은 자신을 배신자라고 한다. 이건 아니다. 자신은 배신자가 아니다. 배신자는 원예와 대사부다. 갈치파의 꿈은 서울을 정복하고 전국을 통일하는 것이었다. 대사부와 원예가 그 꿈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이 조직원들의 꿈을 깨버리고 자신들을 배신한 것이다. 이게 진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배신자라고 한다. 그들은 자신을 욕하면 등을 돌렸다. 우습다. 이게 뭔가? 이게 뭐란 말인가? 무석이 이런 생각을 하면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조직원 한명이 사무실로 들어와 봉투하나를 내밀었다.
“뭐야~”
“매(梅)님이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뭐~ 민선이가.........그냥 말로하지 무슨 편지야.”
무석은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편지지 한 장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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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석씨........
전 제가 사랑했던 무석씨를 찾으려 당신의 겉을 떠나려합니다.
지금 이곳에는 제가 사랑했던 무석씨가 없어요.
제가 사랑했던 무석씨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입니다.
제가 사랑했던 무석씨는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제가 사랑했던 무석씨는 차가운 이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제가 사랑했던 무석씨는 절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입니다.
전 제가 사랑했던 무석씨와 사랑을 속삭였던 곳으로 떠나려 합니다.
정원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채송화를 심으려 합니다.
안방을 우리가 좋아하는 연분홍색으로 장식하려 합니다.
거실에서 무석씨가 좋아하는 조용한 발라드 음악을 들으며.......
무석씨가 좋아하는 매실을 병에 담아 술을 담그려 합니다.
무석씨.....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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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편지다. 무석은 편지를 구겨버렸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매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말이지 않는가? 그녀가..........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단 말인가?.........무석은 앞에 있던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뭐~ 지가 사랑했던 무석씨.......정말 웃겨.......그럼 난 뭐야. 난 무석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야. 지가 날 버려. 왜~ 왜~ 이해 못하는 거야. 내가 잘못한 거야. 뭐~ 사랑해요. 웃기는 소리하지 마. 사랑한다는 년이 날 이해 못하고 떠나.) 무석의 이마가 깨치며 피가 튄다.
“보스 고정하세요.”
옆에 있던 조직원이 무석의 어깨를 잡았다. 무석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멍한 시선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뺨으로 피가 흘러내린다. 모든 것이 허무하다. 그때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벨이 울려도 무석이 멍하니 있자 옆에 있던 조직원이 받았다.
“저기........보스 장로님 입니다.”
무석은 힘없이 전화를 받았다.
“무석이냐. 나 남장로다.”
“말씀하세요.”
“전대사군자들이 천랑파의 본진으로 쳐들어가서 결판을 내자는데 네 생각은 어때.”
“그렇게 하세요.”
무석은 생각이 없었다.
“알았다. 그럼 언제가 좋겠냐.”
“원로님이 결정하세요.”
“사군자들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니. 내일 당장 쳐들어가자.”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이곳으로 버스를 보내고 너도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무석은 전화를 끊었다. 아무 생각도 없다. 원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천랑파 본진으로 쳐들어가자는 말 같다. 무석은 옆에 있던 조직원에게 내일 아침에 강화도로 버스를 보내고 화랑들을 소집하라고 명령하고 자신은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전대사군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지휘하는 화랑들을 소집했고 국(菊)은 자신이 지휘하는 화랑들을 콘도와 멀리 떨어진 음식점으로 소집했다.
“문 잠가.”
국이 음식점으로 들어오며 업소에 있는 모든 문을 잠가버린다.
“식사들 하면서 들어. 내일 우리는 천랑파 본진을 공격한다.”
“예? 전면전 이란 말씀입니까?”
“맞아. 그렇게 결정됐어. 내일 전쟁으로 천랑파와의 싸움을 끝내는 거야.”
“드디어 저희들도 출동하는군요. 그런데 한 가지 질문 있습니다. 소문에 들으니 갈치파가 끝났다는 말들이 많은데 그게...........사실입니까?”
“너희들도 진실을 알아야겠지. 지금부터 내가하는 말 잘 들어라. 현재 갈치파는 무석과 원로원을 따르는 무리와 원예님과 대사부님을 따르는 무리로 나누어진 상태다.”
“소문에 무석과 원로원이 배신자라는 말도 있고, 원예님과 대사부님이 배신자라는 말도 있는데 어느 것이 진실입니까?”
“난 무석과 원로원이 배신자라고 생각한다.”
“웅성........웅성..........내일 천랑파를 공격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소문에 원예님과 대사부님은 천랑파 본진에 계시다고 하시던데요.”
“맞다. 원예님과 대사부님은 그곳에 계신다.”
“그럼 저희들은 대사님과 원예님을 공격하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민이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무석과 원로원이 배신자 같아. 아니면 대사부님과 원예님이 배신자 같아.”
“웅성........웅성.........웅성..........저희들은 사부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사부님께서 무석과 원로원이 배신자라고 말씀하시면 우린 그대로 믿겠습니다.”
“모두 같은 의견이냐.”
“사부님...........저희들은 지금까지 대사부님과 원예님을 존경했습니다. 갑자기 무석과 원로원이 그분들을 배신자라고 하는데........사실 믿어지지 않아요.”
“무석과 원로원이 왜 대사부님과 원예님을 배신자라고 하는지 알고 있어.”
“알고 있습니다. 원예님과 천랑파 수장이 남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사실을 빌미로 무석과 원로원이 대사부님과 원예님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조직에서 쫓아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대사부님과 원예님을 믿겠다는 말이냐.”
“저희들은 뭐가 진실인지 관심 없습니다. 저희가 믿고 따라는 분은 사부님 입니다. 사부님이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보고 달이라고하면 저희들에게 그게 달입니다.”
“다들 고맙다. 난 원예님과 대사부님을 믿는다.”
“그럼 저희들은 내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봐~”
국(菊)은 음식점 전화로 원예에게 연락했다.
“국(菊)이야.”
“예~ 수영입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짧게 설명하겠다. 내일 무석이 이끄는 오백화랑과 우리가 이끌고 있는 일천화랑이 천랑파 본진으로 쳐들어 간 거야.”
“그........그런 무모한 짓을........이곳은 철옹성 같은 곳입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야.”
“음~ 알겠습니다. 국(菊)님은 어떻게 하실 거죠.”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내가 이끄는 화랑들은 나와함께 하기로 했다. 난 너와 대사부님을 믿는다.”
“감사합니다.............10분후에 다시 연락주실 수 있어요.”
“알았다.”
수영은 바로 수혼을 불렸다. 수혼은 수영의 말에 놀라지도 않는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오빠~ 국(菊)님이 이끄는 부대는 우리 편이 되기로 했어요. 그들은 내일 어떻게 해야 하죠.”
“다른 화랑들을 따라 이곳으로 오라고 하고 대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라고 해.”
“노란 리본? 혹시 국(菊)님이 이끄는 부대를 구별하기 위해서 인가요?”
“구분이 돼야 우리가 알아보지.”
“그럴 필요 없어요. 일천화랑은 각 부대별로 가슴에 표식이 있어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가 표식이죠.”
“음~ 그래.......그럼 필요 없겠군.”
“오빠~ 시간 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하하하~ 화랑들은 저택에 도착하지도 못해. 저택 앞에 분지가 있지. 전투는 분지에서 벌어질 거야.”
“그들이 버스로 밀고 들어올 수도 있잖아.”
“요키에가 그들을 저지할거야.”
“어떻게.........”
“생각 안나. 요키에의 총에 자갈치파가 박살이 났어.”
“총? 맞아. 자갈치파 중간보스들 중에서 총에 맞은 사람들이 있었어........그게 요키에 언니 솜씨에요.”
“요키에는 전직 킬러야.”
“그럼 운전기사들을 저격하겠다는 말씀이세요.”
“하여튼........공격이 시작되면 그들은 뒤로 물려나라고 해. 그들이 동료들에게 칼을 겨누기는 힘들겠지. 그건 너무 잔인한 부탁이야.”
“아~ 오빠는 정말...........알았어요. 고마워요. 오빠~”
그때 전화가 다시 왔다.
“저 수영입니다.”
“결정했어. 어떻게 하면 되겠니.”
“그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세요. 아마 화랑들이 탄 버스들은 저택에 도착하지 못할 겁니다. 저택 앞에 있는 분지까지 도착하겠죠. 국님과 화랑들은 전쟁이 시작돼도 버스에서 내리지 마세요. 꼭 버스에서 하차해야 될 경우에는 전장에서 물러나세요. 천랑파도 여러분을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그게 다야. 뭐~ 특별히 도와줄 일은 없는 거야.”
“국(菊)님........어제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들입니다. 그들에게 동료를 공격하라는 부탁은 너무 잔인한 부탁이죠.”
“휴~ 고맙다. 나도 사실 그게 걱정이었다.”
“그럼 그렇게 아시고 내일 뵙죠.”
“알았다. 내일 보자.”
국은 전화를 끊고 화랑들에게 돌아왔다.
“내일 우리는 천랑파로 간다.”
“예? 그럼 저희도 공격에 참여하는 겁니까?”
“그건 아니다. 우리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 전장에서 물러난다.”
“아.......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물려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맞아..........옆에서 동료가 쓰려져도 물려나야 한다.”
“음~ 알겠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비밀이다.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돼.”
“명심하겠습니다.”
국(菊)과 화랑들의 화합은 끝났다. 마찬가지로 나머지 사군자가 이끄는 화랑들의 화합도 끝났다. 이제 내일이면 누가 승자가 되던 천랑파와 갈치파간의 지루한 싸움이 끝날 것이다. 서울의 패권을 놓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벌어지는 것이다.
ps : 125부를 올리기 겁나는 군요. 몇 일간 일이 있어 오늘에야 올립니다.
** 무중생유(無中生有) : 지혜로운 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무는 가식, 허위를 말하고, 유는 참, 진실을 말하며, 진실 속에 거짓이 있고, 거짓 속에 진실이 있어, 참과 거짓이 서로변화하게 되어 적을 교란시킴을 뜻하는 것을 말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 모든 사물(事物)이 정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안한 것만 못함이라는 뜻으로, 중용(中庸)을 가리키는 말
** 과유불급(해석) : 子貢(자공)이 孔子(공자)에게 "子張(자장)과 子夏(자하) 중, 누가 현명합니까?" 하고 물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자장이 공자에게 "士(사)로서 어떻게 하면 達(달)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는 도리어 자장에게 반문하기를 "그대가 말하는 達(달)이란 무엇인가?" "제후를 섬겨도 반드시 그 이름이 높아지고, 경대부(卿大夫)의 신하가 되어도 또한 그 이름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聞(문)이지 達(달)이 아니다. 본성이 곧아 의를 좋아하고, 말과 얼굴빛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며, 신중히 생각하여 남에게 겸손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제후를 섬기거나, 경대부의 신하가 되어도 그릇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達(달)이라 할 수 있다." 하고 공자는 자장의 허영심을 은근히 나무랐다. 한편 자하에게는 이렇게 타이른 적이 있다. "군자유(君子儒)가 되고, 소인유(小人儒)가 되지 말라."(군자유란 자신의 수양을 본의로 하는 구도자, 소인유란 지식을 얻는 일에만 급급한 학자) 이 두 사람을 비교해 달라는 자공의 말에 "자장은 지나쳤고, 자하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면 자장이 나은 것입니까?" "지나침은 못 미침과 같으니라(過猶不及;과유불급)."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126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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