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낭만을 꿈꾸는 늑대-115화 (115/128)

낭만을 꿈꾸는 늑대 115부

세상에 끝나지 않은 잔치는 없는 법이다. 천랑파의 저택에서에서 벌어진 잔치도 밤이 깊어짐에 따라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수혼은 정원에 있는 벤치에 수영과 함께 앉아서 떨어지는 낙엽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있었다. 수영은 수혼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그의 체취에 취해 있었다.

“수혼씨. 우리 참 이상한 인연이다. 서로 적으로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됐고, 이젠 남매가 되었으니 말이야. 난 말이야. 차라리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적(敵)으로 알고 있을 때가 편했던 거 같아. 수혼씨를 알고 사랑을 알게 되어 기쁘기도 했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거든........그런데 더 기막힌 사실은 우리가 친남매라는 사실이야. 마음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 절망이야. 수혼씨는 어때.”

“나도 수영씨 사랑해. 아마 친동생이 아니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수영씨를 내 사람으로 만들 거야.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수영씨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내 친동생이니까 말이야.”

“그래?.........하긴 수혼씨 겉에는 아름다운 부인들이 많으니까? 저번에 지나씨를 애타게 찾더니 오늘 보니까 정말 예쁘더라. 물론 다른 여인들도 정말 예뻐. 쌍둥이 자매도 그렇고 요코, 요키에씨도 아름답고, 링링씨도 아름답고..........수혼씨는 참 복도 많은 사람이야.......그런데.......내 겉에는 아무도 없어. 수혼씨만 유일하게 내 겉에 있었는데............수혼씨 나 어떻게........어떡하면 좋을까?”

“수영씨는 아직 어려.......살아보면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수영씨는 아름다운 여인이야. 남자라면 누구나 수영씨의 사랑을 받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여인이지.”

“정말?......다른 여자들처럼 남자 앞에서 아양도 못 떨고.........자신을 꾸미는 것도 귀찮아하는 여자가 나야. 그런데 내가 매력적이야.”

“하하하~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지. 하지만 사람을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 겉에 드러난 아름다움만 중요한건 아니야.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숨겨져 있어. 쉽게 말하면 심성이 고와야 한다는 말이지. 불교에 이런 말이 있어. 인간의 육체란 침, 오줌, 똥 등 온갖 오물을 감싸고 있는 가죽주머니와 같다. 이 말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볼 때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라는 말이야. 말이 이상하네........수영씨는 가죽주머니도 아름다운 여인이야.”

“참~ 듣다 보니까 기분 나쁘네. 가죽주머니? 너무하다.........수혼씨가 무슨 뜻으로 이야기하는지 알아. 단지 갑자기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야.”

“내가 언제나 수영씨의 겉에 있을게. 그러니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 아버지도 만나고 할머니도 만났잖아. 왜! 외롭다고 생각해. 가족들이 수영씨 겉에 있는데 말이야.”

수영은 벤치에서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두 팔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조 수영! 넌 외롭지 않아. 멋진 오빠도 생기고 아버지도 만났잖아. 넌 행복한 여자야.”

수영은 하늘을 향해 위치더니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인다. 수혼은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의 작은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감정이 격해진 모양이다. 수영은 등을 수혼의 가슴에 기대었다. 수혼은 수영을 가슴으로 포근히 감싸주었다.

“그래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 누구보다 수영씨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겉에 있잖아.”

“그래야지........앞으로 바보 같은 생각은 버려야지. 수혼씨처럼 멋진 오빠를 어디서 구하겠어. 멋진 애인이야 다시 만들면 되지만 멋진 오빠는 하늘이 정해주는 거잖아. 수혼씨 우리 들어가자. 다른 분들 걱정하겠다.”

“조금만 더 이렇고 있으면 안 될까?”

“안돼. 수혼씨랑 계속 있으면 내가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오늘 하루만 남남이 되기로 했잖아.”

“수혼씨 유혹하지 마. 나 힘들어. 수혼씨가 자꾸 유혹하면 나도 못 참는단 말이야.”

“참지 말라고 하면 나쁜 오빠가 되겠지. 그래 들어가자. 걱정하시겠다.”

수혼이 수영을 풀어주며 그녀의 손을 잡고 건물로 걸어갔다. 수영은 수혼을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자신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다정하게 앉아있는 란과 호식을 보았다. 그들은 어둠이 깔린 벤치에 앉아 있는데 란이 호식의 이마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 수영이 수혼의 손을 잡아당기며 조용히 하라고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벤치를 가르친다. 수혼도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는다. 수혼은 고개를 살짝 숙여서 수영의 귀에 속삭였다.

“호식이가 옛날부터 수지씨 좋아했어. 두 사람 어울리지 않아.”

수영도 수혼의 귀에 속삭였다.

“두 사람........잘됐으면 좋겠어. 란님도 수혼씨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다고.........그러고 보면 수혼씨 정말 나쁜 놈이야.”

“야~ 그때.........그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 수지씨는 그때 선배의 여인이었단 말이야. 또 당시에 나는 영은이의 자살 때문에 누굴 사랑할 만한 여유가 없었어.”

“어떤 변명을 해도 수혼씨는 나쁜 놈이야. 지금도 날 이렇게 아프게 하잖아.”

“하~ 참~ 조 수영.........우리 사고한번 칠까?”

“그만하셔. 그럴 용기도 없는 사람이 말로만........”

“야~ 진심이야. 사고 한번 치자.”

“조용히 해. 다른 사람 듣겠다.”

수혼이 큰소리로 소리치자 수영이 수혼의 입을 막고 안절부절 못한다. 하지만 이미 들을 사람은 들었다. 수혼의 소리를 들고 란과 호식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이미 자리에서 일어도 수혼과 수영의 겉으로 걸어오고 있지 않는가?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거야. 아참~ 두 사람은 남매지. 남매끼리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아.”

“호식아. 이마에 붕대는 뭐냐?”

“아~ 이거.........영광의 상처지.”

“무슨 말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호식씨 말하지 마. 무슨 자랑이라고.........”

“하하하~ 하여튼 둘이 잘되기 빌어. 수지씨 호식이 좋은 놈이야. 잘해봐~”

“그래요. 란님 이제 옛날 일은 모두 잃어버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세요.”

“옛날일?...............그러고 보니 수혼씨에게 옛날부터 할말이 있었는지 지금까지 못하고 있었네요. 이제 호식씨 때문이라도 수혼씨 자주 보게 될 것 같은데 말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내게 할 말이 있어. 겁나는데 무슨 말이야?”

“영은씨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요.”

“영은이?”

“영은씨가 자살하기 하루 전에........그러니까 우리들이 성민파와 싸우던 날 영은씨를 납치해서 감금하고 있다는 전화가 있었어요. 막 수혼씨가 싸움터로 출발한 이후에 걸려온 전화죠.”

“무슨 말이야.”

“쉽게 말하면 영은씨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제가 수혼씨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때는 급박한 상황이란 수혼씨에게 소식을 전할 여유도 없었지만 또 그러니까.......뭐라고 말해야 하나. 그러니까 그때 제가.............”

“그만........무슨 말이지 않았어. 그때 수지가 내 전화기를 망가트렸다고 새로운 전화기를 선물했지. 기억나. 알았어. 무슨 뜻이지. 그때 이야기는 그만하자. 다 지나간 일이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랑 영은이 찾아가 보자. 나도 영은이 본지 오래됐거든.........”

“수혼씨 미안해요.”

“다 지나간 이야기라니까? 잊어버려. 나중에 영은이 찾아가서 사과해. 나에게 사과할 필요 없어. 나도 영은에게는 죄인이야. 우리 먼저 들어간다.”

수혼은 수영의 팔을 잡고 건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을 호식과 란이 바라보고 있었다. 호식도 란의 말을 들었다. 영은이의 죽음에 수지의 책임도 있다는 말이다. 호식도 수지의 말을 듣고 대충 그때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지씨. 그때 그런 일이 있었어.”

“하~ 정말 할말 없게 만드는 사람이야. 난 뺨이라도 한대 때릴 줄 알았어요. 그럼 속이라도 시원했을 거야. 그런데 영은씨에게 사과하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리네. 마음의 짐만 잔뜩 남기고 말이야.”

“천랑이야 그런 사람이지. 수지씨 천랑 말대로 나중에 영은씨 찾아가서 용서를 빌자. 그때는 나랑 같이 가자. 알았지.”

“그래! 알았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지. 고마워 호식씨.”

수영은 수혼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의 얼굴은 조금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수영이 수혼의 팔을 끌었다. 수혼이 앞만 보고 걸어가다 수영을 보았다.

“수혼씨 좀 전에 란님이 하던 이야기 무슨 말이야.”

“다 지나간 일이야. 옛날에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있어.”

“나도 알아. 성민이 때문에 죽었다고 했잖아.”

“그때 이야기야. 수지씨가 그때...........관두자. 옛날 이야기해서 지금해서 뭐하니. 다 지나간 이야긴데.”

“무슨 일이지 모르겠지만 란님 용서하는 거야.”

“용서는 무슨.........사과하려면 영은이에게 해야지.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할머니나 아버님은 아직도 계시나.”

그들은 어느덧 연회장에 들어와 있었다. 연화장은 파장 분위기다. 수혼과 수영이 살펴보자 부인들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온 것을 본 지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아~ 지금 들어와요. 데이트 잘하고 오셨어요.”

“데이트는 무슨.........할머니와 아버님은 어디 가셨어.”

“저희들이 5층으로 모셨어요. 두 분이서 할 이야기가 많으신 모양이네요. 수영씨도 피곤하지 않아요. 할머니 말씀 들어보니 몇 칠 간 제대로 잠도 주무시지 못했다고 하던데......”

“저도 도와드려야 하는데........잠시만요.”

“괜찮아요. 저희들만 있어도 돼요. 수혼씨 뭐해요. 수영씨 모시고 5층으로 올라가세요........수혼씨 링링동생 옆방에 수영씨 방 마련해 두었어요. 그곳으로 안내하세요.”

“알았어. 미안해. 부인들이 고생하네.”

“호호호~ 다음에 잘해 주시면 되죠. 전 다시 정리해야겠네요.”

수혼은 수영과 함께 5층으로 올라왔다. 5층은 다른 층들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수영은 아늑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5층 복도를 따라갔다. 5층에는 수많은 방들이 있다. 그 많은 방중에서 수혼과 부인들이 사용하는 방은 반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방은 비어 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수혼은 수영을 링링의 옆방으로 안내했다.

“이방이야. 피곤하겠다. 들어가.”

수혼이 문을 열어준다. 수영은 방을 살펴본다. 결코 작지 않은 방이다. 방에는 침대와 옷장, 소파 등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수혼씨 방은 어디야.”

“저기 복도 끝에 있는 방이 내방이야. 그리고 저쪽에 있는 방이 내가 서재로 사용하는 방이고 저쪽에 있는 방이 내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어. 내방에서부터 차례대로 쌍둥이 자매, 요코, 요키에, 지나, 링링 방이 있어. 아마 아버님과 할머니는 이방 다음에 있을 거야.”

“정말 거대한 저택이네. 5층에만 방이 몇 개야.”

“한 20개정도 되지. 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이란 그래.”

“수혼씨도 자야지. 이제 방에 갈 거야.”

“아니. 난 서재로 가려고........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을 연구 중이야.”

“그래.........서재가 저쪽 방이라고 했지.”

“응~ 잘 자.”

“응~ 수혼씨도 잘 자.”

수영은 방으로 들어갔고 수혼은 문을 닫는다. 수영은 문이 닫히자 문에 기대어 있다가 서서히 밑으로 내려와 무릎을 세우고 쭈그리고 앉는다. 그녀는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수혼이 떠나가 버렸다. 자신만을 홀로 두고 떠나간 것이다. 자신과 한 약속도 그는 잊어버렸다. 하루 밤만이라도 자신의 연인이 되어 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 갑자기 눈물이 글썽거린다. 왜 울지. 바보 같다. 그는 오빠다. 뭘 바라는가? 그와의 하루 밤 사랑이라도 원한 것인가? 아니다. 다만 그와 함께 밤을 보내고 싶었다. 이 가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수혼은 문을 닦고 그녀의 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수혼이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옆방 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아~ 할머니.........아직 주무시지 않았어요?”

“자야지. 밖에서 소리가 나서 잠깐 나왔다. 수영이는 들어왔어.”

“예~ 방금 방에 들어갔어요.”

“그 방에 수영이가 있는 거냐.”

“예~”

“수혼아. 수영이 외로운 아이다. 수영이에게 잘해주기 바란다.”

“알고 있어요. 저도 수영이 사랑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수혼아. 부탁이 있다. 수영이게 들었어. 수영가 너에게 정을 준 모양이더라.........수영이가 내색은 하지 않아도 지금 무척 힘들 거야. 네가 좀 달려줄 수 있겠니.”

“예~ 어떻게...........”

“방에 들어가서 수영이를 달래죠. 그래 줄 수 있겠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한다. 난 다시 들어가마. 참~ 부인들에게는 내가 이야기하마.”

할머니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수혼이 문을 열었다. 수영도 할머니와 수혼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혼이 문을 열자 문을 기대고 있던 수영이가 뒤로 넘어온다. 수혼은 얼른 수영의 등을 받쳐주며 일으켜 세운다.

“문 앞에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울고 있었던 거야.”

“무슨 소리야. 내가 울보야. 그런데 갑자기 문을 열면 어떻게.......”

“우리 서재로 갈려. 보여줄게 있어.”

“뭔데.......그냥 방에 있으면 안돼.”

“피곤해..............알았어. 그럼 방에 있자.”

수혼은 그녀를 데리고 서재로 가려고 했다. 야밤에 그녀와 같은 방에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니 방에 있기로 했다. 수혼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방안에 있는 소파로 갔다. 수혼이 자리에 앉자 수영은 수혼의 옆에 앉아 머리를 수혼의 어깨에 기대었다.

“왜 다시 왔어.”

“수영이가 외로워 할까봐~”

“할머니 때문이라면 그냥 가도 돼.”

“들었어. 할머니 때문만은 아니야. 나도 수영씨랑 같이 있고 싶었어.”

“정말? 고마워 수혼씨.........정말 피곤하다. 난 눈감고 있어도 되지.”

“응~ 그렇게 해.”

수영은 눈을 감았다. 수혼 체취가 코끝에 감돌았다. 이제 오늘밤이 지나면 그와의 사랑은 끝내야 한다.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남자지만 그와의 사랑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둘 사이에는 남매라면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그 벽을 넘을 수는 없다. 자신이 평생을 해바라기처럼 수혼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어떻게 만난 가족인가? 20년이 넘은 세월동안 존재조차도 모르던 가족이다. 20년 동안 마음속에 쌓인 회한(悔恨)을 풀고 눈물로 다시 만난 가족이다. 자신의 사랑 때문에 어렵게 만난 가족이 다시 헤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가족을 포기할 수는 없다. 수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도 외로운 사람이다. 그도 사랑보다는 가족을 선택할 사람이다. 이 하루 밤이 자신의 사랑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인 것이다.

수혼은 그녀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수영을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친동생이다. 아버님을 만나 것은 행복한 일이야. 할머니를 만나 것도 행복이다. 하지만 그녀와 남매가 되었다는 것은 아픔을 동반한 행복이다. 자신이 아픈 만큼 그녀도 아플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아픔이 자신보다 더 처절한 아픔일 것이다. 그녀가 너무 슬퍼 보인다.

수영은 그의 품에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잠들기 위해 노력해도 쉽게 되지 않는다. 수영은 수혼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그럼 잠들지 않을까?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방에 들어온 모양이다. 잠시 후 다시 방문이 들어온 사람이 다시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미희였다. 그녀는 수혼을 찾다 수영의 방에 들어온 것이다. 수혼은 미희에게 조용하라고 손짓했고 미희는 수혼의 무릎을 베고 잠든 수영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날 밤........수혼과 수영은 밤이 깊도록 그렇게 있었다. 수영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수혼은 그녀가 잠들자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자신은 침대 맡에서 그녀의 겉을 지켜주었다. 수영이 다시 깨어난 시간은 다음날 점심시간이 되어서였다. 그녀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눈부신 빛과 자신의 침대 맡에 잠들어 있는 수혼의 모습이다. 그는 밤 세도록 자신의 겉을 지켜준 것이다. 수영의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그래 수혼씨도 진정으로 날 사랑하는 거야. 그걸로 만족하는 거야. 사랑하는 님은 떠났지만 이렇게 날 사랑해주는 오빠가 생겼잖아. 그것만으로 만족해자.)수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혼의 어깨를 흔들었다.

“오빠 일어나. 여기서 자면 어떻게.”

“응~ 수영이야. 깨어났구나. 잘 잤어. 아~졸린다.”

“언니 방에 가서 더 자. 그러고 보니까 언니들 방이 많지. 어느 방으로 갈 거야.”

“여기서 그냥 더 자면 안돼.”

“무슨 소리야. 당장 나가. 다 큰 여동생방에서 자는 오빠가 어디에 있어. 빨리나가 나도 목욕해야 된단 말이야. 빨리 나가.”

“우이 씨~ 졸린데.......알았어.”

수혼은 수영에게 떠밀려 밖으로 나오니 수영은 가차 없이 문을 잠겨버린다. 수혼은 밖으로 나와 문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수영은 수혼을 내보내고 문에 등 기대고 있었다. 문하나 사이를 두고 두 남녀는 그렇게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무석은 사무실에 출근해서 밤사이 벌어진 갈치파의 전투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서울로 진격한 갈치파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나 진배없는 성민파의 구역을 하나하나 점령했다. 가끔 성민파의 잔당들이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런 녀석들은 가차 없이 쓸어버렸다. 갈치파는 하루 만에 성민파가 가지고 있던 구역의 2/3 이상을 점령했다. 무석이 우려하던 사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무석은 자신들이 서울을 점령하면 천랑파의 강력한 공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우려와는 달리 천랑파는 너무나 조용했다. 천랑파에서 아직 자신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점심시간이다. 무석은 옆에 있는 매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그때 전화가 왔다.

“무슨 전화야.”

“병원이라고 합니다. 무석님을 찾고 있습니다.”

“병원? 연결시켜봐~”

무석은 비서에게 명령했다. 무석은 자신이 수장이 되고 새로운 비서를 채용했다. 전화기에서는 남자의 목소리가 흘려 나온다.

“이무석씨 되십니까?”

“예~ 제가 이무석입니다. 그런데 병원이라고 하셨습니까? 무슨 일이죠.”

“혹시 허강기씨라고 아십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이곳은 경기 ○○시에 있는 ○○병원입니다. 허강기씨가 위독한 상태입니다. 계속 이무석씨를 찾고 있어요.”

“예~ 강기가 위독해요. 무슨 일이죠.”

“병원에 오셔서 말씀하세요.”

“알겠습니다.”

무석은 매에게 강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들어간 무석은 병원 카운터에서 강기의 입원병동을 확인해 보니 강기는 중환자실에 있었다. 무석이 중환자실에 달려가서 간호원을 불렀다.

“이곳에 허강기라는 환자가 있죠.”

“환자 보호자 되세요.”

“그건 아니지만 절 찾는다고 해서 달려왔어요. 제가 이무석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옷부터 갈아입고 오세요.”

“어떻게 된 겁니까?”

“교통사고예요.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무시하고 뛰어들었어요. 지금 위독한 상태입니다. 오늘을 넘기지 못할지도 몰라요. 지금 의식이 돌아왔으니 빨리 만나보세요.”

무석은 허겁지겁 위생복을 입고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중환자실에는 많은 화장들이 있는데 간호원은 한쪽침대로 무석을 안내했다. 그곳에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강기가 누워있었다. 강기는 눈만 깜박이며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강기아~ 어떻게 된 거야.”

그때 간호원이 강기의 산소마스크를 벗겨 주었다. 강기는 힘들게 고개를 돌려 무석을 알아보고 뭐라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소리가 미약해서 잘 들리지 않는다. 무석은 강기의 입에 귀를 가져갔다.

“헉........헉........원.........원예와.......대.......대사부가.......탈출해........어. 빨리.......조치........해.”

“뭐라고. 원예와 대사부가 탈출 했어. 언제. 언제 탈출한거야.”

“헉........헉.......어.......어제...........란이와 어떤..........중이........헉........헉.......구해갔어.”

“이런 빌어먹을............알았어. 내가 조치할게.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 잘해.”

무석은 중화자실을 빠져나와 복도로 나오는데 의사가 무석을 기다라고 있었다. 무석은 급했다. 하지만 의사가 붙잡으니 그의 말을 들어본다.

“이무석씨 되시나요?”

“예~ 제가 이무석입니다.”

“환자와는 어떻게 되는 사이죠.”

“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

“허강기씨 가족은 없나요. 가족들이 있으면 빨리 오라고 하세요. 환자가 계속 이무석씨만 찾아서 이무석씨에게 먼저 연락했지만 위급한 상태입니다. 아마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아요.”

“그렇게 심각한 상태입니까?”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서 충돌 당시 양쪽 팔과 목이 부려지고 머리도 크게 속상되었습니다. 지금 의식이 돌아온 것만 해도 기적입니다. 빨리 가족들에게 연락하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전 급한 일이 있어서.......”

무석은 병원을 뒤로하고 원로원으로 달려갔다. 강기의 말대로 원예와 대사부가 탈출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들이 조직으로 돌아온다면 힘들게 봉합한 분란이 다시 터질 것이다. 조직에는 아직도 대사부와 원예를 따르는 사람이 많다. 무석이 원로원으로 올라가 원로들을 불렀다.

“무슨 일인데 급하다는 거야.”

“원예와 대사부가 탈출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강기 놈이 모종의 장소에 감금했다고 했잖아.”

“사군자 중 란(蘭)이 하고 어떤 중이 구해갔다고 합니다.”

“란(蘭)이하고 중? 그럼 그놈이 원예와 대사부를 구해갔다는 말인가?”

“아니 원로님들은 중의 정체를 알고 계시는 겁니까?”

“우리들의 예상이 맞는다면 중이란 놈은 대사부의 사위야. 자네에게는 원예의 아버지라고 하는 편이 이해가 빠르겠군.”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큰일 아닙니까? 원예의 아버지가 구해갔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복수하려고 할 텐데.......그것보다도 원예와 대사부가 돌아온다면 조직에 다시 분란이 일어납니다.”

“우리도 알고 있어. 이거 큰일이군. 그들이 돌아오기 전에 무슨 수를 써야겠어. 일단 가장 시급한 사안부터 해결해야겠네. 지금 강원도 ○○산에서 훈련하는 화랑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겠네. 그들까지 원예와 대사부의 손에 넘어가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어.”

“예? 그들이 강원도에 있었습니까?”

“맞아. 1천 화랑이 강원도 ○○산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원로원과 원예밖에 모르는 사실이지. 아무래도 원로들 중에서 한사람이 그곳으로 가야겠어. 무석이나 다른 사람이 가면 전대사군자가 믿지 않을 거야. 누가 갈 건가? 자네가 가지. 그래도 자네가 사군자와 친하지 않나.”

“알았네. 내가 가도록 하지. 그런데 그들을 어디로 이동시키면 좋겠나.”

“적지 않은 인원이야. 혹시 수용할만한 곳이 없겠나. 무석군은 알고 있는 곳 없어.”

“제가 강화도 쪽에 있는 콘도를 알아보겠습니다. 강화도라면 인천과도 멀리 떨어지고 아직 그곳은 우리 구역이라 부탁하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좋아. 그럼 그들을 모두 강화도로 이동시켜. 자네는 바로 출발해.........무석군은 우리와 앞으로 일에 대해서 논의해 보세. 자네 뭐해 빨리 가.”

“알았네. 그럼...........먼저 출발하겠네.”

원로 중 한명이 급하게 원로원을 빠져나갔다. 그는 강원도에 있는 전대사군자와 1천 화랑을 강화도로 이동시키기 위해 출발한 것이다. 그 사람이 빠져나가고 나머지 원로들과 무석이 한자리에 앉았다. 원예와 대사부의 탈출은 거대한 사건이다.

“원예와 대사부를 구출한 사람들이 사군자중 란과 사위라면 문제가 심각하네.”

“현재 사군자 중에서 우리에게 협력하는 사람은 매(梅) 뿐입니다. 란(蘭)은 원예일행과 동행했다고 하고 나머지 사군자도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사군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지회장들이 문제야. 지회장중에는 아직도 원예와 대사부를 따르는 무리들이 부지기수야. 아무래도 그들에게 대사부와 천랑파 수장인 수혼과의 관계를 폭로해야 할 것 같아.”

“그들이 그 사실을 알면 우리 편에 서겠습니까?”

“반 정도는 우리 편이 될 거야. 지금 원예와 대사부를 구해간 중은 바로 천랑파 수장인 수혼의 아버지이자 원예의 아버지인 법암이란 중이야. 지회장들 중에서 아직도 법암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우린 이걸 최대한 부각시켜야 해.”

“혹시 법암이란 사람이 옛날 전설의 사나이라 불리던 사람입니까?”

“맞아. 그놈이야. 그놈에 의해 죽거나 다친 화랑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아. 지금도 나이 먹은 사람들 중에서 그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물론 원예와 대사부를 따르는 골수분자들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그럼 이번 기회에 우릴 따르지 않는 놈들은 모두 숙청해 버리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우릴 동조하는 파와 반대파를 나누어 깨끗하게 정리해 버리자는 말인가?”

“조직을 위해서는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시간폭탄을 안고 갈순 없지 않습니까?”

“음........자네 말대로 어차피 터진 일이라면 대사부와 원예가 활동을 개시하지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 치는 것도 좋겠지. 좋아. 자네 뜻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그럼 5백 화랑들의 지휘권을 저에게 일임해 주세요.”

“알았네. 5백 화랑들의 지휘권을 자네에게 주겠네.”

병원에 누워있던 강기의 심장박동이 점점 미약하져 갔다. 그의 짧은 인생이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강기의 가족은 아직 병원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이라고 해야 원로원에 있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전부다. 할머니는 어릴 적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강기를 출산하고 병으로 돌아가셨다. 어려서부터 강기는 험한 남자들에 의해 키워졌다. 그것도 나이 10살이 넘어서는 갈치파 화랑의 일원으로 집을 떠나 생활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런 강기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강기보다 조직이 소중했던 모양이다. 강기는 사람을 그리워했고 사랑을 갈구했다. 수지에 대한 강기의 사랑이 광기(狂氣)어린 집착에 가까웠던 것은 이런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 일지도 모른다. 강기의 죽음이 임박해서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병원으로 들어왔다. 원로원의 원로였던 할아버지는 모든 회의가 끝내고서야 강기의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병원에 도착한 광경을 보면서 강기의 눈은 서서히 감겼다. 짧은 강기의 인생은 이렇게 쓸쓸하게 끝났다. 그가 그렇게 보고 싶었던 수지의 모습은 끝내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것이다.

무석은 그길로 사무실에 도착해서 5백 화랑들을 집합시켰다. 강철파와의 전쟁과 천랑파의 전쟁을 치루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화랑들은 5백 화랑이 전부다. 화랑들은 원로원과 수장의 명령만 받도록 되어 있다. 화랑들은 사무실에 도착해서 새로운 수장인 무석을 만났다. 화랑들도 무석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수장이 된 이무석이라고 합니다. 이미 원로원에서 저에 대한 소식은 들었을 겁니다.”

“저희들을 소집한 이유가 뭐죠. 천랑파와 다시 한판 벌리는 겁니까?”

“천랑파와 대결은 아니고 배신자들을 숙청하기 위해 소집했습니다.”

“배신자? 누가 조직을 배신했다는 말입니까? 그런 놈들은 용서가 안 됩니다. 어떤 놈들 입니까?”

“조금 있으면 지회장들과 중간보스들이 회의장에 집합 할 겁니다. 그때 배신자가 밝혀질 겁니다. 그전에 여러분에게 먼저 질문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무슨 질문이죠?”

“여러분 대부분은 전대 화랑들과 연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하는데............전설의 사나이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전설의 사나이? 그놈이라면 우리 아버지를 죽인 원수 놈이죠.”

“그놈 때문에 아버지는 불구가 되었어요.”

“웅성...........웅성”

대부분의 화랑들은 법암에 대해 알고 있었다. 무석의 말대로 현재의 화랑들은 대부분 전대 화랑들의 자손이거나 전대 화랑들과 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법암이란 존재는 같은 하늘아래에서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원수와 같았다.

“자~ 조용히 하세요. 제가 전설의 사나이를 언급한 것은 원예와 대사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원예님과 대사부와 전설의 사나이가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까?”

“여러분들은 원예가 수장자리에서 쫓겨난 이유를 들었을 겁니다. 원예가 천랑파의 수장과 모의해서 우릴 배신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원예님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저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들어보세요. 원예는 천랑과 친남매사이입니다.”

“웅성..........웅성...........웅성.”

“조용히 하세요. 이건 원로원에서 확인한 겁니다. 대사부가 원예에게 밝혔어요. 증거자료가 필요하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어요. 그럼 원예와 천랑이란 놈의 아버지가 누군지 아세요.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전설의 사나이 입니다.”

“말도 안돼. 어떻게 그럴 수가? 원예님은 대사부님의 손녀로 알고 있어요. 말도 안돼요.”

“그들의 어머니는 전대 원예입니다.”

“웅성.........웅성..........그게 사실입니까? 전대 원예님이 조직을 배신했다는 말입니까?”

“예~ 사실입니다. 전대 원예뿐만 아니라 대사부도 우릴 배신한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그런 사실을 숨기고 있었으니 말이죠.”

“그런.........우리 아버지가 누구 때문에 죽었는데.........우릴 배신해.”

“맞습니다. 우리들은 절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 저와 원로원에서는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원예와 대사부를 모종의 장소에 감금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어제 전설의 사나이가 원예와 대사부를 구해 갔습니다.”

“이런 처 죽일 놈들..........당장 찾아서 陵遲處斬(능지처참)을 시켜야 합니다.”

“여러분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우릴 배신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아직도 조직에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원예와 대사부를 따르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그런 놈들도 당연히 죽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지금쯤이면 회의장에 지회장들과 중간보스들이 집합했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신호를 보내면 우리 뜻에 반하는 무리들을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죽이지는 마세요. 일단 모든 사람들을 지하 감옥에 수감하세요. 원로원에서 그들을 설득해본 후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때 처리해도 늦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당장 가시죠.”

무석은 화랑들을 선동해서 회의장으로 갔다. 화랑들은 감정이 격앙되어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대사부와 원예를 배신자로 낙인찍혀 있었다. 무석은 일단 화랑들을 밖에 대기하게 만들고 혼자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회의장에는 각 지회장들과 중간보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석이 들어오자 모두 일어나 인사를 했다. 임시라도 그가 수장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무석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녹음기를 준비해서 원로원에서 가져온 테이프를 틀었다. 테이프에서는 대사부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회의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린 정도로 정적이 감돌았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대사부가 말하는 사실들이 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테이프가 모두 돌아갔다. 무석은 녹음기를 끈다.

“여러분도 들었기 때문에 다른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원예와 대사부을 배신자로 생각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웅성........웅성............웅성”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혹시 테이프가 조작된 것은 아닌지요.”

“조작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테이프의 진위여부를 의심하는 분들은 원로원과 절 의심하는 분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 테이프가 진실이라고 해도 대사부님께 직접 듣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맞아요. 대사부님을 직접 만나 뵙지 않고는 믿을 수 없습니다.”

“그래요? 원로원과 절 믿지 못하겠다는 말씀이죠.”

무석는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무석는 좀 전에 자신의 말에 손을 들지 않은 인사들을 일일이 노려보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대사부님이나 원예님에게 반론할 기회를 주자는 말입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끝내 우릴 믿지 못하겠다. 당신들은 우리보다 원예님과 대사부님에 대한 믿음이 강한 모양이군. 그런 사람들은 필요 없어. 화랑들 들어오세요.”

무석의 명령이 떨어지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화랑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저기.......저기..........저기........저기...........모두 잡아서 감금해요.”

강기가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사람들은 화랑들에 의해 밖으로 끌러갔다.

“이놈들 무슨 짓이냐. 놔라. 네가 누군지 알고. 이놈들.........”

“반항하는 자들은 죽이지만 말고 어디 몇 군데 부러트려버려.”

“퍽~~”

“크아~~악~~”

그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자 회의장은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졌다. 무석은 한참을 씩씩거리며 있다가 의자가 털썩 주저앉았다.

“방금 행사는 원로원에서 결정된 사항입니다. 처음에는 배신자들을 모조리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무석의 말에 회의장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한 한기를 느낀다. 순간의 선택에 목숨이 좌지우지 되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저들은 원로원에서 심문할 겁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원로원과 저의 뜻에 따라 행동해 주시기 부탁합니다. 일단 서울 정복은 어떻게 되고 있죠.”

“저.........저...........그게.........”

“차분하게 말씀하세요.”

“성민파가 가지고 있던 구역의 2/3을 점령한 상태입니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모든 지역을 점령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까지 기다려보죠. 그리고 갈치파의 본부는 오늘 부로 서울 영등포로 이동합니다. 다음 회의 때는 영등포에서 만나도록 하죠. 모두 해산하세요.”

강원도에 내려간 원로는 강원도 ○○산에 있던 1천 화랑들의 훈련장소로 올라갔다. 원로가 훈련장소에 도착하자 미리 연락을 받은 전대 사군자가 원로를 맞이했다. 전대 사군자는 40대 중후반의 여인들로 모두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갑자기 소식을 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저희들의 훈련장소를 이동해야 한다면.......호기 조직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그건 아니고 우리가 상대하는 천랑파에서 이곳을 발견했다는 첩부가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이곳을 발견했다면 불의에 기습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원로원에서 부득이하게 장소를 변경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하~ 그들이 어떻게 이곳을 알아냈죠.”

“그건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요. 시간이 없어요.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까?”

“연락 받고 부라부라 준비해서 어느 정도 끝났어요. 지금 바로 출발합니까?”

“예! 바로 출발하죠.”

“알겠습니다.”

사군자는 1천 화랑을 인솔해서 원로와 함께 산을 내려갔다. 그들은 모두 등에 기다린 보자기와 거대한 배낭을 메고 오와 열을 맞추어 산을 내려오는 것이다. 그들은 최대한 조용하고 신속하게 이동한다. 하지만 그들을 조용히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눈동자의 주인은 하얀 턱수염이 가슴까지 오고 하얀 모시적삼을 멋스럽게 입은 노인이다. 노인은 화랑들의 움직임에 따라 그들의 뒤를 밟고 있었다.

ps : 다음 편에 끝내버리고 싶군요.

------------------------- 잡 담 ---------------------------------------

어제 봉달이 아저씨 마라톤 본다고 늦은 시간까지 TV를 보다가 봉달이 아저씨의 안타까운 모습에 열이 받아서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아침에 머리가 무겁더군요. 그래서 아침에 낭만을 꿈꾸는 늑대에 있는 리플들을 1편부터 쭉~ 살펴보았죠.

참.............뭐라고 해야 하나.

1. 내가 욕먹어가며 왜 글을 쓰고 있지.

2. 그래도 성원해 주시는 분이 더 많구나.

3. 오타에 대한 지적이 엄청나게 많군.

4. 오탈을 줄여볼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데.........강력한 태클이 하나 있더군요.

소라에 글을 올리며 웬만한 태클에는 이제 무감각 할 정도가 되었지만.......이번 태클은 정말 강력하더군요. 하하하하~ 그분의 지적을 변명 좀 하겠습니다.

1. 말도 안되는 만화책 같은 이 연재물

(흐미~ 자존심 상하는 거..........젠병~ 그만 쓰던지 해야지 원~ 이런 말까지 들어가며 내가 글을 쓰야허~ 제기랄 알았시유~ 그만 끝낼게유~)

- 소설을 현실과 혼동하지 마세요. 그리고 전 최소한 말이 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만화책 같다는 말은 너무 심하군요.

2. 수혼이랑 수영이랑 친남매인것이 확인된이상 형제간으로 놔둬야지 천박하게 두사람이 '하루만...'이라는 조건으로 성적 접촉을 하게 되는것은 참 천박한 구상

(니미~ 내가 그런 구상이라도 하고 욕을 먹었으면 억울하지도 않다.)

- 위에 있는 115부를 보셨으니 알겠지만 전 그런 구상을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설사 제가 그런 구상으로 글을 쓴다고 해도 천박한 구상이라는 말씀은 과하군요.

- 전 단지 수혼과 수영이 사랑을 끝내야 한다는 아쉬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글을 읽는 분들에게 약간의 기대감을 주기 위해 그런 장치를 마련 한 겁니다.

3. 무슨 깡패집단이 천명씩이나 ..두군데면 2 3천명..우리나라가 깡패 소굴인가요?

- 우리나라 깍두기 아저씨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2~3천명이면 많은 수가 아닙니다.

- 설사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이건 소설입니다. 허구라는 말입니다.

4. 엉뚱한 한자를 써 넣는데 차라리 그냥둬요...독자까지 무식하게 교육시키지 말고

- 반성합니다. 제가 확인하지 못하고 엉뚱한 한자 많이 사용했어요. 깊이 반성하고 지금은 한자 사용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꼭 한자가 필요한 부분은 한자사전 찾아보고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자만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옆에 한글이 있습니다. 한자는 그냥 무시하셔도 이해하는데 지장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무시하세요.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116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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