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01부
지나는 택시를 타고 일산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서울 역을 출발한 택시는 용산 쪽으로 빠져 한강대교 밑으로 해서 강변북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지나가 택시를 반대방향에서 탄 이유도 있지만 택시기사가 복잡한 시내를 가로지르는 것보다는 한산한 강변북로를 선택하여 용산 쪽으로 달린 것이다. 지나는 오랜만에 올려온 서울이 낯설게 느껴져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몰락과 죽음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서울이다. 하지만........이곳에 사랑하는 수혼이 있기에 그리 스산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지나는 시원하게 흐르는 한강과 고수부지에 피어있는 해바라기를 보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수혼에 대한 생각만 가득했다. 조금만 있으면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중국에서 돌아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설마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차가 막 원효대교 밑을 지나간다.........그때 지나의 눈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정이 넘어 인적도 드문 이곳에 무슨 사람들이 저리 모여 있는 것일까? 그때 지나의 눈에 수혼과 비슷한 사람이 보인다. 지나는 택시를 세우려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설마 이 시간에 수혼이 이곳에 있겠는가? 자신이 너무 수혼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다보니 헛것이 보인다고 생각하고 만다. 지나는 다시 창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택시는 속도를 높여 원효대교를 지나 일산으로 달린다.
길식은 수혼의 연락을 받자마자 기동대를 긴급호출 했다. 수혼의 말대로 갈치파 화랑들이 출동했다면 이번 대결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수혼이 기동대로 하여금 퇴로를 확보해 달라고 부탁할 것만 보아도 이번 싸움이 얼마나 험난한 대결이 될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기동대는 길식의 긴급호출에 하나둘씩 저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혼은 초저녁부터 많은 술을 마셔 아직까지 술이 깨지 않았다. 좀 전에 있었던 법암과의 대결에서 수혼이 형편없이 밀린 이유 중에 하나에 술이 덜 깬 이유도 있었다. 수혼은 쌀쌀한 가을밤인데도 불구하고 온몸에 땀을 흐리고 있었다. 수혼은 손바닥에 땀이 가득하여 검을 내리고 손바닥의 땀을 닦아낸다.
법암은 갑자기 몰려온 화랑들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다시 추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 자신의 곁으로 성민과 한명의 여인이 다가왔다. 추억에 잠겨있던 법암은 자신에게 다가온 수영을 보고 너무 놀라 하마터면 들고 있던 검을 떨어트릴 뻔 했다. 법암은 멍하니 그녀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살펴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려 했다. 그때 수영의 곁에 있던 성민이 앞으로 나서며 법암에게 수영을 소개했다.
“법암스님..........이쪽은 수영님이라고 갈치파을 이끌고 계시는 분입니다.”
“수........수영이라..........수영...........수영”
법암은 수영이란 이름을 몇 번이나 중얼거리더니 그녀를 향해 들리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짚고는 길게 한숨을 쉰다. 수영도 법암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몸매에 차가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그의 입술을 굳게 다물어져 있고, 눈동자는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살펴보더니 이내 눈길을 돌려 자신을 예셔 외면하고 있었다. 사부님은 절대로 이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수영은 법암을 보니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게 무슨 감정인지 수영 자신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시주가 나에게 대해서 많이 들었다..................그래~ 무슨 말을 들었소.”
“옛날 우리 갈치파와 스님사이에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 입니다.”
“불미스런 일(?)..........하하하~ 맞아~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시주가 갈치파의 수장이라........그럼 원예문의 전승자?”
“예~ 맞습니다.”
“이........이놈의 늙은이들 무슨 생각으로...........으드득~”
법암은 이빨을 깨물었다. 그의 얼굴근육들이 씰룩대다가 탁탁하게 굳어지고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는 한동안 분노에 찬 표정으로 있더니 이내 크게 한숨을 쉬고 수영에게 등을 돌려버린다. 수영도 법암의 모습을 보았지만 그가 왜 분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분위기 파악 못하는 성민은 갈치파 화랑들이 도착하자 이번이야말로 수혼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스님.........이제 갈치파가 도착했으니 이들과 힘을 합쳐 천랑파를 끝장내 주세요.”
성민이 돌아서는 법암에게 부탁하듯 말하자 법암은 성민을 흘긋 보더니 봉황검을 들어 자신의 가사에 검에 뭍은 피를 깨끗하게 닦아낸다. 검에 맺혀있던 핏물이 닦이자 봉황검을 다시 날카로운 한기(寒氣)를 발산하며 반짝거린다. 그는 검을 들고 다시 정면으로 나선다.
수혼은 축축하게 젖은 남방을 벗어버리고 남방으로 자신의 검에 뭍은 피를 닦아내었다. 이제 갈치파의 화랑들까지 도착했으니 곧 있으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수혼이 남방을 벗어버리니 근육질의 상체가 들어내 난다. 미희는 수혼의 땀을 보고 그에게 다가와 수건으로 수혼의 등을 닦아주었다.
“술~ 많이 드셨어요. 땀이 비 오듯 솟아지네요.”
“응~ 조금.................이제는 좋아졌어. 고마워.”
그때 수혼도 상대편에서 법암이 천랑파 앞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았다. 수혼은 법암의 의도(意圖)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과 일대일 대결을 원하는 모양이다. 수혼은 법암의 모습을 보고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앞으로 걸어가려했다.
“잠깐만.........수혼씨.........괜찮겠어요? 지금 꼭 일대일 대결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아니야. 상대방이 일대일 대결을 원하는데 피할 순 없잖아.”
“하지만..............”
수혼은 미희의 손을 잡아주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걸어갔다. 미희는 불안한 눈으로 법암에게 걸어가는 수혼을 바라본다. 수혼을 걱정하는 것은 미희뿐만이 아니다. 미나와 링링도 수혼을 불안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암은 수혼이 상의를 벗고 검집도 던져버리고 검(劍)만 들고 오는 모습을 보더니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법암이 웃는 것일까? 하지만 그는 바로 서늘한 표정으로 바뀌며 수혼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다시 대결을 시작하시죠.”
“시주는 음양검법을 어느 정도나 익히고 있는 건가?”
“그걸 왜 물어보시죠?”
“시주의 실력을 보니 한심해서 묻는 거야. 아무래도 늙은이가 잘못 가르친 모양이야.”
“느.......늙은이? 이제는 돌아가신 사부님까지 모욕(侮辱)하다니........무사(武事)답지 않군요.”
“돌아가셔...........흥~ 그 늙은이가 죽어. 이젠 그런 거짓말까지............하긴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지. 자 다시 덤벼보게.”
“좋습니다.”
수혼은 정말 화가 났다. 자신을 욕하는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법암은 사부님까지 모욕하지 않는가. 수혼이 다리에 힘을 주며 앞으로 내미니 법암을 향해 직선(直線)으로 날아간다. 수혼이 축지법을 사용한 것이다. 법암과 수혼 사이의 거리가 종이 접히듯 오므라들다가 수혼이 발을 내미자 다시 쭉~하고 펴진다. 그것과 때를 같이하여 수혼의 검이 빛살처럼 법암의 전중혈(젖가슴 사이)을 노리고 날아간다. 음양검법의 섬(閃)을 응용한 초식이다. 법암은 수혼의 몸이 번개처럼 빨라 미쳐 다쳐하기도 전에 이미 수혼의 검이 자신의 가슴을 노리는 것을 보고 급하게 철판교의 수법으로 몸을 뒤로 저치니 수혼의 검은 중간에서 방향을 틀어 법암의 중주혈(아랫배에 있는 혈도)을 내리 찢는다.
“퍽~~~”
수혼은 검은 법암의 몸을 스치며 땅에 박힌다. 법암은 수혼의 검이 아랫배로 떨어지자 바닥에 몸을 굴려 피했지만 검(劍)끝에 허리가 스치며 가사가 베어졌다. 그는 수혼과 떨어지며 벌떡 일어나니 수혼이 땅에 박힌 검을 빼내고 다시 법암에게 달려오며 천지혈(왼쪽 가슴)을 노리고 검을 날린다. 법암은 방금 수혼의 수에 당해보았기 때문에 수혼의 몸이 움직이자마자 다리를 굽히고 달려오는 수혼의 다리를 베어온다. 수혼은 축지법을 쓰는 와중에 삼체보를 가미해 방향을 틀며 법암의 어깨를 베어가니 법암도 자세를 세우고 수혼의 검을 막는다.
“깡~~~까~~가~~~강~~”
수혼의 검과 법암의 검이 허공해서 격돌(激突)하며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수혼은 칠성밟기를 이용하여 현란한 몸동작으로 법암을 몰아친다. 하지만 법암은 마치 굳건한 철탑처럼 버티고 서서 수혼의 검을 일일이 막아내고 있었다. 수혼은 법암이 절벽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공격해도 꿈적도 하지 않는 절벽..............수혼은 국선도문주와의 대결이후 이렇게 강한 상대는 처음이다.
“이게 자네 실력인가? 한심스럽군! 늙은이가 이렇게 가르쳤어.”
“음~~”
수혼은 법암의 검을 밀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수혼이 물러나도 법암은 차가운 시선으로 수혼을 바라볼 뿐 공격하지 않았다. 수혼은 시원한 공개를 길게 들이키고 다시 검을 가슴에 세웠다. 수혼은 가슴에 세워진 검을 응시하며 정신을 집중하려했다. 하데........검을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검의 날은 이가 빠진 듯이 깊게 파인 부분이 많아 꼭 톱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법암이 가진 검이 희대의 명검(名劍)인 모양이다. 수혼은 잡념(雜念)을 떨쳐버리고 정신을 검에 집중하고 검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법암은 수혼이 정신을 집중하자 수혼을 가만히 응시하며 보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한발 앞으로 나가며 검으로 수혼의 가슴을 베어갔다. 수혼은 다가오는 검을 보더니 자신의 검을 앞으로 내미니 검이 잠깐 요동치는가 싶더니 몇 개로 늘어나며 법암을 향해 날아간다. 법암은 수혼의 분(分)을 이용한 초식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는 수혼을 향하던 검을 빙글 돌리니 수혼이 만들어낸 검영(劍影)들이 법암의 검에 베어져 나가고, 수혼의 분검(分劍)을 베어버린 법암의 검(劍)은 수혼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수혼은 법암의 공격에 고개를 숙이니 검이 머리를 스치며 머리칼이 자려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수혼의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머리카락이 아닌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수영은 수혼과 법암의 대결을 보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녀는 수혼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지금 수혼과 법암의 대결을 보면 수혼이 형편없이 밀리고 있다. 수혼 같은 고수가 저렇게 형편없이 밀린다..............그녀가 보기에 법암은 수혼의 공격을 미리 예상하며 수혼을 상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수혼 정도의 고수를 저리 쉽게 상대할 순 없을 것이다.
미희는 입술을 깨물고 양손에 유엽비도를 들고 있었다. 수혼이 정 위험하면 그녀의 유엽비도가 날아갈 것이다. 미나도 무인(武人)의 한 사람이다. 일대일 대결에서 자신이 끼어들면 수혼의 명예(名譽)와 자신 사문의 명예가 더렵혀질 것이다. 하지만...........자신에게 명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에게는 무사로서의 명예보다는 사문의 명예보다 수혼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미나 또한 안절부절 못하며 면도를 만지작거리고 거리고 있었다. 수혼이 위험하면 당장이라도 달려갈 태세다. 이와는 반대로 링링은 냉철한 시선으로 수혼과 법암의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수영처럼 법암이 수혼의 다음 공격을 미리 예상하고 수혼을 상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저씨.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보세요.”
수혼이 고개를 숙이자 법암의 발이 다시 수혼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온다. 수혼은 한번 당한공격이기에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음양권으로 법암의 다리를 공격했다. 법암은 수혼이 갑자기 음양권을 날리자 자신도 음양각을 실천하니 그의 다리가 요동치며 무수한 그림자들이 피어나 수혼의 가슴으로 날아간다. 이미 음양권을 거두기는 힘들다. 수혼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법암의 음곡혈(무릎에 있는 혈도)을 향해 붕권을 날린다.
“퍽~~~~”
“파파파파박~”
수혼의 가슴에서 북치는 소리가 나며 뒤쪽으로 날아가더니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한다. 하지만 법암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다리를 잡고 주물러보다가 다시 일어난다. 뼈는 상하지 않은 모양이다. 수혼도 팔목으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일어난다.
“음~ 검법과 권법을 한번에 사용한다는 말이군. 그럭저럭 배운 모양이구나.”
“이제야 알겠어요. 방금 당신이 사용한 것이 음약각이죠............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음양도 무공에 대해 잘 알고 있군요. 항간에 떠돌던 소문이 진실인 모양이죠..................그럼 지금까지 내 공격을 미리짐작하고 대응했다는 말이군요.”
“흥~ 음양도가 뭐가 그리 대단한 무술이라고..........음양도 무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네 같은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네.”
수혼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만져본다. 가슴에는 몇 개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때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수혼의 몸을 식혀주었다. 한 사발의 피를 토하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니 술이 깨는 모양이다. 수혼은 다시 검을 잡았다.
“좋아요. 지금부터가 진짜입니다. 비록 반쪽짜리 무술이자만 남에게 우롱당할 정도로 형편없는 음양검법이 아니란 걸 보여드리죠.”
수혼은 말이 끝나자마자 공중으로 도약하더니 제비가 공기를 박차고 날아오르듯 더욱 높이 올라가더니 법암을 향해 떨어져 내리며 음양검법을 펼친다. 수혼의 검은 허공에서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니 무수한 검영(劍影)이 밤하늘에 반짝이며 법암을 향해 떨어진다. 법암은 차가운 시선으로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는 검영들을 바라보더니 자신도 공중으로 도약하며 검영(劍影)들 사이로 들어가며 봉황검을 펼치니 검은 봉황의 울음소리 같은 날카로운 소리를 토하며 수혼이 만들어낸 검영(劍影)사이로 들어간다. 수혼이 펼친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음양검법의 최후초식 이였다. 그가 만들어낸 검영(劍影)들은 무질서하게 날리는 듯하다가 봉황검이 날아오자 공중에서 회전하며 붕황검을 공격한다. 법암은 그런 변화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검을 횡(좌우)으로 베어버리니 수혼이 만들어낸 검영(劍影)들은 두부가 잘리듯 좌우로 갈라지고, 봉황검이 빙글 회전하더니 다시 수혼의 심장을 향해 직선(直線)으로 날아온다.
수혼은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며 검막(劍幕)을 생각하지만 법암의 검이 너무 빨라 자신이 검막을 치기도 전에 심장을 관통당할 것 같았다. 수혼은 공중에서 다시 몸을 비틀며 자신을 향해 솟구치고 있는 법암의 백회혈(머리에 있는 혈도)향해 검을 찌른다.
“욱~~~”
“사르륵~~”
수혼과 법암이 교차하며 수혼은 바닥에 떨어지며 바닥을 구르고 법암은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바닥에 사뿐히 떨어지더니 바로 몸을 돌려 바닥에 쓰려진 수혼을 향해 달려온다.
“쇠아아아아~~~”
수혼에게 달려가던 법암은 자신의 등 쪽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를 듣고 등을 돌리니 두 자루 유엽비도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바로 미희의 손을 떠난 유엽비도였다. 그녀는 쓰려진 수혼을 향해 법암이 달려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도를 날린 것이다. 이것과 때를 같이 하여 미나의 몸은 용수철처럼 튕겨져 수혼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있었다. 법암은 날아오는 유엽비도를 검으로 쳐내며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한편 미나가 수혼에게 도착하기 전에 수혼은 바닥에서 일어나는데, 그의 왼쪽 옆구리에서는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혼이 몸을 틀어 심장을 피했지만 검이 옆구리를 길게 베어버린 것이다. 미나가 보니 그곳은 저번에 사방신과의 대결에서 다친 곳인데 다시 그곳이 베어진 것 같았다. 미나는 일어나는 수혼을 부축하려하니 수혼은 손을 들어 미나를 저지했다.
“수.......수혼씨 괜찮아요.”
“물러나. 아직 대결은 끝나지 않았어.”
“수............수혼씨. 그 몸으로 계속 싸우겠다는 말이 예요.”
“이까짓 상처쯤이야............. 미나.......고마워. 나 믿지. 방해하지 말고 잠시만 물러나죠.”
미나는 수혼이 고집을 부리자 마지못해 물러난다.
“아.............알았어요. 대신.........조심해요.”
수혼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법암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부인들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부.......부인들.........저기 있는 여자들이 자네 부인들인가?”
“예~ 제가 걱정되어 잠시 흥분한 모양입니다...................미희, 다시는 나서지마. 알았지. 미나와 링링도 나서지마. 알았지.”
수혼의 소리에 미희는 입술을 깨물더니 들고 있던 비도를 내린다. 수혼의 말을 무시할 순 없지 않는가? 법암은 수혼이 부인들이라 밝힌 여자들을 한번씩 보더니 입 꼬리가 올라갔다가 다시 다시 표정이 굳어진다.
“방금 그것이 음양검법의 마지막 초식이겠지. 더 이상 보여줄게 없다는 이번 대결은 하나마나야. 그만 물러나게.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무인이야.”
“방금 것이 음양검법의 마지막인건 맞아요.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하죠.”
법암은 수혼의 모습에서 자신의 젊었을 때 모습을 발견한다. 자신도 젊었을 때 목숨을 걸고 대결에 임하지 않았는가? 법암은 수혼이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자 다시 검을 잡는다.
수혼과 법암의 대결을 지켜보는 성민은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성민은 법암이 수혼을 어서 빨리 죽여주길 바라고 있었다. 수혼은 자신의 팔목을 잘라 병신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사실 자신의 팔목을 자른 놈은 얼굴도 모르는 놈이고, 그놈은 자신의 검에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 상황이 되도록 만든 놈이 수혼이다. 결과적으로 수혼이 놈이 자신의 팔을 자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성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법암은 수혼을 죽일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방금 전에는 쌍둥이 자매가 방해했지만 마음만 먹었다면 수혼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수혼을 죽이지 않았다.
수영은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수혼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영은 당장이라고 수혼에게 달려가 그의 상처를 감싸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신은 갈치파의 수장이지 않는가? 또한 그의 곁에는 부인들도 있다.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그녀들이 수혼을 지켜줄 것이다. 방금 전에 수혼이 다쳐서 바닥을 구를 때, 자신도 모르게 수혼에게 달려갈 뻔 했다. 다행이 수혼에게 달려가는 미나를 보고 진정할 수 있었다.
갈치파 화랑들과 천랑파 별동대도 손에 땀을 쥐고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수혼과 법암의 대결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특히 화랑들은 검을 수련하는 자들도 수혼과 법암의 검법을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싸움터의 한 복판에 있다는 사실도 망각하고 수혼과 법암의 대결을 지켜볼 정도다. 지금이 아니면 저런 고수들의 대결을 언제 다시 본다 말인가?
수혼은 술에서 완전히 깨어났다. 옆구리에서 전해오는 통증 때문에 더 이상 취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수혼은 한손으로 옆구리의 상처를 눌려 피를 멈추게 하려했다. 하지만 상처가 깊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수혼은 상처를 내버려두고 피를 바지에 닦고는 다시 검을 잡았다. 법암에게 음양검법은 통하지 않는다. 수혼은 정신을 집중하고 국선도문에서 연습하던 유수(流水)의 검(劍)을 떠올려 본다.
법암은 수혼이 다시 자세를 잡자 수혼에게 다가가며 수혼의 가슴을 향해 이검(二劍)을 날린다. 봉황검은 바람을 가르며 수혼의 가슴을 향해 날아오고, 수혼의 검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봉황검을 향해 날아가더니 봉황검을 타고 흐르며 법암의 손목을 베어간다. 법암은 수혼의 검이 물결처럼 출렁이는 것 같더니 봉황검을 타고 넘어와 주신의 손목을 베어오자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검을 회수하며 빠르게 뒤쪽으로 후퇴하니 수혼의 검은 흐르는 물처럼 물러나는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가? 법암은 수혼이 펼치는 검법이 자신이 알고 있던 음양검법이 아니라서 당황했지만 곧이어 삼체보로 빠르게 회전하니 수혼의 검은 손목을 스치고 지나고, 법암의 검은 반대로 수혼의 팔목을 베어온다. 수혼의 검은 다시 중간에서 변화를 일으켜 법암의 검을 향해 나아가다 검과 검이 부디 치는 순간 뱀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듯 봉황검을 타고 올라가 다시금 법암의 가슴을 공격하니 법암은 일자보로 빠르게 뒤쪽으로 후퇴하여 수혼의 검을 피하고, 다시 수혼에게 달려와 이검(二劍)을 베어 수혼의 가슴을 열십자로 가르니 수혼 또한 물러나지 않고 법암의 검을 향해 달려오며 법암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날린다.
“욱~~~”
“욱~~~”
두 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이 교차하더니 수혼이 가슴을 부여잡고 무릎이 굽혀지며 검을 지지대삼아 땅바닥에 꿇어앉는다. 반대편으로 간 법암 또한 가슴 부위의 가사가 배어지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법암은 자신의 가슴을 보더니 몸을 돌려 수혼에게 달려오니 수혼 또한 다시 일어나 법암의 검을 막는다.
“짱~~~”
수혼과 법암은 검과 검이 교체하며 서로를 마주본다.
“방금 그게 무슨 검법인가?”
“글쎄요. 유수의 검이라고 합니다. 다시 시작하죠.”
수혼은 마주쳐 있던 검을 밀어버리고 다시 검을 날리니 수혼의 검은 법암의 목을 향해 날아간다. 법암의 검도 수혼의 검을 막아서니 이번에도 수혼의 검은 봉황검을 타고 올라온다. 법암의 검은 이번에는 빙글 돌아가며 변화를 일으키니 수혼의 검은 벽을 만난 듯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막혀버리고, 법암의 몸이 살짝 회전하며 그의 다리가 수혼의 상곡혈(아랫배)를 향해 날아왔다.
“퍽~~~”
수혼은 다시 배를 움켜잡고 뒤쪽으로 쭉~ 밀러나다가 바닥에 주저앉는데, 그의 입에서는 한줄기 피가 흘러내린다. 또한 그의 옆구리에서는 계속된 충격으로 잠시 멈추던 피가 다시금 분수처럼 솟아난다.
“자네가 보여줄 것이 이게 다라며 실망이로군. 그런 실력으로 음양도 전인이 되었단 말인가?”
“욱~~~ 욱~~~”
수혼은 눈앞이 희미해진다. 다량의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법암과 마주한다.
“아직 쓰려지지 않았습니다.”
“됐어. 그 실력이면 평생가도 날 이길 수 없어. 돌아가서 더 수련하도록 하게. 자네사부에게 그 잘난 음양검법의 음검이나 보여 달라고 해.”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성민은 애가 탄다. 법암이 수혼을 죽어야하는데 그럴 뜻이 없는 것 같다. 성민이 수혼을 보니 곧이라도 쓰려질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자신이 나서도 수혼을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법암이 죽이지 않겠다면 자신이 나서라도 죽여야 한다.
“공격~ 천랑이 쓰려졌다. 모두 공격해~”
성민은 성민파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고 자신이 먼저 수혼을 향해 달려갔다. 성민파가 성민의 명령에 총공격에 나서자 화랑들도 분위기에 쏠려 공격을 시작했다.
수혼의 부인들은 수혼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민파의 공격을 감지하지 못했지만 호식은 성민파와 갈치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바로 공격명령을 내렸다. 호식의 명령에 별동대도 앞으로 솟아져 나가니 미나와 링링은 수혼에게 달려갔다.
성민은 비틀거리는 수혼에게 달려가다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링링을 보더니 걸음을 돌려버린다. 수혼은 자꾸만 희미해지는 의식을 붙잡고 있다가 누군가 자신을 건들리자 의식을 또렷해진다.
“수혼씨..........수혼씨.........이걸 어떻게”
수혼에게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미나다. 그녀는 수혼에게 달려와 상처를 살펴보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찢어 수혼의 상처를 감싸준다. 수혼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별동대와 화랑들이 엉켜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링링은 자신을 곁을 지키며 자신에게 덤벼드는 화랑들을 베어버리고 있었다. 수혼은 미나가 대충 상처를 싸매주자 다시 검을 잡았다.
“수혼씨는 쉬셔야 해요. 지금 움직이면 안돼요.”
“괜찮아. 싸울 수 있어.”
수혼은 미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랑들에게 검을 날린다. 미나는 한숨을 쉬고 수혼의 곁에서 면도를 휘두른다. 그녀의 면도는 그녀의 마음이 실려 있는 듯 추후의 용서가 없었다. 그녀의 검에 화랑 한명이 팔이 날아가고 면도는 멈추지 않고 화랑의 가슴을 베어버린다. 화랑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솟구치고 뒤로 넘어가고, 면도는 다른 화랑의 다리를 향해 날아간다.
미희의 손에서 유엽비도가 날아간다. 그녀의 비도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막 별동대의 머리를 공격하던 화랑의 어깨에 박힌다. 화랑이 비틀거리는 사이 별동대의 곤봉(棍棒)이 화랑의 옆구리를 강타하니 화랑의 허리가 꺾이며 바닥을 구른다. 미희는 비도를 날리며 수혼에게 다가갔다.
수영도 싸움에 끼어들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있었다. 사군자 한명이 전해준 것이다. 수영은 자신에게 다가오던 별동대 한명을 베어버리고 수혼을 보았다. 수혼은 부상당한 상태에서도 화랑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그의 겉에는 미나와 링링이 좌우에 포진하여 수혼을 보호하며 화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때 바로 겉에 있던 화랑 한명이 다리에 비도를 맞고 쓰려진다. 수영이 화랑을 부축하며 보니 멀리서 미희가 비도를 날리고 있었다.
“매(梅)님 저기 비도를 날리는 미희씨를 상대하세요.”
“알겠습니다.”
매는 수영의 명령에 미희를 향해 달려갔다. 수영은 또 다른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호식이 공중에서 무형각을 실천하며 화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란(蘭)님 호식을 상대하세요.”
“예!...........그게..........알겠습니다.”
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바로 호식에게 달려갔다. 수영은 법암을 찾아보았다. 법암은 검을 검집에 넣고 별동대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의 검에 맞은 별동대는 팔이 부러지거나, 다리가 부려져 바닥에 쓰려진다.
수혼은 전황(戰況)을 살펴보니 화랑들과 별동대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서로의 실력이 막상막하(莫上莫下)라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때 수혼의 눈에 들어온 것이 법암이다. 그의 검에 별동대가 속절없이 쓰려지고 있지 않는가? 수혼은 다시 법암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멀리서 수혼을 노리고 있던 성민도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수혼의 뒤를 따른다.
미희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매(梅)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향해 네 자루 유엽비도를 날린다. 매는 자신의 상하좌우를 향해 날아오는 유엽비도를 보고 공중으로 솟아오른다. 비도는 매를 다리 밑을 자니더니 매를 따라오던 화랑의 다리와 어깨에 박혀 버린다. 미희는 매가 비도를 피하자 두 자루 비도를 손가락에 끼우더니 전력을 다해 비도를 날린다.
“시~~~시~~~싱”
비도는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매의 단전혈과 상곡혈(아랫배에 있는 혈도)을 노리고 날아간다. 매는 깜짝 놀라 몸을 회전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니,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던 비도 하나가 그녀의 옆구리를 스치며 지나가며 옷을 길게 베어버린다. 매가 바닥에 착지하며 다시 미희에게 달려가려는데 이미 두 자루 비도가 눈앞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악~~”
매의 한쪽 허벅지에 비도가 자루만 남기고 깊숙이 박히고 나머지 한 자루는 한쪽다리에 길게 상처를 남기고 지나간다. 미희는 다시 한 자루 비도를 날리니 비도가 공기를 가르며 매의 어깨를 향해 날아온다.
“욱~~~”
매의 겉에 있던 화랑이 매의 위급함을 보고 앞을 막아서니 비도는 화랑의 배에 박힌다.
“매님 피하세요. 어서요.”
미희는 화랑과 매의 모습을 보다가 가슴이 뜨거워져 두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다른 화랑들을 상대한다.
란은 호식에게 달려가 공중으로 몸을 날리더니 그녀가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호식에게 날아간다. 호식은 그림자들을 피해 바닥에 착지하고, 란도 호식의 앞에 착지한다.
“또 수지씨 당신이군.”
“미안해요. 재미없는 화랑들은 내버려 두고 저랑 놀아요.”
“노........놀아. 하하하~ 좋지. 나도 수지씨만 좋다면 놀아주고 싶어. 근데...........장소가 영 아니군. 다음에 조용한 곳에서 만나면 그때 놀아줄게”
호식은 수지를 피해 다른 곳으로 달려가더니 한명의 화랑에게 무형권을 날린다. 화랑은 호식의 무형권을 피하지 못하고 가슴을 부여잡고 쓰려지고, 호식의 무형각이 쓰려지는 화랑의 턱을 날려버린다. 란은 호식이 자신을 피해 도망가자 호식의 뒤를 쫒아가며 원예각을 날린다. 호식은 삼체보로 원예각을 피해버리고 다시 다른 곳으로 도망간다. 호식은 란과의 대결을 원치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란이란 여인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수혼은 법암에게 달려가 검을 뿌리니, 바로 옆에 있던 미나의 면도와 링링의 검도 법암을 향해 날아간다. 법암은 세 자루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봉황검을 뽑아 상대하니 세 자루 검은 봉황검과 엉키며 불꽃을 만들어 내며 튕겨져 나간다.
“미나와 링링은 물러나.”
“수혼씨. 위험해요.”
“걱정하지 말고 다른 사람 도와줘”
“하지만..........”
“조심할게.................부탁이야.”
수혼의 말에 링링과 미나가 물러났다. 법암은 수혼이 다시 자신에게 덤비자 그의 용기에 감탄한다. 수혼은 법암을 상대함에 끝까지 무사로써 명예롭게 싸우고 싶은 모양이다. 수혼은 검을 한손으로 잡았다. 이미 검법으로는 법암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을 알았다. 수혼의 손에 들린 검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며 법암의 결분혈(어깨에 있는 혈도)를 노린다. 법암은 봉황검으로 수혼의 검을 쳐내니 수혼의 반대편 손에서 음양수가 터지며 그림자들이 피어나 봉황검을 감싼다. 법암은 수혼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베어버린다. 그대 그림자 사이를 비집고 날아오는 주먹이 있었으니 수혼이 음양수를 실천하고 바로 음양권의 붕권(崩拳)을 실천한 것이다.
“욱~~·”
법암은 수혼의 변칙공격에 어깨를 강타당해 어깨가 얼얼해 진다. 그때 수혼의 검이 다시 목을 향해 베어온다. 법암은 몸에 익은 심검도검의 초식을 실천하니 봉황검이 울부짖으며 수혼의 어깨를 향해 날아온다. 법암의 검은 번개 같은 속도로 날아와 수혼의 어깨를 관통하고, 수혼은 이를 악물고 봉화검을 금나수로 잡더니 공중으로 솟구치며 음양각을 실천하니 수많은 발그림자들이 피어나 법암의 상체를 향해 날아간다. 법암은 잠깐 망설이더니 봉황검을 놓아버리고 음양각을 피하니 그림자들이 땅에 떨어지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수혼도 다시 바닥에 착지하며 비틀거리다 억지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지독하군.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나와 대결하려하지.”
“날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그리고 우리 사문을 위해서.............”
“하하하~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 사문을 위해서라.............놈~............아직 세상을 얼마나 더럽고 추잡하지 모르는 구나.”
법암의 목소리에는 분노까지 섞여 있었다.
“싸우다 말고 무슨 말씀입니까? 다시 갑니다. 준비하세요.”
“이놈 정녕 죽고 싶어. 그만하면 충분해. 넌 날 이기지 못해. 다시 수련하고 오란 말이다.”
그때 성민은 수혼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수혼의 뒤를 밟고 있다가 링링과 미나가 수혼의 곁을 떠나자 수혼을 죽이기 위해 접근한 것이다. 이미 수혼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고, 어깨는 봉황검이 박혀 있었다. 더구나 수혼은 법암에게 정신이 팔려 자신의 접근을 눈치체지 못하고 있었다. 수혼은 한참 법암과 이야기하는 중에 등줄기가 사늘해지는 느낌에 허리를 숙였다. 성민의 검은 수혼의 한쪽어깨에 상처를 남기고 땅에 떨어지고, 수혼은 어깨에 박혀있던 봉황검을 빼냄과 동시에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향해 검을 날렸다. 성민은 땅에 박힌 검을 잡고 있었고, 수혼은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상대방의 다리를 베어간다.
“사~~사~~싹~~”
“크아악~~”
봉황검은 날카로운 예기(銳氣)를 발산하며 성민의 양쪽다리를 허벅지에서부터 베어버리니 성민의 몸은 짚단처럼 쓰려져 바닥을 구른다. 봉황검은 한바퀴 회전하며 성민의 심장을 향해 날아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법암이 수혼에게 몸을 날려 음양각을 실천하니 무수한 그림자가 수혼의 등을 향해 날아가고 수혼은 등줄기에서 전해오는 날카로운 예기를 감지하고 바닥으로 몸을 굴려 음양각을 피한다.
“죽이지 마라.”
수혼은 힘들게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법암은 자신의 가사를 찢어 바닥에 꿈틀거리는 성민의 다리를 감싸주며 지열시킨다.
“왜~ 그놈을..........”
“절에서 내려올 때 성민과 성철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단지 그것 때문입니까?”
“네가 이놈에게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한쪽 팔이 잘리고 양 다리가 자릴 놈이니 앞으로 네가 해가 되는 일은 못할 것이다. 너도 상대방을 용서하며 살도록 해.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죄를 지면 나중에 자신이 업이 되어 돌려받는 것이 하늘의 이치야.”
“성민을 구하고 절 막겠다는 말씀이군요.”
“널 위해서다. 이놈은 네가 데려가마. 참~ 그리고 수영이 와는 싸우지 마라. 둘이 싸우게 되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이다. 오늘 만남은 이것으로 끝내야겠구나.”
법암은 성민을 등에 지고는 떠나간다. 수혼은 자신도 이미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서 있을 힘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수혼은 이미 많은 피를 흘렸고 또한 계속된 악전고투(惡戰苦鬪)로 한계상황까지 다다른 것이다.
“검이라도 가져가세요.”
“그 검은 봉황검(鳳凰劍)이라고 한다. 본래 주인에게 돌아갔으니 그놈도 행복할 것이다.”
멀리서 법암의 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법암은 성민을 안고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ps : 휴~ 하루 쉬고 글을 쓰니 힘드네요. 그리고 사실 결투장면 쓰기가 가장 힘들어요. 제가 뭘 알아야 자세하게 쓰지,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지만........검이 날고, 피하고 공격하고..........이게 상상한 것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렵더군요............ 일단 성민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이글의 악당인데........끝이 좀 시시하죠. ^^;;
제 목: 낭만을 꿈꾸는 늑대 (102부 )전쟁끝, 지나와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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