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을 꿈꾸는 늑대-123화 (123/128)

낭만을 꿈꾸는 늑대 123부

아침 식사가 끝나고 회의장으로 사람들이 모어 들었다. 할머니와 수영이를 비롯한 사군자 일행과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부인들과 몇몇 중간 보스들이 집합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길식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지시하신 인원을 선발해 두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언변의 소유자들이라고 합니다.”

“수고하셨어요. 회의가 끝나면 그들에게 서울전역에 소문을 퍼트리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오빠 무슨 말씀이죠. 뭘 소문을 퍼트린다는 말씀이에요.”

수영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자 수혼은 아침에 길식에게 설명했던 내용을 모두에게 설명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지만 수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영의 표정은 심각했다.

“소문이란 발이 없어도 천리를 가고 한 단계 거칠 때마다 부풀어지기 마련이에요. 갈치파를 구석으로 몰아 붙이려하는 모양인데........오빠~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묻는 법이에요. 도망칠 구멍을 주고 몰아야죠.”

“우린 지금까지 많은 피를 흘렀어. 언제까지 이런 소모전을 할 수는 없잖아. 우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희생자만 늘어나. 이젠 끝장을 봐야해.”

“오빠는 무석이가 참지 못하고 천랑파 본진으로 쳐들어오도록 만들려하시는 군요. 그 한번의 전투로 모든 싸움을 종결하시려는 계획이에요?”

“그게 희생을 줄이는 길이야.”

“도대체 두 분이서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거죠.

수영과 수혼의 말들을 이해하지 못한 호식이가 두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수혼이 갈치파을 구석으로 몰고 가고 무석이가 참지 못하고 천랑파 본진을 공격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호식이 뿐만 아니라 수영과 수혼의 대화를 이해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짧게 설명하죠. 서울전역에 하루 사이에 갈치파 본거지였던 인천이 초토화되고 원로들이 모두 실종된 사실과 강남, 서초지부가 박살났다는 소문이 펴진다면 갈치파가 입게 될 피해는 엄청난 겁니다. 갈치파는 지금 심각한 내분을 빠진 상태입니다. 무석과 원로원을 따르는 파와 수영과 할머니를 따르는 파로 나누어진 상태죠. 그런데 무석이가 의지하던 원로들이 실종되고 본거지였던 인천이 초토화 됐어요. 거기에 서초와 강남지부가 박살났어요. 갈치파 조직원들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들이 무석을 믿고 따를 까요? 갈치파 조직원들은 의심의 눈으로 무석을 바라볼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일부 조직원들은 무석을 믿지 못하고 수영과 할머니에게 돌아올 겁니다. 그럼 갈치파는 끝장나는 겁니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갈치파는 순식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이 상황까지 가면 무석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조직의 운명을 걸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던지는 거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를 던지는 거죠.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전력을 이끌고 우리 본진으로 쳐들어 올 겁니다. 누가 이기던 그 한판의 승부로 갈치파와의 지루한 싸움은 끝이 나는 겁니다. 수영은 이런 경우 엄청난 희생자가 생길 것을 우려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 한번의 대결로 승부를 보는 것이 무의미한 피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이 지루하고 명분 없는 싸움을 계속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그럼............피의 대혈전이 벌어지겠군요.”

“예~ 우린 그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제가하는 말을 잘 들어주세요. 제가 계획한 모든 일이 성사되어야만 우리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고 무의미한 피를 줄일 수 있습니다...........일단 수영이와 할머니는 강화도로 출발하세요. 전대사군자 중에 수영이와 할머니를 따라는 사람이 있다고 했죠. 그녀를 설득하세요. 다행이 그녀가 우리 편이 되어준다면 좋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포기하고 돌아오세요. 그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할머니와 수영을 보호해 주세요...........그리고 사군자들은 이 시간 이후 전번에 우리가 인천에서 구해온 사람들을 접촉해 보세요. 그들 중에 무석을 배신하고 수영과 할머니에게 돌아올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을 포섭하세요. 이 두 가지 일이 잘 해결되어야 갈치파의 피를 줄일 수 있습니다.............호식과 죽죽은 경비를 강화하세요. 무석은 지금 광분하고 있을 겁니다. 어떡해서든 우리에게 복수하려하겠죠. 그들의 본거지를 감시하는 인원을 늘려서 화랑들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파악하시고 경비를 평소의 두 배 이상 늘리도록 하세요. 마지막으로 길식님은 기동대와 친위대가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하세요. 이상입니다.”

“알았다. 그런데 일은 우리들에게만 시키고 너하고 마누라들은 놀려 라도 갈 생각이냐?”

“하하하~ 할머니도.........저희들은 따로 할일이 있어요. 이건 정말 실행에 옮기기 싫었지만 해야 할 것 같아요........무석의 손발을 잘라버릴 계획입니다.”

“그...............그럼 암살을 하겠다는 게여요.”

“아예~ 갈치파가 천랑파이란 이름만 들어도 공포에 질리도록 만들어줘야지.”

“허~ 정말 무섭다. 이게 혼수모어(混水摸魚)계의 결정판이군요.”

“수영이는 마음이 아픈 모양이지.”

“그건 아니지만............그냥 심난하네요.”

“쩝~ 어쩔 수 없잖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

“알았어요. 우리에게 지시할 것은 끝난 거죠?”

“그래. 자~ 모두 일어나세요. 모두들 제가 지시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길식님은 갈치파 지부장들을 조사한 기록을 정리해서 가져다주세요. 그리고 부인들은 잠시 자리에 앉아있어.”

수혼의 말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고 부인들만 자리에 남았다. 부인들은 수혼의 말을 기다렸다. 수혼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부산에서처럼 부인과 자신이 갈치파 중간보스들을 암살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회의석상에서도 말했지만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번에도 부인들이 수고 좀 해야겠어.............. 사실 이번일은 나도 내키지 않아.”

“수혼씨 마음 알아요. 좀 비겁해도 이게 싸움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길이잖아요. 우리가 처리할 명단은 작성되었나요.”

“지금까지 갈치파에 대해서 조사한 자료가 있으니 명단작성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 일단 한강 이남에 있는 중간보스들이 대상이야. 한강 이북에 있는 보스들은 아직 할머니를 따를 건지 무석을 따를 건지 알 수 없는 상태야.”

“그럼 구역을 정해서 처리하죠. 암살이 가능한 사람은 저하고 미나, 요키에, 링링, 수혼씨 정도이잖아요.”

“그래~ 마음의 결정을 했으면 실행해야지...........미희가 강서, 양천지부장을 책임지고.........미나가 구로, 금천을 책임져............링링은 동작, 관악구를..........난 영등포, 용산구 지회장을 책임지도록 할게. 오늘은 각 지역 지부장들만 정리하고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 그리고 최대한 조용히 해결하도록 해. 내가 길식님에게 연락해서 각자 필요한 인원을 붙어주도록 할게.”

“그럼 오늘은 모두 별도로 움직이겠군요. 그런데 약간 이상하네..........서초와 강남이 빠졌잖아요.”

“그놈들은 어제 기동대에게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어. 새로운 지부장이 왔다고 하지만 그놈들은 일단 제외시켜........오늘 모두 바쁜 하루가 되겠군. 참~ 요코와 지나는 나랑 같이 가자. 집에 있기도 심심하잖아.”

“정말이요.”

“응~ 오늘은 모두 출동하도록 하자. 우리가 출발할 시간은 4시야. 서울전역에 어느 정도 소문이 펴진 다음에 암살사건까지 벌어져야 갈치파 조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타격이 극대화 될 거야. 자~ 다들 준비해.”

수혼의 말에 따라 원예와 대사부 그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강화도로 출발했고 사군자는 서울강북으로 출발했다. 길식은 오전에 수혼에게 갈치파 지부장을 조사한 기록을 정리해서 가져왔다. 수혼은 길식이 가져온 자료를 부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수혼도 자신이 담당한 영등포와 용산지부장의 신상명세서를 살펴보았다. 영등포는 현재 갈치파가 본거지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으로 침투하기 가장 껄끄러운 지역이다. 영등포 지부장을 맡고 있는 녀석은 마빡이라 불리는 40대 초반의 남자로 유도 4단에 특기가 박치기(?)로 되어 있었고 영등포에 있는 ○○나이트클럽을 맞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용산지부장으로 있는 녀석은 불곰이란 불리는 녀석으로 30대 후반에 전직시름선수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녀석은 용산에 있는 ○○비즈니스 클럽을 맞고 있었다.

천랑파 저택을 빠져나간 50명은 두 세 사람씩 짝을 지어 서울전역으로 펴져나갔다. 그들은 당구장이나 사우나 등 갈치파 조직원들이 갈만한 장소로 이동해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이들이 당구를 치거나 사우나를 하면서 떠들어 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서울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랑파와 갈치파의 대결에 흥미를 느끼고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보이기 시작했다. 갈치파 조직원들이라 하더라도 천랑파와 갈치파 사이에 벌어진 모든 사건을 알지는 못한다. 상부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은 비밀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랑파에서 조직적으로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하자 소문은 삽시간에 갈치파 말단 조직원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또한 서울전역의 업주들도 갈치파가 천랑파에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전해 들었다. 업주들은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는 한편 갈치파와 천랑파 사이에서 자신들이 누굴 선택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석은 새벽에 있었던 매와의 일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다. 매는 그 사건 이후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무석은 매의 방에 갔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매를 달려는 것보다 조직의 일이 급했다. 일단 일천화랑을 수용할만한 장소를 찾아야하고 천랑파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본부도 찾아야 한다. 천랑파가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는 이상 아무 작전도 필칠 수 없다. 이건 신촌공격에서 증명되었다. 무석은 일부 조직원들을 동원하여 본부와 일천화랑을 수용할 장소를 물색하게 하는 한편 자신도 화랑들을 동원해서 본부 주위에 있는 건물들을 수색하기로 했다. 일단 천랑파의 눈을 제가하기 위해서다.

무석이 화랑들을 이끌고 본부주변 건물들을 수색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이번에 서초지부장이 된 영만입니다.”

“무슨 일이야. 천랑파가 다시 쳐들어오기라고 했어.”

“그게 아니고.........서울 전역에 이상한 소문이 펴지고 있습니다.”

“소문?.............무슨 말이야.”

“어떤 놈들이지 모르겠지만 인천이 초토화되고 원로들이 모두 죽었으며 서초와 강남이 박살났다는 소문을 내고 있습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소문이 펴지기 시작하면서 갈치파가 내일이라도 곧 망할 것처럼 소문이 부풀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뭐야~ 어떤 개새끼들이 그런 소문을 내고 다녀.”

“모르겠습니다. 제가 확인해 보니 이곳 서초뿐만 아니라 서울전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십팔~ 그 새끼들 모두 잡아들여.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혹.......혹시 천랑파 놈들이......”

“이미 소문은 모두 펴진 상태입니다 만은........어떻게 할까요. 놈들을 잡아들입니까?”

“이런 빌어먹을.........이건 분명........천랑파 놈들 짓이야........일단 모두 잡아들이고 소문이 펴지지 않도록 조직원들 입단속 시켜.”

“알겠습니다.”

무석은 바로 전화를 끊고 서초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서초지부와 같은 명령은 하달했다. 하지만 이미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진 상태였다. 소문이란 이상한 놈이다. 누가 한마디 하면 소문을 들은 놈은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부풀어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걸 몇 단계 거치다 보면 정말 말도 안돼는 허황된 소문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소문의 진원지를 찾기란 요원해 진다. 갈치파가 소문을 낸 사람들을 잡기위해 출동했지만 조직원들도 떠들고 다니는 소문이라 이제 어디가 소문의 진원지인지 알 수가 없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소문이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를 치려면 99%의 진실과 1%의 거짓으로 사기를 쳐야 상대방이 속아 넘어가는 법이다. 소문을 들은 갈치파 조직원과 업주들도 소문이 전혀 허황된 소문이 아니기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몇 가지 확인하고는 모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갈치파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석은 수색을 포기하고 소문을 잠재우는데 노력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십팔~ 빌어먹을..........쌍~”

무석은 들고 있던 전화기를 벽에 던져 버렸다. 전화는 박살이 난다. 도모지 소문을 낸 놈들을 찾을 수도 없을뿐더러 소문을 잠재우려 노력하면 할수록 소문은 진정되기는커녕 자꾸 펴져만 나간다. 이제 소문은 중간보스에서부터 말단 조직원들의 귀에까지 모두 들어간 상태이며, 소문을 들은 조직원의 입에서 어제 곧 갈치파가 망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려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강화도로 출발한 수영과 대사부는 강화도에 도착해서 일천화랑을 감시하던 천랑파 조직원과 함유했다. 조직원들은 일천화랑이 아직도 콘도에 있으면 아직 움직임이 없다고 보고했다.

“혹시 사군자가 투숙하고 있는 방을 조사했나요.”

“저희가 본부의 연락을 받고 조사해 두었습니다. 현재 사군자들은 화랑들과는 달리 2명씩 두 개의 방을 사용하고 있고 말씀하신 국(菊)이라는 분은 403호실에 죽(竹)이란 분과 함께 투숙하고 있습니다.”

“403호라.........이곳에서 직접 전화를 할 수 있나요.”

“교환을 거치면 가능합니다.”

“할머니 어떻게 하죠. 변장을 하고 들어가서 만나볼까요.”

“그건 위험하다. 일단 이곳에서 연락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할머니는 국님과 죽님의 목소리를 구분하실 수 있으세요. 전 자신이 없어요.”

“내가 확인하마. 너보다는 내가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가능할 거다.”

대사부는 전화로 콘도로 연락해서 안내에게 403호를 연결시켜달라고 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조금 지나지 않아 한 여인이 전화를 받았다. 대사부는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죽(竹)이 전화를 받은 것이다. 대사부는 다시 전화했다.

사군자들은 어제저녁 남장로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남장로에게 현재 갈치파의 상황을 전해 들었고 대사부 일행에게 이곳이 발각된 이상 내일이라도 당장 새로운 근거지로 이동하기로 논의했다.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거친 국과 죽은 오전에 방에서 쉬고 있었다. 한 방에 있던 국과 죽은 전화벨이 울리자 전화기와 가까이 있던 죽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상대방은 말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린다.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죽이 전화를 받았다.

“뭐~ 국님도 바꿔달라고........너 누구야.........301호실에 있는 화랑........알았어. 잠깐만......”

죽은 전화를 국에게 전해주었다.

대사부의 표정이 이상하자 수영은 전화기를 천랑파 조직원에게 주었다. 대답 없이 끊어지는 전화가 두 번 이상 반복되면 죽이 의심할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천랑파 조직원에게 전화기를 내밀 것이다. 천랑파 조직원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릴 듯한 거짓말로 죽을 속였다. 국이 전화를 받자 대사부가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나 대사부야. 아무 말 하지 말고 내말부터 들어주게.”

“.............”

“지금 콘도와 가까운 곳에 수영이와 함께 있네. 자네에게 할말이 많은데 잠깐 말날 수 있게나.”

“어디서.........”

“콘도 앞에 있는 큰길에서 동쪽으로 200m정도 오면 커피숍이 하나 있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잠깐 나오게.”

“알았어............달칵”

“무슨 일이야.”

“화랑이 잠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내려오라고 하네. 아무래도 화랑검법을 익히다 막히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야.”

“호호호~ 어떤 놈이지 모르겠지만 열심이네. 그래서 가보려고.”

“응~ 가봐야지. 열심히 하는데 사부가 도와줘야지.”

국은 죽에게 거짓말을 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죽은 국이 나가자 피식 웃고는 자신도 화랑들을 살펴보기 위해 방을 나섰다. 국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콘도의 뒷문으로 빠져나와 수영과 대사부가 기다리고 있다는 커피숍으로 달려갔다.

한편 국과의 통화를 끝나고 수영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갈치라 조직원을 콘도로 파견해서 동태를 살펴보도록 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국이 병력이라도 이끌고 오면 큰일이지 않는가? 잠시 후 조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국으로 추정되는 여인이 혼자서 콘도를 빠져나와 커피숍 쪽으로 가고 있다는 연락이다. 국이 커피숍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한쪽 구석에 대사부와 수영이 앉아있었다. 국은 커피숍 안을 한번 살펴보고 다른 사람들이 없자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게.”

“다행히 무사하시군요. 걱정 많이 했습니다. 원예님 부상 어때요.”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요. 어떻게...........몰래 빠져나오신 겁니까?”

“예~ 미행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건 그렇고..............남장로가 하는 말이 모두 진실입니까?”

“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네. 전대 원예가 전설의 사나이와 사랑의 도피를 했고 두 사람사이에서 수영이와 수혼이가 태어난 건 사실이네. 하지만 나와 수영이가 조직을 배신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야.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무석이놈과 원로 놈들이 우릴 먼저 배신했어.”

“제가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원예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무석과 원로들이 자신을 밀어내더니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대사부와 자신을 납치 감금한 사실과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사연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국은 원예의 설명을 들으면 처음에는 분노하다가 원예와 법암의 사연을 듣고는 눈물을 흘렸다.

“아~ 그때 그래서 원예님이.............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면 한숨만 쉬시더니........그때부터 법암이란 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군요. 실종되기 마지막 날 내 손을 붙잡고 한동안 눈물을 보시더니.......그런 사연이 있었네요. 아~ 이일을 어쩌면 좋아. 사군자들은 그런 사연도 모르고 무조건 원예님과 대사부가 조직을 배신했다고만 믿고 있으니........어쩌면 좋아요?”

“어제 우리가 자네들을 찾아와 자세한 좌초지정을 설명하려 했지만 그 미꾸라지 같은 남장로 놈이 회방을 놓는 바람에 일이 틀어져 버렸어.”

“지금은 그들을 설득시킨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저야 옛날부터 전 원예님과 자매처럼 지냈고 원예님을 친딸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대사부님과 원예님의 말씀을 믿지만 저들은 아예 들으려하지도 않을 겁니다.”

“저희들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어요. 국(菊)님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을 설득하기는 힘들겠죠? 아예~ 우리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겠지만 국님이 그들을 설득하려 들다가는 국님까지 의심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제 입장을 이해해 주니 고마워요. 제가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국님...........정말 저희들을 도와주시겠습니까?”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런데 그전에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앞으로 갈치파와 화랑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건.............휴~ 할머니와 전 지금 천랑파에 있어요. 오빠랑 같이 있는 거죠.........냉정하게 말하면 갈치파는 천랑파의 상대 안돼요. 천랑파는 지금 있는 오백화랑뿐만 아니라 일천화랑의 존재까지 미리예상하고 우릴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 우리가 일천화랑과 오백화랑의 힘을 합쳐 천랑파를 친다고 해도.............승리할 가망성이 희박해요. 천랑파의 수장이 오빠라고해서 편들어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갈치파의 수장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한 겁니다.”

“희망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럼 갈치파는.........망하는 겁니까?”

“망한다는 표현보다는 천랑파에 흡수된다고 표현해야겠죠. 지금 천랑파에서 그런 일련의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갈치파 조직원들 중에서 천랑파에 투항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투........투항~...........하긴 대사부님과 원예님이 천랑파와 함께 있으니 가능하겠군요. 휴~ 그럼 일천화랑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천랑파에 투항하는 화랑들은 살아남고 투항하지 않는 화랑들은 정리 될 겁니다.”

“정리? 한마디로 죽는다는 말이네요. 원예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정확하겠죠.”

“국님의 판단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무석이가 절대 천랑파를 이길 수 없는 이유를 말씀드리죠. 첫째, 갈치파는 눈과 귀가 막혔어요. 경찰과 검찰 등에 깔아두었던 외부조직이 완전히 와해되었고 연을 닫고 있던 나머지 사랑들과도 우리와 연이 끊었어요. 그에 비해 천랑파는 권력 증에 막강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검찰총장과 내무부장관을 움직일 정도면 말 다했죠. 두 번째 무석이는 상대방에 대해서 너무 몰라요. 무석이는 천랑파의 주력 병력을 기동대로 알고 있어요. 친위대가 있다는 사실자체도 모르고 있어요. 그에 비해 천랑파는 갈치파의 전력을 손바닥 보듯이 환하게 알고 있어요. 세 번째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천랑파에는 고수들이 즐비해요. 저나 사부님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빠를 비롯하여 언니들은 엄청난 고수들 입니다. 거기에 호식님, 길식님, 각 기동대 대장들도 일당백의 고수들입니다. 그런데 무석에게는 사군자님 이외에는 힘이 될만한 고수들이 없어요. 국님도 아시겠지만 싸움은 머릿수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싸우나 마나 결과가 뻔한 싸움입니다.”

“휴~ 희망이 없다는 말씀이네요. 이런 사실을 무석과 남장로는 모르고 있나요.”

“어느 정도는 짐작은 하고 있겠죠.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이런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있어요. 고집과 아집만 남은 상태죠.”

“전 어떻게 해야 하죠.”

“최소한 국(菊)님이 지휘하는 화랑들만이라도 살려야죠. 이건 삶과 죽음의 선택입니다.”

“.................갈치파를 배신하고 천랑파에 투항하라는 말씀인가요.”

“지금은 아닙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말아야겠지만 혹시라도 천랑파 친위대와 일천화랑간의 전투가 벌어진다면..........그때는 우리 편에 되어주세요.”

“한마디로 전투가 벌어지며 칼을 거꾸로 잡으라는 말씀인가요.”

“내키지 않으시겠지만 화랑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알겠습니다. 여기 제 전화번호 입니다.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일어날게요. 대사부님 원예님 몸조심하세요. 그럼 전 이만.........”

국은 힘없이 일어나 커피숍을 나갔다. 원예와 대사부는 복잡한 눈으로 멀어지는 국을 지켜보았다.

“수영아 국이 우리 편이 되어 줄까?”

“화랑들을 사랑한다면 우리 편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제 우리가 할일은 다했어요. 그만 일어나시죠.”

“그래야겠지. 참~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꼭 내 손발이 잘려나가는 기분이구나.”

“저도 그래요.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키웠는데..........휴~ 정말 안타까워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들이 사군자와 화랑들을 불러모아놓고 그들을 설득할 형편도 아니지 않습니까.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결과를 기다려야죠.”

“수영아. 우리가 나머지 사군자와 화랑들도 만나봐야 하지 않겠니.”

“그건..........힘들어요. 만일 우리가 잘못되어 그들의 포로라도 되는 날이며 오빠가 곤란해져요. 그리고 만일 우리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오빠 성격상 갈치파의 씨를 말려버리려 할거에요.”

“하긴.............네 애비나 영감탱이도 가만있지 않겠지. 그래 일어나자.”

원예와 대사부는 국의 연락을 기다리기로 하고 강화도를 빠져나왔다.

오후 4시가 되자 수혼은 요코와 지나를 데리고 저택을 나섰고 수혼의 차를 따라서 3대의 차가 저택을 출발했다. 이들은 바로 갈치파 지부장들을 암살하기 위해 출동한 수혼과 부인들이었다. 수혼은 저택을 나서기 전에 길식에게 아침에 파견한 조직원들에게 복귀명령을 내리게 했고 수영에게 강화도에서의 일을 보고 받았다. 다만 갈치파 중간보스들을 만나기 위해 출발한 사군자에게는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수혼은 용산으로 출발했다. 갈치파 본진이 있는 영등포 보다는 용산을 먼저 공격하는 편이 쉽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지나가 운전하고 수혼은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요코는 뒷좌석 앉아 있다. 수혼은 아직까지 운전면허가 없다. 산을 내려와서 지금까지 운전을 배울(?)시간이 없었다. 요코도 운전면허가 없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은 지나뿐이다. 하지만 그녀도 기사아저씨가 운전하는 차만 타고 다녔기 때문에 운전이 서툴렀다.

“야~ 운전 좀 똑바로 못해. 저.......저기 멈춰~”

“야~ 짜증난. 옆에서 계속 떠들 거야. 아휴~ 정신없어. 좀 입 좀 다물고 있어.”

“내가 미쳤지. 이런 생초보가 운전하는 차를 탄다고 했으니.........흐미~ 미치겠네.”

“자꾸 잔소리 할 거야. 그렇게 못마땅하면 수혼씨가 직접 운전해.”

“쩝~ 난 운전 못해. 요코는 운전할 줄 알아.”

“일본에 있을 때는 가끔 했지만 일본하고 핸들 위치도 틀이고 또 서울은 너무 복잡해서 자신 없어요.”

“죽으나 사나 지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잠깐만 세워~”

“왜~ 수혼씨가 운전하게”

“세우라면 세워~”

지나는 차를 길 한쪽에 세운다. 수혼은 조수석에서 내려 뒷자리로 갔다.

“이제 가자.”

“뭐하는 거야~”

“불안해서 앞에는 도저히 못 앉아 있겠다. 그냥 뒤에 앉으려.”

“흥~ 알았다 알았어. 요코씨랑 잘 놀아라. 난 운전이나 열중하라 이 말이지.”

“알았음 됐어. 우리 세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 조심해서 운전해.”

“흥~~”

지나는 씩씩대며 다시 출발했다. 수혼은 피식 웃더니 요코에게 다가갔다. 요코는 수혼이 다가오자 수혼의 옆에 바짝 다가와 앉았다. 수혼은 요코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기더니 한손이 그녀의 치마 속으로 들어간다. 요코는 깜짝 놀라서 다리를 모았지만 수혼의 손은 장난스럽게 요코의 날씬한 다리를 쓰다듬었다.

“수혼씨 이러지 마요. 지나씨가 알면 어떡해요.”

요코는 수혼의 귀에 속삭인다. 수혼은 요코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마 속에 들어간 손이 요코의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요코는 집요한 수혼의 애무에 비티지 못하고 다리가 벌어지니 수혼의 손이 요코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간다. 요코는 숨이 거치어지며 수혼의 어깨에 머릴 기댄다. 수혼은 손을 들어 요코를 포근히 감싸주는 척 하더니 어깨에 걸쳐진 손이 요코의 앞섬을 파고들며 젖가슴을 애무한다. 지나는 운전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룸미러를 통해 뒤를 살펴보고는 얼굴이 구겨진다. 자신은 운전에 열중하고 있는데 뒤에 앉은 두 사람은 이상한(?)장난을 하고 있지 않는가? 지나는 심술이 나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버린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야~ 조 수혼. 요코씨 괴롭히지 마. 성질나면 박아버린다.”

“하하하~ 지나 질투하는 거야. 아~”

“수.......수혼씨 그.........그만해요. 창피해요.”

“넌 떨리지도 않아.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장난을 할 생각을 하니. 정말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는 남자야.”

“쩝~ 나도 긴장돼지. 그래서 긴장을 풀어보려고 하는 거야.”

“할말 없다. 핑계도 좋다. 그래서 계속하겠다는 거야. 왜~ 아예 요코씨랑 카섹스라도 벌이지 그래.”

“어~ 그럴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요코씨 어때. 우리 진하게 한판 할까?”

“으그~ 내가 말을 말아야지. 저 인간하고 말하는 내가 바보지. 맘대로 해. 이차는 누가 타고 다니는 차야. 누가 조폭차 아니랄까봐~ 무슨 놈의 썬 팅은 이렇게 진하게 했어. 이거 불법 아니야.”

“수혼씨 그만해요. 제발.......저 싫어요.”

“하하하~ 그만 해야지 요코, 지나 둘 다 삐지겠다. 지금 어디야.”

“조금 있으면 한강대교 건너! 목표물이 ○○비즈니스 클럽에 있다고 했지. 10분 안에 도착할거야.”

“그럼 준비해야겠네. 일단 용산역 앞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가.”

수혼은 자신의 무기를 점검해 보았다. 수혼의 팔목과 다리에는 4자루 단도가 숨겨져 있었다.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다.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지나와 요코는 이곳에 있어.”

“수혼씨 혼자 처리할거야.”

“그게 편해. 그리고 무전기 여기 있으니까 길식님에게 특별한 연락 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해. 두 사람은 움직이지 말고 꼭 여기 있어야 해.”

“알았어. 조심해 수혼씨.”

수혼은 두 사람을 주차장에 대기하게 하고 자신은 ○○비즈니스 클럽으로 걸어갔다. 수혼은 걸어가는 길에 불곰이란 사내의 사진을 다시 한번 보고는 ○○비즈니스 클럽으로 들어갔다.

말이 비즈니스 클럽이지 이곳은 룸살롱과 비슷한 곳이다. 수혼이 혼자 업소로 들어간 시간은 5시가 넘지 않아서다. 자연히 ○○비즈니스 클럽에는 손님 얼마 없었다. 수혼이 안으로 들어가자 웨이터가 수혼을 맞이한다. 수혼은 업소 안으로 들어서며 불곰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불곰의 모습은 업소에서 보이지 않는다. 수혼은 룸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웨이터를 불렸다.

“이곳에 불곰형님 있지.”

“예? 불곰형님을 아세요.”

“내가 불곰형님 고향 후배야. 불곰형님이 이곳으로 찾아오라고 했는데 안 계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잠깐 외출하신 모양인데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

“그럼 부탁해.”

수혼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발을 타자를 올리고 불곰을 기다리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나니 웨이터가 다시 들어왔다.

“불곰형님이 누구냐고 물어보시는 데요.”

“지금 어디 계시는데.”

“이곳으로 오고계세요. 누구라고 전해 드립니까?”

“오시면 안다고 해. 하하하~ 형님이 보면 깜짝 놀랄 거야. 그렇게 전해줘~”

“히히~ 알겠습니다.”

웨이터는 뭐가 좋은지 실없이 웃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쩝~ 거짓말도 자주하다보니 느는군.”

수혼은 입맛을 다시며 다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밖이 소란해지더니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사진 속에서 보았던 불곰이란 녀석이다. 녀석은 별명답게 190이 넘는 키에 육중한 체중을 자랑했다. 녀석은 룸에 들어와서 수혼을 유심히 바라본다.

“너 누구야. 고향 후배라고 했어. 난 너 같은 놈 몰라.”

“아따. 형님 고향이 강원도 아닙니까? 저도 강원도에서 살았어요.”

“뭐야~ 강원도.........어디 말하는 거야.”

“형님! 일단 앉아서 말씀하세요.”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몇 군데 부려지기 전에 수작부리지 말고 꺼져. 요즘 뒤숭숭해서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별 미친놈이 와서 설치는 군.”

“형님! 정말 나 몰라요. 이게 아닌데.”

“이런 개새끼들 봤나.”

불곰이란 불리는 사내는 화가 난거지 자리에 앉아 있던 수혼의 멱살을 잡고 번쩍 들어올린다. 불곰이란 사내가 워낙 크다보니 수혼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 되었다.

“죽고 싶어. 너 누구야 새끼야.”

“나~ 날 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했지. 난 천랑이라고 하는 놈이야.”

수혼의 말이 끝나기 그의 양손에서 검이 튀어나더니 불곰의 양쪽 어깨를 베어버린다.

“부드득~”

“크아아악~”

불곰은 양쪽 비파골이 베어지며 수혼을 떨어트리고 수혼은 테이블에 착지함과 동시에 그의 양쪽 허벅지를 베어버리니 불곰의 육중한 몸이 테이블 위로 쓰려진다. 수혼은 쓰려지는 불곰을 피하면서 단도의 뒷부분으로 불곰 옥침혈(뒤통수)를 가격해 버리니 불곰은 그대로 축 늘어져 버린다. 그때 밖에서 불곰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혼은 얼른 단도를 소매 속에 회수 했다.

“형님이 피곤하신 모양이네.........참~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

“저쪽으로 가면 있어요.”

“그래..........비켜봐~ 화장실 좀 다녀와야겠다.”

수혼이 정신없이 사람들을 밀치고 밖으로 나가자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쓰려진 불곰에게 다가갔다.

“이런 십팔~ 그 새끼 잡아. 형님이 당했다.”

하지만 이미 수혼은 현관문을 지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몇 놈이 수혼의 뒤를 따라 쫒아왔지만 수혼은 축지법을 사용해서 이미 살아지고 없었다.

미희는 조직원 한명과 강서구에 있었다. 그녀의 목표물은 강서구에 있는 단란주점을 맞고 있었다. 미희가 단란주점과 좀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갈치파 강서지부를 맞고 있는 놈이 단란주점 앞에 도착했다. 미희는 허리티를 한번 만져보더니 조직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조직원은 미희의 신호에 차의 시동을 걸었고 미희는 천천히 목표물에 접근했다. 한번에 끝내야 한다. 물론 때로 덤벼도 상대할 수 있지만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한방에 끝내는 것이 좋다. 사내는 차에서 내려 입구을 지키는 웨이터에게 뭐가 지시를 하고 있었다. 5m정도까지 접근한 미희의 양쪽 팔이 흔들리더니 두개의 비도가 빛살처럼 날아갔고 미희는 돌아보지도 않고 뒤따라오던 자동차로 달린다.

“쉬아아~~악~~~”

“크윽~”

낮게 깔리며 날아가던 두 자루 비도는 사내의 승근혈(장딴지에 있는 혈도)에 깊숙이 박히며 사내가 힘없이 바닥을 구른다. 사내가 쓰려지기 전에 미희는 차에 오르고 있었고 차는 광음을 내며 살아지고 있었다.

ps :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에 암살부분이 계속됩니다.

** 건곤일척(乾坤一擲) : 하늘이냐 땅이냐를 한 번 던져서 결정(決定)한다는 뜻으로, 운명(運命)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나 성패를 겨룸, 또는 오직 이 한번에 흥망성쇠가 걸려있는 일

** 해석 : 唐(당)·宋(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韓愈(한유768∼824, 字 :退之, 號 : 昌黎)의‘過鴻溝(과홍구)’의 詩(시)에, 龍疲虎困割川原(용피호인할춘원)하니, 용과 범이 지쳐 이 강의 언덕으로 분할하니, 億萬蒼生性命存(억만창생성명존)이라. 억만창생의 생명이 살아있도다. 誰勸君王回馬首(수권군왕회마수)라, 누가 임금에게 권해 말머리를 돌릴 것인가? 眞成一擲賭乾坤(진성일척도건곤)이라. 진정 한번 던져 하늘이냐 땅이냐로 도전한다. 홍구는 하남성에 있는데, 옛날 秦(진)이 망하고 천하가 아직 통일되지 않았을 때 楚(초)의 項羽(항우)와 漢(한)의 劉邦(유방)이 세력 다툼을 하다가 이곳을 경계로 하여 동쪽은 초가 서쪽은 한이 차지하기로 협약하였던 곳이다. 그러나, 그때 張良(장량)과 陣平(진평)이 유방에게 진언하기를, “漢(한)은 천하의 태반을 차지하고 제후도 따르고 있지만, 楚(초)는 군사가 피로하고 시량도 없습니다. 이때야말로 하늘이 초를 멸하려 하는 것이며, 굶주리고 있을 때 쳐부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를 길러 후환을 남기는 것과 같사옵니다.”하였다. 유방은 마침내 초를 해하(垓下)에서 승리하였다. 한유는 이때의 싸움을 천하를 건 일대 도박으로 보고 회고시를 쓴 것.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124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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